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27화 (427/485)
  • 427화.  < 132화. 레벨업 (1). >

    1.

    크-왕!

    럭키의 강인하면서도 사나운 외침.

    [오우거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그 외침 뒤로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기꺼운 알림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거듭 등장하며 미다스의 귓가를 두드렸다.

    그러나 그 알림을 듣는 미다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주변을 확인하고, 전투가 끝나간 걸 확인한 후에도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예."

    ‘제발.’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간절한 기도를 하며 미다스가 자신을 향한 질문에 대답을 했고,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가지각색의 카드들.

    “아."

    그러나 그 어디에도 황금빛 색은 찾을 수 없었다.

    “……젠장.”

    그 광경에 기어코 미다스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쉽게 나오리라 생각은 안 했지만…….'

    현재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레벨업이 시급한 상황, 그러나 막상 주변 눈치 때문에 전력을 다한 사냥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력들 다해 사냥을 하더라도 사냥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을 반전시켜줄 수 있는 건 새로운 레전더리 등급의 마법 스킬뿐.

    ‘그래도 나오기만 했으면 충분히 상황 반전을 꾀할 수 있었을 텐데…….'

    더욱이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과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 있었으니까.

    제대로 된 레전더리 스킬만 나오면 진짜 단숨에 비정상적인 스펙업도 가능했으니까.

    ‘이걸로 판세 역전은 불가능해.’

    그러나 그 기대는 이제 물거품이 됐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은 구할 수도 없고.’

    370레벨 레전더리 스킬 카드들은 거래 자체가 거의 되지 않고, 되더라도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으니까.

    물론 이대로 사냥을 계속하더라도 레벨업 속도는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것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빨랐다.

    ‘파티 플레이랑 속도가 크게 차이가 안 난다면…….'

    문제는 효율.

    ‘그냥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게 낫지.’

    주변 눈치 보면서 사냥할 바에는 대놓고 사냥하는 게 나은 법.

    ‘언제까지 숨어서 할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계속 어필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1~2레벨도 아니고 10레벨 넘는 레벨업을 하는 동안 꽁꽁 정체를 숨긴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는 일.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게 훨씬 나았다.

    즉,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좋아.’

    남은 건 행동뿐.

    그 결론에 이른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1백 장의 카드들, 그중 붉은빛을 내뿜는 카드 한 장을 골랐다.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불꽃으로 만들어진 폭탄을 던진다. 폭탄이 터지는 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사실 이것도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거의 모든 마법이 즉시 효과가 발동하는 것과 달리 시간차를 주고 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가짓수가 늘어났으니까.

    [파이어 다이너마이트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 이상 망설임을 품지 않았다.

    “럭키야.”

    왕!

    “친구 만나러 가자.”

    왕!

    2.

    - BJ대마도사 소식 있는 사람! 좀 풀어라!

    ㄴ 그래, 말도 안 되는 소식이라도 믿어줄 테니까 소식 좀 풀어봐! 진짜 지금은 어떤 소식이든 다 믿어줄 수 있을 것 같음.

    ㄴ BJ대마도사 소개팅 나가서 잘 됐다는데?

    ㄴ 야, 구라를 쳐도 선 좀 지키자.

    ㄴ 미안.

    깜깜무소식인 BJ대마도사를 향해 사람들이 갈증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기 시작할 무렵.

    그 무렵에 드디어 소식이 나왔다.

    - 소문이긴 한대, 지금 불사자 길드가 BJ대마도사랑 접촉해서 이야기 중이라는데?

    ㄴ 뭐? 진짜?

    ㄴ 아는 사람이 불사자 길드에서 일하는데, 원래 불사자 길드 라이브 방송 준비하던 거 갑자기 전면 취소됐대.

    ㄴ 취소? 왜?

    ㄴ 나야 모르지. 근데 불사자 길드가 갑자기 일정을 바꿀 만한 게 뭐가 있겠어? 히든 던전 발견 아니면 BJ대마도사 건수밖에 없잖아?

    BJ대마도사가 불사자 길드와 접촉했다는 소식.

    - 하긴, 불사자 길드라면 해볼 만하지.

    ㄴ 그냥 불사자 길드랑 했으면 좋겠다. 럭키 개쩔었잖아?

    ㄴ 심지어 이제는 럭키, 골드, 똘똘이 삼형제도 가능함!

    ㄴ 힐링이 3배!

