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화. < 129화. 새옹지마 (2). >
4.
갓워즈에서 마법사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다름 아니라 맞추는 능력이었다.
매일 하는 게 마법을 던져서 표적을 맞추는 것이었으니까.
당연히 100레벨쯤 되면 좋든 싫든 간에 맞추는 능력이 우수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400레벨 정도 되면 맞추는 능력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벗어날 만큼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벨이 오를수록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맞추는 게 어렵다는 식의 푸념이 줄어들기는커녕 도리어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유니콘을 상대로는 마법 맞추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명중 능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것.
- 맞아. 나도 그래서 광역 마법이나 선더볼트 같은 거 써서 잡을 거라고 생각했었음.
그렇기에 레벨이 높아질수록 광역 마법 혹은 선더볼트나 체인 라이트닝 같이 유도 능력이 있는 마법들의 비중이 높아지고는 했다.
특히 대상의 머리 위에 무조건 내리치는 선더볼트의 경우에는 명중률이 100퍼센트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이었다.
- 그런데 설마 선더스톰이랑 애드원을 합칠 줄이야.
BJ대마도사가 꺼낸 선더스톰 애드원 융합에 보고 있던 모든 시청자들이 기겁한 건.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의 선더스톰은 일반 마법사들의 선더스톰과 달랐다.
본래의 선더스톰은 무작위로 표적을 정해서 뇌전이 떨어지지만, 미다스의 경우에는 타깃 조준이 가능했다.
제아무리 유니콘이 벽을 타고, 빠르다고 하더라도 100퍼센트 명중률로 공격한다는 의미.
그러한 공격이 평소의 2배가 된다?
- 이거 데미지도 데미지인데 홀딩 몇 초나 나오려나?
ㄴ 그런 걸 뭐하러 계산해?
심지어 선더스톰의 효과에는 감전에 따른 기절이란 상태 이상 효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더스톰이 내리치는 동안 그 발 빠른 유니콘이 한동안 꼼짝도 할 수 없는 살아있는 동상 꼴이 된다는 의미.
- 기절 상태인 유니콘 상대로 BJ대마도사가 파이어볼만 맞춰도 끝장나겠지. 유니콘이 피통이 그리 많은 네임드 몬스터도 아니잖아?
ㄴ 너는 이미 죽어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 앞에서 동상이 된다는 건 사실상 전투 종료를 의미했으니까.
때문에 이제는 그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5분도 안 걸리겠군.”
BJ대마도사가 제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키리란 것을.
“대단해.”
아즈모조차 처음 듣는 순간 미심쩍었던 그 말을 이제는 누구보다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동시에 아즈모는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멀린이 만든 목줄을 끊을 줄이야.”
지금 BJ대마도사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딱히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다.
아즈모가 보기에 BJ대마도사에게는 무한 미로에서 네임드 몬스터를 잡는 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잡아봐야 아이템이나, 라이브 방송 수익 정도가 전부인데, 아즈모가 보는 BJ대마도사에게 그건 그냥 정말 애들 장난 수준일 따름이었으니까. 마치 아즈모에게 최고급 스포츠카가 장난감인 것처럼.
결국 쓸모없는 일에 1분, 1초를 낭비하는 셈.
더욱이 그런 식으로 어비스 길드 쪽이 시간을 끄는 이유를 모를 BJ대마도사가 아니었다.
반대로 그 목줄을 잡았다고 생각한 쪽에서는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일일 터.
“멀린 표정이 볼만하겠군.”
그렇기에 아즈모는 멀린의 표정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BJ대마도사도 그걸 생각하면서 속으로 어느 때보다 기뻐할 테고.”
BJ대마도사 역시 자신과 같은 이유로 미소를 지으리라고.
5.
무한 미로에 드리운 먹구름.
꽈르릉!
그 먹구름 사이로 벼락 한 줄기가 내리쳤고, 유니콘의 뿔을 피뢰침 삼아 그곳에 떨어졌다.
[유니콘이 감전 상태에 빠집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그대로 유니콘이 동상처럼 굳었고, 그러한 유니콘의 뿔 위로 다시 한 번 더 벼락이 내리쳤다.
꽈르릉!
이어서 뒤늦게 들리는 천둥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미다스의 귓속으로 시스템 알림이 들렸다.
[마력이 1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지금 현재 자신의 마력 상태가 정말 상식을 초월할 만큼 바닥을 드러냈다는 알림.
‘빌어먹을!’
그 알림에 미다스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머금었다.
엄청난 마력 소모량에 대한 욕지거리는 아니었다.
용한증을 사용했다는 걸 고려하면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수준의 마력 소모량이긴 했지만 마법 위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정도.
