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화. < 133화. 나 혼자 한다 (5). >
15.
사람들이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하늘 위에 뜬 별을 보고 제 소원을 빌 듯.
스타 플레이어들을 향해서 팬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 그리고 바라는 것을 기도하고는 했다.
그게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지는 고충 중 하나였다.
때로는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것을 바라고, 기대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
지금 BJ대마도사의 처지가 그러했다.
- BJ대마도사는 죽을 때 죽더라도 솔로로 죽는 사나이이다!
모두가 소드 길드를 상대하는 BJ대마도사의 솔로 레이드를 응원하는 상황.
- 멀린이 방송했다!
- 솔로 레이드로 소드 길드 이기면 자기들이 아끼고 있는 히든 던전을 준대!
그런 상황에서 어비스 길드가 기름을 끼얹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BJ대마도사의 솔로 도전을 부추기는 자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탐험가 길드,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를 혼자 이기면 VVIP서비스 평생 무료 제공!]
[글로벌 기업들, BJ대마도사의 솔로 레이드 도전에 거액의 상금 제안들!]
[세상은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를 원한다!]
거듭 기름이 끼얹었고, 자연스레 활활 타오르던 기대감은 더더욱 기세를 커졌다.
- 이러면 안 할 수 없지.
- 형, 못 먹어도 고 하자!
세상이 BJ대마도사의 도전을 응원했다.
물론 모두가 응원하는 건 아니었다.
"아, 미치겠다.”
세상이 BJ대마도사의 솔로 도전으로 밝게 불타오를수록 라이징 스타 채널에 드리운 어둠은 더더욱 칙칙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러면 할 수밖에 없잖아?”
“미치겠네, 이건 자살 행위라고, 자살 행위.”
누가 봐도 가망성이 없는 일을 이제는 싫어도, 억지로라도 해야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안티보다 팬이 더 무섭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러한 사실 앞에서 BJ대마도사와 운명공동체인 라이징 스타 채널이 기분 좋을 리 없었으니까.
그 누구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는 박영준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장님 속이 말이 아니시겠지.’
‘어휴, 나였으면 위장병으로 사무실이 아니라 병원에 실려 갔을 거야.’
지금 이 순간 BJ대마도사의 일과 관련해서 그 누구보다 골치가 아픈 인물은 그이기에.
‘그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BJ대마도사를 설득하는 것도 힘든데, 혹여 설득하더라도 여론은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그만큼 지금 직면한 과제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모두가 어둡게 굳어버린 표정으로 한숨을 누적할 무렵.
툭툭, 박영준의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질 무렵.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직원 한 명이 쓰고 있던 헤드셋을 던지듯 벗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모두에게 소리쳤다.
“소, 속보입니다!”
좌중의 시선이 곧바로 그에게 꽂혔고, 그 시선에 직원이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모니터를 바라보고는 말을 마저 이어갔다.
“아즈모가 라이브 방송 중에 발표했습니다.”
보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아즈모의 라이브 방송.
“아즈모가?”
“발표? 뭐라고?”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며 답을 재촉했고, 그 재촉에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소드 길드를 이기면…… 자기가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답니다. 갓워즈 한정이긴 하지만.”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소원이라고? 맙소사.’
‘미친, 이러면 안 할 수가 없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갓워즈에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데, 그런데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배신행위일 터.
사실상 티끌만큼 있던 기회마저 사라지는 순간.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은 박영준을 향했고, 그들이 본 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박영준이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생각했다.
박영준이 표정 관리가 안 되어서, 그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 지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믿고 있었다.’
정답이었다.
‘아즈모. 당신이라면 BJ대마도사를 선택하고 오히려 더 화끈한 일을 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지금 이 순간 박영준은 도무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를 상대로 홀로 승리를 쟁취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될 테니까.
어비스 길드로부터는 던전을 얻어내고, 아즈모로부터는 그가 가진 전력을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천군만마를 품은 채 적이 가진 중요한 물자를 취득하는 셈.
조만간 있을 대전쟁을 앞두고 이보다 더 끝내주는 준비는 없을 터.
‘완벽해.'
모든 것이 박영준이 기획한 그대로 현실이 되는 순간, 이 순간 박영준이 궁금한 이제 하나뿐이었다.
