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11화 (411/485)

411화.  < 127화. 무한 미로 (3). >

6.

[이번에 럭키의 스펙업을 위해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합니다. 구매 대금은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금액은 올해 현재 정산받은 제 수익금 및 올해 정산받을 수 있는 수익금입니다.]

이메일을 작성하던 정현우가 잠시 손을 멈췄다.

“후우, 후우.”

그리고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심호흡을 거듭하던 정현우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송신 표시를 터치했다.

이윽고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뜨자 메시지 하나만이 덩그러니 보였다.

[이메일을 전송했습니다.]

“어우……."

그것을 본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질렀구나.’

럭키의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했을 때 정현우는 한 가지 고민을 했다.

어차피 전 재산을 털어 넣어서 하는 일, 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

‘올해 수입 전부를 털어 넣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보낸 이메일의 마지막 문구, 올해 정산받을 수 있는 수익금이었다.

쉽게 말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미리 선금을 받아서 쓰는 격이었다.

‘이걸로 이제 당분간 주식은 라면이네.’

달리 말하면 당분간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는 소득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

즉, 이건 각오였다.

어차피 그동안 모은 돈 대부분을 쓰는 김에 제대로 화끈하게 쓰겠다는 각오.

한편으로는 현실이었다.

‘이렇게 질러도 미로 셋은 힘들겠지만…….'

이제까지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을 수익금과 앞으로 받을 수익금은 솔직히 말해서 어지간한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만큼의 돈이었다.

당장 정현우 본인조차도 그 액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돈으로도 현재 갓워즈에서 구할 수 있는 400레벨 이하 최고의 아이템 세트, 일명 미로 세트를 완전하게 갖추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라도 구하면 다행이고, 잘 해봐야 수호자 세트 구하는 정도이겠지.’

미로 세트보다 한 단계 낮은 몰락한 자의 수호자 세트를 구하기만 해도 다행일 터.

그마저도 구하는데 시간이 적잖게 걸릴 가능성이 컸다.

제대로 현금으로 거래되는 일이 없는 아이템들인 만큼 현금으로 거래를 하고자 한다면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할 테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부탁을 한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장님만 믿습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님이 잘해주리란 믿음.

7.

“다들 모이셨죠?”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낀 박영준의 말에 그가 보는 모니터 속 채팅창 위로 저마다의 채팅이 올라왔다.

- 인텔 : 접속했습니다.

- 나이키 : 확인 완료.

- 코카콜라 : 예.

- 아디다스 : 들립니다.

- 펩시콜라 : 예.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모두가 알고 있을 만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기업들이.

보통의 경우라면 장난이라고 치부했을 광경이었다.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부탁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라는 이름은 그것을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그야말로 아득한 현실.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이 상황 자체를 마주하는 순간 얼어붙어 마땅한 정도였다.

하지만 박영준은 그 현실에서 얼어붙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래, 판은 이렇게 커야 제맛이지.’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였지.

그러한 미소 사이로 박영준이 말을 뱉었다.

“괜히 시간은 끌지 않겠습니다. BJ대마도사로부터 들은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BJ대마도사는 올해 워즈튜브를 통해 얻는 모든 수익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고요했고, 그 고요함 속으로 박영준이 말을 하나 더 던졌다.

“당연히 이제 시작될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한 모든 수익 역시 기부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여기 모이신 분들에게 BJ대마도사의 따뜻한 기부에 참가할 기회가 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사회에 좋은 일 하는데 쓸 거니까 이제부터 시작될 베팅에 돈을 아끼지 말라는 것.

리미트를 해제하는 셈이었다.

“물론 현금으로 받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죠. 그런 식으로 했다간 욕을 먹을 게 뻔하니, 해서 물건으로 받고자 합니다.”

그때 나온 말에 채팅창이 살짝 어수선해졌다.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아이템이나 스킬카드북을 제안한 곳은 있지만 그 제안은 전부 거절당한 상태.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 측이 직접 물건을 요구한다?

그가 원하는 걸 구하는 게 쉬웠다면 진작에 구해서 이야기를 끝냈을 일.

- 콜 소프트 : 마력 관련 아이템은 제외해달라고. 그건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상태이니까.

