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화. < 134화. 폭군 (6). >
17.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타임은 플레이어의 신체 상태에 크게 좌우됐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정신적인 피로도였다.
똑같이 2시간 동안 영화를 봐도 편하게 볼 때와 긴장한 채로 봤을 때의 피로도는 다른 법.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폭군 레이드는 소드 길드에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젠장, 처음부터 일이 꼬였어.’
하나, 일이 시작부터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전력을 다해 첫 번째 턴을 마무리한 후에 마땅히 취했어야 할 휴식, 그 휴식 기간 동안 소드 길드원들이 본 것은 BJ대마도사의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였으니까.
‘사냥도 잘 안 됐고.’
때문에 휴식을 가지지 못한 만큼 그다음 두 번째 턴에서 페이스를 늦추긴 했지만 그마저도 소드 길드원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페이스를 늦췄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이 처한 사실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였고, 동시에 이기더라도 이긴 게 아닌 상황이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BJ대마도사의 두 번째 턴이 왔을 때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 채 그의 행보를 봤다.
‘그런데 거기서 사냥뱀 길드 마스터, 그 새끼가 나오더니.’
자연스레 그 역대급 해프닝도 봤다.
더불어 그 해프닝은 소드 길드에 있어서도 적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거 우리 의심 받는 거 아니야?’
소드 길드가 질 것 같아서 사냥뱀 길드를 이용해 판을 망치려고 했다, 그런 여론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하더라도 개소리로 치부될 터.
허나, 문제는 소드 길드 입장에서는 이 대결 자체가 납득되는 대결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번 대결 자체도 정상적인 게 아니었고.’
애초에 검객이 BJ대마도사에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대결을 신청한 게, 그게 어비스 길드와의 어떠한 거래 때문이란 소문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더욱이 소문이란 게 문제였다.
차라리 확실하게 사실을 공개했다면 믿고 따랐겠지만, 소문인 이상 꼬리가 여럿 생길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소드 길드원들의 머릿속에도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런 식의 대결은 처음이라고.’
결정적으로 소드 길드원들에게 이렇게 여러 혼란 속에서 쫓기는 입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어비스 길드의 뒤를 잇는 2인자였고, 그들이 쫓는 대상은 어비스 길드뿐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정신적, 심리적으로 최악의 상태.
그런 상황에서 3번째 턴이 시작됐을 때 몇몇 플레이어들은 데드라인에 접어든 상태였다.
“강제 로그아웃이다!”
“빌어먹을, 탱커 라인이 무너졌어!”
특히 오우거를 상대하던 탱커들, 그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무척 컸고 그들 중에 아홉 명이 데드라인에 접어들어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했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그것도 정찰병이나 보초병 제거가 아니라 메인 부대를 상대하고 있을 때.
그게 이유였다.
“놓쳤다!”
소드 길드가 오우거를 놓치는 이유.
크어어어!
그리고 그렇게 놓친 오우거 투사가 그대로 전력으로 본진을 향해 달려갔다.
이윽고 소리가 났다.
크-엉!
[폭군이 깨어납니다.]
폭군이 깨어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18.
‘이거 팔면 얼마나 나오려나?’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암살왕의 단검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입가가 씰룩거리는 미다스.
헥헥!
그러한 미다스의 옆으로 럭키가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왜? 럭키야, 오늘 지루해?”
왕!
아무래도 전투 한 번 없이 대기만 하는 것에 좀이 쑤신 모양.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조만간 아주 대차게 싸울 테니까.”
‘럭키, 네 도움 없이 폭군 잡는 건 불가능하니까.’
말을 하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렸다.
사실 지금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소드 길드 턴이 끝나면 5시간째.’
일단 폭군을 마주하는 데까지 적잖은 플레이 타임을 소모한다는 게 문제였다.
‘휴식 시간이 긴 덕분에 오늘 플레이 타임은 최대 10시간까지 나오기는 하지만…….'
미다스가 원콤으로 오우거를 잡고, 그 남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갓워즈에서 장기전은 결국 정신력을 얼마나 아끼느냐,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
‘상대가 폭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문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8시간 넘게 게임을 한 후에야, 여러모로 컨디션이 베스트가 될 수 없는 상태가 된 후에야 폭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이지.’
