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 132화. 레벨업 (3). >
9.
충격을 받았을 때는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때로는 효과가 법.
- 370레벨이라니, 말이 돼?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데 이제까지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연거푸 들려오는 BJ대마도사발 소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들이 그러했다.
- 아니, 그보다 스피드 레벨업이라니? 경험치 몰아준다고? 불사자 길드랑 함께?
- 솔로 탈출한 게 아니라니! 역시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그 충격적인 소식에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가 혼돈과 파괴, 망각으로 뒤덮였을 무렵, 그것을 단숨에 정리하는 소식이 들렸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켰다!
- 오우거 군대 사냥한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소식이
물론 사냥 소식 자체만으로는 충격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암흑 대륙에서 오우거 군대를 상대하는 건 그곳에 온 모든 플레이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 맙소사, 이게 사냥이라고? 학살 같은데?
충격적인 건 다름 아닌 사냥 장면.
암흑 대륙 초입에 포진한 오우거 군대들, 무한 미로조차 뚫고 온 백전노장과 같은 플레이어들조차 소극적인 겁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그 괴물 무리를 상대로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가 보여준 건 다름 아닌 정면승부였다.
그것도 그냥 정면승부가 아니었다.
“자, 저기 메인 부대가 보입니다.”
정찰병 또는 보초병을 비롯해 메인 부대 주변의 병력을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인 후에야 메인 부대와 전투를 치르는 것이 상식.
그도 그럴 것이 오우거 메인 부대의 숫자는 최소 1백 마리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런 오우거 메인 부대가 공격 당하는 순간 주변에 배치된 수십 마리의 오우거 정찰병, 보초병들은 바로 메인 부대로 합류했다.
주변 처리를 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
“제게는 좋은 경험치 감이죠. 아, 보초병들이요? 걔네들 잡아서 간에 기별이나 되겠어요.”
그러나 BJ대마도사는 그 보초병들이나 주변 병력 처리 따위는 무시한 채 바로 메인 부대와의 전투를 강행했다.
이제까지 그 누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
전투 자체도 파격적이었다.
“일단 가고일로 모아서.”
그 무시무시한 무리를 분산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로 뭉치는 것부터.
“그 가운데 플레임 드래곤을 먹이고,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뭐, 플레임 드래곤만 보내면 섭섭하니까 블리자드랑 아이스 스톰에다가 인페르노도 한 번 깔아줘야죠."
물론 그 전투 방식 자체가 파격적인 건 아니었다.
메인 부대와 교전하기 전에 광역 마법을 뿌리는 건 오히려 상식 중의 상식.
파격적인 건 그 광역 마법을 뿌리는 이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이었다.
“그럼 라포 님 버프 한 번 세게 부탁합니다.”
“오케이.”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라포, 갓워즈 최강의 버퍼의 버프를 가득히 받은 채로.
- 진짜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
- 오우거들에게 진지하게 항복 기능 추가해줘야 할 듯.
- 양심적으로 싸우자, 플레이어 놈들아!
보는 입장에서는 오우거를 응원하게 될 정도.
위력 역시 압도적이었다.
[가고일이 소환됐습니다.]
메인 부대 근처에서 가고일이 소환되는 순간, 그 순간 모든 오우거들이 바로 반응했다.
크르르!
크어어!
정찰병과 보초병은 물론 그 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한 강철 갑옷을 두른 오우거 전사들까지.
무려 1백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군세가 가고일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쿠쿠쿠!
그 움직임은 소리만으로도 끔찍했다.
대지가 처절하게 우는 듯한 소리가 났고, 그 소리 앞에서는 맞서 싸운다, 라는 개념은 감히 머릿속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광경에 혀를 내두르는 이는 없었다.
- 불쌍한 오우거 놈들, 다음 생에는 BJ대마도사 가디언으로 태어나렴.
오히려 오우거 군대를 향해 동정의 채팅을 보낼 뿐.
그 이유를 오우거 군대가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푸후후후!
시작은 인페르노의 악마였다.
[오우거 전사가 인페르노의 저주에 걸립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인페르노의 악마가 내뱉은 불길이 최전선에 있는 오우거들을 뒤덮었다.
휘잉!
그 위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콰광!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동반한 채로.
크어어!
크아아!
그러한 눈보라에 몸이 굳어버린 오우거들은 그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속절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백 마리의 오우거 군대가 삽시간에 얼어붙어 새하얀 볼링핀 같은 꼴이 되는 순간.
화르르르!
그 순간 두 마리의 플레임 드래곤이 거대한 볼링공처럼 전력을 다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일방적인 전투.
콰과광!
그 전투 끝에 플레임 드래곤이 폭발한 후에야 비로소 전장에 잠시 동안 고요함이 찾아왔다.
