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34화 (434/485)

434화.  < 134화. 폭군 (1). >

1.

반전은 언제나 먹히는 법.

- BJ대마도사가 말했다! 나 혼자 한다고!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여준 반전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먹혔고, 그러한 반전에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들이 뒤흔들렸다.

- 드디어 매치업이 성사됐다!

- 소드 길드 대 BJ대마도사!

- 폭군 먼저 잡은 쪽이 전부 다 가진다!

그리고 시작된 빅 매치, 아니, 세기의 대결에 세상은 열광했다.

당연히 그 열광 속에서 의문을 던지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이 매치업이 성사될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

“게임이 될 리가 없어.”

멀린은 그 극소수 중 한 명이었다.

당연했다.

“탐험가 길드가 작성한 보고서에 나온 대로라면 BJ대마도사에게는 그냥 오우거 메인 부대 하나도 힘들어.”

이미 수일에 걸친 감시를 통해 나온 보고서가 있었으니까.

“평소 착용하던 것과 다른 무기를 꼈다고는 하지만, 고작 무기 하나 달라진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고.”

아주 자세한 보고서가.

“루스,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제 이름을 걸고 말했다고.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소드 길드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갓워즈 최고의 안목을 가진 이의 서명이 적힌 채.

그런 보고서를 본 멀린 입장에서 BJ대마도사의 지금 발언은 이렇게 보일 따름이었다.

“허세 부리는 거야.”

절벽에 몰린 이의 마지막 발악을 할 뿐이라고.

엠마의 생각도 다르진 않았다.

“가능할 리가 없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결코 말이 될 수 없는 승부.

“문제는 왜 BJ대마도사가 그런 허세를 부리는가, 하는 부분이죠.”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BJ대마도사란 인물은 절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허세를 부리는 이가 아니었다.

때문에 엠마의 말에 멀린도 부리던 짜증을 멈추었다.

“또 노림수가 있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BJ대마도사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에요.”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에 멀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드 길드가 실패하는 것.”

그러나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의 표정이 바뀌었다.

“맙소사.”

이윽고 무언가를 눈치챈 듯 어느 때보다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래서 이런 수작을 부린 거군. 소드 길드를 흔들고, 그로 인해 그들이 무리하면서 실패하기를 바라면서.”

멀린의 말에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상대는 다른 무엇도 아닌 폭군이니까요. 그런 폭군을 상대로 당장 소드 길드도 승산을 가늠하긴 힘들어요.”

“아무렴, 우리도 그때 천운이 따르지 않았으면 레이드에 실패하고 전멸했을 테니까.”

“그런 폭군을 앞에 두고 소드 길드의 지금 심정이 어떠할까요? 심지어 BJ대마도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나 혼자 하겠다고. 얌전하던 멘트가 아니라 공격적인 멘트를 날렸어요. 그 멘트를 들은 소드 길드원들은 지금 어떨까요?”

“……분명한 건 평소와는 다르겠지.”

대답을 한 멀린은 소름이 돋은 듯 제 손으로 자신의 팔 부근을 한 번 어루만졌다.

“설마 거기까지 노림수를 심어뒀을 줄이야.”

그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의 발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후의 도박이었던 셈.

“골치 아프군.”

더욱이 이 도박수는 안다고 해서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폭군 상대로는 우리가 어떻게 해줄 게 없는데……."

폭군은 현재까지 갓워즈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 중 최강 그리고 최악이란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괴물이었으니까.

"잠깐."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멀린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방법이 없진 않군.”

2.

폭군.

그 단어대로 놈은 암흑 대륙 초입에 등장하는 오우거들의 왕, 그것도 매우 흉포한 왕이었다.

더불어 왕이라는 단어에 맞게 등장하던 보스 몬스터들과는 달랐다.

첫 번째, 왕답게 머무는 지역이 남달랐다.

폭군이 자리 잡은 곳은 신의 무덤으로 가는 거대한 협곡의 입구 앞이었고, 그 협곡 앞에는 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돌과 나무로 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벽 앞에는 왕을 따르는 오우거 무리들이, 일명 폭군의 군대들이 곳곳에 배치된 상태였다.

그렇게 곳곳에 배치된 오우거 부대의 숫자는 32개!

각 부대에 평균적으로 1백 마리의 오우거가 배치되니, 무려 3천이 넘는 오우거 부대가 진을 치고 있는 셈이었다.

- 정면으로 덤벼들어서 폭군을 잡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지.