그리고 그 폭군은 현재까지 갓워즈에 등장한 모든 보스 몬스터 중에 두 번째로 강했다.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란 다름 아니라 여황 개미 다음을 말함이었다.
애초에 잡을 수 없게 디자인된 그 몬스터 다음이란 것은, 잡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 중에는 최강이라는 의미.
막연한 표현이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도 전력의 절반을 잃었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가 제 몸으로 폭군의 무시무시함을 이미 증명한 바.
‘만약 아즈모와의 협력이 아니었으면 실패했을 거야.’
더욱이 그 당시 어비스 길드는 아즈모와 아즈모를 돕는 이들의 도움을 받은 상태였다.
정확히는 어비스 길드가 폭군과의 전투 때까지 전력을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아즈모와 친구들이 폭군의 군대를 제거해주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을 때 어비스 길드가 폭군 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폭군을 쓰러뜨려야만 그다음 무대, 신의 무덤으로 갈 수 있기에, 그렇기에 둘이 손을 잡은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레이드 과정에서 어비스 길드는 전력의 절반을 잃었다.
‘그러니까 소드 길드랑 같이 잡아야지.’
해서 미다스는 이번 대결에서 소드 길드와 승패를 나눌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솔직히 둘이 열심히 번갈아가면서 오우거 군대를 줄인다고 해도, 8시간을 기준으로 잡을 수 있는 오우거 숫자는 2천여 마리.
여전히 1천에 가까운 오우거 군대가 남아있을 터였다.
그런 상태에서 폭군을 잡아라?
‘나 혼자는 절대 못해.’
그것도 혼자서?
‘그리고 해서도 안 돼. 소드 길드가 해준 게 얼마인데, 패자의 굴레를 드릴 순 없지.’
하물며 미다스 입장에서는 지금 이 모든 건 프로레슬링과 같았다.
각본이 존재했으며, 그 각본 뒤에서 소드 길드는 고객이고 BJ대마도사는 판매자였으니까.
고객님이 웃으면서 나가게 해야 한다는 의미.
왕!
“그래, 럭키야. 한 3시간만 더 참으면 그때 진짜 날뛸 수 있어."
그렇게 미다스가 다음을 기획하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크-엉!
드래곤 피어를 뛰어넘는, 세상을 뒤흔드는 포효가 들렸다.
[폭군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고개를 돌리자.
그러자 보였다.
“미친!”
폭군, 암흑 대륙 초입을 지키는 최악의 악몽이.
19.
폭군.
세상에 처음 놈이 공개됐을 때의 모습은 검은색 철갑을 두른 채 뼈로 만들어진 왕좌에 깊게 파묻힌 채 코를 드르렁거리며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사자로 따지면 초원에서 배를 깔고 드러누운 채 잠을 자는 모습.
무섭다, 라는 느낌보다는 귀엽다, 라는 느낌이 퍽 들만한 모습이었다.
해서 처음에 놈을 봤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그리 위용이 넘치진 않는다고.
허나, 그 생각은 폭군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리고 뼈로 된 왕좌에서 일어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 폭군이 일어났다!
- 맙소사, 저 덩치 뭐야? 일반 오우거 투사 2배는 나오잖아!
폭군의 신장은 일반 오우거 투사의 2배, 무려 10미터에 이르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장이 일반 오우거 투사의 2배라면, 덩치는 그 이상!
- 산이 네, 산. 동산이야.
움직일 때마다 작은 산 하나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
-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지.
ㄴ 맞아, 모습은 애교지, 애교.
그러나 정말 무서운 건 그 외형이 아니었다.
진짜 무서운 건 폭군이 가진 능력들이었다.
크러러러!
[폭군이 지휘를 시작합니다.]
개중 가장 먼저 발동하는 건 폭군의 기괴한 포효와 함께 시작되는 스킬, 바로 군대 소집이었다.
그 군대 소집이 시작되는 순간 산개했던 모든 오우거 병력이 한 곳에 모였다.
그것 만으로도 아득한 일.
