443화. < 135화. 뉴 에이지 (2). >
3.
응접실이라기보다는 그냥 창고라도 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을 만큼 넉넉하지 못한 공간.
그러한 공간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하얀색 식탁, 그 위에 놓인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를 가득 채운 코스트코에서도 싸구려고 치부할 법한 저렴한 과자들.
“오.”
그중 반은 투명하고 반은 빨간색인 포장지에 담긴 갈색빛 과자 하나를 집어 든 아즈모가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을 품었고, 그것을 본 박영준이 짧게 말을 걸었다.
“신기하죠? 그게 바로 로투스란 과자입니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끝내주죠.”
그러한 박영준의 말에 이내 아즈모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바꾸면서 말했다.
“내가 설마 이런 과자에 놀라는 모습을 기대한 건가? 언제나 최고의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수제 과자만 먹는 부자가 서민들의 과자를 보고 대단하군, 같은 말을 할 줄 알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조금 전 표정을 보니 그냥 이런 멘트를 날려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해드렸을 뿐입니다.”
“역시 사람 속 하나는 제대로 읽는군. 대단해.”
“칭찬 감사합니다.”
그 후에 아즈모가 그대로 과자를 개봉해 반을 깨먹은 후에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예, 이제 같은 배를 탄 처지인데 질문 정도는 얼마든지 던지셔도 상관없죠. 어지간한 건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한 배? 지금 그게 나에게 바라는 BJ대마도사의 소원인 건가? 한 배에 타는 걸?”
“아직 BJ대마도사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꼭 BJ대마도사가 요구해야만 배에 타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아즈모는 대답 대신 남은 과자를 입에 털어 넣은 후에 그것을 말없이 씹었다.
그러면서 약 5초 남짓한 시간을 보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병원에서 내가 제안을 했을 때, 그때에 BJ대마도사가 폭군을 혼자 잡을 만큼 스펙업을 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그 질문에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리가요. 대결을 앞두고 BJ대마도사가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으리라 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모르고 있었다?”
“자세한 설명도 없었을 뿐더러, 혹여 했더라도 안 믿었을 겁니다. 아니, 못 믿었을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폭군을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다, 라고 제가 설명하면 믿으셨을 건지 아니면 미친놈 취급을 하셨을 건지. 아마 사이비 종교를 믿는 광신도 취급을 하셨을걸요?"
그 대답에 아즈모는 추가 질문 대신 과자를 하나 더 깠다.
“그 과자 좋아하시나 봅니다?”
“난 과자를 싫어하지 않아.”
“의외네요. 그래도 입맛에 안 맞으실 것 같은데.”
“의외는 아니지. 로투스 주식만 정확하진 않지만 4퍼센트 정도 가지고 있을 거야. 그 외에도 전 세계에 상장된 제과 회사의 지분 2.6 퍼센트를 가지고 있는데 좋아해야지. 여기에 유통 회사의 지분까지 생각하면 과자는 사랑할 수밖에 없지.”
여러모로 스케일이 다른 대답.
“정말 대단하십니다. 모든 분야에 지분을 가지고 계시다니, 정말 어떤 일이 생기든 걱정이 없으시겠군요.”
“그럴 리가. 딱 하나 가지지 못한 게 있지. 가상현실 콘텐츠에 대해서는 정말 티끌만큼의 지분도 없잖아.”
그 말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갓워즈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이 난리인데, 갓워즈 같은 게 쏟아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감조차 안 오는군. 확실한 건 할리우드에 넣은 지분은 다 처분해야 한다는 거겠지. 부동산 쪽도 그렇고.”
대화에 긴장감이, 그것도 매우 짙은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죠. 새로운 시대가 오면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새워지는 법이죠.”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로 평소와 달리 날카로운 눈빛을 품은 채 아즈모를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 새로운 시대가 코앞까지 왔고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 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
“뭐, 뭔가 있어 보이는 식의 뜬구름 비유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갑시다. BJ대마도사의 목표는 하납니다. 이 게임의 끝을 보는 것. 그래서 갓워즈를 손에 넣는 것. 그리고 이것을 방해하는 세력 역시 하나입니다.”
“어비스 길드.”