그런 어마어마한 군대를 뚫고 폭군과의 전투를 이어서 치른다는 것은 아직 플레이어 숫자가 많지 않은 암흑 대륙 초입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불가능한 일.

- 그렇다고 뒷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이 폭군의 군대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어떻게든 폭군의 군대 숫자를 줄이고, 폭군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

이 대목에서 암흑 대륙의 오우거를 사냥한 이들은 눈치를 챘다.

- 보초병하고, 정찰병 잡으면 부대에서 병력이 나오잖아? 그런 걸 유인해서 야금야금 빼내는 수밖에 없어.

왜 갓워즈가 자신들에게 독특한 전투를 경험케 했는지.

즉, 정찰병이나 보초병을 건드려서 폭군의 주변을 지키는 병력을 제거하는 게 폭군 공략 방법이었다.

아득한 방법이었다.

- 그래, 미친 방법이지. 정찰병이나 보초병 잡아서 유인한 병력 중에 한 마리라도 놓치면 폭군이 움직이니까.

ㄴ 심지어 오는 병력에는 오우거 투사도 있음!

유인한 병력을 상대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할뿐더러, 일반 오우거 메인 부대와 달리 폭군을 지키는 오우거들 중에는 오우거 투사들, 어지간한 네임드 몬스터급 강함을 가진 놈들이 존재했다.

실수 없이 네임드 몬스터 사냥을 해야 한다는 의미.

- 시간 제한도 있더라. 보니까 8시간 지나면 폭군이 움직이던데?

특히 이러한 방법을 영원히 쓸 수 없었다.

폭군의 군대를 공격하고 8시간이 흐른 다음부터는 폭군이 무조건 직접 움직였으니까.

- 화력도 화력인데 어느 때보다 순간적인 화력이 중요할 때야.

ㄴ 검객 같은 강력한 딜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소드 길드, 그들이 폭군 공략을 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였다.

더욱이 소드 길드가 가진 이점은 검객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폭군의 군대 배치도를 갱신했습니다.”

“현재 큰 변화는 없습니다.”

BJ대마도사에게 선전포고를 한 직후 소드 길드는 폭군의 주변을 배회하며 폭군 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모든 종류의 정보 수집 및 분석을 끝내는 건 물론 실시간으로 변화된 정보를 새로이 갱신하는 중이었다.

반면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이제 막 폭군 레이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여러모로 소드 길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견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저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소드 길드원들의 분위기에는 안 좋은 낌새들이 제법 보였다.

“진짜 혼자 덤비는 걸까요?”

이유는 당연히 BJ대마도사의 상식 밖의 행보.

물론 그가 혼자 덤비는 게 무서운 건 아니었다.

“뭔가 분명 꿍꿍이가 있는 거겠죠?”

무서운 건 BJ대마도사가 이번 레이드에서 상식 밖의 방법을 꺼낼지도 모른다는 것.

실제로 그에 대해서 소드 길드원 중 몇 명은 지인들을 통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들은 상태였다.

“어비스 길드에 있는 친구 녀석이 말해주는데, BJ대마도사가 판을 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더군요.”

“저도 들었습니다. BJ대마도사가 그냥 무식하게 폭군의 군대를 자극해서 레이드를 사실상 못하게 만들 속셈이라고."

그중 가장 그럴싸한 건 지금 말처럼 판을 망치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폭군 공략은 그 어떤 보스 몬스터 레이드보다 세밀함과 긴밀함이 요구됐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깽판을 치면?

대뜸 폭군을 향해서 블리자드라도 쓴다면?

소드 길드 역시 레이드 진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포기할 수밖에 없을 터.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나 그에 대해서 검객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갓워즈란 게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뭘 하든 그건 BJ대마도사 자유이니까.”

“그래도 정말 그렇게 하면 매너가 아니잖습니까?”

“한 달 넘게 폭군 레이드 공략을 준비한 상태에서 싸우자고 말한 건 매너인가?”

더군다나 검객이 보기엔 이미 이 대결은 공평함이나 매너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도 솔로를 상대로?”

그런 식으로 계산을 한다면 정말 불만을 품어야 할 상대는 소드 길드가 아닐 테니까.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뭘 하든 상관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검객은 BJ대마도사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 그가 작심하고 우리의 레이드를 방해한다면, 우린 그 방해 요소를 제거한 후에 폭군 레이드를 진행하면 될 뿐이니까."

오히려 반대, BJ대마도사가 폭군이 아닌 소드 길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면 소드 길드 역시 이빨로 마주할 뿐.

그 사실에 소드 길드원들의 얼굴에 각오가 어렸다.

