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 128화. 시간 낭비 (1) >
1.
갓워즈에 등장하는 각 사냥터에는 그 사냥터의 특징에 따라 저마다의 별명이 붙고는 했다.
예를 들면 극한 지대에는 극한 지옥이란 별명이 붙은 것처럼.
- 무한 미로는 별명이 뭐야?
ㄴ 별명? 그딴 거 없어.
ㄴ 없다고?
하지만 무한 미로에는 그러한 별명이 붙지 않았다.
- 없는데?
ㄴ 사냥터가 어느 정도 공략이 완료되어야 별명을 붙이든가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
여전히 공략 중이라는 것.
- 당장 새로운 몬스터하고, 새로운 레전더리 아이템이 등장하는 곳이잖아?
ㄴ 여전히 미지가 존재하는 곳이지.
ㄴ 그래서 끝내주는 곳이고.
갓워즈를 즐겨보는 이들에게 무한 미로가 가장 뜨거운 장소 중 하나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직 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좀 과장하면 역사적인 순간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의미.
- 무한 미로 자체도 끝내주지. 비주얼이 남다르다니까.
여기에 하나 더, 무한 미로는 이제까지 갓워즈에 공개된 사냥터들과는 여러모로 남달랐다.
일단 표현 그대로 미로였다.
- 천장까지 높이가 50미터가 넘는 거대 미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니까.
그것도 그냥 미로가 아니라 아주 거대하기 그지없는 미로.
더욱이 이 미로는 거대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 그런 미로 배치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건 메이즈 러너 같은 영화 빼고는 보기 힘들고.
이 무한 미로는 주기적으로 미로의 길이 바뀌었고, 그 미로가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조차도 탄성을 가볍게 짜낼 정도로 끝내줬다.
- 하지만 메이즈 러너에서 미로를 파괴하는 경우는 없었잖아?
ㄴ 그래, 그게 무한 미로의 진짜 매력이지.
더 끝내주는 건 영화와 다르게 무한 미로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에게는 미로를 파괴하고도 남을 강력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그 물리력에 미로가 파괴된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무한 미로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은 능력에 따라 앞을 가로막은 미로의 벽을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었다.
- 그리고 파괴된 벽 너머에서 몬스터들 우르르 몰려오는 것도 진짜 끝내주고.
물론 벽을 파괴한다는 것이 암흑대륙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매력이었다.
어떤 몬스터라도 잡아낼 자신과 실력이 있다면 기꺼이 벽을 뚫는 방법을 택할 수 있을 터.
- 어비스 길드나 소드 길드처럼 그냥 벽 뚫고 직선으로 돌파하는 건 진짜 끝장났지.
실제로 어비스 길드와 소드 길드, 두 길드는 그 방법을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무한 미로를 공략한 적이 있었다.
여러모로 갓워즈의 그 어떤 사냥터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미지와 스릴이 가득한 곳.
- 뭐,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달리 말하면 무한 미로에 입장한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칠 만한 곳이었다.
언제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위협이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었을뿐더러, 무한 미로는 다른 사냥터와 전혀 다른 리스크 하나가 존재했었다.
- 특히 무한 미로는 도움 요청이 불가능하니까.
미로인 만큼 만나고 싶다고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고 싶어도 해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당연히 도움 요청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 도움 요청도 요청이지만 게임 오버 당하면 멘탈 나가지. 세이브 포인트에서 뒤섞이니까.
더 큰 문제는 게임오버로 파티에서 이탈했을 경우였다.
무한 미로에서 게임 오버 당한 플레이어들은 무한 미로 곳곳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부활했으며, 이 경우 다시 본인 파티에 합류하는 데에는 적잖은 고생이 따랐다.
아니, 고생이 따르는 정도가 아니라 합류를 포기하고 그 세이브 포인트에서 부활한 멤버들이 새로 파티를 짜서 공략을 할 정도.
그 난관 앞에서 이제까지 거침없이 질주만을 하던 무수히 많은 실력자들이 고꾸라졌다.
그게 이유였다.
- 기대된다, BJ대마도사가 무한 미로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무한 미로 플레이에 기대감을 가지는 이유.
- 그렇지. 무한 미로는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쉽게 공략할 수 없을 테니까.
ㄴ 아무렴. 심지어 솔로잖아?
ㄴ 그래, 솔로로 무한 미로를 공략하는데 쉬울 리 없어.
