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화. < 134화. 폭군 (5). >
13.
1시간씩 돌아가며 오우거를 더 많이 사냥하는 쪽이 이기는 대결.
이제껏 갓워즈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갓워즈 최고의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붙는 대결.
기꺼이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결이었고,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감히 숨 돌릴 여유조차 찾기 힘든 대결이었다.
허나, 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아무리 편한 영화관이라고 해도 그리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해도 러닝 타임이 3시간을 넘어갈 때면 보는 것이 힘들고, 지루해지기 마련.
지금 타이밍이 그러했다.
소드 길드의 두 번째 턴이 끝날 무렵, 딱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시청자들은 슬슬 피로감을 느꼈다.
- 숨은 BJ대마도사 찾기다!
- 상금도 있네?
- 추첨으로 100명에게 1만 달러!
- 와,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그 무렵에 나온 BJ대마도사의 이벤트 소식은 피로감에 젖은 시청자들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해서 적지 않은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 역시 BJ대마도사, 쇼가 뭔지 안단 말이야.
- 지루할 무렵에 지루하지 않게 이벤트를 해주네.
이 이벤트는 지친 시청자들을 위해 하는 이벤트라고.
그럴 뿐이라고.
리단,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가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 때, 그로 인해 그가 잠시 동안 라이브 방송에서 모습을 감추었을 때, 그는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건 그냥 쇼일 뿐이야.’
마술사가 무대 위에서 마술을 부리기 위해 사라지는 것,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까.
더불어 리단에게는 그런 마술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그런 것에 쓸 신경은 없어.’
폭군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오우거 군대의 밀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법.
밀도가 높아질수록 리단이 느끼는 위협 그리고 긴장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후우.’
이제는 숨소리조차 속으로만 삼켜야 할 지경.
더욱이 리단의 스펙은 오우거를 상대로는 가소롭기 그지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꺼이 그리고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암살왕의 단검이 있는 한, 나는 할 수 있어.’
암살왕의 단검.
388레벨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퀘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 단검의 존재를 아는 건 갓워즈에 극히 드물었다.
확실한 건 공개적인 자리에서 암살왕의 단검 옵션이 공개된 적은 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암살왕의 단검이 가진 주요 효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은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은신 스킬 사용 시 공격을 해도 은신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
이 중에서도 핵심은 후자였다.
암살자 클래스의 경우에는 공격 시 대상에게 상태 이상을 줄 수 있는 스킬이 여럿 있었다.
문제는 은신 상태에서 공격을 하거나 공격을 받게 되면 은신이 풀리며, 다시 은신을 쓰는 데에는 10분이 넘는 쿨타임이 걸린다는 것.
그러나 암살왕의 단검이 있으면 위험한 순간 얼마든지 위기를 모면할 만한 공격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몇 번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물론 무한정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공격 시 은신이 풀리지 않을 뿐, 공격을 당할 경우에는 은신이 풀렸으니까.
무리하게 오우거를 공격했다가 성난 오우거의 눈먼 공격에 맞으면 그야말로 최악의 일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단 정도 되는 실력자에게 몇 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었다.
‘한 번이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했다.
‘BJ대마도사, 놈이 쇼를 하는 동안 폭군에게 단 한 번의 공격만 날리면 된다.’
그 누구도 자신을 방해할 수 없으리라고.
그러한 확신 속에서 리단이 다시 움직였다.
스윽!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있던 자리의 수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4.
스윽!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무언가에 짓눌린 듯 움직이는 풀쪼가리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이 새끼 봐라.’
보이지 않는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카모플라쥬 스킬을 발동한 미다스였다.
이벤트를 빌미 삼아 정체를 감춘 채 움직인 미다스는 바로 이 빌어먹을 훼방꾼을 쫓았다.
사실 그때가지만 해도 목적은 하나였다.
그냥 보는 즉시 어스퀘이크 마법을 써서 이 빌어먹을 훼방꾼 놈의 수명을 끝장을 내자고.
괜히 대화나, 연출 따위를 하려다가 돌발상황이 나오는 일 따위는 피하자고.
