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화. < 134화. 폭군 (7). >
20.
소드 길드의 실수로 일어난 대참사.
그것을 본 이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 이건 안 될 거야.
- 답은 ‘도망’이다.
-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축제는 끝이 났고, 이제는 도망치기 바쁜 때가 되었음.
- 방송에도 안 나오네.
ㄴ 나오겠냐? 지금 튈 준비하고 있을 텐데.
그 증거로 BJ대마도사와 소드 길드, 두 길드의 라이브 방송은 현재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문구와 함께 폭군과 그 군대가 움직이는 광경만을 찍어주고 있었다.
마치 생방송 중 사고가 생겼을 때 먼 산만을 보여주듯.
- 자, 이제 다들 집으로 돌아갑시다. 아, 집이지.
- 오늘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음.
- 뭐, 이번이 끝이 아니잖아? 다음 번에 다시 하겠지.
그렇기에 이제 라이브 방송이 조만간 종료하리라 모두가 생각했다.
“설마 이렇게 일이 풀릴 줄이야.”
멀린과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이걸로 레이드는 끝이군.”
그 둘 역시 이제 더 이상 폭군 레이드는 불가능하리라 확신했다.
“그렇겠죠. 7백 마리도 힘들었는데, 2천 마리나 남은 상태에서 붙는 건…… 자살행위이니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직접 폭군을 상대해봤기에,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확신했다.
해서 미소를 지었다.
“인생이란 게 참 재미있단 말이야.”
그것도 깊은 미소를.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순간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리단이 영향을 미친 거겠죠. 그가 판을 흔드니까, 결국 소드 길드에 영향이 갔고, 데드라인이 나오고."
“그러니까 더 끝내주는 거지. 리단에게 돈 한 푼 주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니까.”
심지어 그 성과를 위해 감수하고자 했던 매우 큰 리스크는 아예 없었던 것이 된 상태였다.
본인들조차 생각하지 못할 만큼 완벽한 결과인 셈.
“문제는 이 다음인데……."
그렇기에 그 둘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분명 BJ대마도사와 소드 길드의 폭군 레이드는 실패했으나, 어디까지나 첫 번째 실패.
이후 BJ대마도사는 분명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춘 후에 폭군 레이드를 다시 시도할 터였다.
“어떻게 방해를 해야 BJ대마도사의 입에서 빌어먹을 게임이란 표현이 나올까?”
그리고 멀린과 엠마는 그 역시 실패에 이르도록 계획을 짜야 했다.
“일단은 고립시켜야……."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무언가 설명을 하려던 엠마의 시선이 TV화면을 향했고, 그 시선에 멀린도 시선을 돌려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 둘은 볼 수 있었다.
“뭐야? 소드 길드가 왜 전투를 준비하는 거야?”
다시 방송에 등장한 소드 길드의 검객.
그런 검객이 소리쳤다.
- 폭군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21.
쿵!
무장을 마친 채 칼날 같이 전열을 갖춘 채 움직이는 군대.
그러한 군대를 보면 대부분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떠올리고는 한다.
뛰어난 전열을 갖춘 채 마주한 적을 분쇄하는 정예 군사들과 그 군사들을 뒤에서 지휘하는 뛰어난 왕!
그러나 폭군은 달랐다.
애초에 정말로 그렇게 현명하게 그리고 영리하게 전투를 치렀다면 그 누구도 폭군이라 부르지 않을 터.
크르르!
폭군, 놈은 자신의 군대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반듯한 전열 따위에는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놈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단잠을 깨운 무리를 사냥하는 것뿐.
말 그대로였다.
쿵!
폭군은 전열에서 혼자 툭 튀어나온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플레이어 한 명을 발견하는 순간, 그 순간 그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결코 전쟁에 나온 군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사냥을 즐기러 나온 폭군의 모습일 따름.
[폭군이 당신을 마주합니다.]
[폭군이 당신의 천적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사냥이란 표현처럼, 폭군과 마주한 대상은 단숨에 폭군의 사냥감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천적 관계에서 전투가 성립될 리 만무.
크어어!
“헉!"
단숨에 사냥감과 거리를 좁힌 폭군이, 10미터의 괴물이 기껏해야 2미터에 불과한 플레이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사실 주먹을 날린다는 표현도 애매했다.
바닥에 있는 강아지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그런 표현은 누가 듣더라도 어색했으니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만약 그대로 맞는다면 결과물은 처참하기란 것.
‘피해!’
그 사실을 인지한 소드 길드의 탱커, 라가는 나름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했다.
아슬아슬하지만 용케 폭군이 자신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친 주먹을 그대로 피했다.
꽈릉!
