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31화 (431/485)

431화.  < 133화. 나 혼자 한다 (2). >

4.

암흑 대륙 초입.

현재 이곳에 도달한 파티는 9개 길드에 불과했으며, 길드를 제외한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캐논 구스타프와 같은 극히 이례적인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전부였다.

반면 암흑 대륙 초입의 넓이는 한국으로 따지면 경기도 크기였다.

숫자라고 해봐야 수백에 불과한 9개 길드가 우연히 서로 마주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의미.

동시에 10대 길드 사이에는 서로의 영역은 건드리지 말자, 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했다.

당연한 조치였다.

세상이 가장 바라는 건 다름 아닌 10대 길드 간의 충돌!

그런데 가까운 영역에서 오우거 사냥을 하다가 가볍게 충돌이나, 시비라도 생긴다면?

사실 당사자들은 상관없었다.

문제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 그리고 10대 길드 간의 길드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갓워즈 시청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즉, 여지가 생기는 순간 시비가 붙은 두 길드는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랑 불사자 길드가 그렇게 미쳐 날뛴다면서? 한 번 직접 보고 싶네.”

“아서라, 괜히 근처에 갔다가 문제 생기면 골치 아파진다니까.”

현재 암흑 대륙에서 가장 뜨거운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의 콜라보를 두고, 다른 8개 길드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건 그 때문이었다.

“하물며 BJ대마도사잖아? 근처에 갔다가 들키면 그때는 진짜 골치 아픈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특히 BJ대마도사는 10대 길드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그놈은 또라이라고.”

그는 10대 길드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10대 길드를 아주 탐스러운 사냥감으로 보는 플레이어였으니까.

“영리한 또라이.”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에게는 10대 길드를 상대로 기꺼이 승리를 쟁취할 능력과 영리함이 있었다.

막말로 지금 당장 BJ대마도사가 10대 길드를 상대로 길드전을 선포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BJ대마도사가 광역 마법을 쓰고 도망치기만 하더라도 상대하는 쪽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터.

“여기도 위험하다고.”

“맞아, 이 근처까지 왔다고 하니까.”

“그냥 이동하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10대 길드 중 한 곳, 히어로즈 길드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혀를 내두를 무렵.

쿠궁!

갑자기 충격 하나가 히어로즈 길드를 덮쳤다.

“어? 뭐야?”

큰 충격은 아니었다.

“지진인가?”

진도로 따지면 3정도, 그저 흔들거림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뭔가 있는데?”

달리 말하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충격이었다.

물론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근처에서 오우거 군대랑 전투 중인 건가?”

이곳 암흑 대륙에서는 이 정도 충격을 만들 수 있는 무리가 많이, 그것도 꽤 많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히어로즈는 생각했다.

“이 근처에서 라이브 방송 중인 길드는 없는데?”

“그럼 BJ대마도사 아니야?”

BJ대마도사가 그저 오우거 군단과 전투를 치르는 것뿐이라고.

“설마 어스퀘이크 마법을 진짜 쓴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그런 마법이 있을 리 없잖아? 그냥 오우거 애들이 미친 듯이 달려서 생긴 충격일 거야."

“그보다 괜히 엮이지 말고 자리 피하자. 구경이라도 하러 갔다가 시비 걸릴 수도 있으니까.”

진짜 지진이 일어났을 리는 없다고.

5.

“와……."

감탄사와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럭키를 바라보았다.

헥헥!

그러한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야, 네가 봐도 장난 아니지?”

왕!

그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와."

그리고 재차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 정도였다.

미다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거듭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났다.

‘장난 아니네.’

본래대로라면 나무가 수풀이 우거져야 할 땅이 뒤집혀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땅이 뒤집히는 과정이었다.

어스퀘이크가 발동하는 순간, 그 순간 가장 먼저 일어난 현상은 땅이 흔들거리는 것이었다.

‘29초나 흔들거렸지.’

그것도 한순간이 아니라 길게.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흔들리는 동안 그 땅 위에 서 있는 오우거들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29초짜리 홀딩기네.’

완벽하진 않지만 홀딩 무려 29초 동안 홀딩이 걸렸다는 의미.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갈라진 땅의 일부가 꺼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오우거들의 몸뚱이가 땅 아래로 파묻혔다.

‘딜량도 엄청났고.’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데미지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도중에 폭발은 끝장났지.’

특히 미다스가 쓴 어스퀘이크는 그냥 어스퀘이크가 아니었다.

[어스퀘이크]

- 스킬 랭크 : S

- 스킬 효과 : 지진을 일으킨다. 지진으로 갈라진 땅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범위와 위력이 강해진다.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S랭크를 만들고, 레전더리 에픽 효과로 지진 후 폭발 기능까지 생긴 상태!