- 톰슨 리조트 : 마력 관련만이 아니라 BJ대마도사와 관련해서 지금 가진 것보다 좋은 아이템이 있긴 한가?

- A&G : 없는 걸 구하는 재주는 없다고.

더욱이 BJ대마도사와 관련된 아이템은 갑자기 시세가 급등하는 건 물론 그로 인해 매물 자체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

그런 광고주들에게 박영준은 기꺼이 말해줬다.

“BJ대마도사가 쓸 아이템은 아닙니다.”

어차피 당신들이 BJ대마도사가 착용할 만한 물건을 구하지 못할 걸 알고 있다.

“럭키가 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럭키라면 어떨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채팅창에 곧바로 온갖 종류의 아이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올라온 건 다름 아니라 몰락한 자의 수호자 세트였다.

- 몰락한 자의 수호자 불 세트!

- 불보다는 얼음 쪽이 더 유용하겠지.

- 수호자 세트 중에 가장 얻기 힘들고, 귀한 건 뇌전 세트지. 풀세트 제안하지.

부위 하나 구하기도 힘든 그 레전더리 아이템들이 세트 단위로 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 수호자 세트가 좋아 봐야 미로 세트만 못하지. 미로의 미노타우로스 가죽 장갑과 바지.

무한 미로에서 나오는 네임드 몬스터들만이 드랍하는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이 나오자 수호자 세트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광경에 박영준은 기꺼이 기름을 끼얹었다.

"광고주분들끼리 합의 하에 합쳐서 제안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혼자서 하지 말고 힘을 합쳐서 더 큰 딜을 해라!

“다 좋은 일에 쓰게 될 거니까 과감하게 딜을 해주십시오.”

그 제안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동시에 박영준의 입가는 미소로 범벅이 됐다.

8.

- 나이키 : 우리가 가진 미로의 미노타우로스 가죽 바지와 망토, 펩시가 가진 미로의 유니콘의 가죽 부츠와 갑옷, 넷플릭스의 메두사의 비늘 장갑 세트를 제안하겠어.

- 아디다스 : 유니콘의 뿔 투구와 코카콜라가 가진 히드라의 가죽 갑옷과 바지, 디즈니가 가진 아르고스의 장갑에 감마 제약이 가진 도깨비 방망이를 더하지.

마치 도떼기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채팅창 분위기, 도무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광고를 따내기 위한 무대라고는 보기 힘든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던 멀린이 이내 고개를 돌려 엠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왜 갑자기 럭키 아이템을 맞추겠다고 하는 거지? 설마 구할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건 아닐 텐데?”

럭키의 스펙업을 위해 아이템을 맞추는 건 딱히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구하는 방법.

BJ대마도사의 재력이라면 굳이 이렇게 어수선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알아서 구할 수 있을 터.

“현재 BJ대마도사와 관련된 아이템들의 시세는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상태가 됐어요.”

“그래, 아즈모 때문에 시세가 미쳤지.”

“그 때문에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에 광고를 넣을 방법이 사라졌죠. 그들은 광고주지, 플레이어가 아니니까요.”

“그럼 그냥 돈으로 받으면 되잖아?”

이어진 반문에 엠마가 담담히 말했다.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특별한 경우를 빼면 광고료를 돈으로 받은 적이 없었어요. 갓워즈 내 재화로 받았지. 그런데 이제 와서 돈으로 받는다? BJ대마도사가 고작 몇 푼 더 벌려고 자기 이미지를 뭉갤까요?”

“그럼 기부를 하겠다는 것도?”

“못을 박은 거죠. 절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그저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건 신호이기도 해요. 외부의 도움 따위는 솔직히 필요 없다, 라는 신호. 내가 무엇을 하든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경고.”

그리고 이어진 말에 멀린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다.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경고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제 괜한 수작 따윈 먹히지 않아요. 오로지 하나, 갓워즈 안에서 힘 대 힘으로 붙는 것뿐.”

말을 마친 엠마가 곧바로 싸늘하게 식은 멀린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

“전선을 구축할 시간이요.”

전선이란 단어가 고개가 더 기울어지는 멀린.