또한 그에 대해서는 각오도 끝낸 상태였다.
‘이걸로 네임드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은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은 건 이 시간부로 더 이상 네임드 몬스터를 두고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 그 사실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 의뢰를 받은 조건은 게임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과연 이 광경을 본 어느 누가 BJ대마도사에게 무한 미로의 네임드 몬스터 사냥을 두고 어렵다고 생각이나 할까?
'씁.'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방송 기회가 날아가는 셈.
‘그래도 이게 맞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걸로 더 이상 탐험가 길드원분들이 고생할 필요도 없고, 멀린 님이 괜히 용한증을 나한테 주실 필요도 없어.’
이게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준 이들, 은인들에게 해야 하는 마땅한 도리라는 것.
‘그분들은 날 믿어주신 고마우신 후원자분들이니까. 호구가 아니니까.’
만약 거기서 미다스가 제 이익만을 위해서 숨기고, 수작을 부렸다면 그건 그 고마운 은인분들을 호구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더 확실하게 한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여기서 어설프게 하지 않았다.
“용한증 종료!”
[용한증이 끝납니다.]
더 확실하게, 누가 보더라도 네임드 몬스터를 압도하는 수준을 넘어 네임드 몬스터가 불쌍해질 만큼 몰아붙이고자 했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미다스가 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 와, 이렇게 쓰는구나!
- 용한증 다음에 용열병! 역병 콤보다!
- 역시 BJ대마도사, 병의 신이다! 병신!
- 우와아! 솔로 병신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극단적인 두 스타일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순간.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 상태에서 이제는 무자비할 정도로 빨라진 캐스팅 속도를 앞세운 미다스가 마법 난사를 시작했다.
다른 건 솔직히 필요 없었다.
“파이어볼!”
솔직히 말하면 파이어볼, 그 하나만으로도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으니까.
- 거리 벌린다!
- 와!
심지어 미다스는 빠르게 마법을 캐스팅함과 동시에 뒤로 달리며 동상처럼 굳어 있는 유니콘과의 거리를 단숨에 100미터 단위로 벌렸다.
“블링크.”
심지어 블링크를 통해 단숨에 300미터나 되는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사역마 대폭발!”
미리 사역마를 통해 캐스팅해두었던 대폭발 마법을 꺼낸 후에 그 대폭발 마법을 그대로 유니콘을 향해 던졌다.
콰과광!
콰과광!
BJ대마도사의 전매특허, 두 번 폭발하는 대폭발이 유니콘을 두드리는 순간.
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초지일관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다음 공격 시 데미지가 333퍼센트 증가합니다.]
유니콘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중 가장 끔찍한 상황이 왔음을 알리는 알림.
콰과광!
콰과광!
그 알림 뒤로 대폭발의 구슬이 다시 한 번 더 유니콘의 머리, 그 내리치는 벼락 탓에 보는 이조차 정신이 나갈 법한 그곳을 뒤덮었다.
그때였다.
꽈르릉!
길었던 선더스톰의 마지막 벼락이 유니콘에 꽂혔다.
그리고 유니콘은 그 공격 앞에서 꼿꼿하게 다리를 대지에 꽂은 채 버텼다.
- 어? 버텼어?
- 못 잡았다!
- 와, 이게 안 죽네.
제아무리 HP가 무한 미로에 등장하는 다른 네임드 몬스터보다는 적다고 하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임드 몬스터 아닌가?
무한 미로에서 플레이어들의 공포로 존재하는 유니콘을 무너뜨리기에는 공격력이 조금 부족했던 모양.
그러나 미다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메모라이즈.”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았으니까.
“플레임 드래곤.”
아주 확실하게 유니콘을 끝장낼 수 있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스킬 하나를.
- 그렇죠, 흑염룡 가야죠!
- 흑염룡이 BJ대마도사보다 인기 투표에서 투표 더 받았다면서?
ㄴ 현재 인기 순위 럭키 = 골드 = 실버 = 잭팟 > 지팡이 > 골렘 > 흑염룡 > 유니콘 > 넘을 수 없는 무한 미로 벽 > BJ대마도사라는 게 학계 정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열광하는 사이 미다스는 한 번 더 화끈하게 악셀을 밟았다.
“용의 힘.”
미다스, 그가 캐스팅과 함께 하늘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 날아오른다!
- 플라잉 솔로 모드를 쓴다고? 여기서?
무한 미로의 천장 높이까지.
제아무리 벽을 타고 오르는 유니콘조차 감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그 누구도 자신에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 아, 이건 좀 그러지 않나요?
- 가불기는 봤어도 공불기는 처음 보네.
- 형, 이건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내려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
- 이건 유니콘이 갓워즈 고소해도 무방할 듯.