“저기, BJ대마도사가 옵니다.”

그리고 그 각오 어린 표정으로 BJ대마도사를 바라봤다.

그러한 표정을 향해 검객이 말했다.

“그럼 인터뷰를 준비해야겠군.”

3.

빅 이벤트에는 전야제가 빠질 수 없는 법.

그리고 그 전야제의 열기를 통해 빅 이벤트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법.

- 와, 그냥 인터뷰만 하는 건데 시청자가 벌써 5억 명 넘었네? 이거 실화임?

ㄴ 내일 라이브 방송은 10억 명 찍고 시작하겠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폭군 레이드 레이스는 이미 대성공이 보장된 상태였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뻐 날 뛸만한 일.

‘후우.’

그러나 막상 이 상황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심정은 어느 때보다 긴장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내일 있을 폭군 레이드가 두려운 건 아니었다.

‘레이드 계획은 다 짰다.’

도리어 이미 폭군 레이드를 위한 모든 시나리오는 제 스스로도 완벽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준비된 상태.

‘이제 허락만 받으면 돼.’

문제는 그렇게 미다스가 준비한 방식에 소드 길드가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했다.

‘내가 미친 짓을 해도 된다는 허락.’

미다스는 폭군을 상대로 기존의 공략법이 아니라 정말 파격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을 쓸 속셈이었으니까.

물론 그걸 하든 말든 그건 미다스의 자유였다.

폭군 레이드에 어떤 규칙이 있는 게 아니니까.

아니, 규칙을 떠나 폭군을 상대로 레이드 레이스를 하는 것 자체가 이번이 최초였다.

룰 따윈 없기에, 그렇기에 오히려 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밖에 없는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소드 길드에 양해를 갖출 생각이었다.

‘이렇게 날 위해서 판을 깔아주셨는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지.’

소드 길드의 배려가 아니었으면 이런 무대 자체가 만들어졌을 리 없다, 적어도 미다스의 생각은 그러했으니까.

‘아무렴,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지.’

그러한 생각 속에서 미다스를 향해 검객, 그가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 열렸다!

- 방송 켜졌다!

그와 동시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 우와! 검객이 BJ대마도사한테 간다!

- 드디어!

자연스레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와 검객이 만나는 것부터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채팅창의 열기는 시작부터 더 이상 온도가 오를 수 없을 만큼, 최고조에 도달했다.

- 둘이 만나는구나!

- 이 둘이 적이 되어서 만나게 될 줄이야!

- 진짜 이 둘은 같이 한 팀이 되어서 사냥할 줄 알았는데!

그 열기 속에서 검객과 미다스가 서로를 마주봤다.

“채팅창 말고 대화하는 건 처음이군요. BJ대마도사입니다.”

“검객이다. 돈 내고 대화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그렇게 짤막한 대화를 마친 그 둘이 악수를 했고, 그 악수와 함께 근처에 나란히 놓인 돌을 깎아 만든 의자에 앉았다.

말 그대로 인터뷰였으니까.

내일 있을 역사적인 폭군 레이드 레이스, 이제껏 갓워즈에 존재한 적 없었던 이벤트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서로의 각오를 그리고 나름의 노림수들을 살짝 보여주기 위한 자리.

물론 인터뷰 자리에는 진행자가 필요한 법.

[아즈모 님이 10,32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아, 후원 채팅 테스트.]

[아즈모 님이 10,32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잘 되네. 좋아, 그럼 내가 진행해보도록 할까?]

그리고 그러한 인터뷰 진행은 아즈모가 맡기로 했다.

- 크으, 인터뷰 진행도 역대급이네.

- 세상에 돈 주고 인터뷰하는 진행자가 있다니!

이 역시 채팅창을 화끈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

[아즈모 님이 10,32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알겠지만 난 시간이 금보다 비싼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잡다한 이야기는 안 하고 핵심만 짚고 가겠어.]

더불어 아즈모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세상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질문했다.

[아즈모 님이 10,33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일 어떻게 싸울래? 그냥 규칙 없이 폭군 막타 넣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할래?]

내일 대결 방식을 여기서 정해라!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한 건 검객이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보스를 먼저 잡는다, 그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지. 난 그것만 확실하면 된다."

화끈한 대답.

그 대답에 미다스가 질문을 했다.

“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요? 그래도 되나요?”

그 질문은 순수한 질문이었다.

‘진짜? 그래도 되는 건가? 그럼 개꿀인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즐거운 마음에서 나온 순수한 질문.