ㄴ 장담하는데, 지금 들어오는 순간 한숨부터 쉬었을 듯!
몰락한 정령 군주마저 사냥한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 무한 미로 앞에서는 탄식을 뱉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2.
[무한 미로에 입장했습니다.]
[무한 미로의 방문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무한 미로, 그러한 무한 미로는 라이브 방송이나 영상을 통해 보는 것과 다르게 훨씬 더 거대했다.
“주인님, 정말 거대한 곳입니다. 물론 주인님의 위대함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요.”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이 거대한 곳도 결국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뇌전의 수호자와 불의 수호자, 소형화 모드를 했음에도 여전히 10미터나 되는 그 두 거인들이 작게 느껴질 정도.
하물며 그 거인에 비해 훨씬 작은 미다스의 몸뚱이는 미로의 크기에 비하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개미가 된 듯한 느낌.
아득한 공포가 온몸을 옥죌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무한 미로 속에서 주변을 살핀 미다스가 이내 푹 고개를 숙였다.
“아......."
그리고는 이내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헥헥!
그런 주인의 한숨 소리에 럭키가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이번에도 문제가 있다."
헥헥!
“맞아, 그 문제야.”
왕!
대화를 하던 미다스가 이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무한 미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이제부터 다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아는데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해.”
이 벽 너머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비단 일반 몬스터만이 아니었다.
‘보일 줄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잘 보일 줄이야.’
당장 미다스의 눈에는 네임드 몬스터 두 마리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무한 미로의 벽은 파괴가 가능했으며, 미다스의 능력이라면 벽을 파괴하는 것은 일도 아닌 상황.
즉, 미다스는 얼마든지 네임드 몬스터를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장소에서 잡을 수 있었다.
‘약초들도 보인다.’
심지어 무한 미로에서만 구할 수 있는 값지고 희귀한 약초들 역시 눈에 잘 보였다.
사실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다른 곳과 달리 무한 미로는 벽만이 존재하는 무미건조한 세상, 사막처럼 시야를 헤치는 요소가 지극히 제한된 곳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하얀 기둥들은…… 설마 이벤트 필드인가?’
심지어 미다스의 눈에는 무한 미로에 존재하는 이벤트 필드마저 존재하고 있었다.
‘맙소사.’
이벤트 필드, 문자 그대로 이벤트가 발생하는 필드로 그곳에서는 퀘스트NPC를 만날 수 있었으며 NPC를 통해서 네임드 몬스터의 위치와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그를 통해 얻는 보상 역시 매우 가치가 넘쳤다.
‘저거 라이브 방송하면 시청자 폭발할 텐데.’
당연히 엄청난 시청률 역시 보장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게 더 군침이 나는 부분이었다.
‘럭키 템값 갚으려면 이제 라이브 방송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가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다 많은 수입을 안겨주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어휴."
그게 미다스가 한숨을 내뱉는 이유였다.
‘저걸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없는 게 천추의 한이네, 한.’
라이브 방송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개연성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납득할 일.
실제로 이제까지 그 개연성을 위해서 미다스는 많은 사전 작업과 연기를 해왔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한 미로에서 그냥 보이는 족족 얻는 것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인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정도가 있는 법.
분명 그런 식으로 라이브 방송을 계속했다가는 백퍼센트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개연성이 확보된다면 안 될 것도 없다는 의미.
미다스가 고개를 내리자 붉은 선이 보였다.
‘다음 퀘스트가 무한 미로의 방랑자였지?’
퀘스트 대상인 NPC와 연결된 선, 그 선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만약 NPC가 이벤트 필드로 가는 퀘스트를 준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겠지.’
메인 시나리오 NPC가 개연성을 부여해준다면, 얼마든지 이벤트 필드를 깨는 라이브 방송을 해도 될 터.
“좋아, 애들아.”
그렇게 머릿속으로 시나리오 작성을 미친 미다스가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라이브 방송부터 하자.”
3.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켜졌다!
이제는 10대 길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명성을 가지게 된 BJ대마도사, 그의 라이브 방송 소식은 단숨에 세상 곳곳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대부분은 생각했다.
- 뭐? 진짜?
ㄴ 이렇게 빨리?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 끝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ㄴ 무슨 일이지?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 텀 길기로 유명하잖아?
최근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의 텀을 가지고 라이브 방송을 하던 BJ대마도사가 왜 이렇게 빨리 라이브 방송을 켜는 걸까?
