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화. < 133화. 나 혼자 한다 (4). >
12.
- 이제 BJ대마도사 레벨업도 어느 정도 한 것 같은데, 이제 남은 건 소드 길드랑 붙는 것뿐인가?
모두가 BJ대마도사 대 소드 길드의 빅 매치를 기대하고 고대할 무렵.
-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 상대로 혼자 붙는다는데?
ㄴ 뭐? 진짜?
ㄴ 누가?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와?
갑자기 들려온 소문에 갓워즈 관련 모든 커뮤니티는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 또또 개소리 나오네. 야, 그게 말이 됨? 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소드 길드 상대로 솔로 승부는 힘들지!
상식적으로 말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다.
- 그런데 최근 BJ대마도사가 불사자 길드랑 사냥 안 하고 혼자 사냥하고 있잖아?
ㄴ 맞아, BJ대마도사가 솔로인 건 반박불가능한 사실이지.
그러나 BJ대마도사라는 이름값이 그 말도 안 되는 소문을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 이야기 들어보니까 내기를 했다는데?
ㄴ 내기?
ㄴ 누군가가 소드 길드 상대로 혼자 싸워서 이기면 엄청난 보상을 주기로.
ㄴ 엄청난 보상? 뭔데?
ㄴ 여자친구급이라는데?
ㄴ 맙소사! BJ대마도사한테는 지구 정복보다 대단한 거잖아?
그 뒤를 이어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소문들은 BJ대마도사의 솔로 레이드 의혹을 더더욱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 아, 됐고 그냥 솔로로 갑시다!
- 그래, 못 먹고 죽어도 솔로지!
- BJ대마도사가 솔로가 아니라는 건 있을 수 없지!
종국에는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를 상대로 단독 도전을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이제는 솔로 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그게 세상을 향한 배신이 되어버린 셈.
그러한 상황을 확인한 아즈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비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보가 샜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건 아즈모와 라이징 스타 채널뿐인데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다닌다는 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었으니까.
“우리 쪽은 아닙니다. 보안에 철저했습니다.”
이쯤에서 비서는 의혹을 제기했다.
“혹시 BJ대마도사 쪽에서 의도적으로 대화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닐까요?”
둘이 이야기했는데 한쪽은 문제가 없다면 다른 한쪽을 의심하는 게 당연지사.
“상대는 박영준 아닙니까?”
더욱이 대화 상대는 상식 밖의 협상 전략을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박영준이었다.
자세한 시나리오는 알 수 없지만 박영준이라면 필시 판세 전환을 위해 이런 식의 극단적인 전략을 꺼내고도 남을 터.
“나도 그 생각을 했는데……."
아즈모 생각 역시 그러한 의혹을 품고는 있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결국 BJ대마도사가 소드 길드를 혼자서 상대해야 하는 건데, 이건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이 제로야.”
하지만 그러한 수작은 어디까지나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함에도 승산이 있었을 때 가능한 작업이었다.
“소드 길드는 절대 매수될 놈들도 아니고.”
한편으로 그 상대 역시 어설픈 수작이 먹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승부에 조작은 없다는 의미.
“그저 해커가 해킹에 성공했겠지. 해킹이란 게 1백 번 시도해서 1번 뚫으면 되는 거니까.”
결국 타의에 의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누가 해킹을 했느냐, 이거고.”
당연히 이제는 범죄자를 찾아야 할 때.
“뭐, 범인이야 뻔하지만.”
사실 의심 가는 인물은 하나였다.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대화를 해킹하고 유출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인물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저기 대화 도중에 죄송합니다…… 멀린이 라이브 방송 중에 BJ대마도사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막 새로 온 비서가 속보로 전달된 정보를 언급하는 순간.
“정말 소드 길드를 혼자 이긴다면, 신의 무덤에서 자신들이 공략을 보류한 히든 던전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그 순간 의심이 확신이 됐다.
동시에 한 가지 사실 역시 확신이 됐다.
“BJ대마도사 자존심을 생각하면 이제 무조건 혼자서 움직이겠군.”
이제 BJ대마도사의 솔로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
“이 소식을 들은 BJ대마도사가 꽤 화가 났겠어.”
13.
“젠장!”
쓴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먼 곳에 있는 오우거 전사를 향해 던졌다.
퍼엉!
곧바로 들리는 폭음.
크어어!
그 뒤를 이어서 오우거 전사의 흉포하기 그지없는 울음소리가 미다스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그리고는 조금 전 내뱉은 쓴소리를 속으로 한 번 더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르망의 지팡이만 있었으면 이미 진작에 해치웠을 텐데!’