“BJ대마도사가 무한 미로에서 나오는 순간 우리와의 차이는 사냥터 하나 차이뿐이에요. 그리고 BJ대마도사를 상대로는 선점이란 메리트는 존재치 않아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그 사냥터를 바꾸어버리니까.”

이어진 설명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멀린이 고개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

“다른 10대 길드들이랑 손을 잡겠다고?”

“이제까지 그저 협력 관계 정도였던 수준을 넘어서 공동 전선을 갖출 만큼의 관계를 만들 생각이에요.”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세계대전이나 다름없는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그 사실에 멀린이 놀라며 반문했고, 그 반문에 엠마는 조금 전 멀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손잡지 않으면 BJ대마도사와 손을 잡을 거예요, 이제 판은 여기까지 왔어요.”

그 단호한 표정에 멀린도 더 이상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한 방법은?”

“말했다시피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무한 미로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야죠.”

“무한 미로에서 시간을 소모하게 만드는 방법이라……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뿐이군.”

“네, 보물 지도를 많이 손에 쥐여주는 수밖에 없죠. 그것도 강제로, 찾을 수밖에 없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때였다.

- 이 이상 조건 없습니까?

채팅창에 어수선함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 그럼 다음 BJ대마도사의 무한 미로 라이브 방송 광고권은 유니콘의 뿔 투구와 히드라의 가죽 갑옷과 바지, 아르고스의 장갑에 디즈니가 가진 도깨비 방망이에 낙찰됐습니다.

그리고 채팅창에 고요함이 깔렸다.

9.

극한 지대를 한없이 가로질러 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동굴 입구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동굴 입구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무한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더불어 입구는 일회용으로 한 파티가 들어가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다른 파티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간 파티들은 무한 미로에 위치한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시작을 했다.

무한 미로를 어느 정도 공략하지 않는 이상 다른 파티와 조우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

그건 곧 도움을 받거나 주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런 이유로 무한 미로로 들어가는 동굴 입구 앞에서는 대규모 파티가 대기를 하고는 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미다스가 그러했다.

“주인님, 이 안에서 근본을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느껴집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뇌전의 수호자와 불의 수호자 몸을 가진 골드와 실버.

헥헥!

꾸우!

그리고 럭키와 그 럭키 머리 위에 앉은 잭팟만을 옆에 둔 미다스는 무한 미로 솔로 공략을 앞에 두고 있었다.

이미 모든 각오는 마친 상태.

이제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준비물만 도착하면 될 따름이었다.

“어……."

그게 지금 미다스가 자신의 인벤토리창을 바라보며 얼빠진 표정을 짓는 이유였다.

‘이거 리얼인가?’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는 5개의 아이템이 보이고 있었다.

[미로 속 유니콘의 뿔 투구]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385레벨

- 무한 미로에서 극히 보기 드문 유니콘의 뿔로 만든 투구다. 착용자의 몸을 가볍게 만든다.

- 근력 +621

- 체력 +379

- 물리 공격력 +15

- 물리 방어력 15퍼센트 증가

- 마법 방어력 15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30퍼센트 증가

- 이동 속도 40퍼센트 증가

- 미로 속 네임드 몬스터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미로 속 네임드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00

!미로 속 네임드 아이템 3개 장착 시 공격력 +50

!미로 속 네임드 아이템 4개 장착 시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 20퍼센트 증가

!미로 속 네임드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0퍼센트 증가

[히드라의 가죽 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383레벨

- 무한 미로에서 침입자들을 먹어치우는 히드라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다. 착용자의 생명력을 강인하게 해준다.

- 근력 +451

- 체력 +649

- 물리 방어력 25퍼센트 증가

- 마법 방어력 25퍼센트 증가

- 체력 25퍼센트 증가

- 체력 회복 속도 200퍼센트 증가

- 미로 속 네임드 몬스터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아르고스의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387레벨

- 무한 미로의 길목을 지키는 거인, 아르고스가 끼고 있는 장갑이다. 착용자에게 강력한 힘을 준다.

- 근력 +699

- 체력 +301

- 공격력 +17

- 착용 시 근력 22퍼센트 증가

- 공격 시 물리 데미지 18퍼센트 증가

- 미로 속 네임드 몬스터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유니콘, 히드라 그리고 아르고스.

