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28화 (428/485)
  • 428화.  < 132화. 레벨업 (2). >

    4.

    - 불사자 길드와 모든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기획했으며 현재 세부 조정 중이지만, 현재 불사자 길드와 플레이를 하셔도 무방합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온 메일을 보내는 순간 정현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됐다!’

    어련히 잘 되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세상일이란 게 확답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더욱이 다른 길드와 손을 잡는 건 그저 단순히 잡고자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템 배분 같은 사소한 문제는 둘째치고 세부 일정이나 라이브 방송에서의 수입 등 고려할 게 꽤 많았으니까.

    하물며 그 상대가 10대 길드라면 협상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는 물론 금액도 클 수밖에.

    실제로 이메일에도 세부 조정이란 표현이 있는 걸 완벽하게 이야기가 정리된 건 아니었다.

    ‘역시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그러나 정현우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이렇게 빠르게 답을 내준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무슨 일이야?”

    반면 갑자기 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유를 알 리 만무한 정태우는 정현우의 행동에 말을 건넸다.

    “갑자기 왜 그래?”

    그러한 형의 의문에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확인한 후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니고. 이제 솔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말에 너무 놀란 듯 말문을 잊은 정태우, 정현우가 그런 형을 지나치며 말했다.

    “그럼 일하러 갈게.”

    5.

    왕!

    왕!

    다시 만난 럭키와 똘똘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이.

    “오랜만이네.”

    “예, 오랜만입니다."

    그 두 늑대를 배경 삼은 채 두 신수의 주인이 서로를 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대화의 첫 문을 연 건 라포였다.

    “그동안 영 소식이 없던데? 어때? 암흑 대륙에서 혼자서 오우거 잡는 건 잘 됐어?”

    “잘 됐으면 이렇게 만나는 일은 없었겠죠. 나름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군요.”

    그 라포의 말에 미다스가 대답을 시작으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 있는 게 정찰병인지 보초병인지 알 수도 없고, 본대 배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고, 저한테 정찰부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움직이는데 시간이 허비되고……."

    그러한 푸념에 라포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뒀다.

    “동감이야, 견적을 짜는 게 너무 힘들더군. 맵핵 킨 것처럼 모든 게 보이는 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 정도였다니까.”

    “예?”

    “그런 거 있잖아. 오우거가 어디에 있는지, 본진이 어디에 있는지, 숫자가 몇인지 맵핵처럼 다 보이는 거.”

    “아!”

    이어진 그 맞장구에 미다스가 속으로 뜨끔하며 말했다.

    “하하, 그런 눈이 있으면 참 편하겠죠. 그런데 그런 게 되겠어요? 그보다 이제는 같이 손잡았으니까 고민 없이 화끈하게 갑시다.”

    그리고는 잽싸게 대화 주제를 돌렸고, 라포 역시 그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부터는 굳이 간을 볼 필요가 없지. 화끈하게 몰아붙이면 될 뿐이니까.”

    미다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나랑 애들은 불사자 길드가 깔아준 판에서 딜만 하면 돼.’

    이제는 주변 눈치 없이 화끈하게 가진 전부를 그냥 토해내면 될 뿐.

    “우리가 몬스터를 몰아오면 BJ대마도사가 잡는 식으로, 화끈하게 역사적 레벨업을 해보자고.”

    “예, 화끈하게 역사적 레벨업……."

    그 순간 호응하던 미다스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말을 멈추고 라포를 바라봤다.

    반면 그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 라포는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준비는 다했어. 우리 전장을 만들면 BJ대마도사, 당신이 막타를 치면 돼. 세세한 설명은 필요 없겠지? 그쪽 능력이면 충분히 타이밍 가능해서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를 바라보는 라포, 그런 라포를 향해 미다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렴요, 충분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렇게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야기 마쳤으니 전 우리 사장님하고 라이브 미팅을 좀 해보겠습니다.”

    6.

    “이번 콘텐츠 컨셉이 갓워즈 역사상 가장 빨리 레벨업을 하는 거다, 이거죠?”

    - 와튼 : 네.

    “그러니까 같이 사냥을 하되, 경험치는 저만 먹는다?”

    - 와튼 : 네.

    채팅을 보던 미다스는 생각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걸까?’

    그 정도로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상황은 그의 예상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상태였다.

    ‘꿈이 아닌데 이런 게 가능할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황은 흙수저였던 내가 알고 보니 어느 아랍 대부호의 먼 친족인데, 그 사람의 유산 중 일부가 내 몫으로 돌아왔다, 같은 식의 상황.

    만약 보통 때의 미다스였다면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은 채 아니,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라는 반문을 하고도 남았을 만한 상황이었다.

    ‘아.’

    그러나 지금 미다스가 처한 때는 보통 때와 달랐다.

