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화. < 133화. 나 혼자 한다 (1) >
1.
어스퀘이크,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을 통해서는 단 한 번도 시전된 적 없는 마법.
당연한 말이지만 그 누구도 위력을 알지 못하는 마법이었다.
‘맙소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어스퀘이크 마법을 보는 순간 얼어붙은 건 어스퀘이크란 단어 때문이었다.
‘진짜 이게 존재하다니?’
마법사들에게는 메테오란 단어 다음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였으니까.
그렇기에 선택의 고민은 없었다.
‘아!’
오히려 고민이 되는 건 이 스킬을 습득한 다음 해야 할 일들.
‘정신 차려, 정현우! 지금 3억 명이 보고 있어, 3억 명이!’
일단 당장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어스퀘이크 스킬 카드로부터 시선을 돌려 다른 카드들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지진이 난 눈동자를 굴리고 이내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킁킁, 냄새를 맡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흠, 냄새가 납니다, 레전더리의 냄새가.”
그 발언에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 냄새가 난다고? 갓워즈에서 냄새가 날 리가 없을 텐데?
- 형, 그거 아무래도 형 홀아비 냄새일 것 같은데?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라는 반응.
‘좋아, 일단 실수는 넘어갔다.'
앞서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표정 연기가 흔들거렸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반응이었다.
이로써 시청자들이 조금 전 자신의 그 실수를 눈치 채고 언급할 리는 없을 테니까.
‘남은 건 이 다음 연기다.’
물론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이제부터 어스퀘이크를 얻은 사실이 채팅창은 물론 갓워즈 관련한 모든 커뮤니티가 지진이 난 것처럼 뒤흔들 터.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다.
‘제대로 해야 해.’
정말 자신은 380레벨 스킬 카드 보상에서 어스퀘이크 같은 스킬이 나올 줄 몰랐다.
아니, 있는 줄조차 몰랐다.
‘혼신을 다해서.’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해야 했다.
<후우>
"여기서 냄새가 납니다. 아, 글쎄 홀아비 냄새 아니라니까.”
그렇게 속으로는 숨을 고르고, 겉으로는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연기를 하던 미다스가 손을 뻗어 스킬 하나를 골랐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어스퀘이크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기획했던 연기를 시작했다.
"어."
그러한 연기의 시작은 얼빠진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그리고는 이내 시청자들에게 양해는 구하는 멘트와 함께 미다스가 이리저리 무언가를 살피는 연기를 했다.
그 후에는 표정을 굳혔다.
딱딱하게.
누가 보더라도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윽고 그 딱딱한 표정 사이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와……."
그렇게 열린 입에서는 말보다 감탄사가 먼저 나왔다.
“우와.”
아주 진하게, 마치 10년 동안 금연을 하다 담배를 피우게 된 사람이 담배 연기를 뿜듯.
그렇게 감탄사를 길게 내뱉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말했다.
“이번에 습득한 스킬은 어스퀘이크입니다.”
드디어 자신이 습득한 스킬을 공개하는 순간.
‘완벽했어.’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의 연기에 먼저 극찬을 보냈다.
그만큼 훌륭한 연기였고, 당연히 미다스는 시청자들이 자신을 결코 의심치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미다스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채팅창을 바라봤다.
- 어스퀘이크라고?
- 진짜? 지진 마법이라고?
당장 시청자들이 놀라는 게 보였다.
그로부터 점차 시간이 흐르고, 상황을 파악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응, 구라.
시청자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응? 뭐지?’
그러한 시청자 반응에 미다스가 당황하는 사이 채팅창은 시청자들의 의심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 또또 BJ대마도사 약 파네.
- 형, 그냥 노멀 등급 쓰레기 나왔는데 괜히 말하면 창피하니까 구라치는 거 다 알고 있어.
- 여기서 어스퀘이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게 말이 됨? 차라리 BJ대마도사 애인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더 믿을 만하겠다.
- 딱 봐도 연기인 거 티났음.
사실 어떻게 보면 마땅한 의심이었다.
어스퀘이크란 스킬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갓워즈에서 공개된 적 없는 스킬 아닌가?
- 그러고 보니 메테오 때도 구라 쳤었지.
- 맞아, BJ대마도사가 약 파는 거 한두 번 아니잖아?
- 옛말에 검은 머리 솔로는 믿지 말라고 하잖아?
더욱이 미다스의 경우에는 과거에 메테오를 습득했다면서 장난을 한 경력도 있었다.