여러모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
- 뭔가 대단한 거 했나?
- 대박 이벤트라도 발견했나?
- 설마 커플 선언? 솔로 탈출한 거야?
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는 자제하자.
ㄴ 미안.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들었고, 해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찾아갔다.
덕분이었다.
라이브 방송 소식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1억 명이란 시청자를 달성한 건.
‘……진짜 미쳤네. 기습 방송인데 1억이라니!’
그 사실 앞에서는 당사자인 미다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였다면 너무 놀란 나머지 당혹감을 머금었을 정도.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래, 이 정도 클래스가 되니까 사장님이 나한테 그렇게 화끈하게 베팅을 해주시는 거지.’
이제는 이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럼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해야지. 이제부터 진짜 각 잡고 방송한다. BJ대마도사 이름에 어울리게.’
그리고 평소보다 더 단호한 각오를 머금었다.
‘최단 시간 내에 사장님께 진 빚을 갚는다.’
정말 갓워즈를 시작한 이후 머금은 그 어떤 각오와도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단호하게.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현재 저는 무한 미로에 입장한 상태입니다.”
그 각오 덕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건 다름 아니라 시청자분들과 보다 긴밀한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그동안 라이브 방송하는 동안 시청자분들에게 몬스터 잡는 것만 보여드렸지, 막상 제대로 된 소통 활동은 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죠?”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 그냥 일상 방송인가?
ㄴ 그런 듯.
ㄴ 딱히 대단한 건 아니라는 거지?
ㄴ 오케이, 그럼 우리도 평소대로 가자.
그렇게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시청자들이 이내 반응을 보였다.
- 응, 필요 없어.
- BJ대마도사와 소통 같은 이상한 것보다는 그냥 럭키님 보여주는 게 어때요? 그게 더 나을 듯.
- 골드, 골드님을 보여줘! 황금빛 뇌전의 골드님을 보여 달라고!
- BJ대마도사님 얼굴 치우세요, 그 얼굴 때문에 실버 님 다리가 안 보이잖아요!
- 잭팟님, 날개로 BJ대마도사 얼굴 좀 가려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비위가 약해서요.
언제나처럼 BJ대마도사를 향해 장난기 어린 채팅을 했고, 그 채팅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저랑 소통은 별로다, 이거군요. 예,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서 오늘 방송에 나름 주제를 정했습니다.”
- 주제?
“예, 현재 저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때였다.
등장한 벽 그리고 그 벽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보이는 갈림길 앞에서 미다스가 걸음을 멈췄다.
꾸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왼쪽 방향을 향해 잭팟이 있는 힘껏 울음을 토해냈다.
- 잭팟님이 길 안내 하시네?
- 가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라고?
그 사실에 채팅창에 긴장감이 어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갓워즈 최고의 콘텐츠!
또한 현재 가장 핫한 콘텐츠이기도 했다.
BJ대마도사가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들을 통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공개된 바.
- 그렇다면 지금 이거 고급 정보라는 거잖아!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 지랄 맞던데, 이렇게 퀘스트 과정 보여줘도 되는 건가?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1억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 과정을 보여주는 건 보물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기대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라이브 방송 양만 늘려서는 의미가 없지. 양은 물론 질도 보장이 되어야 의미가 있지.’
언제나 그렇듯 한 번에 대어를 낚고 끝내는 것보단 미끼를 부려서 대어들이 몰려들기를 기다리고 두고두고 낚는 게 현명한 일이었으니까.
동시에 노림수도 있었다.
‘이 시청자들 앞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면 개연성도 생겨.’
1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왜 이벤트 필드로 가야 하는지 당위성을 만드는 것.
물론 이 경우에는 운이었다.
‘제발 평소처럼 지랄 맞게 이거저거 다 시켜줘. 다이렉트 말고 돌고 돌게 만들어 달라고!’
지금 미다스와 얼마 거리가 남지 않는 NPC, 무한 미로의 방랑자가 퀘스트를 줘야 하는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
꾸우!
그때 잭팟이 재차 울음을 내질렀고 미다스가 준비를 했다.
"아, 네임드 몬스터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오면 좋겠네요. 이번에 진짜 끝내주는 거 구해놨는…… 어?"
미다스, 그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파이어볼!”