‘사냥뱀 길드 마스터일 줄이야.’
그러나 그 훼방꾼이 다른 누구도 아닌 사냥뱀 길드의 마스터, 리단이라는 것을 파악했을 때 미다스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처치하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오우거들도 버티지 못하는 광역 마법에 리단이 버틸 리 만무.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결국 날 엿 먹이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미다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리단이 이곳에 온 이유는 오직 하나, 과거에 여러 번 쌓여온 원한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리단을 처치한다고 해서 끝날까?
장담컨대 사냥뱀 길드는 거듭해서 미다스를 방해하기 위해 또 다시 덤벼들 터.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넘어가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깽판이 먹힌다는 것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사냥뱀 길드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수작을 부릴 터.
때문에 여기서 리단을 단순하게, 그저 눈 먼 마법에 휘말리는 불상사를 위장해서 처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여기서 끝장을 봐야해.’
보는 순간 사냥뱀 길드는 물론 그 누구도 감히 BJ대마도사의 무대에 깽판을 부리지 못하게 만들 만큼 확실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의미.
‘오냐.’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갓워즈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게임 오버를 경험케 해주마;
15.
등장한 가고일 석상 두 개.
크어어!
크아아!
그러한 석상을 향해 눈이 뒤집힌 채 달려오는 155마리의 오우거 군대가 등장하는 순간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 왔다!
- BJ대마도사 등장이다!
그와 동시에 다시 라이브 방송에 등장한 BJ대마도사, 그런 그를 향한 환호성에 채팅창 역시 지진이 난 것처럼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아, 젠장! 왜 거기서 등장하는 거야!
- 오예! 난 맞췄다
그 뒤를 이어 진짜 지진이 일어났다.
두두두!
어스퀘이크!
이번에도 인페르노와 블리자드 그리고 스톤 에이지와 함께 발동된 지진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 진짜 볼 때마다 경악스럽네.
- 게임 진짜 쉽게 하네.
- 이것도 게임이냐?
-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이번에 세 번째임에도 보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말문이 쉽사리 열리지 않을 정도.
“아, 게임 참 어렵네요. 이렇게 막 몬스터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마법을 대체 어떻게 맞추라는 겁니까?”
미다스의 턱도 없는 헛소리에 이렇다 할 반박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
그 무렵이었다.
“진짜 스킬 디자인 쓰레기처럼 했다니까. 이거 뭐 마법을 쓸 수가 없네, 쓸 수가 없어. 뭐가 제대로 보여……."
듣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소리를 멈추지 않고 내뱉던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 뭐야? 왜 말을 멈춰? 어?
- 표정? BJ대마도사 표정이 갑자기 굳었네?
그 변화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휙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가리켰고, 라이징 스타 채널의 카메라 역시 그대로 그 방향을 가리켰다.
- 어?
그러자 모두가, 현재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8억 명의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플레이어?
- 플레이어!
지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오우거들 사이에서 같이 허우적거리는 플레이어 한 명을.
그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누구지? 저거 누구야?
- 미친놈, 왜 저기 있대?
- 소드 길드원인가? 그런데 이미 소드 길드 턴 끝나서 있을 이유가 없는데?
가장 큰 의문은 대체 왜 이 세기의 대결에 플레이어 한 명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는가, 하는 부분.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 복면 쓴 게 직업이 암살자 같은데, 저 새끼 혹시?
- 확실해! 저 새끼 깽판 치려고 온 거임!
- 비매너범이다! 개새끼다!
이런 상황에서 난입을 하는 인간의 목적이 아주 좋은 의미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리단, 리단 같습니다.”
그러한 예상은 미다스가 상대방의 캐릭터 네임을 언급하는 순간 확신이 됐다.
- 응? 누구?
- 리단? 설마 그 리단?
- 사냥뱀 길드 마스터!
사냥뱀 길드 마스터 리단.
그의 등장에 채팅창에는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 맙소사, 사냥뱀 길드 마스터가 BJ대마도사를 노리고 온 거야?
사냥뱀 길드와 BJ대마도사의 악연은 이미 세상 모두가 아는 바.