“예, 어비스 길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BJ대마도사의 게임 진행을 방해할 겁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두고 싸울 유일무이한 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
“상황 자체는 우리 쪽이 유리합니다. 소드 길드와 불사자 길드는 완벽하게 우리 편이 되었고, 눈앞에 계신 아즈모 님을 포함한 10대 길드 중 두 곳 역시 우리 편이 되어 주실 예정이죠. 반면 어비스 길드 쪽은 현재 3개 길드와 공동 전선을 펼쳤을 뿐이죠. 남은 길드는 두 곳, 하지만 장담컨대 이들이 어비스 길드 편에 선다고 해도 승산은 우리 쪽이 높습니다.”
“그래, 우리 쪽에는 BJ대마도사가 있으니까.”
물론 현재 그 적과의 싸움은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상태였다.
“정면으로 붙으면 질 리가 없다.”
BJ대마도사 쪽이 확실한 우세.
“그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러한 아즈모의 발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그것보단 어비스 길드가 정면으로 붙어줄 리가 없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포커판에서 상대방의 패가 포카드라는 걸 알면서도 정면으로 베팅을 하는 이는 없었다.
하물며 지금 판이 어떤 판인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을 가리는 자리를 놓고 이제 마지막 전쟁을 앞둔 최후의 판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제아무리 고고한 어비스 길드라고 해도 체면과 예의를 갖출 리 만무.
“그들은 곳곳에 지뢰를 설치할 겁니다. 게릴라가 되겠죠.”
그 사실을 박영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박영준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BJ대마도사 역시 그걸 알고 대응 중일 겁니다.”
자신이 아는 것 이상으로 BJ대마도사가 알고 있으리란 것을.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기다리는 것밖에 없죠.”
“기다려?”
“지금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해답을 내놓은 것처럼, 이번에도 그러한 해답을 내놓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하던 박영준이 본인도 과자를 하나 집으면서 말했다.
“장담하죠, 지금 BJ대마도사는 최고의 참모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
4.
폭군 레이드 직후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를 채우는 내용은 두 가지였다.
- BJ대마도사가 최고다!
- 아무렴, BJ대마도사야말로 최고의 솔로 플레이어지!
하나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찬양.
그것도 그냥 찬양이 아니라 BJ대마도사가 갓워즈에서 최고라는 것에 대한 찬양이었다.
- 응, 아직 어비스 길드 남았어.
- 그래도 어비스 길드랑은 붙어야지.
그러한 찬양은 자연스레 현시점에서 최고의 자리에 앉아있는 어비스 길드와의 대립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그건 말도 안 되는 대립이었다.
- 플레이어 하나만 놓고 보면 BJ대마도사가 최고가 맞지. 하지만.
이제 감히 그 어떤 플레이어도 BJ대마도사와 비교될 수 없는 상황.
그가 최고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반발심이 없는 법.
- 갓워즈 최고를 꼽으면 어비스 길드지.
ㄴ 아무렴, 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해도 혼자서 어비스 길드는 뛰어넘을 수 없지.
ㄴ 당연하지. 어비스 길드가 해온 게 있는데.
무엇보다 어비스 길드가 자신의 자존심과 다를 바 없는 어비스 길드의 팬은 수십억 명을 넘어섰다.
그들이 그 자존심을 BJ대마도사의 이름 아래에 놓이는 걸 순순히 용납할 리 만무.
결정적으로 어비스 길드에는 명분이 있었다.
- 맞아, BJ대마도사가 최고가 되고 싶으면 솔로 탈출부터 해야지.
ㄴ 그리고 지금 가장 선두 자리에 있는 건 어비스 길드이기도 하고. 신의 무덤에서 아즈모랑도 거리가 꽤 되잖아?
갓워즈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건,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곳에 서있는 건 어비스 길드라는 명분.
때문에 세상이 이제 바라는 건 하나였다.
“이제 조만간 신의 무덤에서 결판이 나겠네. 누가 최고인지.”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이제는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는 최고를 가리기를.
때문에 이제는 어디를 가든 편이 갈려졌다.
BJ대마도사를 응원하는 쪽과 어비스 길드를 응원하는 쪽.
“에이, 그걸 결판을 내야 압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이혁주는 BJ대마도사의 편을 들었다.