바로 캐스팅을 외쳤고, 손에 파이어볼을 쥔 채 소리쳤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다들 전투 준비 해!”
왕!
“예, 주인님!”
그 모습에 채팅창도 어수선해졌다.
- 뭐야? 몬스터야?
- BJ대마도사 반응 빠르네!
일단 BJ대마도사의 반응속도에 놀랐다.
- 그래도 긴급한 상황에 본인이 탱킹하겠다고 나서네.
- 그거라도 해야지.
- BJ대마도사는 탱킹해야 제맛!
동시에 긴박한 순간 시간 끌기를 자처하는 그 모습에도 놀랐다.
- 어? 몬스터가 아닌 것 같은데?
- 뭐지? 플레이어인가?
마지막으로 그 대상이 몬스터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 플레이어 아니야.
더불어 그 대상이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 무한 미로에서 솔로는 BJ대마도사밖에 없으니까.
ㄴ 맞아, 무한 미로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 BJ대마도사 말고 다른 솔로가 있을 리 없지.
등장한 이가 칙칙한 로브를 뒤집어쓴 채 혼자라는 것.
“NPC같네요. 그럼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나지막한 중얼거림을 내뱉은 후에 곧바로 전투태세를 풀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 질문에 상대방은 대답 대신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래도 도망을 치려는 모양.
꾸우!
그때 잭팟이 상대방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고, 그것을 본 상대방이 이내 뒷걸음질 치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놀라며 말했다.
“선더버드? 왜 나를 보고……."
이윽고 무언가를 판단한 듯 상대방이 푹 뒤집어쓴 로브를 천천히 벗으며 말했다.
“네놈, 수호자와는 무슨 관계더냐?”
그러자 드러난 외모는 다름 아닌 엘프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 여인, 눈부실 만큼 새하얀 피부와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미녀.
- 와, 장난 아니네.
- 갓워즈에서 등장하는 엘프 중 원탑 등장했다!
그 등장에 시청자들 모두가 앞다투어 감탄을 토해냈으나, 미다스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평소라면 본인도 눈앞의 NPC외모를 감상했겠지만 지금은 라이브 방송 중.
그는 시청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진행해야 했다.
‘잭팟을 보고 놀랐는데 수호자란 단어를 꺼냈으면…….'
그렇게 머릿속으로 상대방의 말을 해석하던 미다스가 이내 정리를 마치고 입을 열었다.
“수호자라면 나타르사 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타르사, 그 단어에 움찔하는 상대방.
“나타르사 님과 어떤 관계이십니까?”
이어진 질문에 상대방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관계까지는 말해주지 않으려는 모양.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무한 미로의 방랑자
!나타르사의 반려자
눈앞에 NPC와 수호자 나타르사의 관계가 어떠 한지.
덕분에 시나리오도 금방 그릴 수 있었다.
‘나타르사는 정체 모를 자로부터 우드 빌리지를 지키다가 죽었으니까, 대충 이리아는 정체 모를 자를 추격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겠지.’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꾸우!
‘그리고 잭팟이 거듭 이리아에게 소리를 내지르는 건, 이리아에게 이름 잃은 신의 유물 같은 게 있다는 의미이겠고. 좋아, 그럼 이제 정보 캐는 모습을 보여주자. 멋지게.’
그렇게 정보를 파악한 미다스가 그에 맞춰서 연기를 준비했다.
“천둥새가 당신을 향해 울음을 뱉습니다. 필시 수중에 이름 잃은 신의 힘과 관련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시겠군요.”
그 말에 NPC이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또한 태도를 보니 나타르사 님과 관계가 나쁘진 않으신 듯합니다. 지인 혹은 가족 관계이실 듯한데 이곳에 온 이유는 나타르사 님을 도와 정체 모를 자를 추격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이어진 말에 NPC이리아는 살짝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 와, 정보를 이렇게 캐내는구나.
- NPC한테 정보 캐내려고 온갖 말을 다 하긴 하지만, 이렇게 원샷원킬 수준은 처음 보네.
- 처음 보는 NPC한테 이렇게 정보를 얻다니, BJ대마도사 장난 아닌데?
- 이런 분이 대체 왜 연애는 못하는 걸까? 소개팅에서 뭘 어떻게 하길래?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결정타를 날렸다.
“하지만 아무리 추격이라고 해도 무한 미로까지 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혹시 나타르사 님의 반려자이십니까?”
