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26화 (426/485)
  • 426화.  < 131화. 암흑 대륙 (4). >

    10.

    폭군의 지휘를 받는 오우거 군단이 있는 암흑대륙 초입, 그러한 암흑 대륙 초입에서 폭군이 무너뜨리면 검은 물줄기가 흐르는 협곡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협곡의 이름은 신의 무덤.

    그 협곡이 현재 갓워즈에서 발견된 가장 머나먼 장소였다.

    달리 말하면 현재 갓워즈의 최고들만이 도달한 곳.

    즉, 현재 갓워즈 최강의 길드인 어비스 길드의 최정예 멤버들, 333인의 멤버들이 사냥 중인 곳이었다.

    그야말로 별 중의 별이 있는 곳인 셈.

    “게임 진짜 쓰레기 같네.”

    물론 그렇게 모인 이들이 내뱉는 말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뱉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 게임을 왜 이딴 식으로 만든 거지?”

    “분명해. 이 게임은 잘못 만든 게임이야.”

    갓워즈란 게임에 대해서 아주 치를 떠는 것.

    허나, 불만을 토로해도 최고가 토로하면 그 무게감이 다른 법.

    “진짜 최악의 무대군.”

    실제로 현재 어비스 길드가 진입한 신의 무덤의 난이도는 암흑 대륙 초입보다 훨씬 어려웠다.

    “차라리 오우거 애들 상대할 때가 편했어. 최소한 이렇게 하염없이 안개가 가라앉을 때까지 쉬는 일은 없었으니까.”

    “아무렴, 거긴 그래도 최소한의 규칙이라도 있었지.”

    검은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는 움직이는 순간, 알 수 없는 공격에 동료들이 서너 명씩이 사라졌으니까.

    피해도 이미 상당한 상황이었다.

    “여긴 밑도 끝도 없다는 게 문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냥터를 디자인하다니……."

    “안개를 꿰뚫어 보는 치트키라도 없는 이상 여기서는 절대 제대로 게임 못할 거야.”

    그게 지금 자욱한 검은 안개 속에서 어비스 길드가 한 곳에 모인 채 안개가 가라앉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유였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 어비스 길드원들이 할 수 있는 건 담소를 나누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는 하나였다.

    “그보다 BJ대마도사가 암흑 대륙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 소식 들은 사람 있어?”

    “불사자 길드랑 따로 움직인다는데 설마 진짜 암흑 대륙 초입에서 솔로 플레이하는 거 아니겠지?”

    BJ대마도사에 대한 것.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든 간에 이 페이스를 생각하면 우리랑 비슷한 위치까지 오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

    이제까지는 그저 밑의 세상,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주민으로 보였던 BJ대마도사가 어느새 어비스 길드가 있는 세상을 코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여러모로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대목.

    멀린도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정보는 정말 없어?”

    - 엠마 : 아직 알려진 바는 없어요.

    “그럼 그 주변은?”

    - 엠마 : 대신 아즈모 쪽 소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가 움직인 것 같다는 이야기에요.

    “아즈모가 움직인 거라면 필시 BJ대마도사와 관련된 움직임이겠지.”

    휴식을 취하는 그는 채팅창을 통해 엠마와 거듭해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무렵이었다.

    “멀린.”

    이야기를 하던 멀린을 향해 목소리 한 줄기가 들려왔다.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질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가.

    갓워즈의 뮤즈 이설, 그녀의 등장에 멀린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뮤즈께서 무슨 일이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서요.”

    “뭐, 다들 그 이야기 중이니까. 왜? BJ대마도사에 대해서 관심이라도 있는 거야?”

    “예."

    그 즉답에 멀린이 놀라며 말했다.

    “관심이 있다니, 놀랄 일이군. 그럼 내가 발품을 팔아서라도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줄까?”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그래? 난 또 BJ대마도사에게 그런 의미로 관심이 있는 줄 알았지. 그럼 뭐가 관심이 있는 거지?"

    “BJ대마도사가 정말 솔로 플레이를 할까요?”

    그 질문, 비단 이설만의 궁금증은 아니었다.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이설 너머의 동료들의 표정 역시 말해주었으니까.

    다들 그게 궁금하다고.

    더불어 멀린만이 대답해줄 수 있는 의문이기도 했다.

    대마도사의 정점에 있는 그보다 더 정답에 가까운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멀린은 기꺼이 대답해줬다.

    “할 수는 있지. 하지만 잘하기는 힘들지.”

    “역시 그런가요?”

    그 대답에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는 이설, 그녀의 모습에 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BJ대마도사가 솔로이길 바라는 건가?”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까지 솔로로 남는 걸 보고 싶긴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거든요.”