전적이 있으니 더더욱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어? 어? 이게 아닌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고, 그 반응에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어쨌거나 이 순간 미다스 입장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보여줄까?’
여기서 어스퀘이크 스킬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
‘아니면 맞장구치고 넘어갈까?’
혹은 일단 여기서 시청자들 반응에 맞춰 공개하지 않은 후에 차후 공개해서 놀라게 하는 것.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 묻고 가자.’
이런 뜨거운 콘텐츠를 굳이 마다하는 시청자들에게 일부러 떠먹여줄 필요는 없는 법.
아껴두었다가 적당할 때에 터뜨리는 게 훨씬 나았다.
“와, 진짜 이걸 안 속네. 진짜 혼신의 연기였는데.”
그렇게 미다스가 또 다른 연기를 시작했고, 그 연기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어스퀘이크 말고 다른 스킬 불렀으면 속았을 듯!
- 솔직히 어스퀘이크는 아니지. 너무 말도 안 되잖아?
- 형, 우리 짬이 얼만데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에 속을 것 같아?
- 그래도 연기 쫌 되더라. 형, 그냥 이대로 할리우드 가자. 괜히 원딜러랍시고 파티에 민폐 끼치지 말고.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을.
‘그렇지!’
그 반응을 보던 미다스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안 썼지!’
자신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스킬 하나가 있다는 것을.
“사실 이번에 얻은 건 유니크 등급 스킬인 파이어 다이너마이트입니다.”
그렇게 스킬을 공개했고,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앞서서와 달랐다.
- 오!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그거 꽤 괜찮은 스킬인데?
- 역시 운빨 맞네. 저것도 매물은 거의 없는데.
파이어 다이너마이트는 이미 세간에 공개된 마법 스킬, 때문에 이번에는 충분히 납득을 했고, 그러한 시청자들에게 미다스는 기꺼이 보여줬다.
“그럼 쓰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2.
- 어떻습니까? 제 새 스킬의 위력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보이는 BJ대마도사.
- 예? 그냥 파이어볼이나 던지라고요? 에이, 그래도 이건 시간 차가 되잖아요? 타이머 기능이 있다니까요? 뭐라고요? 그 시간에 파이어볼을 하나 더 던지라고요?
그러나 막상 그 스킬에 대한 채팅창의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다.
물론 다들 알고 있었다.
그 스킬이 좋지 못하다고 하는 건 그저 장난기 어린 말이라는 것을.
사실은 다들 놀라고 있다는 것을.
그 증거로 그 방송을 편집하고 송출하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모두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진짜 엄청나네. 여기서 또 강해지다니.”
그만큼 BJ대마도사의 스펙업 속도는 경이로웠다.
“이 속도면 400레벨도 금방 찍겠네.”
“그럼 앞으로 스킬만 2개 더 얻는 건가?”
“거기서 레전더리라도 하나 나오면 장난 아니겠다.”
더 경이로운 건 아직도 강해질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지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
때문에 일부는 이제 기대감을 품었다.
“이거 검객이랑 붙어도 해볼 만하겠는데?”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소드 길드와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이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맞아, 이제는 부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렴, 저 속도를 보라고? 소드 길드도 오우거 군대 상대로 저렇게는 못 싸울걸?”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베팅하라고 하면 난 BJ대마도사랑 불사자 길드 파티에 걸 거야.”
그것도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무척이나 짙고, 강렬한 기대감이었다.
“역시 BJ대마도사, 다 계획이 있구나.”
이 모든 것을 분명 기획했을 BJ대마도사를 향해 다시 한 번 더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해볼 만하다.’
그가 보기에도 BJ대마도사는 불사자 길드와의 손을 잡는다는 가정하에서 소드 길드와 충분히 싸울 만했다.
그리고 거듭된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 사실을 이제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영준이 보기에는 이 역시 BJ대마도사의 의도였다.
‘아마 불사자 길드원들도 자신감이 붙었을 거야. BJ대마도사랑 함께 하면 소드 길드를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BJ대마도사 본인이야 상대가 소드 길드이든 어비스 길드이든 간에 자신감이 넘친다지만 불사자 길드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소드 길드와 불사자 길드는 똑같은 10대 길드이되, 그 둘 사이에는 메이저리그 꼴찌팀과 우승팀 정도의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런 차이를 느끼는 불사자 길드에 갑자기 소드 길드와 붙어야 한다고 말하면? 여러모로 긴장할 수밖에 없을 터.