    그가 대화하는 상대는 그 누구도 아닌 위대하시고, 찬란하신 자신의 사장님이었고 지금 주변에는 라포를 포함한 불사자 길드원들이 미다스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결코 어수룩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 때.

    ‘당황하면 안 돼, 당황하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오직 하나.

    “역시 사장님, 제 마음을 너무 잘 아시네요.”

    그래, 내가 바라던 게 바로 이거였다!

    “자세한 설명을 안 했는데도 이렇게 제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판을 깔아주시는 게.”

    그런 내 의도를 알아준 사장님이 참 대단하다!

    - 와튼 : 감사합니다.

    그에 대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미다스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와, 진짜 이게 현실이 되다니? 아니, 그보다 이 조건을 불사자 길드가 수락했다고?’

    이런 기획을 한 것도 한 거지만, 실현시킨 라이징 스타 채널 능력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할 뿐.

    - 와튼 : 어쨌거나 그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기획한 만큼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응?’

    그때 나온 진지한 채팅 내용에 미다스가 마음을 추슬렀다.

    ‘그래,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이번 기획은 누가 보더라도 미다스가 말도 안 되는 이득을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그런 기획을 미다스가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로 준비했을 리 만무.

    필시 어느 정도의 지출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불사자 길드에도 메리트를 줘야지.’

    무엇보다 이 기획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불사자 길드에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주고자 했을 터.

    ‘수익은 전부 불사자 길드가 가져가는 식일지도 몰라.’

    그게 아니고서는 불사자 길드가 이 기획대로 움직여주는 건 오히려 위험했다.

    나중에 가서 더 큰 무언가를 요구할지도 몰랐으니까.

    어쨌거나 미다스는 어떤 결정을 내렸건 간에 기꺼이 응할 생각이었다.

    ‘수익 기부라도 좋다.’

    그것이 정말 살과 뼈를 깎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하더라고.

    그러한 각오를 마친 미다스의 앞에 채팅이 올라왔다.

    - 와튼 : 세상에 BJ대마도사님의 레벨을 공개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응?’

    “레벨 공개라고요?”

    그 굳은 표정 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미다스.

    - 와튼 : 예, 레벨업이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레벨을 실시간으로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굳은 표정에 채팅창 위로 빠르게 글이 올라왔고, 그 사실에 미다스의 표정은 더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끝이라고?’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레벨만 공개하면 된다니?

    ‘진짜?’

    미다스 입장에서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가소로운 조건, 그래서 표정이 굳었다.

    ‘설마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이게 대가의 전부라고는 믿기 힘들었으니까.

    - 와튼 : 레벨이 극비이긴 하나, 이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됩니다.

    - 와튼 : 만약 정말 공개가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채팅창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다급하게 굳은 표정을 풀었다.

    “아니요, 그렇게 하죠.”

    ‘장난이든 뭐든 좋다. 진짜 이 조건이면 무조건 콜이지!’

    그렇게 대답을 마친 미다스가 말했다.

    "당장 보내드리겠습니다.”

    7.

    “이게 진짜야?”

    “예, 현재 불사자 길드에 숨겨둔 정보원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한 정보입니다.”

    비서의 대답에 아즈모는 손에 든 태블릿PC를 바라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불사자 길드랑 손을 잡지만 파티 플레이는 안 하겠다…… 솔로 탈출을 안 하겠다는 건데 어떻게 생각해?”

    “누가 보더라도 억지입니다.”

    “그렇지?”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즈모.

    “그럼 억지이니까 어떻게 반박해야 할까?”

    “그야……."

    그러나 이어진 질문에 비서는 말문이 막힌 듯한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아즈모가 미소를 짙게 만들며 말했다.

    “사실 반박할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BJ대마도사가 억지를 부려서라도 솔로 플레이를 고집한다는 사실이니까.”

    “그게 왜 중요합니까?”

    “BJ대마도사의 팬들을 기꺼이 그 억지에 응원할 테니까, 그러니까 아주 중요하지. 팬들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잖아?”

    그 대답에 비서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비서의 모습을 본 아즈모가 커피를 한 모금은 머금은 채 그리고 잠시 동안 커피를 음미한 후에 말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소드 길드랑 대결하는 걸 납득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야.”

    아즈모는 BJ대마도사에 말했다.

    자신의 선택을 받고 싶으면 소드 길드를 상대로 혼자 힘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거기서 말한 혼자 힘이란 오롯한 BJ대마도사 혼자의 힘을 말함이었다.

    이런 식으로 파티 플레이만 안 했으니 솔로 플레이다, 라는 식의 방법을 한다면 그 순간 아즈모는 전세기를 띄어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마이애미로 갈 생각이었다.