“어비스 길드는 오우거 7백 마리 남기고 간신히 잡았고, BJ대마도사는 2천 마리 남기고 잡았어요. 그것도 혼자. BJ대마도사가 솔로답게 혼자서 잡았다고요. 혼자서, 혼자 힘으로, 옆에 아무도 없이, 외롭게 혼자서 잡았는데 어비스 길드랑 비교하는 건 솔로 BJ대마도사에 대한 실례죠.”
그것도 아주 격하게.
“이미 BJ대마도사가 신의 무덤에 들어가서 어비스 길드를 박살내려고 이를 갈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당장 박살내고 싶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정도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 이혁주의 시선은 소파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 정현우를 향해 있었다.
“진짜 장난 아닐 거예요. 현우 형이 생각해도 그렇죠? 어비스 길드도 피를 토하는 신의 무덤을 박살을 낼 거예요. BJ대마도사는 지금 몸이 근질근질해서 미칠 지경일 걸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었다.
‘아, 미치겠다. 이제 9일밖에 안 남았어.’
현재 미다스의 수명에는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이 카운트다운은 과거 15일의 시간제한이 있었던 오아시스 퀘스트 때와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이브니의 꽃이란 아이템의 지속 시간이 있는 거지, 목숨에 제한 시간이 걸린 건 아니었으니까.
‘사막 때는 진짜 운이 좋았는데.’
더욱이 당시 퀘스트 진행할 때는 너무나도 운이 좋게 어비스 길드로부터 가장 중요한 퀘스트 아이템을 얻은 상태였었다.
퀘스트가 어려웠을 뿐 고생한 적은 없었다.
‘젠장.’
반면 이번 퀘스트의 경우에는 무조건 시간이 흘러갔으며, 그때처럼 행운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페널티는 그 어떤 퀘스트보다 셌다.
‘9일까지 못하면 내 게임 인생은 끝이다.’
9일 후에도 퀘스트를 깨지 않는다면 더 이상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진행할 수 없었으니까.
‘눈으로는 찾을 수 있어.’
물론 정현우에게는 퀘스트 장소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하지만 신의 무덤은……."
문제는 신의 무덤이란 사냥터가 가지는 난이도.
자세한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어비스 길드랑 아즈모도 일반 공략이 안 되는 미친 곳인데……."
갓워즈의 최고와 그에 범접한 존재들조차도 현재 보스 몬스터는커녕 일반 필드 공략도 어려운 곳이라는 곳.
그런 곳에서 목적지까지 간다?
“진짜 BJ대마도사가 신의 무덤 공략하는 거 보고 싶어 죽겠네요. 무조건 솔로로 공략할 텐데.”
제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그런 곳을 혼자서 공략하기란 매우 벅찬 일.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혼자 죽으면 죽었지, 절대 솔로 외의 길을 걷진 않을 테니까요. 안 그래요?”
그러다가 혹여 게임오버라도 된다면?
그때는 주어진 시간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설마 소드 길드나 불사자 길드랑 같이 할 일은 없겠죠? BJ대마도사랑 같이 하는 건 버스 타는 건데, 10대 길드 자존심이 있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혁주의 말처럼 10대 길드와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여러모로 사전 합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니, 합의를 떠나서 10대 길드들이 굳이 무리를 해서 일부러 신의 무덤에 갈 이유가 없었다.
당장 불사자 길드는 냉정하게 말해서 신의 무덤에 갈 만한 전력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데까지 바로 가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어.’
혹여 같이 입장해준다고 하더라도 퀘스트 장소까지 아무런 단서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간다?
‘신의 무덤이라면 더더욱.’
더욱이 신의 무덤은 일반 사냥터와 다르게 이동하는 것조차 제약이 심한 곳이었다.
협곡 안으로 검은 안개가 자욱해지는 순간 그 대단한 어비스 길드조차 이동을 멈추는 곳.
그런 곳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기에 뭔가 있을 것 같으니 쭉 갑시다, 라고 말한다?
둘 중 하나였다.
뭔가 있는 거 아닌가 의심을 받던가 아니면 역시 이 새끼는 또라이 새끼인 것 같아 그러니까 애인이 없지, 라는 의심을 받던가.
‘어떻게 하지?’
여러모로 골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일.
그때였다.