    그 말에 멀린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부디 그가 끝까지 솔로이길 바라고 있지.”

    그 옅은 미소 속에서 나온 말은 진심이었다.

    ‘무리해서 솔로 플레이를 고집하다가 자멸해주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지.’

    정말 BJ대마도사가 혼자라면 그가 오를 수 있는 곳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을 테니까.

    달리 말하면 멀린은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지.”

    BJ대마도사가 이제 더 이상 솔로 플레이를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것을.

    “당장 이제 아이템 세팅부터 한계에 도달했으니까. 지금 BJ대마도사 세팅보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지. 장담컨대."

    11.

    [자가의 역작]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 벨 : 4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황금 석탄을 구해 자가에게 가져다주자. 추가로 황금 석탄을 가져다주면 착용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자가의 역작

    !퀘스트 완료 시 ‘폭군’ 진행 가능

    퀘스트창, 그것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우거진 숲 사이로 듬성듬성 자리 잡은 황금빛 기둥이 보였다.

    그리고 그 기둥을 보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보였다.

    “크으!"

    그 미소 사이로 속이 뻥 뚫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만했다.

    ‘진짜 일이 잘 풀려도 이렇게 잘 풀릴 수 있나?’

    사실 이번 자가의 역작 퀘스트 난이도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어려운 퀘스트였다.

    황금 석탄을 찾는 오우거 정찰병 무리를 찾아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뿐더러 습격을 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건 곧 그 오우거 정찰병이 속한 메인 부대를 자극한다는 의미, 그냥 불구덩이 속에 화약을 안고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거 원래대로 했으면 최소 일주일은 걸렸을 퀘스트야.’

    더욱이 난이도도 난이도이지만 이번 퀘스트는 시간 소모가 극도로 심할 수밖에 없었다.

    운이 따라야 어느 정도 진행이 가능한 수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였다.

    플레이어들에게는 단순히 난이도가 높은 것보다 기약이 없는 게 더 견디기 힘든 법이니까.

    ‘아이템 제작까지 하려면 한 달은 우습고.’

    그마저도 퀘스트 공략에만 걸리는 시간이 최소 일주일이란 거고, 아이템 업그레이드까지 하고자 한다면 그때부터는 기약이 없다, 라는 표현조차 쓸 수 없었다.

    “진짜 쓰레기 같은 퀘스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왕!

    “응? 뭐라고?”

    왕!

    “그러니까 빨리 이 쓰레기 같은 퀘스트 끝내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자고”

    왕!

    물론 앞서 내뱉은 모든 이야기들은 미다스에게는 티끌만큼의 의미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 럭키야 네 말대로 하자고.”

    미다스에게는 난이도나 시간이란 개념이 무색했으니까.

    “오늘 하루 만에 끝낸다.”

    그저 결과만이 있을 뿐.

    12.

    “벌써 왔나?”

    놀란 표정으로 미다스의 등장을 반기는 NPC자가, 그를 향해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어깨가 치솟은 채로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말과 함께 재차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거만의 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운만으로 될 일이 아니거늘……."

    반면 그 대답을 들은 NPC자가는 믿기 힘들다는 듯 의심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허나, 그 의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 여기 황금 석탄입니다.”

    미다스가 자가 앞에서 주먹 크기의 황금 석탄을 꺼내기 시작했으니까.

    [황금 석탄]

    - 등급 : 레전더리

    - 효과 : 암흑 대륙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석탄이다. 매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템 업그레이드 시 1개 필요

    !업그레이드 시 귀속 (거래 불가)

    그렇게 꺼낸 황금 석탄을 본 NPC자가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고 대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그리고 자연스레 나오는 감탄사, 그 감탄사를 향해 미다스가 황금 석탄을 하나 더 꺼냈다.

    “대단하군.”

    그 사실에 NPC자가가 재차 감탄을 토하는 사이,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다시금 황금 석탄을 꺼냈다.

    거듭해서.

    “정말 대단……."

    그렇게 쉴 새 없이 나오는 황금 석탄을 보던 NPC자가가 어느 순간부터는 감탄을 생략했다.

    이윽고 11개나 되는 황금 석탄을 꺼낸 후에야 미다스가 행동을 멈추고 NPC자가를 바라봤다.

    NPC자가 역시 미다스를 바라봤다.

    “11개나 구해오다니, 정말 대단……."

    그제야 멈췄던 감탄을 다시 토해내려는 NPC자가.

    “아."

    그 NPC자가 앞에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황금 석탄 하나를 더 꺼내 바닥에 놓았다.

    “이건 오다 주운 겁니다.”