그러자 굉음과 함께 라가가 있었던 자리에는 마치 운석이 충돌한 듯한 크레이터가 그리고 라가가 딛고 있는 땅에는 울림이 울렸다.
비유를 하자면 지척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상황.
‘어어!’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이 잠시 동안 날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폭군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다음 과정을 수행하기 움직였다.
어느새 자세를 잡고, 이번에는 반대편 주먹인 왼주먹을 라가를 향해 내리꽂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
‘온다!’
그러나 그 기습과도 같은 폭군의 움직임에 라가는 용케 반응했다.
그럴 만했다.
소드 길드의 탱커라는 건, 갓워즈를 대표할 만한 랭커급 탱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
실제로 라가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레벨은 415레벨, 소드 길드의 탱커로써 무수히 많은 업적을 누구보다 앞장선 채 세웠으며, 결정적으로 그러한 업적 속에서 가장 게임 오버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임에도 고작해야 11번의 죽음만을 경험한 실력자.
별이 될 자격이 충분한 자였고,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폭군의 공격에 반응할 만한 능력도 충분한 자였다.
‘피해야 해.’
당연히 머릿속으로는 명령을 내렸고, 몸 역시 움직였다.
‘아, 천적 효……."
그때 라가는 자신의 몸 상태가 평소와 전혀 다른 상태임을 깨달았다.
콰앙!
이윽고 폭군의 주먹이 라가를 뒤덮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그 뒤를 이어 네 번 더 주먹이 내리꽂혔다.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라가는 마네킹이 되었다.
- 맙소사, 라가가 죽었어? 1분도 못 버티고?
ㄴ 1분이 뭐야, 10초도 못 버텼는데.
ㄴ 미친, 이 정도였어?
그 광경을 본 소드 길드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는 경악 어린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크르르!
그때 라가를 해치운 폭군이 마네킹이 되어버린 라가를 인형 놀이하는 것마냥 집어 들더니 그대로 먼 곳을 향해 던졌다.
크라라라!
그 후에는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앞서 한 비유처럼 인형 놀이를 하듯이.
- 폭군이네.
그제야 비로소 모두가 왜 이 괴물에게 다른 그 어떤 이름도 아닌 폭군이란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걱정했다.
- 이걸 잡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소드 길드가 폭군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아득해 보였으니까.
- 그래도 폭군이니까 다행이지.
ㄴ 다행이라고?
ㄴ 그래, 저렇게 사냥하러 혼자 나와주잖아?
더 우스운 점은 이러한 폭군의 성격이 폭군을 공략할 수 있는 약점이라는 점이었다.
- 저렇게 혼자일 때 탱커 미끼 삼아서 딜링이라도 할 수 있지.
만약 폭군이 제 군대 뒤에 숨어 있었다면, 폭군을 마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 그마저도 폭군의 군대 오기 전에 해야 하지만.
달리 말하면 지금 폭군을 따라 폭군에게 다가오는 그의 군대가 오기 전에 어떻게든 딜링을 다시 뒤로 빠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 그리고 탱커들 다 뒤지기 전에 끝내야 하고.
더불어 데미지 딜링은 탱커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 가능했다.
어비스 길드가 그토록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던 이유였다.
폭군은 피를 보지 않고 잡는 것이 불가능한 괴물이었으니까.
"전열을 갖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객은 길드원들을 향해서 전투 속행을 요구했고, 새로운 탱커가 폭군 앞에 나섰다.
전투를 포기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고, 그 사실에 모든 이들은 의문을 품었다.
-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대체 왜 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없는데,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ㄴ 맞아, 소드 길드 실수로 폭군이 깨어났으면 최소한 책임은 져야지.
ㄴ 아무렴, 최소한 자존심은 지켜야지.
그 의문에 일부는 자존심을 언급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이대로 도망자가 되진 않겠다!
검객이라면 그리고 소드 길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검처럼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는 게 바로 소드 길드가 소드 길드인 이유였으니까.
물론 그러한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검객, 그가 외쳤으니까.
“BJ대마도사, 이제부터 시작해라!”
그리고 대답이 나왔으니까.
“들었지? 럭키야, 사생결단이다!”
크-왕!
그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 BJ대마도사랑 소드 길드가 같이 잡는다!
폭군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방법이 무엇인지.
22.
오우거의 괴성 그리고 폭군의 웃음으로 가득한 전장.
크-왕!
그 전장 위로 위엄 넘치는 포효 한 줄기가 태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럭키가 폭군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칼날과도 같이 섬뜩한 살의를 품은 채.
크르르!
그러한 살의를 온몸으로 마주한 폭군이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고개를 돌렸다.
- 화면 바뀌었다!
이제까지 오우거 군대만을 보여주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의 화면이 바뀐 것도 그 무렵이었다.