- 언제 봐도 경이로운 콤보라니까.
어지간한 몬스터들이라면 도중에 이미 사냥이 되었어야 마땅할 만큼 강력한 콤보.
그게 암흑 대륙이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크르르!
크어어!
그 아득한 BJ대마도사의 마법 콤보 앞에서도 오우거 군대는 절반 이상이 여전히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멀쩡하진 않은 상태.
무엇보다 이번에는 BJ대마도사 혼자가 아니었다.
“다들 라인 잡아!”
불사자 길드원들!
그들이 BJ대마도사를 대신해 몰려오는 오우거 군대를 상대로 기꺼이 벽을 자처했다.
어려울 건 없었다.
“그냥 버티기만 해!”
해야 할 건 오직 하나 버티는 것뿐.
더불어 그 버티는 것이 불사자 길드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 불사자 길드가 탱커해주는 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지.
- 아무렴, 불사자 길드 탱커 라인은 절대 안 무너지니까.
불사자, 그 길드 이름은 강력한 버퍼와 힐러의 도움으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기에 붙여진 이름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래 버틸 필요도 없었다.
“그동안 BJ대마도사가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그저 BJ대마도사가 처리해줄 때까지, 그때까지만 버티면 될 뿐.
크어어!
“와라!”
그렇게 불사자 길드가 몰려오는 오우거 군대를 막는 사이, 그사이 기다리고 있던 무리가 움직였다.
크-왕!
“크왕!"
“주인님의 전설을 위하여!”
럭키 그리고 골드와 실버.
쿵!
여기에 이번에는 뇌전의 정령 기사와 아이언 골렘들까지!
강인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이제는 무색한 그 무리가 별동대처럼 전장을 누비며 불사자 길드와 대치 중인 오우거 무리들을 공격했다.
- 속도 미쳤다!
- 미친, 이거 그냥 툭 치니까 끝나네?
이미 앞서서 BJ대마도사의 광역 마법에 적잖은 피해를 입었기에 쓰러지는 속도는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공개된 그 어떤 오우거 군대 사냥 방송 때보다 빨랐다.
픽픽, 쓰러진다는 표현이 현실처럼 느껴질 지경.
- 진짜 이런 사냥을 보게 될 줄이야.
- 충격적이다, 충격적. 진짜 충격적이네.
여러모로 그 충격적인 전투 광경 속에서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아, 레벨이 올랐네요.”
10.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갓워즈 역시 레벨이 오를수록 1레벨을 올릴 때의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늘어났다.
좀 과장하면 갓워즈의 경우에는 레벨을 아예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냥터 난이도에 어울리는 실력이나 아이템 세팅이 없으면 제대로 사냥조차 하기 힘들뿐더러, 게임 오버를 할 경우 짊어져야 하는 페널티가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하기 힘들었으니까.
암흑 대륙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하루는커녕 며칠을 고생해야 간신히 1레벨을 올릴까 말까한 암흑 대륙 초입.
- 아, 레벨이 또 올랐네요. 진짜 이거 뭐 레벨업이 너무 쉽네요.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을 정도네. 갓워즈 차기작을 누가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저보고 만들라고 하면 진짜 어렵게 만들 겁니다. 이런 쉬운 게임을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곳에서 들리는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채팅창 위로는 혀를 차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 레벨업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 경험치 몰아주기를 한다고 해도 이게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다니.
분명 경험치를 몰아주면 레벨업이 빠른 건 사실이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모두가 경험치 몰아주기로 레벨을 올렸을 터.
- 원래 이렇게 쉬운 건 아니지.
ㄴ 쉽기는커녕 생각보다 어려움. 저 상황에서 제대로 막타 넣고 끝내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
막타를 넣어야 경험치를 먹을 수 있기에, 생각보다 경험치 몰아주기를 하는 건 어려웠다.
BJ대마도사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
- 역대급 레벨업이란 게 거짓말은 아니었네.
어쨌거나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동시에 기대감을 품었다.
- 그보다 이 정도 레벨업 페이스면 솔직히 멀린이나 아즈모 레벨 따라잡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ㄴ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최고 레벨도 찍어버릴 기세임.
BJ대마도사가 최고 레벨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의외로 멀지 않은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 멀린 쪽은 똥줄이 타겠네.
ㄴ 아무렴, 똥줄만 타겠어?
ㄴ 최근 후원 채팅 안 하는 거만 봐도 견적 나왔죠? 후달리죠?
그로 인해 멀린을 비롯해 최상위 레벨 플레이어들인 위협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흠."
그러나 막상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멀린의 표정에는 당혹감이나 분노의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커피를 마시는 그의 행동에서는 어느 때보다 짙은 여유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비단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대단하네요.”
같이 방송을 보는 엠마 역시 어느 때보다 담담한 기색이었다.