    그 말, 거짓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미다스는 11개만 구할 속셈이었다.

    플레이어가 착용 가능한 방어구는 모자, 상의, 하의, 걸칠 것, 신발, 장갑, 이렇게 6개.

    여기에 액세서리인 반지 2개와 목걸이를 합치면 도합 9개.

    마지막으로 무기와 이번 퀘스트에 쓸 것을 합치면 11개면 충분했다.

    그럼에도 하나를 더 구해온 건, 미다스의 말처럼 정말 오다가 찾은 탓이었다.

    “오다 주웠다고?”

    “예."

    “허허.”

    NPC자가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일.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물론 깊게 의미를 둘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겠군.”

    NPC자가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이 황금 석탄을 이용해 퀘스트를 진행시키고 보상을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황금 석탄 하나로 할 수 있는 작업은 한 번일세. 그리고 작업에는 하루가 걸리네.”

    바로 자가의 역작으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것!

    ‘드디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부푼 마음을 안은 채 손에 든 지팡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럼 이 지팡이부터 부탁드립니다.”

    바르망의 지팡이를 시작으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지팡이 다음에는 상의, 하의 식으로 돌아가자.’

    어떤 식으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지.

    ‘열 개 업그레이드하는데 열흘, 여기에 퀘스트 아이템까지 합치면 11일이니까 그동안 레벨업이나 조금 해두.......'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

    레벨업이란 단어를 떠올린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자신의 스탯창의 내용을 떠올렸다.

    동시에 의문이 떠올랐다.

    ‘업그레이드되면 템 렙제가 어떻게 되는 거지?’

    과연 자가의 역작 아이템 레벨이 얼마가 될까?

    “아주 좋은 지팡이로군. 바로 작업에 들어가겠네. 명심하게. 도중에 멈출 수는 없네.”

    “자, 잠깐만요!”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NPC자가가 잡고 있는 바르망의 지팡이를 다시 쥐며 말했다.

    “저기 이걸 업그레이드하고 나면 레벨 제한이……."

    말을 하다가도 다시 말을 멈췄다.

    NPC가 레벨이란 개념을 제대로 표현해줄 리 만무.

    해서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용어를 정리한 후에 마저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러니까 이걸 황금 석탄을 이용해 새로운 걸 만들면, 그러면 제가 쓰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아! 제가 그걸 쓸 자격이 될까요?”

    그 물음에 NPC자가가 두 눈을 크게 두 번 껌뻑인 후에 말했다.

    “나야 모르지.”

    “예?”

    “그걸 어찌 내가 알겠는가? 나는 그저 만드는 자일뿐. 더욱이 내게도 이런 경우는 처음일세.”

    그 순간 미다스가 이내 지팡이를 제 쪽으로 잡아당겼고, 그 사실에 NPC자가가 지팡이에서 손을 놓았다.

    ‘……목걸이에는 원모어 스킬이 있고, 반지랑 세트로 착용해야 폴링 스타 스킬을 쓸 수 있으니 제외. 아라의 정수 장갑이랑 티라노사우루스 로브나 에이트리 신발도 주력이니까 남은 건…….'

    이후 지팡이를 손에 쥔 미다스가 이리저리 고민을 하더니 이내 입고 있는 알가마스의 망토를 벗으며 말했다.

    “……이걸로 부탁드립니다.”

    “확실한가?”

    “예."

    “좋네, 그럼 이 망토를 하겠네. 내일 이 시간에 찾아오게. 그럼 완성되어 있을 테니.”

    내일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주겠다!

    “……네.”

    그 즐거운 말 앞에서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걱정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내일이 밝았다.

    13.

    “아."

    짙은 탄식, 그 탄식 속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잡힌 망토를 바라보았다.

    [자가의 역작 - 알가마스]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89레벨

    - 자가가 황금 석탄을 이용해 개조한 알가마스의 망토다. 착용자의 마력을 흡수해 모든 마법 공격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을 가진다.

    - 지력 +833

    - 마력 +901

    - 마법 공격력 +35

    - 마법 방어력 40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60퍼센트 증가

    - 마법 공격에 피격 시 체력 대신 마력이 소모된다.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500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공격력 +100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 50퍼센트 증가

    !세트 아이템 7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0퍼센트 증가

    아득하기 그지없는 옵션.

    “아."

    그러나 그 아이템에 어울리지 않는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눈앞에 뜬 능력치창을 바라보았다.

    [미다스]

    - 레벨 : 368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575)/체력(5+3577)/지력(1850+5812)/마력(378+5387)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며 마지막으로 탄식했다.

    “아."

    ‘미치겠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