- 와, 복수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 사냥뱀 길드 독하다, 독해.
- 그보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리단이잖아?
더불어 리단은 이제까지 사냥뱀 길드의 마스터로 무수히 많은 이들을, 별들을 나락에 떨어뜨린 자였다.
- 리단은 단 한 번도 표적을 놓친 적이 없어.
ㄴ 그리고 단 한 번도 PK를 당한 적도 없고.
반면 본인은 단 한 번도 나락에 떨어진 적이 없는 자.
암살에 있어서는 갓워즈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다.
- 마법사 킬러지.
개중에서도 마법사나 궁수 같은 원거리 계열에게는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는 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암살자와 최악의 궁합이 바로 그 두 직업이었으니까.
특히 방어력과 기동력이 무의미한 마법사들은 암살자들에게 있어 뱀 앞의 쥐나 마찬가지.
물론 BJ대마도사는 달랐다.
- BJ대마도사님, 그냥 여기서 끝냅시다!
- 대폭발! 대폭발 던지세요!
- 아니야, 럭키님 부를 차례야!
그에게는 강력한 마법이 있었으며 동시에 강력한 동료 역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리단이라고 해도 오히려 승산은 BJ대마도사에게 있으리란 게 모두의 생각.
해서 모든 시청자들은 일단 BJ대마도사가 마법을 하나, 강력한 마법을 던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어?
그러나 그런 시청자들 앞에 펼쳐진 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진이 일어나는 곳으로 몸을 던지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이었다.
- 뭐야?
암살자와 거리를 벌려도 바쁠 판에 도리어 암살자에게 거리를 좁혀준다?
상식 밖의 일.
그러나 더 상식 밖의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퍼억!
단숨에 리단과의 거리를 좁힌 BJ대마도사의 주먹이 그대로 리단의 얼굴 정면에 꽂혔다.
“크헉!”
가뜩이나 지진에 따른 마비 상태 이상 효과로 움직이지 못하던 리단이 그 공격에 거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
두두두!
그렇게 넘어진 리단의 몸이 마치 달구어진 팬 위의 콩처럼, 들썩이는 땅 위에서 팡팡 튀어올랐다.
그때 미다스가 그대로 리단의 가슴팍을 방석삼아 앉은 후에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억!
격투기에서 흔히 파운딩이라고 하는 기술.
퍼억!
그렇게 한 번 포지션을 잡은 미다스가 주먹을 한 발씩, 아주 제대로 한 발씩 리단의 얼굴에 꽂았다.
- 와, 살다살다 마법사가 암살자 주먹으로 때려잡는 걸 보게 될 줄이야?
- 주먹을 패네, 패.
갓워즈의 상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 그런데 딜 겁나 세게 막히는 거 같다.
- 진짜 물리 마법이네.
더 놀라운 건 그 공격의 위력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할 만큼 위력적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위력을 떠나서 이런 광경 자체가 극히 보기 힘들었다.
갓워즈란 게임에서 그냥 때리면 때리고, 찌르면 찔렀지 길거리 싸움마냥 몸뚱이 위에 올라타서 주먹질을 하는 것은 소위 저레벨들, 한 자릿수 레벨대의 플레이어들도 하지 않는 짓이었으니까.
- 어우! BJ대마도사님 좀 참으시죠?
- 어허! 형! 참아!
- 형, 때릴 때 때리더라도 마법으로 때려주자. 맞는 입장에서 너무 비참하잖아?
- 와, 리단 불쌍하다, 불쌍해.
도리어 맞는 상대에 대해서 동정심마저 생길 정도였다.
- 아니, 잠깐만.
그리고 그 대목에서 수억 명의 시청자들은 느꼈다.
- 맞는 새끼는 리단이잖아?
이제까지 온갖 비매너를 저지르면서 정작 본인은 단 한 번도 심판을 받아본 적 없는 자.
어느 누구보다 비참하게 죽어 마땅해야 하는 자.
그런데 지금 그 자를 향해 동정심을 품는다?
그건 달리 말하면 지금 BJ대마도사의 응징이 상대를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비참하게 만든다는 의미였다.