비유를 하자면 매일 10분 정도 걸리던 거리를 갑자기 30분 넘게 걸어야 하는 상황.
과한 비유가 아니었다.
‘데미지도 데미지이지만 옵션이 너무 없어.'
미다스가 가진 바르망 지팡이에는 기본적인 옵션은 물론 부가 옵션이 엄청났으니까.
당장 꼽을 수 있는 건 플러스 원 옵션과 초지일관 옵션.
‘마력 소모량은 죽을 것 같고.’
여기에 바르망의 지팡이에는 기본적으로 마력 소모량 40퍼센트 감소 옵션이 있었으며, 혹한의 정령왕의 힘이 발동될 경우에 마력 회복 속도가 100퍼센트 증가했다.
그 어마어마한 옵션이 유효할 때도 마력 부족에 허덕였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기절할 지경.
크-왕!
“주인님, 저 놈은 저와 이 나쁜개가 맡겠습니다!”
결국 그런 미다스의 무능은 럭키와 골드, 실버의 부담감으로 전달됐다.
‘젠장.’
그렇게 고생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미다스의 속에서는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
[오우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9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때문에 390레벨 달성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는 기쁨 대신 한숨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어우.”
‘이 짓을 1레벨 더.’
해냈다는 기쁨보다 이 짓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절망감이 더 짙었으니까.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들리는 보상 알림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여유도 없었다.
“얘들아 조금만 버텨! 내가 391레벨 찍자마자 진짜 제대로 캐리해줄 테니까! 호강시켜줄 테니까! 파이어볼!”
여전히 전투는 치열하게 진행 중이었으니까.
[오우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렇게 전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미뤄두었던 보상 알림에 대답할 수 있었다.
“예."
그러면서 속으로는 곱씹었다.
‘진짜 이 빌어먹을 똥겜.’
갓워즈는 정말 쓰레기 같은 게임이라고.
왕!
그때 럭키가 다가와 미다스의 등에 제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그래, 럭키야. 네가 생각해도 이 게임 쓰레기 게임 같지?”
왕!
“뭐라고?”
왕!
“쓰레기에게 사과하라고?”
그렇게 럭키와 푸념 섞인 촌극을 내뱉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눈앞에 펼쳐진 1백 장의 카드를 바라봤다.
“그래, 이 게임에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붙……."
그 순간이었다.
황금빛 카드 하나가 한 가운데에서 미다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스톤 에이지]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땅 아래에서 단단한 암석들을 치솟게 한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마법 범위와 암석의 크기가 증가한다.
스톤 에이지.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새로운 스킬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말을 마저 뱉었다.
“……여서는 안 되지. 아무렴. 이 게임은 갓겜이야. 우와! 여기서 또 신스킬이 나온다고?”
그 후에 터지기 시작한 환호성.
‘스킬 효과를 보면 땅에서 암석이 솟구치는 걸로 공격하는 것 같은데…… 어? 잠깐?’
그러나 그 환호성은 길지 않았다.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그려졌으니까.
‘어스 퀘이크랑 같이 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주 끔찍한 그림이.
“……얘들아.”
그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환호성도, 불만도, 그 어떤 감정도 토하지 않았다.
“빨리 레벨업 하자.”
14.
지나가다 만나는 플레이어 한 명의 몸값이 상식을 초월하는 갓워즈 최고들만 모이는 암흑 대륙, 이 암흑 대륙에서도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부류는 다름 아닌 궁수 부류였다.
그것도 데미지 딜링 능력보다는 탐색 능력이 우수한 이들의 몸값이 가장 비쌌다.
암흑 대륙 초입에서 탐색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였고, 최근 그 증거를 증명한 건 탐험가 길드로 이적한 루스였다.
전직 네이비실 스나이퍼 출신인 그는 갓워즈에서 탐색 능력으로 그 누구보다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갓워즈에서 여러 기록도 만들었다.
당장 암흑 대륙 초입에서 혼자서 42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전투도 없이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한 기록 보유자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호루스의 눈.
더불어 이름인 루스 역시 호루스에서 나온 것이었다.
때문에 탐험가 길드가 그를 영입하고자 했을 때 제안한 연봉이 무려 7천만 달러였다.
그것도 그냥 7천만 달러가 아니라 3년짜리 계약.
탐험가 길드가 그를 영입하는데 최소 2억 달러가 넘은 돈을 쓸 만큼 그의 가치를 높게 봤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암흑 대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그 정도 돈은 기꺼이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설마 2억 달러 받고 탐험가 길드에 와서 고작 플레이어 한 명 꽁무니나 감시하는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그런 그가 지금 고작 한 명의 플레이어를 감시하는데 그 금보다 귀한 플레이 타임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다.