모두 다 무한 미로에서 등장하는 네임드 몬스터였고 이런 몬스터로부터 획득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은 착용 시 미로 세트 효과가 발동했다.

그래서 통칭 미로 세트!

당연한 말이지만 미로에 세트를 5세트 이상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거 완전 근접 딜러 특화 세트잖아?’

더군다나 미다스의 수중에 들어온 것들은 근접 딜러들에 특화된 옵션 그리고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졸업템급인데?’

근접 딜러들 중에 이 정도의 세트를 가진 플레이어는 장담컨대 스무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네 개의 아이템을 지나자 아이템 하나가 보였다.

[도깨비 방망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381레벨

- 무한 미로에서 한 달에 한 번 등장하는 도깨비가 쓰는 방망이다. 신비한 능력이 있다.

- 공격력 : 688

- 모든 능력치 +555

- 착용 시 모든 능력치 1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이동 속도 1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공격 속도 1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물리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도깨비 장난’ 발동

도깨비 방망이,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탄식을 내뱉었다.

“와."

‘드래곤 슬레이어랑 비교되는 도깨비 방망이라니.’

400레벨 이하 근접 딜러 무기 중 최고는 단언컨대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였다.

그 어떤 무기도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뛰어넘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뛰어넘진 않더라도 비교되는 몇 개의 무기가 있었고, 도깨비 방망이가 그중 하나였다.

특히 도깨비 방망이는 딜도 딜이지만, 특수 옵션인 도깨비 장난이 굉장했다.

‘적에게 상태 이상을 주거나, 자신한테 버프를 주거나.’

만약 운 좋게 연속해서 스턴이나 빙결이 터지면 몬스터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혹은 운 좋게 카모플라주 같은 스킬이 발동할 경우에도 그 메리트는 상당했다.

즉, 운만 따라준다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보다 효용 가치가 높을 때도 있었다.

이제까지 현금으로 거래된 적은 없고, 그저 물물교환으로만 거래되었을 뿐인 아이템.

그런데 지금 그러한 아이템들이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도무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내 올해 몸값이라고?’

나름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잘 구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설마 올해 자신의 수입으로 이 정도를 구할 수 있을 줄이야?

이쯤 되면 기쁨보다는 오히려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올해라는 단어랑 평생이란 단어를 헷갈리신 건가?’

당장 의심이 드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자신의 이메일 내용을 잘못 해석했을 경우.

‘아니야, 사장님이 얼마나 똑똑하신 분인데. 절대 내 의중을 잘못 해석하시거나 착각하실 리가 없어.’

하지만 이제까지 미다스가 봐온 사장님은 그런 식으로 착각을 하는 자가 절대 아니었다.

‘이거 설마 선금 크게 줘서 빚으로 남기려고?’

그 용의주도한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건 미다스를 더 사로잡기 위한 베팅일 수도 있었다.

이런 거다.

어쨌거나 지금 받은 아이템들은 미다스가 앞으로 몸으로 갚아야 하는 것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에게 엄청난 돈을 쥐여준다면?

당연히 앞으로 다른 곳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평생 라이징 스타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의미.

즉, 이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보내는 러브콜일 가능성이 컸다.

‘평생 가자는 거구나.’

우린 너의 가치를 이렇게 크게 보고, 그러니 크게 줄 테니까 앞으로 잘 해보자.

“크윽!”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손가락으로 제 미간 사이를 잡았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게임만 아니었다면 사장님의 은혜에 눈물이 터졌을 정도로 감정이 복받친 탓.

그리고 그럴만했다.

‘이거 팔면…… 더 이상 게임 안 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어.’

지금 이 인벤토리 안의 아이템만 팔아도 사실상 미다스란 플레이어의 팔자는 이제 다 풀린 셈.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미다스, 정신 차리자. 지금 이렇게 기뻐할 때가 아니야.’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

‘사장님이 날 위해서 이만큼 베팅해주셨으면 그 이상을 보답해드려야지.’

그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을 기회 그리고 무대가 준비되었다는 것.

그 순간 미다스는 도리어 어느 때보다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들아.”

그 표정을 지은 채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무한 미로, 우리가 박살을 낸다! 최고의 퍼포먼스로 쓸어버리는 거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무한 미로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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