    ‘진짜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어비스 길드랑 손을 잡는 게 현명하지.’

    이제 조만간 시작될 전쟁은 그런 어수룩한 방식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전쟁이었으니까.

    “그래도 머리는 잘 돌아간단 말이야. 이제 불사자 길드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보다 좋은 기획도 없을 테니까.”

    그것과 별개로 아즈모는 이 기획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줬다.

    비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죠, 그냥 사냥이 아니라 그 어떤 플레이어도 보여주지 못한 레벨업을 보여줄 테니까요.”

    스피드 레벨업, 어떤 의미에서 갓워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을 터.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레벨도 공개될 테고.”

    그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드디어 모두가 궁금해 하던 BJ대마도사의 레벨 공개였다.

    “레벨이 몇이냐에 따라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공포의 농도가 달라질 테니까.”

    “그래서 몇 레벨쯤으로 예상하십니까?”

    “메인 시나리오에는 레벨 제한이 있으니, 필시 그 레벨에서 10레벨 이상 여유를 두고 있었을 테니까…… 내 예상으로는 395레벨쯤 될 것 같은데 말이야.”

    “현재 우리 쪽 전문가들 의견도 같습니다. 394.4레벨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속보입니다.”

    “속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커뮤니티에 BJ대마도사의 레벨을 공개했습니다. 지금 속보로 올라왔습니다.”

    비서의 말에 아즈모는 대답 대신 태블릿PC를 터치하며 라이징 스타 채널의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370레벨이라고? 이게 말이 돼?”

    8.

    - 라이징 스타 채널에 공지 올라왔다!

    ㄴ 뭐 올라옴?

    ㄴ 우와! BJ대마도사 레벨 스크린샷이다!

    드디어 BJ대마도사의 레벨이 공개되었을 때,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 370레벨? 미친, 이게 말이 돼?

    경악.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잠깐, 그럼 고작 370레벨인데 무한 미로를 씹어 먹은 거야?

    ㄴ 아니, 무한 미로 씹어 먹을 때는 370레벨이 아니라 360레벨쯤 되었겠지. 씹어 먹고 나와서 370레벨 된 거니까.

    이제까지 모든 사냥터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BJ대마도사.

    - 무한 미로만 그런 게 아니지! 지금까지 사냥터 씹어 먹을 때 사냥터 레벨보다 20레벨 이상 낮았다는 거잖아!

    ㄴ 레벨빨 게임에서 20레벨 이상 사냥터를 씹어 먹다니.

    ㄴ 심지어 혼자 씹어 먹었지.

    그런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모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수준이었음이 증명되었으니까.

    그러한 경악은 이내 의문으로 바꾸었다.

    - 그런데 왜 갑자기 레벨을 공개하는 거지? 뭐지? 자기 과시?

    왜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숨겨온 자신의 레벨을 대중에 이토록 쉽게 공개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의문은 길지 않았다.

    - 어? 영상 하나 올라왔다!

    BJ대마도사의 레벨 스크린샷이 공개되고 정확히 10분이 지났을 무렵, 라이징 스타 채널에 영상 하나가 등장했다.

    - BJ대마도사다!

    그 영상 속에 등장한 건 다름 아닌 BJ대마도사.

    “갑자기 제 레벨이 공개되어서 많이 놀라셨죠? 사실 그렇게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같은 게임을 하시는 분들에게 위화감을 드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한 이유는 이번에 불사자 길드와 콜라보 기획 때문이었습니다.”

    그 BJ대마도사가 말했다.

    “불사자 길드와 같이 암흑 대륙 초입에서 사냥을 기획하면서 고민했습니다. 그냥 오우거 부대를 잡는 걸 보여줘 봤자 시청자들이 잘 체감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아무리 빨리 오우거를 학살해도 그게 얼마나 빠른 건지 느낌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느낌이 오려면 뭔가 구체적인 숫자가 필요할 것 같아서. 그리고 얼마나 빨리 사냥을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삼기에는 레벨만한 게 없잖아요? 그게 레벨을 공개한 이유입니다.”

    자신이 왜 레벨을 공개했는지.

    “쉽게 말해서 제가 얼마나 오우거 놈들을 빨리 잡는지 레벨업 속도로 증명하겠습니다. 그것도 불사자 길드의 도움을 받아서.”

    그 이유가 공개됐을 때 세상은 재차 경악했다.

    “아, 그리고 불사자 길드가 이번 기획을 위해서 전폭적으로 절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더 경험치를 많이 먹을 수 있게 파티 플레이도 해주지 않고 도와주기로요.”

    그리고 이어진 발언에 세상은 환호했다.

    “예, 맞습니다. 저 아직 솔로 탈출 안 했습니다.”

    BJ대마도사, 그는 여전히 솔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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