당사자인 루스 입장에서는 솔직히 기분이 나쁜 정도를 떠나 분노했을 법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돈을 떠나서 자존심이란 게 있었으니까.
더불어 명예도 있었다.
고작 루스가 플레이어 한 명을 스토킹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루스의 이미지에 좋을 건 없었으니까.
“만약 BJ대마도사가 아니었다면 계약 파기를 요청했을 거야.”
그러나 그 감시 대상의 이름값이 루스를 기꺼이 인내케 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단 그만 그런 게 아니라, 루스와 함께 감시를 위해 움직인 두 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더불어 그들이 감시하는 BJ대마도사는 이토록 이름값 높은 이들을 인내케 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솔직히 처음에 싸우는 거 봤을 때는 힘들어서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처음에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실망이었다.
BJ대마도사의 공격은 오우거를 상대로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고, 그런 만큼 전투 시간은 길어졌고, 치열하고 위험한 때가 자주 생겼으니까.
또한 럭키와 골드, 실버 역시 불사자 길드의 버프를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현격히 약해진 상태였다.
물론 암흑 대륙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지만, 앞서서 불사자 길드와 함께 오우거 군대를 압도하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상황 아닌가?
실망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
그래서 탐험가 길드의 감시자들은 BJ대마도사가 조만간 사냥을 포기하리라 생각했다.
“결국 적응하네요.”
그러나 포기는커녕 BJ대마도사는 그 상황 속에서 나름 최선의 답을 찾아냈다.
오우거들의 패턴을 분석했고, 그 패턴에 맞는 최선의 대응법을 찾아내며 사냥 속도를 점차 늘렸다.
“BJ대마도사의 분석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 과정에서 가장 경이로운 부분은 바로 몬스터 분석 능력이었다.
모든 몬스터에는 패턴이 존재하고, 그 패턴을 분석하는 게 공략의 시작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패턴을 분석하는 건 꽤 어려웠다.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변수를 제거하는 게 중요한 법인데, 여기서 변수는 플레이어였으니까.
즉, 보다 확실하게 패턴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혼자서 오우거를 상대해야 하는 셈.
동시에 혼자 상대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능력 역시 필요했다.
BJ대마도사에게는 그 두 가지 요소가 다 있었다.
“이 정도면 암흑 대륙 오우거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렇겠지.”
루스를 포함해 모두가 그 분야의 최고들이기에 더더욱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
“그러니까 저게 BJ대마도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겠지.”
달리 말하면 이 이상은 없었다.
BJ대마도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100퍼센트를 넘어 120퍼센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어찌 그 이상이 가능할까?
“어? BJ대마도사가 사냥을 멈췄습니다. 이동하려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때문에 그 질문이 왔을 때 루스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이 이상 감시하는 건 무의미해. 이미 파악은 완료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이대로 소드 길드를 상대로 혼자 붙는다면 아마 승부 자체가 성립조차 되지 않으리란 걸.”
그 대답을 마친 루스가 이제는 BJ대마도사로부터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래도 BJ대마도사가 정신이 없긴 없는 모양이야. 단 한 번도 우리들을 눈치 채지 못한 걸 보면 말이야.”
15.
‘어? 왜 안 따라오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계속 따라왔는데?’
자신의 주변에 감시자가 붙었다는 건 이미 진작에 파악한 바.
그 때문에 미다스는 그동안 사냥이 끝나고 NPC자가가 있는 곳으로 갈 때 몇 가지 수작을 부렸었다.
오우거의 대장간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동선으로 이동한 후에 로그아웃을 했고, 이후 조금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접속해서 주변을 확인하고 이동하는 식.
이후에 일이 끝나면 본래 로그아웃했던 장소로 돌아오는 식으로.
‘뭐, 나야 감사하지.’
달리 말하면 감시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번거로운 수고를 할 필요는 없어졌고, 미다스는 그 상황을 기꺼이 반겼다.
해서 미다스는 더 이상 자신의 뒤를 쫓던 감시자들을 향해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시선을 줄 필요도 없었다.
[미다스]
- 레벨:391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684)/체력(5+3788)/지력(1960+5850/마력(401+5452)
드디어 인내 끝에 얻은 결과물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이제는 인벤토리를 바라보며, 그곳에 자신을 기다리는 지팡이 아이템을 말없이 바라보던 미다스의 귓속에 이내 알림이 들렸다.
[자가의 역작 - 바르망의 지팡이를 착용했습니다.]
- 주인, 오랜만이군!
아주 기꺼운 알림이.
그 알림에 미다스가 나지막이 혼잣말을 뱉었다.
“이제 다 뒈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