허나, 듣는 이들은 달랐다.

- BJ대마도사가 이걸?

- 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진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인 모양인데?

- 첫 판부터 도발이네.

어이, 소드 길드! 내가 진심을 다하면 너희들 곤란할 텐데? 라는 느낌.

검객 역시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인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상관없다. 아니면 아예 룰 없음이라고 못 박는 것도 좋지."

룰 없음!

- 와! 세다!

- 룰 없다는 건 PK도 가능하다는 거잖아?

게임에서 룰이 없다는 건 그저 단순히 규칙이 없는 게 아니라 도덕과 매너라는 단어가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나야 그럼 좋긴 한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었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오케이 되는 건 좀 그렇단 말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합의 하에서 룰이 없어져야지, 이렇게 선전포고 식으로 룰이 없어지면 모양새가 별로인 법.

‘어떻게 하지?’

때문에 미다스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할 무렵.

[멀린 님이 10,33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멀린, 그가 등장했다.

- 우와! 멀린 님도 등장!

- 아즈모랑 멀린이 진행자라니!

- 크으, 빅 이벤트는 역시 스케일이 다르네, 달라!

그의 등장에 채팅창에 이제는 열기가 아닌 광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멀린 님이 10,33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룰 없이 했다가는 둘 다 레이드에 실패할 게 뻔해.]

그 광기 사이로 멀린이 실패라는 단어를 꺼냈다.

[멀린 님이 10,33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내가 폭군 잡아봐서 하는 말이야.]

멀린이기에 내뱉을 수 있는 단어, 그렇기에 그에 대한 불만이나 반박은 없었다.

[멀린 님이 10,33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래서 말인데 이런 식이면 어때? 어차피 폭군 만나기 전까지는 폭군의 군대 숫자를 줄여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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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 그러니까 서로가 1시간씩 번갈아가면서 기회를 가지는 거지. 쉽게 말하면 턴제 같은 거야.]

[멀린 님이 10,33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소드 길드가 먼저 1시간 동안 오우거 군단을 처리하고, 그다음에는 BJ대마도사가 하는 식.]

[멀린 님이 10,33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은 오우거 군단을 처치한 쪽이 폭군에 도전할 우선권을 가지는 거지.]

이윽고 공개된 멀린의 방식.

- 어? 괜찮은데?

-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게 정답 아니야?

그 방식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방식이었으니까.

반면 검객은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BJ대마도사가 수작을 못 부리게 막을 속셈이군.’

멀린이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뻔히 보인 탓이었다.

‘나야 이렇게 나오면 좋지.’

물론 검객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방식이었다.

내일 있을 폭군 레이드 레이스 도중에 최악의 경우는 소드 길드가 공략 중에 자극 받은 폭군이 소드 길드를 공격하는 경우.

그러나 이런 방식이면 최소한 그런 경우는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움직이고 있을 때 소드 길드는 뒤에서 뒷짐 쥐고 구경하다가 물러나면 될 뿐이었으니까.

결국 한 명의 동의가 필요할 따름이었다.

‘BJ대마도사는…….'

검객이 고개를 돌리자, 그 한 명이 보였다.

입을 다문 채 깊은 고민을 하는 한 명이.

‘고민 중이군.’

그럴 만했다.

설마 여기서 이런 식으로 멀린이 모두가 납득할 만한 룰을 가져올 줄은 몰랐으니까.

알았다고 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좋습니다. 다들 이런 방식을 원하는 거 같은데 제가 여기서 제 마음대로 하겠다고 할 수는 없죠.”

오케이 사인을 내리는 것.

“멀린 님의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뱉은 BJ대마도사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으로 입 주변을 가볍게 마사지했다.

숨길 수 없는 표정을 손으로라도 지우려는 듯이.

보기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

‘봐주진 않겠다.’

그러나 검객은 그런 BJ대마도사를 향해 동정 따위는 조금도 품지 않았다.

그렇게 검객이 각오를 다지는 사이 미다스는 거듭 자신의 손으로 입 주변을 마사지했다.

‘아, 너무 좋아.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

절로 지어지려는 미소를 지우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기에.

‘멀린 님, 제가 밥 한 끼 꼭 쏘겠습니다!’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방법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네요. 검객 님, 먼저 하실래요? 아님 제가 먼저 할까요?”

그 말에 검객이 말했다.

“우리가 먼저 하지.”

순서마저 정해지는 순간.

“좋습니다, 그럼 다들 내일 뵙겠습니다!”

이제 메인 이벤트만이 남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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