-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 조금 전 그거 럭키님 포효 맞지?
- 스킬 쓴 거야? 아님 그냥 소리 지른 거야?
그렇게 바뀐 화면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 혼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어? 폭군이 오잖아?
- 설마?
- 사생결단이다!
럭키가 폭군을 상대로 사생결단을 썼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채팅창의 모든 이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으니까.
- 미친! 정신이 나간 거야?
- 럭키님 죽게 생겼다 이 빌어먹을 BJ대마도사놈아!
- BJ대마도사가 드디어 럭키님 뒤통수 쳤네.
- 럭키님, 제가 이래서 검은 머리 솔로는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이미 앞서서 라가, 그 스타 플레이어가 폭군을 상대로 채 10초를 버티지 못한 것이 증명된 상황.
그런데 럭키를 앞세운다?
그 후의 결과는 뻔한 바.
- 럭키님! 그냥 BJ대마도사를 제물로 바치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 그런데 럭키님 어디 계시지?
- 그러네, 럭키님 어디 있어?
그러나 어디에도 럭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질 무렵.
크-왕!
럭키가 다시 한 번 포효했고, 그제야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은신?
- 럭키님 은신도 쓰시네?
- 아, 럭키님 보이지 않는 모습도 멋있어요!
럭키의 상태가 어떠한지.
그 후에는 의문이 들었다.
- 잠깐,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사생결단 상태에서 은신을 쓰면?
- 사생결단 쓰면 무조건 어그로 끌리는데 안 보이면 어그로가 어떻게 끌리는 거지?
사생결단은 강제로 어그로를 끄는 스킬, 그런데 그 상대가 안 보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폭군이 직접 보여줬다.
크러 러!
괴성을 내지른 폭군이 럭키가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럭키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보이는 건 럭키가 폭군, 자신을 향해 내쏟는 적의.
쉽게 말하면 낌새가 느껴질 따름이었다.
크-왕!
그러한 폭군의 접근에 럭키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은 숲의 나무들이 흔들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 빠르다!
그런 럭키의 움직임은 폭군도 쉬이 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 평소처럼 빨라!
더불어 그 움직임은 평소와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었다.
- 천적 효과 적용 안 됐다!
- 그렇지! 천적 효과는 보여야 하니까!
- 미친!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 BJ대마도사가 또 한 번 마법을 썼다!
그 사실에 채팅창 위로는 절망 어린 비명 대신 감탄 어린 환호성이 채워졌다.
크러러!
그리고 그러한 환호성은 럭키를 쫓는 폭군이 제대로 거리조차 좁히지 못하는 순간 더더욱 커졌다.
- 버틸 수 있다!
이 정도면 얼마든지 폭군으로부터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남은 하나였다.
- 그럼 딜만 하면 돼!
그 남은 시간 동안 과연 누가 어떻게 딜을 하는가?
사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 그런데 저거 맞추는 게 가능해?
현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럭키와 폭군, 그 둘의 속도는 엄청났으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 정도.
그런데 그걸 직접 맞춘다?
쉽지 않은 일.
- 나왔다!
그때 카메라가 이제는 럭키와 폭군이 아닌 BJ대마도사를 찍기 시작했다.
- 골렘 위다!
- 노잼 모드다!
10미터 신장에 이르는 흙골렘의 머리 위에서.
그렇게 골렘 머리 위에 오른 미다스의 눈앞의 시야는 어느 때보다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보이는 건 폭군의 몸뚱이뿐.
“후우."
더불어 미다스의 머릿속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큼이나 깨끗했다.
고민 따윈 한 점도 없었다.
분명 상황은 어려웠다.
이제부터 럭키를 따라 움직이는 폭군은 솔직히 노려서 맞출 수 있는 놈이 아니었으니까.
제아무리 미다스의 명중률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말해서 10번 던지면 그중 5번 정도 맞추면 다행일 정도.
해서 미다스는 꺼냈다.
“템 좀 바꿔 끼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장갑을 벗고 대신 새로운 장갑을 꺼냈다.
활활!
가죽이 타오르는 장갑을.
- 저거? 불꽃장갑?
- 추격 옵션!
불꽃 장갑.
144레벨짜리 아이템이지만, 대상 공격 시 다음 공격이 대상을 추격하는 옵션을 가진 장갑.
- 예전에 BJ대마도사 노린 암살자 잡고 얻은 건가?
ㄴ 그렇지. 정령의 숲에서 얻었지.
더불어 과거 미다스는 자신을 노리고 온 사냥뱀 길드원을 잡아서 불꽃 장갑을 얻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 불꽃 장갑은 달랐다.
그때 아이템은 진작에 조카 치킨을 사주기 위해 팔아치웠고, 지금 것은 급하게 구한 물건이었으니까.