그 말, 훗날을 위한 떡밥이었다.
‘정말 반려자란 게 밝혀지면 내 평가가 높아지겠지.’
이런 식으로 던져놓으면 훗날 어떤 식으로든 미다스의 이미지에 좋은 결과로 다가올 터.
“……내 이름은 이리아, 우드 빌리지를 위협하는 적을 쫓아 이곳에 왔다.”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NPC이리아는 간략한 정보만을 공개했고,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에는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것으로 무한 미로 퀘스트는 종료.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바로 말을 꺼냈다.
“그렇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위협의 뒤를 쫓아 이곳까지 왔습니다. 혹여 제가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
빠르게 퀘스트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제 능력을 보여드릴까요? 무한 미로에 있는 강력한 몬스터가 있는 곳을 알려주시면 기꺼이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은 무한 미로에서 구하기 힘든 약초가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시켜주십시오. 무언가를 찾아오는 것, 잡아 오는 것, 발견하는 것, 뭐든 시켜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의중은 간단했다.
‘제발 이번만큼은 일거리를 많이 달라고!’
무한 미로 곳곳에 있는 젖과 꿀을 시청자들 앞에서 당당히 먹을 수 있는 계기를 달라는 것.
“시험은 필요 없다. 이곳까지 왔다면 그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응?’
그러나 미다스의 부탁과 달리 NPC이리아의 부탁은 담백했다.
“내 부탁은 오직 하나, 내가 이곳에서 구한 이 물건으로 무한 미로 밖으로 가지고 나가 그곳에 있는 즈가의 스승님을 찾아 전달해주는 것."
이 이상 담백할 수 없을 정도.
‘뭐야? 그냥 가지고 나가면 된다고?’
그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는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무한 미로의 방랑자]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이리아로부터 받은 물건을 가지고 안전하게 무한 미로 밖으로 나가자. 도중에 사망할 경우 퀘스트는 실패한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즈가의 스승’ 진행 가능
그 퀘스트창이 분명하게 말해줬다.
‘딴 길로 갈 구석이 없잖아?’
그냥 무한 미로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낮은 건 결코 아니었다.
무한 미로 자체가 매우 난이도가 높은 사냥터였으며, 결정적으로 이번 퀘스트는 게임 오버를 한 번이라도 당하면 실패하는 퀘스트였다.
난이도만으로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
‘젠장, 이러면 나가리인데?’
그렇기에 더더욱 미다스는 도중에 샛길로 빠져서 이벤트 필드를 방문할 수가 없었다.
이런 퀘스트를 놔두고 한눈을 파는 걸 과연 어느 시청자가 편히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 BJ대마도사 표정 안 좋은 게 퀘스트 심상치 않은 듯?
- 뭔가 어려운 거 나왔나보다.
그때 시청자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면서 표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퀘스트 내용이라서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이렇게 간단한 적이 없었거든요. 전 솔직히 무한 미로에 있는 모든 종류의 네임드 몬스터를 잡아라, 이런 거 나올 줄 알았어요.”
그제야 시청자들도 왜 BJ대마도사가 잠시 굳은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너무 쉬워서 그랬구나.
- 하긴, 여자친구도 없이 매일 게임만 하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게임이라도 어려워야 할 맛이 나겠지.
- 갓워즈는 BJ대 마도사를 위해 보스 몬스터를 뿌려라!
- 우리 형이 이제부터 지옥 불꽃길만 걷게 해주세요!
너무 쉬워서, 그래서 표정이 그랬구나.
그 반응에 미다스가 맞장구를 쳤다.
“예, 맞습니다. 이거 뭐 무한 미로를 깨기만 하면 되는 건데, 어려울 게 없잖아요? 그냥 이대로 벽 뚫으면서 가면 될 뿐인데.”
‘젠장.’
그리고는 속으로는 눈물을 삼켰다.
‘진짜 이 게임은 운빨씹망겜이라니까. 왜 이럴 때 운빨이 터지고 지랄이야!’
무한 미로에 넘치는 이벤트를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넘어가야 한다는 것.
‘그래도 가는 길에 이벤트 한두 개 정도는 괜찮…….'
그렇게 미다스가 눈물을 삼키는 순간.
[멀린 님이 10,3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그의 후원 채팅이 들렸다.
[멀린 : 게임 난이도가 낮아서 실망이라니, 그럼 난이도 높은 이벤트 좀 해보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