지금 미다스 눈앞의 땅이 뒤집힌 건 바로 그 폭발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어스퀘이크 마법은 기나긴 홀딩은 물론 강력한 데미지마저 자랑하는 스킬이었다.

이러한 스킬에 인페르노, 블리자드, 아이스 스톰, 플레임 드래곤을 그대로 더한다면?

‘필살 콤보 완성이다.’

제아무리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오우거 메인 부대라고 하더라도 장담컨대 멀쩡한 꼴은 되지 않을 터.

혹여 살아남더라도 럭키와 골드, 실버를 비롯한 미다스의 동료들에게는 한입 꺼리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미다스의 생각처럼 필살 콤보가 완성되는 순간.

‘이제 파티 플레이 필요 없어.’

이제는 대놓고 솔로 플레이로 오우거 무리를 학살해도 이상할 게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후후후.”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미다스의 입에서는 절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웃음 소리를 흘리며 생각했다.

‘솔로 플레이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사장님이 많이 놀라시겠지?’

내일 있을 사장님과의 미팅, 그 자리에서 그동안 사장님의 노력과 은혜에 보답할 기회가 생겼다고.

자연스레 미다스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지팡이를 바라봤다.

‘가만, 지금 상태에서도 이 정도 데미지 딜링인데 지팡이마저 업그레이드하면 그냥 내가 원콤낼 수 있지 않을까?’

미다스의 눈으로 보기엔 여기서 조금만 더 강력한 스펙업을 한다면 그리고 포션 도핑을 더 제대로 한다면 자신의 콤보만으로 오우거 메인 부대를 원콤 낼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그래.’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계산이 섰는데 다른 아이템부터 바꾸면서 나중을 기약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에는 무기 업그레이드 맡기고 사장님하고 미팅을 하자.’

6.

아즈모는 말했다.

소드 길드를 상대로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싸워 이길 경우에만 BJ대마도사의 편에 서주겠다고.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능할 리 없는 제안이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아즈모를 상대로 먹힐 수 있는 메리트는 오로지 하나, 앞으로 BJ대마도사가 이 게임을 끝내고 얻을 것의 지분이라는 것.

그게 이유였다.

지금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을 앞에 둔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지 않는 건.

‘내가 결정할 건 없다.’

박영준이 고민할 여지가 없을 만큼 모든 것이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할 건 이야기를 하고, 대답을 들은 후에 그걸 들고 아즈모에게 전달하는 것뿐.’

그러한 이유로 어느 때보다 고요한 박영준의 앞에 드디어 얼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사장님, 보이십니까?

BJ대마도사, 그의 모습에 박영준이 웃으며 채팅을 쳤다.

- 와튼 : 예, 잘 보입니다.

- 와튼 : 오늘 미팅 건은 다름 아니라 소드 길드와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때문입니다.

그 웃음 속에서 박영준은 굳이 간을 보지 않고 모든 정보를 쉼 없이 토해냈다.

‘어차피 다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절차가 필요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자신보다 정보력은 물론 눈치마저 빠른 BJ대마도사가 상황을 모를 리 만무.

이제까지 보여준 행보 역시 상황을 다 아니까 진행한 게 뻔했다.

그런 그의 앞에서 뜸을 들이는 건 오히려 모욕과도 같은 일.

- 와튼 : 그에 대해서 아즈모 쪽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 와튼 : 아즈모가 소드 길드를 상대로 BJ대마도사님이 솔로 플레이로 승리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모든 걸 토해낸 후에 박영준은 대답을 기다렸다.

‘과연 몇 퍼센트를 제안할까?’

이번 일에 대해서 BJ대마도사가 어느 정도까지 아즈모에게 양보를 할지.

- 아, 그래요? 잘됐네요.

‘응?'

그러나 BJ대마도사의 반응은 박영준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 아즈모가 원하는데 솔로 플레이 해줘야죠.

자신만만하게 조건에 응하자는 BJ대마도사.

툭툭!

그 말에 박영준의 손가락이 키보드 대신 자신의 관자놀이를 쉼 없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뭐지?’

일단 BJ대마도사의 말이 곧이곧대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그냥 비꼬는 건가?’

누가 보더라도 불가능한 솔로 플레이를 기꺼이 해주겠다? 보통 이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필시 심기가 뒤틀려서 내뱉는 소리일 터.

‘아니야.'

그러나 상대는 보통 이들이 아닌 BJ대마도사 아닌가?

세상이 인정하는 최강의 솔로!

그런 그가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허언이 아니라 의지의 표방이라 봐도 무방했다.

‘설마?’