허나,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 그때 멘트 장난 아니었는데. 이딴 템 들고 자기 잡으러 온 게 가당찮다고, 잡으러 올 거라면 좋은 템 끼고 많이 오라고.
ㄴ 그거 사냥뱀 길드 애들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ㄴ 사냥뱀 길드 애들이라면 진짜 역대급 굴욕 당하는 거네.
ㄴ 사냥뱀 길드가 이렇게 봉사활동 단체처럼 들리는 건 처음이야.
스토리가 있다는 것, 그게 중요했지.
물론 불꽃 장갑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과녁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화살을 맞게 하는 게 아니라, 9점짜리에 찍힐 것을 10점짜리에 찍히게 해주는 정도, 머리에 맞을 것을 미간에 맞게 해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고민이 없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서 쓸 수 있는 마법은 하나다.’
자신의 수중에는 무수히 많은 마법이 있었으나, 지금 이 순간 폭군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마법은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파이어볼.”
자신이 가장 많이 사용했고 그렇기에 이제는 눈을 감고도 맞출 수 있는 마법.
그 파이어볼 마법 외에는 지금 럭키를 쫓아 말도 안 되는 속도를 보여주는 폭군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캐스팅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잡았고, 그대로 골렘의 머리 위에서 먼 곳에 있는, 3백 미터 전방에서 럭키를 쫓아 빠르게 움직이는 폭군을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폭군의 뒤통수, 그 황금빛 과녁에 그대로 꽂혔다.
“흑염."
타깃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바로 흑염을 발동했다.
“헬파이어.”
그다음 마법은 당연히 대상의 방어력을 완벽하게 제로로 만드는 헬파이어!
그러한 헬파이어를 맞추는 건 훨씬 쉬었다.
퍼엉!
불꽃 장갑의 효과 덕분에 조준이 빗나가도, 정확하게 파이어볼이 맞은 부위를 공격했으니까.
[지옥의 불길이 폭군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시작했다.
“파이어볼.”
오로지 단 하나의 마법, 파이어볼 캐스팅했고, 던졌다.
[캐스팅 완료했습니다.]
쉼 없이.
“파이어볼.”
오로지 파이어볼만을 소환했고, 던졌고, 맞췄다.
- 뭐지? 왜 파이어볼만?
- 대폭발! 대폭발 갑시다!
- BJ대마도사님 우리 화려하게 선더볼트 한 방 쓰시는 게 어때요?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다른 마법을 쓰는 것을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쉼 없이 파이어볼만을 던졌다.
그러자 채팅창의 반응이 달라졌다.
- 아니, 파이어볼만 던지면 딜이 되나?
- 이거 폭군의 군대가 오는 중이라고!
소드 길드가 나서서 폭군의 군대를 막아세우고 있다고는 허나, 주어진 시간은 지극히 짧은 상황.
그렇다면 당연히 최단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딜링을, 소위 폭딜을 하는 게 마땅한 상황이었다.
“파이어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무려 5분 가까이, 헬파이어 이후에는 오로지 파이어볼만을 던졌다.
쿵!
“막아라! BJ대마도사에게 가는 놈들을 막아!”
그쯤에서 폭군의 군대가 소드 길드와 전투가 치열하게 변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다급하게 말했다.
- BJ대마도사님! 폭딜 하라고요, 폭딜!
이제는 다급함을 넘어서 불만과 분노마저 생길 지경.
크아아아!
그 순간 폭군이 괴성을 내지르며, 두 눈빛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 어? 다크 아이?
- 2페이즈?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발동하는 2페이즈, 다크 아이 모드.
무시무시한 모드였다.
다크 아이 모드가 발동한 폭군은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 건 물론 이제까지 맨손으로 싸우는 것과 다르게 무기를 썼으니까.
철컹!
그것도 그냥 무기가 아니라 거대한 도끼 두 자루를!
그렇게 폭군의 양손에 잡힌 쌍도끼는 보는 이들의 등줄기를 싸늘하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그것에 공포감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 맙소사.
진짜 무서운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 파이어볼만으로 2페이즈를 발동시켰다고?
BJ대마도사, 그의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링에 모두가 몸서리를 칠 뿐.
그러한 외침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여러분, 뭐 하나 빠진 거 생각 안 나세요?”
- 빠진 거?
- 뭐가?
곧바로 나오는 시청자들의 의문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잭팟!"
꾸우!
그 외침에 곧바로 하늘 위에서 거대한 새 한 마리가 그대로 낙하하기 시작했고 이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그렇게 착지한 잭팟에게 미다스가 명령했다.
“잭팟, 오리온의 노래다.”
꾸우!
미다스, 그가 폭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