“어? 지금 창성 길드가 공지 올렸는데 신의 무덤으로 입장하겠다는데?”
속보가 들렸다.
“피스타 길드도 공지 올라왔어! 신의 무덤으로 간다고!”
“불사자 길드도! 불사자 길드도 입장한다!”
“10대 길드 전부 신의 무덤으로 입장한다!”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속보가.
5.
신의 무덤.
현재 갓워즈에서 플레이어가 도달한 가장 높은 레벨의 사냥터.
이러한 신의 무덤을 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 협곡의 앞을 지키는 폭군을 잡는 순간, 다음 폭군이 리젠되는 10일 동안 얼마든지 신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과거 어비스 길드와 아즈모, 그 둘이 폭군을 잡았을 당시 원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그 뒤를 이어서 신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제외하고 그 어떤 길드도 신의 무덤에 입장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신의 무덤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솔직히 난 아직도 불만이야. 이렇게 남이 열어둔 문으로 들어가면 자존심이 안 살잖아?”
하나는 바로 자존심.
10대 길드는 그 어느 길드보다 고고한 자들이었으며, 그러한 고고한 자리에 제 힘으로 올랐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다른 이들, 심지어 경쟁자가 이룩한 업적에 슬쩍 몸을 기댄다?
그걸 용납할 만한 자존심의 소유자였다면 10대 길드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일조차 없었을 터.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주변 평가가 어떻겠어?”
“어떻긴, BJ대마도사 버스 타고 간다고 신이 나게 욕을 하겠지.”
또한 그런 식으로 자존심이 구겨짐으로써 생기는 이미지 손상은 주머니에 들어오는 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게 지금 중요해? 신의 무덤이 지옥인데.”
“난 아직 레벨 409밖에 안 됐어. 이런 상황에서 저길 들어가라니, 미친 거 아니야?”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니라 신의 무덤의 난이도였다.
“저기서는 아즈모랑 어비스 길드도 죽어 나가던데……."
갓워즈 최고의 길드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그곳을 아직 제대로 스펙업을 마치지 못한 채, 암흑 대륙 초입조차 여전히 버거운 이들이 들어간다?
좋은 꼴을 보장하기 힘든 곳.
“그래도 들어가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길드 전부가 신의 무덤 입성을 논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새 시대가 열렸는데 뒤처질 순 없잖아?”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그리고 아즈모까지.
갓워즈 최고가 결정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대결이 펼쳐지는 무대,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을 남들처럼 모니터 너머에서 볼 수는 없다는 것.
“암흑 대륙 초입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단 차라리 신의 무덤에서 싸우다 죽는 게 나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의 무덤에 발을 들여놓아야 했다.
“이게 다 BJ대마도사 때문이라니까.”
그러한 사실 앞에서 10대 길드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BJ대마도사에 대한 날이 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이었다.
“온다.”
신의 무덤으로 가는 협곡 입구, 그곳에 모여 있는 10대 길드원들에게 소식이 전달됐다.
“BJ대마도사가 온다.”
BJ대마도사가 이곳에 온다는 소식.
그 소식에 모두가 나누던 대화를 멈추었다.
꿀꺽!
그리고 동시에 긴장감을 삼켰다.
뒤에서는 나라님 호박씨도 까는 법이지만, 어디까지나 뒤에서나 깔 수 있는 법.
하물며 BJ대마도사는 단순한 왕이 아니었다.
무자비한 폭력을 가진 폭군이었지.
그렇기에 모두가 침을 삼키면서 살폈다.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 분위기는 어때?”
그 폭군의 심기가 어떠할지.
“잠깐만.”
그 의문에 천리안 스킬 등을 통해 BJ대마도사의 얼굴 표정을, 주변 낌새를 살피고자 했다.
그사이 나머지들은 긴장했다.
‘지금 BJ대마도사 기분 상태가 안 좋을지도 몰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BJ대마도사가 온 힘을 다해 만든 길에 다른 길드들이 허락도 없이 발을 올려놓은 셈 아닌가?
BJ대마도사가 살벌한 낌새를 풍긴다면 오히려 그게 당연한 일.
“아."
그렇게 긴장감을 머금은 모든 이들에게 드디어 속보가 전달됐다.
“웃는데?”
“웃어?”
“어, 그것도 아주 해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