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18화 (418/485)

418화.  < 130화. 럭키 타임 (1). >

1.

라포.

‘난 언제나 운이 좋았지.’

그는 자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언제나 미소 지어줬다는 사실을 부정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10대 길드 주인도 되고.’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 역시 행운 덕분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주제넘게 많은 것을 얻었지.’

달리 말하면 지금 이룩한 대부분의 것들은 자신의 실력으로 이룬 게 아님도 잘 알고 있었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하루아침의 꿈처럼 사그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 생각 역시 언제나 하고 있었다.

막연한 생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현재 불사자 길드는 10대 길드 중에서도 가장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현시점에서 10대 길드 중에 1군 멤버가 무한 미로에 있는 건 불사자 길드가 유일했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불사자 길드가 10대 길드에 남을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레이드나, 던전 공략 중에 운이 따라준 덕분이었다.

순수한 실력으로는 10대 길드에 미치지 못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라포에게 결정의 때가 왔다.

때를 알려준 건 어비스 길드였다.

BJ대마도사를 막기 위한 반 BJ대마도사 전선을 구축할 것인데, 여기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가?

그 제안을 들었을 때 라포를 비롯해 불사자 길드의 임원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를 보전할 방법은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는 수밖에 없어.’

하늘이 다시 한 번 더 불사자 길드에 기회를 줬음을.

말 그대로였다.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는 순간 그리고 그들이 승자가 되는 순간 불사자 길드는 어비스 길드의 보호 아래에서 10대 길드의 자리를 영원토록 누릴 수 있을 터.

‘용의 꼬리도 용은 용이니까.’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는 게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와는 거리를 둘 생각이었고, 무한 미로에 들어온 그가 멀린에게 코가 꿰이는 걸 보는 순간 그 생각은 확신이 됐다.

그러나 BJ대마도사가 제 목에 차인 목줄을 너무나도 가뿐하게 뜯어버리는 것을 보는 순간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BJ대마도사랑 같이 움직이면 말석이 아니라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을 해서 승리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그리고 난 운이 좋단 말이야.’

더불어 라포는 이제까지 이런 도박과도 같은 판에서 손해를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아직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와 손을 잡는다고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닐뿐더러 라포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도 우리 도움이 급하게 필요할 만큼 처량한 자하고는 손을 잡을 순 없지.’

과연 BJ대마도사가 이 리스크가 한없이 높은 베팅을 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

‘날 상대로 어설프게 악수를 하려하면 잡지 않는다.’

해서 라포는 BJ대마도사가 손에 손잡는 화기애애한 동맹 관계 따위를 요구한다면, 나와 손 잡으면 이러한 걸 주겠다는 식의 제안을 한다면 바로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비단 그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불사자 길드원들 모두가 동의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웃음기 어린 미소로 같이 한 번 앞으로 잘해봅시다, 라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지껄인다면 그와 손을 잡지 않을 거라고.

‘내가 원하는 건 혼자서라도 어비스 길드와 싸울 각오와 자신감을 가진 자다.’

그러한 각오를 마친 상태로, 물론 그 각오는 조금도 드러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가벼운 미소 그리고 눈웃음을 머금은 상태의 라포를 향해 BJ대마도사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재미난 히든 던전이네요. 신수를 가진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니. 그렇다는 건 안에서 얻는 보상이 신수 전용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군요.”

“그렇겠지.”

"흠."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짤막한 고민을 시작하는 BJ대마도사, 그런 그를 향해 라포가 드디어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공략한다고 하면.”

‘어설프게 같이 깨보자, 같은 소리가 나오면 우리 인연은 끝이다.’

BJ대마도사와 라포, 그 둘의 길었던 인연을 크게 바꿀 대답을 요구했고 그러한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어차피 제 도움이 필요해서 부른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가 럭키랑 같이 선두에 서서 움직이겠습니다. 그리고 불사자 길드는 제 뒤를 따라오시다가 제가 죽으면 그때 제 뒤를 이어서 행동하십시오.”

"응?"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BJ대마도사 대답에 라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니까 도와드리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럭키 익스프레스 한 번 타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말,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사자 길드를 상대로 지금 속칭 버스를 태워주겠다는 것 아닌가?

제 아무리 10대 길드의 말석이라고 해도 갓워즈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를 상대로, 심지어 길드나 파티도 아니고 솔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가 그런 말을 한다?

‘이 새끼가 우릴 뭐로 보고?’