    이미 앞서서 콜라보를 했기에 개연성은 충분했을 뿐더러 동시에 기대감도 충분할 수밖에 없는 소식에 세상은 기꺼이 열광했다.

    물론 기대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BJ대마도사가 솔로를 포기한 건가?”

    “그렇겠지. 여기서 파티를 하는 건 결국 솔로로 안 된다는 의미이니까.”

    “안 된다기보다는 효율이 떨어지는 거겠지.”

    드디어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가 끝났다는 것.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은 했던 바.

    “그래도 암흑 대륙에서 솔로 탈출을 하게 될 줄이야. 그때 럭키 전투력 보고 암흑 대륙에서도 솔로로 할 줄 알았는데.”

    “뭐, 냉정하게 말하면 그때 라포의 버프빨 덕이었던 게 사실이니까. 라포 버프 받으면 평범한 플레이어도 스타 플레이어급이 되잖아?”

    “그래도 아쉽다. BJ대마도사는 평생 솔로일 줄 알았는데.”

    그러나 바라지 않던 예상이었기에 그 예상이 현실이 되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해서 일부는 말했다.

    “다들 아직 드러난 사실도 아닌데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에요? BJ대마도사가 진짜 솔로 탈출한다고 발표한 것도 아닌데!”

    BJ대마도사는 솔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이혁주가 그랬다.

    “제가 BJ대마도사 팬으로써 말하는데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죽으면 죽었지 절대 솔로 탈출하거나 그럴 인간이 아닙니다.”

    그는 기꺼이 BJ대마도사의 대변인이 되어 세간의 소문을 부정했다.

    “에이,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지.”

    “맞아, 솔로 플레이가 가능했으면 이미 라이브 방송으로 한 번 보여줬겠지. 그런데 그동안 아무 말도 없었잖아?”

    “해보고 안 되니까 이제 파티플레이 하는 거라니까.”

    물론 대부분은 이혁주의 의견에 반박했고, 결국 그것을 듣던 이혁주가 제 편을 찾으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현우 형, 형 생각도 그렇죠?”

    이윽고 말없이 BJ대마도사가 새겨진 캔콜라를 홀짝거리던 정현우를 보는 순간 말했다.

    “BJ대마도사 정도 되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평생 솔로로 살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 사람이 여기서 솔로를 포기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렇죠?”

    그 질문에 콜라를 마시던 정현우가 잠시 눈알을 양옆으로 굴린 후에 말했다.

    “어…… 그래도 평생 솔로 플레이를 할 수는 없으니까 현실을 택할 수도 있지. BJ대마도사가 평생 솔로로 남을 순 없잖아?”

    그 대답에 이혁주가 눈살을 찌푸린 채 혼잣말을 내뱉었다.

    “다들 BJ대마도사 알지도 못하네……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로 남을 거예요.”

    그 혼잣말에 정현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기분 좀 그렇네.’

    분명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을 알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평생 솔로로 살다 죽어라, 같이 들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더불어 정현우 역시 현 상황이 아쉽기도 했다.

    이혁주의 말처럼 모두가 기대했던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에는 점이 찍히는 셈.

    물론 정현우는 알고 있었다.

    ‘잠시 파티 플레이를 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솔로 탈출한 셈이니까. 그래도 레벨만 올리면 다시 솔로 플레이할 수 있어.’

    이번에 찍힌 점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임을.

    레벨을 달성하고, 다시 아이템 세팅을 하게 되면 또 한 번 솔로 플레이에 도전하리란 것을.

    ‘어쨌거나 빨리 넘어가자. 언제까지 검객 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 솔로 복귀의 첫 상대는 검객이 되리라고.

    그러한 각오 속에서 정현우는 기다렸다.

    ‘부디 사장님이 잘 이야기 끝내셨으면 좋겠다.’

    자신을 대신해 불사자 길드에 협상을 시작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협상 결과가 오기를.

    3.

    - 불사자 길드와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게 레벨업에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불사자 길드와 협상해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BJ대마도사로부터 파티 플레이 요청이 왔을 때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올 것이 왔군.’

    예상한 일이었고, 예상했기에 준비도 마친 상태였으니까.

    비단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불사자 길드의 반응 역시 박영준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올 것이 왔네.

    라포, 게임에 접속한 그의 비공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라이브 미팅을 통해 BJ대마도사의 이야기를 통보받은 그 역시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준비는 나름 다 됐어. BJ대마도사와 호흡을 맞추기 위한 모든 준비가. 물론 이게 BJ대마도사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확신이 안 들지만.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한 대답을 했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불사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편에 선 것은 결국 이런 날을 위해서였으니까.