- 폭군의 군대가 전열을 갖춘다!
심지어 그렇게 모인 폭군의 군대는 마치 중세 시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열을 구축하고, 전선을 확보했다.
그것이 주는 압박감은 상식을 초월했다.
- 우와, 저걸 잡으라고?
5미터 신장의 무장한 오우거들이 칼 같이 정렬한 채 발을 맞춰 움직이는 광경은 막을 수 없는 재해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 저번에 어비스 길드 때랑 비교가 안 되는데?
ㄴ 당연하지! 그때는 7백 마리까지 줄였다고!
최초의 폭군 레이드였던 어비스 길드와 아즈모 콜라보 공략 당시에는 7시간 33분 동안 폭군의 군대를 야금야금 해치우며 그 숫자를 711마리까지 줄인 상태에서 폭군과 전투를 시작했다.
반면 지금은 2천 마리가 넘는 오우거 군단이 폭군의 지휘 아래에 전열을 갖추는 중이었다.
어비스 길드 공략 당시보다 3배나 많은 숫자가 왔다는 의미!
- 그때 7백 마리 앞에서 어비스 길드 실패할 뻔했었지?
심지어 그 엄청난 어비스 길드조차 7백이란 숫자를 버거워했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생각했다.
- 이거 못 잡겠네.
이번 폭군 레이드는 실패했다고.
- 결국 소드 길드가 패배했네.
다른 누구도 아닌 소드 길드 때문에.
그 사실에 가장 참담한 표정을 지은 건 다름 아닌 소드 길드였다.
당연했다.
‘하필이면…….'
일단 자신들이 패배자가 됐다는 사실, 그 사실이 소드 길드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여론은 어때?”
“최악이야.”
“얼마나?”
“우리가 질 것 같으니까 일부러 실수했다는 말이 나와.”
두 번째는 이번 실수를 세상이 순수하게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사냥뱀 길드를 고용한 것도 우리라는 소문도 덩달아 퍼지고.”
가뜩이나 리단에 의한 해프닝까지 벌어진 상태.
“저기 온다. BJ대마도사가.”
개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이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이 이야기지, 사실상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패배를 떠나 이번 일에 대해서는 사죄를 해야 했으니까.
‘젠장, BJ대마도사 성격에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
무엇보다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자를 순순히 용서하거나 적당히 처벌한 적이 없었다.
당장 조금 전 있었던 일이 그랬다.
사냥뱀 길드의 마스터 리단, BJ대마도사에게 이빨을 드러냈던 그가 어떻게 되었는가?
갓워즈에서 당할 수 있는 게임오버 방법 중 가장 처참한 방법으로 게임오버를 당했지.
그런 BJ대마도사가 과연 대뜸 시비를 걸고, 도발을 한 소드 길드를 가만히 놔둘까?
“그러고 보니 소원 있었지?”
“아, 소원!”
하물며 이번 대결에는 서로가 승자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사실 대개 이런 경우에 요구되는 소원은 두 가지였다.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달라 혹은 퀘스트나 게임을 할 때 도와달라.
좀 더 나아가면 자기 밑에 부하로 들어와라, 같은 소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이익이 남는 쪽으로 소원을 비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설마 길드 해체 같은 걸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BJ대마도사라면.”
그러나 BJ대마도사에게는 그런 상식적인 틀이 먹히지 않았다.
소드 길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비참한 상태에서 울기는커녕 도리어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겨야 하는 상황.
이윽고 BJ대마도사와 검객, 그 둘이 마주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실수를 했다.”
처음은 검객의 사과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사과에 소드 길드 전원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기어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
그러한 검객의 사과에 BJ대마도사는 반응하지 않았다.
예, 라는 대답은커녕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았다.
마치 이런 게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이빨을 들이민 소드 길드가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한 일이라는 듯이.
‘빌어먹을.’
소드 길드 입장에서는 울분이 치솟을 일.
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어? 왜 갑자기? 여기서 고개 숙이시면 안 되는데?’
미다스는 오늘 레이드를 소드 길드와 함께 공략하고자 계획을 세운 상태, 더불어 같이 승자가 되는 시나리오를 그린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소드 길드의 패배를 선언한다?