그리고 만약 정말로 솔로 플레이를 할 생각이었다면, 앞서 불사자 길드와의 콜라보는 눈속임이라는 의미였다.

‘아즈모와 소드 길드를 방심시키기 위해서?’

다들 불사자 길드와 손을 잡고 소드 길드와 싸우리라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눈속임.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뭐든 간에 솔로 플레이로 소드 길드를 잡을 수 있으면…… 전세가 역전된다.’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승리를 쟁취한다면 아즈모는 물론 어비스 길드에 줄을 대려던 모든 이들을 BJ대마도사 쪽으로 오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화려하게.'

더욱이 그 과정은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그 어떤 것보다 극적이라는 것.

그 순간 박영준은 고민하지 않았다.

- 와튼 : 예,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 와튼 : 그럼 불사자 길드에도 통보하겠습니다. 파티 플레이는 당분간 없다고.

기꺼이 BJ대마도사의 의도를 받아주었고, 그런 박영준에게 BJ대마도사가 대답했다.

- 예, 불사자 길드 분들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씀 전해주세요. 이제 그분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요.

7.

“이제 그분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요.”

그 멘트를 끝으로 미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스윽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크으! 이 발언은 너희들이 봐도 멋졌지?”

왕!

“주인님,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그 말에 즉각 반응하는 럭키와 골드.

그것을 본 미다스가 이내 조금 전 미팅 내용을 되새김질했다.

‘그보다 아즈모 님이 조건을 걸었다니.......'

아즈모가 소드 길드의 레이드 레이스를 혼자서 하기를 바란다는 내용.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소식이었다.

‘이번에도 두둑히 챙기겠네.’

아즈모가 필시 그에 대한 대가로 아주 달콤한 보상을 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았기에.

“뭔가 재미난 일이 있는 모양이군.”

그때 미다스의 뒤편에서 NPC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는 조금 더 새로워진 지팡이를 손에 든 채.

그것을 본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더 진해졌다.

‘드디어!’

어제 부탁했던 지팡이 업그레이드가 끝난 모양.

그 사실에 미다스의 가슴이 어느 때보다 거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콤이다!’

이 지팡이를 끼기만 한다면 미다스는 갓워즈의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할 퍼포먼스를 보여줄 테니까.

그런데도 설레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받게."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가 지팡이를 건네받았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떴다.

[자가의 역작 수집가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알림에 미소가 더 진해졌다.

‘크으, 갓겜이다, 갓겜!’

그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오늘 이 순간이 자신의 갓워즈 게임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날이 되리라는 것을.

‘김민수 님, 이런 갓겜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갓워즈를 만든 김민수를 향해 감사의 마음마저 품어질 정도, 그러한 마음과 함께 미다스가 건네받은 지팡이를 바라봤다.

[자가의 역작 - 바르망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91레벨 이상

- 자가가 황금 석탄을 이용해 개조한 바르망의 지팡이다. 바르망의 의지가 깃든 지팡이로 가르침을 이어받은 자만이 들 수 있다.

- 공격력 : 900

- 지력 +1351

- 마력 +1149

- 모든 마법 공격력 4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2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70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77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법 공격력 44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133퍼센트 증가

- 마법 사용 시 마력 소모량 50퍼센트 감소

- 공격 시 방어력 30퍼센트 무시

- 착용 시 초지 일관 스킬 발동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줄줄줄, 끊임없이 늘어선 옵션 탓에 눈이 돌아갈 지경.

“미친, 우와, 미친!”

결국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괴성을 토해냈다.

옵션의 숫자도 숫자이지만 그 옵션 하나하나가 상식의 차원을 벗어났으니까.

‘공격력이 900이라고? 지마력 스탯이 합쳐서 2500이 넘고? 이 정도면 그냥 갓워즈 졸업템일 것 같은데?’

당장 순수한 데미지와 능력치 증가 옵션만으로도 이미 갓워즈의 그 어떤 무기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

놀라운 건 그게 끝이 아닌 시작이란 점이었다.

옵션을 하나하나 곱씹을 때마다 미다스의 입가는 씰룩거렸다.

“푸하하!”

그게 미다스가 폭소를 터뜨린 이유였다.

“크흐, 진짜 어떻게 이런 아이템이 있을 수 있지? 응? 우와아! 얘들아! 이 지팡이 옵션 좀 봐! 당장 파이어볼을......."

[레벨이 낮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화려한 옵션 탓에 찾는 게 늦었으니까.

“어?”

옵션 중 하나인 착용 가능 레벨에 어떤 숫자가 있는지.

“391레벨? 어? 어?”

이윽고 모든 상황을 파악한 미다스의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기 한 점 없었다.

"......아놔,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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