    한 팀이 되어 마주한 적을 분쇄하기 위해, 그렇기에 손을 잡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 그래서 말인데 컨셉은 어떻게 할 거야?

    그보다 중요한 건 손을 잡은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이었다.

    - 그냥 이대로 손잡고 파티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잖아?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고작 그런 게 아닐 텐데.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가 파티 플레이를 하는데, 암흑 대륙에서 오우거를 학살하리란 사실을 의심하는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달리 말하면 그거 학살하는 것을 기대하는 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박영준의 고민도 그 부분이었다.

    “그냥 사냥만 잘하는 건 의미가 없죠.”

    특별한 무언가.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 두 길드가 손을 잡아야만 가능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터.

    그러한 고민 속에서 박영준이 시선을 돌려 모니터의 한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BJ대마도사의 이메일.

    ‘잠깐만.’

    그 순간 박영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레벨업에 효율적이다?’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치밀한 인간이었고, 계획적인 인간이었다.

    숨소리 하나마저 사전에 기획하고 내뱉을 만큼.

    그런 그가 과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레벨업이란 단어를 그리고 효율적이란 표현을 썼을 리 만무.

    더불어 박영준은 그런 BJ대마도사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캐치해낼 수 있는 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나한테 보내는 메시지다. 분명 의미가 담긴 메시지.’

    박영준은 거듭해서 BJ대마도사의 이메일을 읽었고, 거듭해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렸다.

    ‘설마?’

    이윽고 생각해냈다.

    “라포 님.”

    - 무슨 일이지?

    “라포 님이 생각하기에 플레이어들이 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는 뭡니까?”

    - 퍼포먼스? 그야 몬스터를 학살하는 거겠지.

    “그럼 왜 몬스터를 학살하는 게 최고의 퍼포먼스가 되는 겁니까? 몬스터를 학살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질문에 라포는 잠시 고민했고 이내 대답했다.

    - 그야 레벨업을 빨리 하고 싶어서이겠지. 결국 남들보다 레벨을 빨리 올리는 게 게임에 목숨 건 이유인데, 그걸 위한 가장 확실한 게 몬스터 빨리 잡는 거니까.

    그 대답에 박영준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결국 정리하면 레벨을 빨리 올리는 게 최고의 퍼포먼스가 되는 셈이군요. 안 그렇습니까?”

    - 단순하게 정리하면 그야 그렇지. 아!

    그 순간 대답을 뱉은 라포 역시 무언가를 떠올린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설마?

    그 표정을 본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우거를 학살해봤자 시청자들은 그러려니 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빨리 레벨을 올리는지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경악을 할 겁니다.”

    - 하지만 그러려면 레벨을 공개해야 하잖아?

    놀라는 라포, 그리고 실제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레벨은 극비 중의 극비로 치부되며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그냥 공개한다?

    “까짓것 공개하죠. BJ대마도사가 지금 몇 레벨인지.”

    그러나 박영준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이제 파티 플레이를 하는 이상 BJ대마도사의 능력에 대한 정보는 꽁꽁 숨길 수 없는 일.

    ‘그게 BJ대마도사가 원하는 시나리오이니까.’

    결정적으로 박영준은 그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었다.

    “레벨도 공개하면 더 이슈가 될 겁니다. 그 상태에서 레벨업 페이스를 보여주면 이슈는 더 커지겠죠.”

    레벨 공개만으로도 화끈할 텐데, 실시간으로 오르는 레벨을 보면 화끈한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테니까.

    - 하긴, 진짜 끝내주겠지.

    라포도 그 사실 자체에는 감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

    ‘이게 끝이 아니지.’

    더욱이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노림수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좋아, 그럼 파티 맺을 필요 없이 우리가 BJ대마도사에게 올인을 해주면 되겠군. 맞는 건가?

    “그렇죠, 같이 움직이지만 파티 플레이 없이.”

    - 어? 이거 설마?

    그리고 그 노림수를 라포 역시 깨달았다.

    “예, 맞습니다. 어쨌거나 파티 플레이는 아닌 거죠. 어쨌거나.”

    BJ대마도사가 억지이긴 하지만 분명 여지를 남겨두고자 한다는 것을.

    “어쨌거나 BJ대마도사는 여전히 솔로로 남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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