‘BJ대마도사가 이 소식을 보고 어떻게 웃고 있을지 궁금하군.’
16.
"흐흐......."
누가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헤프게 웃는 미다스.
하지만 만약 미다스가 보는 풍경을 공유할 수 있는 이라면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가의 역작 - 저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89
- 자가가 황금 석탄을 이용해 개조한 목걸이다.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을 품고 있다.
- 모든 능력치 +400
- 공격력 +45
- 이동 속도 +40퍼센트
- 공격 속도 +40퍼센트
- 캐스팅 속도 +5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70퍼센트
- 착용 시 리플레이 스킬 사용 가능
- 착용 시 원모어 스킬 사용 가능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자가의 역작 - 아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 벨 : 389
- 자가가 황금 석탄을 이용해 개조한 아라의 장갑이다. 아라의 모든 힘이 깃든 장갑이다. 착용자의 마력을 먹어치우고, 대신 강력한 힘을 준다.
- 모든 능력치 +888
- 마력 소모량 140퍼센트 증가
- 마법 데미지 85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지금 미다스가 보고 있는 풍경은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만큼 황홀하다는 것을.
‘진짜 끝내준다, 끝내줘.’
그러한 웃음의 절정은 미다스가 모든 아이템 착용을 마치고 자신의 상태창을 보는 순간이었다.
[미다스]
- 레벨 : 391
- 직업 : 대마도사
- 성좌:워드래곤
- 능력 : 근력(5+5129)/체력(5+5231)/지력(1960+7711)/마력(401+6912)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웃음은 도리어 멈췄다.
‘진짜 말도 안 된다.’
웃음조차 멎을 정도.
‘어떻게 이런 스탯이 나오지?’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스탯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전보다 추가 스탯이 최소 1천 포인트 이상 붙은 상태.
말이 1천이지, 이 정도 숫자는 레전더리 에픽 등급 아이템을 두어 개 정도 더 착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치였다.
상식 밖의 수준.
‘이제 근력으로도 갓워즈 탑클래스다. 투핸드랑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거야.’
당장 미다스의 근력 스탯이 이제 갓워즈의 최고 탑클래스 근접 딜러인 투핸드와 비교해야 할 정도였다.
‘이 상태에서 마법 쓰면…… 라포 님한테 버프 받을 때랑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거야.’
근력 스탯이 그 정도인데 주요 스탯인 지력과 마력 상승을 통한 전력 강화는 상식 밖일 터.
미다스의 표현처럼 라포, 그 갓워즈 최고의 버퍼에게 버프를 받을 때만큼의 전력을 발휘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어스퀘이크와 스톤 에이지가 없었지.’
심지어 미다스는 그때보다 강력한 마법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습득한 상태였다.
‘오우거들 불쌍해서 어떻게 하지?’
이제는 오우거들을 향해 적대감을 넘어 동정이 생길 지경.
“미안하네, 황금 석탄을 이용해서 이것을 파괴하고자 했으나 하지 못했네. 아무래도 이것에 담긴 힘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모양인데…… 이것을 부수기 위해서는 오우거들의 왕, 폭군의 영역에 있는 대장간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NPC자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도 분노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폭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폭군을 무찌르고, 폭군의 대장간을 탈취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알의 각성’ 진행 가능
등장한 아득한 퀘스트 내용에도 미다스는 울상을 짓기는커녕 도리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폭군 상대할 때 화끈하게 보여주자고.’
그리고 그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무렴, 당연히 해드려야죠.”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그럼 이제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걸 해드릴 차례가 왔군.’
17.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소망이 이제는 열망이 되었을 무렵.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켰다!
그 무렵에 드디어 BJ대마도사가 기나긴 공백을 깨고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라이브 방송 타이틀이 뭐야?
ㄴ 중대 발표!
ㄴ 중대 발표? 그럼 혹시?
ㄴ 왔다!
그것도 어느 때보다 확실한 타이틀을 가진 채.
거기서 더 이상 설명이나, 잡담은 필요 없었다.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있는 모든 이들은 커뮤니티를 외면한 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만을 바라볼 뿐이었으니까.
- 들어왔다!