“레벨을 이 정도나 아껴둔 것도 대단하고요.”
사실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 그리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군. 본인이 말하지 않았으면 정말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이제까지 어비스 길드가 가장 궁금해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BJ대마도사의 레벨, 그런데 지금 그 레벨을 본인이 직접 공개한 상황 아닌가?
더불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레벨 제한을 넘으면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했다.
BJ대마도사의 레벨이 상식선을 넘는 속도로 오르는 것 역시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면 BJ대마도사가 이제 진짜 한계에 도달하긴 도달한 모양이군.”
무엇보다 어비스 길드의 눈에 BJ대마도사의 이 모든 모습은 몸부림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걸 보면.”
끝에 다다른 자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치는 몸부림.
“본인도 알고 있는 거겠죠. 어차피 여기서 레벨을 아낀다고 해서 뭔가 달라진다는 게 아니라는 걸.”
그렇기에 어비스 길드는 확신하고 있었다.
- 이제 며칠 뒤면 380레벨 찍을 것 같은데, 찍는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스킬 카드 골라보겠습니다!
“380레벨이라, 빠르긴 빠르단 말이야.”
“의미 없죠. 어차피 레벨만 오를 뿐, 이 이상 스펙업은 불가능하니까요.”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상식을 벗어나는 스펙업을 보여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리란 것을.
“380레벨 카드 보상에서 이제까지 등장한 적 없는, 상식 밖일 만큼 강력한 레전더리 스킬이 운 좋게 나오지 않는 이상."
11.
[레벨이 올랐습니다.]
[38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수준을 넘어 짜증이 날 정도로 많이 들었던 알림.
“380레벨 달성!”
그러나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반응은 이제까지 보여줬던 그 어떤 레벨업 알림 반응과 달랐다.
크어어!
크아아!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전장, 평소라면 알림을 귓등으로 흘렸을 미다스가 오히려 전투를 멈추고 소리쳤다.
“여러분! 드디어 380레벨을 찍었습니다.”
모두에게 자신의 레벨업 소식을 알렸다.
그다음 행동도 평소와 달랐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바로 스킬 카드깡 해보겠습니다!”
3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바로 스킬 카드 보상을 받는 장면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그럼 일단 배경음 좀 넣어보겠습니다. 럭키야, 워하울링이다!”
아우우우!
“골드도 소리 질러!”
“아우우우!”
심지어 럭키의 워하울링과 골드의 울음으로 어수선한 전장을 더 어수선하게까지 만들었다.
할 필요가 없는 짓.
즉, 지금 이건 쇼였다.
- 크으, 역시 BJ대마도사! 다들 힘들게 싸우는데 본인은 카드나 까고 있죠!
- 그래, 이렇게 딴 짓을 해야 우리 형이지!
- BJ대마도사는 놀아야 제맛!
- 그럼 까볼까? 따라라, 쿵짝짝, 쿵짝짝, 따라리라라.
시청자들을 들뜨게 하기 위한 쇼.
또한 마땅히 해야 하는 쇼였다
- 그래서 뭐가 나올까?
- 그냥 적당한 거 나오겠지. 설마 여기서 레전더리 등급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겠어?
- 아무렴, 스킬 카드깡으로 레전더리 먹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인데.
레벨업을 한다,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스킬 카드 보상이었으니까.
-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BJ대마도사는 카드깡 이벤트를 거의 안 했네.
사실 대부분은 이런 쇼를 가장 핵심 이벤트로 삼았다.
그동안 BJ대마도사가 이런 쇼를 보여주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
- 어차피 나오든 안 나오든 그냥 원하는 건 돈으로 사면 되니까 의미 없지.
ㄴ 아, 그렇구나.
ㄴ 없으면 지르면 되니까.
세간은 BJ대마도사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우.’
물론 미다스가 이런 쇼를 보여주지 않은 진짜 이유는 당연히 그의 눈 때문이었다.
‘절대 당황하는 모습 보여주면 안 돼.’
스킬 카드를 볼 수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모두를 속일 만큼 완벽한 표정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
‘3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보고 있어.’
심지어 지금 미다스를 향한 시선의 숫자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
조금이라도 어색한 모습을 보이면 들킬 터였다.
‘뭘 봐도 못 본 척. 절대 못 본 척해야 해.’
그렇게 주문을 외우는 미다스의 귀에 알림이 들렸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 알림에 미다스는 기꺼이 대답했고,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각색.
‘나는 장님이다.’
그러나 그 빛 앞에서 거듭 주문을 외우며 담담하게 움직이던 미다스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거렸다.
‘내 눈은 동태 눈깔…… 헉.’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스퀘이크]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지진을 일으킨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범위와 위력이 강해진다.
‘뭐, 뭐야, 이거?’
진짜 지진이 나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