보는 입장에서는 감탄을 넘어 잔혹할 만큼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탄식이 나올 지경.
그렇기에 미다스가 보여준 이 퍼포먼스는 가장 확실한 마침표였다.
- 이걸로 진짜 끝났네.
더 이상 무한 미로의 그 무엇도 BJ대마도사에게 감히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증명에 대한 마침표.
- 다크 플레임 드래곤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마법진이 완성됐고, 플레임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며 거의 빈사상태나 다름없는 유니콘을 향해 떨어졌다.
푸르릉!
그 상태에서 유니콘은 나름 맞서 싸웠다.
무한 미로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플레임 드래곤을 상대로 제 뿔을 앞세운 공격을 거듭 날리며 플레임 드래곤의 체력을 갉아냈으나, 오히려 그게 유니콘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었다.
- 폭발한다!
BJ대마도사의 플레임 드래곤은 죽을 때 폭발을 남겼으니까.
콰과과광!
그리고 유니콘에게 그 폭발을 버틸 만한 HP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유니콘을 처치했습니다.]
[유니콘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렇게 유니콘 레이드가 끝이 났고, 그 광경을 미다스는 하늘 아래에서 내려다보았다.
무한 미로의 암살자라는 유니콘을 상대로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준 채.
그렇기에 유니콘 레이드가 끝났을 때,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 유니콘을 진짜 5분 만에 잡네.
ㄴ 이 정도면 아르고스고 미노타우로스고 나발이고 무한 미로에서는 더 이상 몬스터를 잡는 게 의미 없지 않나?
ㄴ 의미가 없진 않지만 재미는 없지. 그냥 다들 BJ대마도사한테 학살당할 테니까.
ㄴ 아무렴. 더군다나 용한증도 얻었잖아? 더 이상 탐험가 길드랑 같이 네임드 몬스터 잡을 이유가 어디 있어?
시청자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보건대 더 이상 무한 미로에 존재하는 다른 네임드 몬스터 따위를 잡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러한 채팅창의 분위기를 확인한 미다스는 굳이 길게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보신 대로 다른 네임드 몬스터 잡는 건 솔직히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해서 이제부터는 네임드 레이드는 포기하고 그냥 무한 미로를 일직선으로 뚫고 가겠습니다.”
‘끝났다.’
제 입으로 확인사살을 했고, 시청자들 역시 기꺼이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 그래, 이제 그냥 무한 미로 졸업해야지.
- BJ대마도사님, 빨리 암흑대륙으로 와서 불꽃길만 걸읍시다!
- 갓워즈 분발해서 난이도 좀 올려라!
이제는 네임드 몬스터 레이드 콘텐츠가 완벽하게 막을 내리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구스타프 님이 10,31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래, 하루라도 빨리 암흑대륙으로 오라고. 한 번 같이 파티 사냥해 봐야지.]
캐논!
그의 발언에 커튼콜과 함께 가라앉아가던 채팅창의 분위기는 갑자기 폭탄이 터진 것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 캐논이 콜라보 제안했다!
- 드디어 캐논과 다크 솔로 마스터가 같이 싸우는 건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마도사 클래스를 대표하는 캐논 구스타프, 그런 그와 BJ대마도사의 콜라보를 마다할 갓워즈 시청자는 있을 리 만무.
[아즈모님이 10,31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차례는 지키라고, 나보다 약한 주제에.]
그러한 분위기에 아즈모가 기름을 뿌렸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열광했다.
- 캬! 대마도사 삼인방 나가신다!
- 이거 세 명이 한 팀 맺으면 몬스터들이 파업할 듯?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열기였다.
‘이게 웬 떡이냐?’
이번에 손에 쥐지 못한 이익은 이 둘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터.
“예, 한 번 해야죠.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때문에 미다스가 그 둘의 러브콜에 기꺼이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그 순간이었다.
[라포 님이 1,0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그가 갑작스레 평소의 규칙을 무시하는 거액을 베팅했고, 그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 뭐야? 100만 달러?
- 이거 무슨 의미지?
- 라포가 100만 달러? 아즈모가 아니고?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뭐여? 10만 달러 후원? 라포 님이? 어? 10만 달러가 아니라 100만 달러잖아? 잠깐. 진짜? 진짜 100만 달러야?’
감히 상상도 못한 후원금 액수에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모두의 귀에 라포의 후원 채팅이 올라왔다.
[라포 : 그럼 무한 미로에서 지금 할 일 없다는 거네? 그럼 나랑 일 하나만 같이 하자. 지금 무한 미로 공략 중에 운 좋게 비밀 공간을 발견했는데 이게 공략이 좀 힘드네.]
라포, 그가 BJ대마도사에게 의뢰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