그렇게 모인 수억 명의 시청자들을 가장 먼저 반긴 건 BJ대마도사였다.
- 어?
- 뭐야?
평소와 다르게 무릎을 꿇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BJ대마도사.
누가 보더라도 아주 깊은 사과를 준비하는 모습.
그 모습에 들뜬 채 채팅창에 들어왔던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었다.
- 갑자기 분위기 왜 이래?
- 딱 봐도 사과하려는데, 설마?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사과를 할 만한 건수는 오로지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의 시작은 최근 저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소문과 이야기에 대해 사과부터 드리는 겁니다.”
지금 도는 소문에 대한 것.
“예, 소드 길드와의 약속을 앞두고 제가 혼자서 도전을 한다는 그 소문을 말하는 겁니다.”
BJ대마도사가 그러한 예상에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 형, 이건 아니지. 신에게 약속했잖아! 죽을 때 죽더라도 솔로로 죽겠다고!
- BJ대마도사님, 님 믿고 솔로의 길을 걸었는데 이렇게 배신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격한 반응 속에서 아수라장이 된 채팅창을 진정시킬 방법은 도무지 없어 보였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3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천천히 설명을 좀 해 보라고. 시간은 많으니까.]
그때 나온 검객의 후원 채팅에 폭발하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단숨에 반전되었다.
- 검객이다!
- 그래, 이건 검객하고 해결할 문제지!
- 검객님 한마디 해주세요! BJ대마도사는 평생 솔로여야 한다고!
모든 일이 그러하듯 결국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
그러한 검객의 등장에 미다스가 말했다.
“그 누구보다 검객님께 죄송합니다.”
그 말에 검객이 도리어 의문을 던졌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3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나한테? 사과할 이유가 있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이게 검객에게 사과할 일인가?
-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를 상대로 혼자 도전하지 못하는 건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 검객과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해서 몇몇은 생각했다.
- 설마 소드 길드 상대로 대규모 길드 연합 만들어서 싸우겠다, 이런 거 아니지?
- 불사자 길드에 다른 길드 다 합쳐서? 구스타프도 포함된 올스타팀 같은 거 만들어서 도전하려나?
솔로 레이드를 포기한 BJ대마도사가 도리어 더 막강한 팀을 구축해서 소드 길드를 상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거라면 분명 소드 길드에 사과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32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만약 올스타팀 같은 걸 만들어서 나랑 우리 길드를 상대하고자 하는 거라면 사과할 필요가 없어.]
검객 역시 그리 생각한 듯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3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오히려 그래 주면 감사할 따름이지. 수준 차이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검객답게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 역시 검객! 이게 사나이이지!
- BJ대마도사 팬에서 검객 팬으로 전향합니다.
- 형, 실망이야. 아니지, 이제 형도 아니야. 야! BJ대마도사! 실망이다!
그러한 검객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찬양을 보냈고, 반대로 BJ대마도사를 향해서는 쓴웃음을 보냈다.
“아, 잠깐! 검객님! 그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그때 BJ대마도사가 숙인 고개를 갑자기 들더니 어느 때보다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드 길드랑 보스 몬스터 레이드 저 혼자 한다고 하면 소드 길드 자존심 상할것 같아서, 그거 때문에 사과하겠다고 말씀 드린 겁니다.”
- 응?
그리고 나온 말에 채팅창에는 물음표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 뭔 소리야? 소드 길드 자존심이라니?
- 나 혼자 하는데 소드 길드가 질까 봐, 그거 걱정하는 거야?
- 잠깐! 그럼 이길 자신 있다는 건가?
이윽고 시청자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순간 채팅창은 다른 의미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 크으! 역시 BJ대마도사님!
- 소드 길드 자존심 걱정해주는 배려심에 눈물 흘리고 갑니다.
- 형! 난 형을 믿고 있어다구!
ㄴ 이 새끼 조금 전에 BJ대마도사님한테 반말했어요! 제가 보고 캡처도 했어요!
BJ대마도사를 향한 찬사와 환호가 가득했고, 그러한 환호 속에서 후원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32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그러니까 폭군 레이드 레이스를 너 혼자 하겠다? 우리를 상대로?]
그 질문에 미다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 나 혼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