- 맙소사.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채팅창에는 분노와 환호처럼 채팅이 쏟아지기보다는 소름이 돋듯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퍼억!
이윽고 미다스의 주먹이 리단의 머리통을 두드리는 순간, 리단의 몸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와 동시에 땅이 무너지며 그들을 덮쳤다.
- 어? 어어!
- 뭐야?
지진의 여파가 미다스와 리단을 덮치는 순간, 그 순간 채팅창은 소란스러웠다.
그때 여전히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아래에서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손에는 리단을 짐짝마냥 쥔 채로.
그러한 리단의 몸은 마네킹처럼 변해 있었다.
게임 오버의 증거.
- 암살자가 마법사한테 주먹에 맞아 게임 오버 당할 줄이야.
그것도 다른 마법도 아닌 주먹에 의한 게임 오버였다.
사냥뱀 길드의 마스터, 비매너의 정점에 있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의 사인(死因)치고는 너무나도 비참하기 그지없는 그 사실에 채팅창에는 잠시 동안 적막이 흘렀다.
두두두!
그리고 그 무렵에 지진도 잦아들며 적막감이 더 짙어졌다.
이후 광경도 마찬가지였다.
150마리가 넘는 오우거들이 고작 마법 콤보 한 번에 전부 몰살을 당한 상태.
그 처참한 곳에서 그 어느 것보다 비참한 응징을 마친 BJ대마도사의 모습에 더 이상 평소에 보던 장난기 같은 느낌은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이템 루팅.”
무덤덤한 표정으로 플레이어를 처치한 보상을 선택했다.
마치 지금 일어난 이 역대급 해프닝이 본인에게는 그다지 별거 아니라는 듯이.
- 저기 BJ대마도사님? 이거 엄청난 헤프닝 아닌가요?
- 뭐지? 솔직히 여기서 사냥뱀 길드에 선전 포고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 갑자기 내가 더 혼란스럽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죠. 운전하다가 재수 없으면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치는 일도 있잖아요?”
그 말, 어떤 의미에서는 분노를 토해내는 것보다 더 섬뜩한 말이었다.
BJ대마도사가 보기에 사냥뱀 길드의 마스터는 고작 고라니 정도, 멧돼지도 아니고 초식 동물에 불과하다는 의미였으니까.
- 그래, 고라니 정도이니까 주먹으로 팬 거구나.
- 고라니 상대로 총은 좀 그렇지.
특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행위, 마법사가 갓워즈 최강의 암살자를 주먹으로 때려죽인 행위는 그의 발언에 절대적인 무게감을 실어줬다.
“덕분에 이번 제 턴이 꼬이긴 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사람 일이란 게 그런 거지.”
때문에 미다스가 그 발언을 했을 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우,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
지금 미다스가 연기를 하는 것이며, 그 심장은 어느 때보다 터지기 직전이란 것을.
‘제발 이 허세가 먹혀야 하는데, 제발.’
그도 그럴 것이 쥐뿔도 없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름 도박을 하듯 승부수를 던진 셈.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 템은 봐도 봐도 놀랍네.'
지금 미다스의 인벤토리에 새로이 습득한 리단의 아이템들.
[암살왕의 단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388레벨
- 이름마저 밝혀지지 않은 암살왕이 쓰던 단검이다. 암살왕의 비기가 숨겨져 있다.
- 공격력 : 666
- 근력 +666
- 체력 +666
- 착용 시 이동 속도 44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공격 속도 44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은신 스킬 사용 가능
- 착용 시 공격을 하더라도 은신 스킬이 해제되지 않음
그중 암살왕의 단검이란 아이템이 가뜩이나 두근거리는 미다스의 심장에 지진을 일으켰으니까.
‘공격해도 은신이 안 풀린다니, 이런 게 있을 줄이야.’
단순히 설명하면 맞지만 않는다면 은신 상태에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옵션 아닌가?
이미 일찌감치 리단을 발견했을 때 그가 이 아이템을 착용한 걸 알고, 옵션도 본 상태이지만 그래도 자기 인벤토리에 들어온 걸 봤을 때와는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일.