때문에 지금 이 레벨업 과정을 통해서 불사자 길드에 남아있을 긴장의 여지, 불안감의 여지를 지워버렸다.
비단 불사자 길드만 그런 게 아니었다.
대중은 본래 이기는 쪽을 응원하기 마련.
즉, 예전이라면 소드 길드와 BJ대마도사를 품은 불사자 길드가 붙으면 소드 길드를 응원했을 이들이 이제는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를 응원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여러모로 소드 길드와의 전쟁을 위한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져가고 있었다.
‘때가 무르익었어.'[
그렇다는 건 이제는 소드 길드와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
그건 이제 끝을 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조만간 미팅을 해서 결론을 내야지. 아즈모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아즈모, 이제 그와 협상을 끝낼 때가 왔다.
3.
버려진 오우거의 대장간.
깡!
본래는 소리 한 점 없어야 하는 그곳에 때 아닌 쇳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깡!
그리고 미다스가 그러한 쇳소리를 배경음 삼은 채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미다스]
- 레벨 : 389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2984)/체력(5+2988)/지력(1950+5350/마력(399+4932)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상태창, 그것을 보던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 걸려 있었다.
그럴 만했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속도야.'
처음에는 아득하리라 생각했던 389레벨, 그런데 그 아득했던 것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빨리 코앞에 다가왔으니까.
‘불사자 길드랑 사장님 덕분이야. 그분들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는 없었겠지.’
물론 미다스는 이 모든 것이 자기 능력이 아닌 주변의 도움 덕분임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 이상 도움을 받을 순 없어.’
이제 마주해야 할 난관은 혼자 힘으로 뚫겠다는 각오.
‘이 이상 그분들을 힘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 각오가 지금 미다스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허허, 일찍 왔군.”
어느새 사라진 쇳소리 뒤로 들리는 NPC자가의 목소리, 그런 NPC자가가 로브 한 벌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자가의 역작 -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로 만든 로브]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89레벨 이상
- 자가가 황금 석탄을 이용해 개조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로 만든 로브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강인한 생명의 원천이 담겨 있다.
- 모든 능력치 +800
- 마법 공격력 +60
- 물리 방어력 30퍼센트 증가
- 마법 방어력 30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4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쿨타임 40퍼센트 감소
- 모든 상태 이상 효과 210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 정체는 두 번째 자가의 역작!
보는 순간 어이가 없을 만큼 아득한 아이템 옵션,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오로지 한 곳이었다.
‘389레벨.’
아이템 착용 가능 레벨.
‘확실해.’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는 이제 확신했다.
‘자가의 역작 템레벨은 389레벨이다.’
이제부터 자가의 역작을 제작하더라도 자신이 착용하지 못 하는 일 따위는 없으리라고.
“어떠한가? 마음에 드는가?”
“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럼 이번에는 신발로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기한은 하루일세.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봄세.”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가진 모든 아이템을 차근차근 자가의 역작으로 바꾸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물론 그동안의 시간은 휴식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보내야할 시간이었다.
“럭키야.”
왕!
“검객 님하고 폭군 상대로 레이드 레이스 해야 할 준비를 하자.”
그 누구도 아닌 검객, 그러한 검객이 이끄는 소드 길드와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불사자 길드 없이 우리들끼리 해야 하니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오로지 혼자의 힘만으로.
그 각오를 품은 미다스가 곧바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로브를 입었다.
그 뒤를 이어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망토를 꺼내 그 로브 위에 둘렀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자가의 역작 세트 아이템을 2개 장착하셨습니다.]
[세트 아이템 옵션이 발동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오우거 군대를 향해 단신으로 뛰쳐 들어가 전투를 치를 듯한 표정!
왕!
“주인님의 각오가 표정 밖으로도 보입니다. 저, 골드! 주인님이 가시는 길을 가장 먼저 밝히는 빛이 되겠습니다!"
“선배님의 뒤는 제가 쫓겠습니다!”
그 표정에 럭키는 물론 골드와 실버마저 결사항전의 각오가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 미다스가 화답했다.
“그래, 어디 아이템 바꾼 위력 좀 보자.”
그 순간이었다.
“아, 그렇지.”
미다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시 한 번 더 인벤토리를 연 후에 그곳에 있는 두 개의 아이템을 바라봤다.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X 1]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X 1]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걸 잊을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