일단 드는 건 당혹감.
‘아! 이거 받아주면 안 돼!’
어쨌거나 그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여기서 패배 선언을 결코 받아주어서는 안 됐다.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번복될 순 없는 법이기에.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런 건 나중에 정하도록 하죠.”
‘일단 그냥 얼버무리자.’
때문에 미다스는 소드 길드의 패배 선언을 받아주지 않았다.
물론 소드 길드 입장에서는 속이 썩어문드러지는 일이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중요한 게 그게 아니라고?’
자신들, 심지어 검객이 각오를 하고 내뱉은 사과를 중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했으니까.
‘그냥 이렇게 된 거 뒤집어엎어?’
‘이 새끼, 그냥 확 질러버릴까?’
이쯤 되자 일부는 분노를 작정하고 폭발시킬 생각마저 했다.
그 순간이었다.
“폭군의 군대 상대로 혹시 20분 정도, 그 정도 시간을 벌어주실 수는 있습니까?”
미다스의 발언에 분노를 폭발시키려던 소드 길드원들이 그대로 분노를 삼켰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미다스의 발언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
‘잠깐, 이 인간이 설마?’
그러나 이내 그 의도를 깨달은 소드 길드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검객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레이드를 속행할 속셈인가?”
경악하는 그의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날 순 없죠. 그리고 소드 길드가 20분 정도만 벌어주시면 해볼 만합니다.”
이어서 나온 발언에 소드 길드원들 중 그 누구도 이제 분노를 품지 않았다.
대신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이 말도 안 되는 군대를 앞에 두고, 폭군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그러한 소드 길드를 대표해서 검객이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의 사생결단으로 폭군을 무리에서 끄집어낼 겁니다.”
왕!
그 말에 검객은 놀람 대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럭키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장담하지. 럭키의 스펙으로는 폭군으로부터 5분도 못 버틴다.”
분명 사생결단을 이용해서 폭군만을 끄집어내는 건 유효한 전력이었다.
허나, 폭군은 한 존재가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게 폭군이 무서운 두 번째 이유였다.
"천적 스킬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폭군의 또 다른 기본 스킬은 천적!
이 스킬의 효과는 간단했다.
폭군이 바라보는 대상은 폭군이 천적이 되는 것 그리고 천적이 되는 순간 모든 능력치가 50퍼센트 감소하는 반면, 폭군의 능력치 25프로가 증가했다.
그냥 맞서 싸워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과의 차이가 2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
검객의 말처럼 제아무리 럭키라고 해도 폭군을 마주하는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천적 스킬은 폭군이 바라보는 단 하나의 대상만을 향한다는 점이었다.
바라보는 게 달라지면 천적 효과는 사라지고, 다음 대상으로 이동하는 셈.
“폭군을 막는 방법은 어그로 핑퐁뿐이야.”
때문에 폭군 사냥의 기본은 다수의 탱커들이 돌아가면서 폭군의 어그로를 끄는 수밖에 없었다.
“사생결단은 최악의 스킬이지.”
달리 말하면 어그로 핑퐁 자체가 불가능한 사생결단은, 사실상 자살행위와 같다는 의미.
“그렇죠.”
미다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이런 식의 전술 전략 따위는 이번 레이드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그 천적 효과, 보이는 대상에게만 유효하잖아요?”
지금 미다스 꺼내는 암살왕의 단검, 본래 리단의 물건이었던 것이 있기 전까지는.
“그럼 보이지 않는 대상은 어떨까요?”
그 말과 함께 암살왕의 단검을 검객에게 건네주는 미다스, 그 덕분에 암살왕의 단검 옵션을 확인한 검객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천적 효과가 발동하지 않으면 럭키도 충분히 폭군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
럭키가 싸울 필요도 없이 도망만 치는 거라면 충분한 일.
물론 사냥은 도망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딜링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미다스가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였다.
“지금 제 앞에서 딜링 이야기를 꺼내신 겁니까?”
데미지 딜링만 놓고 보자면 저기 있는 폭군보다 더 폭군 같은 갓워즈의 유일한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