‘이걸로 당분간 돈 걱정은 끝이다.’
무엇보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단숨에 비어가던 곳간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오늘 밤은 치킨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폭소를 내뱉을 지경.
그게 미다스가 무덤덤한 표정을 연기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여기서 좋아하는 내색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편으로는 이게 한계였다.
“어쨌거나 상황이 이러니, 이번 턴에서 어스 퀘이크 3번 쓰는 건 힘들 것 같네요. 일단 어스 퀘이크 쿨타임 돌아올 때까지 쉬겠습니다.”
‘일단 릴렉스, 정리부터 하자.’
미다스가 휴식을 선언했고, 그 사실에 채팅창도 잠시 동안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었다.
- 맙소사, 빅 이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지.
16.
- 설마 사냥뱀 길드 마스터가 깽판을 치러 올 줄이야.
ㄴ 그리고 그런 사냥뱀 길드 마스터가 BJ대마도사한테 맞아 죽을 줄이야.
사냥뱀 길드 마스터의 등장은 슬슬 지루함에 나오는 하품이 잦아지던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았다.
- 어우, 갑자기 정신이 확 드네.
생기를 잃던 눈에 빛이 감돌 만한 일.
- 그보다 이거 BJ대마도사가 이번에도 결국은 소드 길드보다 적게 잡은 거네?
ㄴ 그러네? 원래대로라면 어스퀘이크 콤보 3번 써서 한 턴에 최소 400마리 이상 잡았어야 하니까, 잠깐 지금 어떻게 되는 거지?
ㄴ 지금 소드 길드가 709마리, BJ대마도사가 601마리임.
ㄴ 전투 시작하고 8시간째 되면 폭군 움직이잖아? 그럼 이제 턴 2번씩 밖에 안 남은 건데 이거 혹시?
더욱이 이번 해프닝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의 우세가 예상됐던 판세가 예상을 벗어났다.
여러모로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 일.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좋을 건 없지.”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는 어수선함을 넘어 구멍 난 배처럼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다들 정신 차려, 이럴 때 쉬어야지. 앞으로 최소 4시간을 더 방송을 해야 해.”
그런 상황에서 박영준만이 여전히 처음의 텐션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밥이나 먹고 와. 먹고 싶은 거 뭐든 좋으니까 주문해.”
“네!”
“감사합니다!”
그러한 박영준의 말에 라이브 방송실 내의 가라앉던 분위기가 조금씩 떠올랐다.
물론 박영준의 속내는 달랐다.
‘사냥뱀 길드 마스터가 움직였다…….'
그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심해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것마냥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단은 사업가다.’
그가 아는 사냥뱀 길드는 비매너 행위를 통해 돈을 버는 곳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되, 그거로만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야.’
그런 길드를 만들고, 그러한 길드의 정점에 있는 자가 그저 원한 관계 때문에 이런 판에서 움직인다?
그럴 가능성은 전무.
그렇다는 건 결국 그를 움직이게 만든 누군가가 있다는 의미.
‘어비스 길드가 수작을 부린 거야.'
그리고 이 시점에서 사주한 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비스 길드가 궁지에 몰렸군.’
더불어 그들이 어떠한 심정으로 이러한 사주를 했는지, 그것을 추측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어비스 길드는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박영준은 어비스 길드가 이런 막장이나 다름없는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
그건 곧 어비스 길드가 느끼는 압박감과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오가 박영준의 예상 이상이라는 뜻.
포커판으로 치면, 눈앞에 상대가 얼마나 절박한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판을 새로 짜야해.'
도박사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일이었고, 때문에 박영준은 스스로를 추슬렀다.
그 순간이었다.
“어?”
다시 시작된 소드 길드의 턴, 그들의 라이브 방송을 모니터링 하던 직원 한 명이 소리쳤다.
“사, 사장님!”
그 말에 고민에 빠져있던 박영준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그 순간 박영준도 볼 수 있었다.
“……놓쳤잖아!”
도망치는 오우거 두 마리를 추적하는, 그러나 오우거 무리에 닿지 못하는 소드 길드원들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