‘대체 우리를 얼마나 얕보는 거지?’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허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개의치 않고 거듭 말했다.

“제 도움을 받으려고 절 여기까지 부르신 거 아닙니까? 그럼 한 번 전부 맡겨보시죠.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나 혼자 캐리해주겠다고.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발언이었다.

‘이건 무조건 내가 먹어야 해.’

현재 미다스는 자신의 눈을 통해 이번 비밀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 사냥 시 얻을 수 있는 특별 아이템을 확인한 바.

그리고 그 아이템이 럭키의 스킬을 레전더리 에픽 등급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확인한 상태에서 이것을 놓칠 순 없었다.

‘라포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양보하기에는 너무 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을, 제 눈이 히든 정보를 보는데 이거 보니까 보스 몬스터 잡은 플레이어한테는 레전더리 에픽 카드를 주네요! 라고 곧이곧대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남은 답은 미다스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겠다는 말을 하는 것뿐이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아직 던전 공략은 시도해보시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잖아요? 분명히 말하지만 전 여기가 어려울 거라고 해서 온 겁니다. 그냥 쉬운 일을 하려는 거였으면 네임드 몬스터나 잡으러 다녔을 거예요.”

난 정말 게임 난이도 지옥으로 설정하고 싶으니까, 내 선택에 토를 달지 마라.

듣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오만한 것은 찾기 힘들 정도의 말.

‘젠장, 제발 난이도 낮아라, 제발.’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도 필사적인 각오를 담은 말이었다.

어쨌거나 미다스는 말을 했고, 이제는 라포의 결단만이 남은 상태.

“그래.”

그리고 이내 라포가 결단을 내렸다.

“BJ대마도사가 우리를 버스 태워주겠다고 하는데, 한 번 얼마나 재미있는지 타봐야지.”

그 말과 함께 라포가 손을 내밀었다.

2.

“둘이 손을 잡았다?”

“예."

비서의 대답에 아즈모가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머금었다.

그사이 비서가 말을 건넸다.

“어떤 제안을 했을까요?”

대체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준다고 했기에 불사자 길드라는 10대 길드가 그의 편에 서준 것일까?

“보통 제안이 아니겠죠? 어비스 길드 제안을 거절하고 들어가는 건데.”

무엇이 어비스 길드의 편이 아닌 그들의 적이 될 각오를 기꺼이 하게 해주었을까?

그 의문에 커피 음미를 마친 아즈모가 말했다.

“라포 성격상 그런 식으로 돈이나 차후 지분에 대한 제안을 했으면 거절했을 거다.”

“예?”

“라포는 계산적으로 움직여서 그 자리에 올라온 게 아니니까. 계산보단 직감에 충실하지.”

“아……."

“그리고 계산적으로 움직일 만한 사안도 아니야. 돈은 중요하지. 아주. 하지만 지금 10대 길드 멤버들 중에 돈 없는 인간이 어디 있어? 게임하느라 번 돈도 못 쓰는 처지인데. 그럼에도 갓워즈에 모든 걸 바치는 건 갓워즈에서 승자이니까 그런 거야.”

다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음미한 후에야 아즈모가 말을 마쳤다.

“그런 승자들이 편을 나누고 마지막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건 승리뿐이지. 라포가 BJ대마도사를 선택한 건 제안이 아니라 승산을 봤기 때문일 거야.”

그 순간이었다.

이제는 텅 비어버린 걸 커피잔을 확인한 아즈모가 커피잔을 비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오랜만에 비행기 좀 타야겠어.”

비행기, 그 단어에 비서가 질문했다.

“목적지는 어디이십니까?”

“샌프란시스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직접 방문하실 예정이시군요.”

“마음 같아서는 BJ대마도사를 직접 만나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까. 그럼 결국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는 수밖에.”

그 말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프로파일링을 해도 BJ대마도사의 진짜 정체를 특정할 수가 없더군요. 분명 그 정도로 엄청난 재력과 배포, 결단성을 생각하면 현실에서도 보통 인물이 아닐 텐데. 하물며 이제까지 적잖은 지원 세력을 구축하고 도움을 받았음에도 단 하나의 내부 정보 유출이 없는 건…… 대체 그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나온 질문에 아즈모는 옅게 웃었다.

“그걸 모르니까 그에게 베팅할 가치가 있는 거지.”

그런 아즈모에게 비서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떤 전세기 중 어떤 기종으로 준비해둘까요?”

“조용히 가야 하니까 가장 작은 놈으로.”

그 명령에 곧장 예약을 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비서.

“아, 그리고.”

그러한 비서에게 아즈모가 요구 사항을 하나 더 붙였다.

“BJ대마도사에게 선물 좀 주자고. 좋은 일인데 맨손으로 끝내기에는 좀 그렇잖아?”

그 요구에 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BJ대마도사의 정체도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그에게 선물을 보내란 말인가?

“우리랑 관계있는 기업들한테 말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이번 라이브 방송에 광고 좀 넣으라고.”

“어차피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BJ대마도사를 통해 얻는 모든 수익은 기부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 좋은 일 하니까 좀 거들어주자고. BJ대마도사도 좋아할 거야.”

“네."

그것을 끝으로 사라지는 비서, 그러한 비서의 뒤로 보이는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던 아즈모가 옅게 웃었다.

‘BJ대마도사, 다시 한 번 세상을 뒤흔들기 위해 피가 끓고 있는 네 모습이 보이는군.’

3.

“현우야, 왜 이렇게 얼굴색이 창백해?”

정태우의 말에 깨작깨작 밥을 먹던 정현우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표정이 여자 친구한테 갑자기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통보 받을 때마냥 하얗게 질렸는데. 아, 그건 아니겠구나."

이어진 형의 말에 정현우가 이제는 조금은 핏기가 도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비유를 해도 꼭 그런 비유를 해야 해?”

"미안."

이어진 형의 사과에 정현우는 더 이상 무어라 하지 않았다.

‘젠장, 너무 질렀어.’

지금 이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은 불사자 길드를 향한 자신의 제안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당연했다.

‘어이구, 내가 미친놈이지, 미친놈. 혼자서 캐리한다는 게 말이 돼?’

정현우가 그 자리에서 불사자 길드를 상대로 한 제안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라포 님이 그나마 날 좋게 보셔서 다행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불사자 길드가 그 사실을 유쾌하게 그리고 흔쾌히 받아주었다는 것.

‘그게 아니었으면…… 어휴, 나라면 거기서 정신 나간 새끼라고 쌍욕 나왔지.’

말하는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듣는 입장은 더 어처구니가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포는 오히려 웃으면서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주었다.

사실 그게 정현우가 사색이 된 또 다른 이유였다.

‘그런 라포 님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해야 해.’

쌍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제안을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받아준 불사자 길드를 더더욱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단 한 분도 다쳐서는 안 돼.’

당연히 이번 던전 공략에서 불사자 길드에 피해가 가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포션 좀 잔뜩 사야겠어.’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정현우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인벤토리를 든든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돈이 문제였고, 그게 정현우의 얼굴에 핏기가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것들만 팔리면.’

또한 정현우가 거듭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 정현우가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G베이에 올려놓은 아이템들이 팔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급처할까? 하지만 이 가격보다 싸게 파는 건 미친 짓인데?’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파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무렵이었다.

정현우가 그야말로 살이 잘려나갈 고통을 감수하며 올린 아이템 시세를 낮출 무렵.

우웅!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 알림과 함께 이메일이 도착했고, 정현우가 잽싸게 이메일을 확인했다.

‘어? 사장님?’

발신자를 확인하자 두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왜…… 헉.’

이윽고 내용마저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동시에 정현우의 창백했던 얼굴에 어느 때보다 새빨간 활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진짜? 이번에 광고주가 이만큼 붙는다고?’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정태우가 한마디 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이번에는 얼굴에 열이 확 올라오네? 정말 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 그게……."

형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는 정현우가 이내 변명거리를 내뱉었다.

“주식! 내가 산 주식이 올랐거든.”

“주식? 뭘 샀는데? 이상한 작전주 같은 거 산 거 아니지?”

“아니, 당연히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 그래! 코카콜라나 나이키, 인텔 같은 거야. 초일류 글로벌 대기업이야, 글로벌 대기업. 아무렴.”

그렇게 대충 조금 전 본 단어를 내뱉은 정현우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 그림을 그리는 조카를 향해 말했다.

“혜린아, 삼촌이 치킨 사줄게!”

“치킨?”

“그래, 치킨!”

“치킨!”

그 말에 환하게 웃는 조카를 본 정현우도 다시 한 번 더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정도 후원사면 빚 갚고도 남겠네, 남겠어!’

이제 적자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럼 고작 푼돈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지. 그냥 헐값에 팔아서 돈 마련하고, 포션 지르자!’

그러니 이제 마음껏 G베이에서 포션 쇼핑을 해도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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