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화. < 127화. 무한 미로 (2). >
3.
극한 지대, 300레벨 졸업을 코앞에 둔 플레이어들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지옥이라 부르는 무대.
그러한 무대에서 보스 몬스터로 등장하는 몰락한 자의 수호자 넷을 부리며 등장한 몰락한 정령 군주를 혼자서 잡는다는 것.
그건 가능과 불가능의 여부를 물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상상이 가능해야 불가능과 가능이라는 선택지라도 놓이는 법이니까.
- 솔직히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이런 게 가능할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BJ대마도사가 이룩한 업적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저 단순히 해냈다, 수준을 넘어서 이제 그가 갓워즈의 그 어떤 플레이어와도 비교를 거부한다는 증거.
갓워즈에 존재하는 수억 명의 플레이어들 중에 최고라고 해도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는 증거였다.
플레이어 능력으로 극한에 다다랐다는 증거.
- 더 놀라운 건 몰락한 정령 군주 상대로 싸울 때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거겠지.
더 말도 안 되는 건 BJ대마도사가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 마법 융합 진짜 말도 안 되더만.
ㄴ 헬파이어랑 블리자드 합친 헬리자드 개쩔겠지?
ㄴ 제우스의 번개 조각하고 썬더스톰 융합도 있음.
ㄴ 뇌전의 정령 기사랑 제우스의 번개 조각도 융합하면 끝장나겠지.
ㄴ 난 헬파이어랑 리틀 토네이도 기대되던데. 헬 토네이도 나오는 거잖아? 보는 순간 기절할 듯.
ㄴ 다들 뭘 모르네. 지금 선더스톰하고 플레임 드래곤 합치면 썬더 드래곤 나오거든요?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을.
- 아니, 좋은 융합 콤보가 있으면 뭐해? 마력이 부족해서 못 쓸 텐데?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엄청난 벽을 넘어야 했지만, 그것을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어떤 존재인데, 당연히 조만간 라이브 방송할 때 마력 셋 맞추고 나와서 다 보여주겠지!
- 아무렴! 우리 BJ대마도사님이 여자친구가 없지, 돈이 없는 게 아니잖아!
- 맞아, BJ대마도사가 사지 못하는 건 여자친구 말고 없다구!
BJ대마도사에게 그 벽은 별로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그게 세간의 평가였으니까.
‘미치겠네.’
그러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정현우 입장에서는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커.’
당장 인페르노 골렘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헬리자드라든가, 썬더 드래곤 같은 게 가능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가능의 여부를 떠나서 시도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300레벨 후반대 레전더리 등급 마력 관련 아이템은 거래가 안 되는데…….'
지금부터 정현우의 캐릭터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구하고자 한다면 하나 구할 때마다 그가 모은 돈이 요플레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처럼 크게 날아갈 테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뭔가는 해야 해.’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그냥 손을 놓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 아닌가?
그게 정현우의 손이 쉴 새 없이 G베이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검색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템이 없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매물이 있었는데, 한 번에 싹 다 매입했네?’
문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
‘대체 어느 놈이 사간 거지?’
여러모로 정현우의 얼굴 표정이 펴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그런 정현우의 심각한 표정을 보던 정태우가 다 먹은 치킨뼈를 치우며 한마디 했다.
“그냥, 좀 안 풀리는 게 있어서.”
“뭔데? 돈 문제야?”
"응?"
이어진 돈이라는 단어에 당황하는 정현우, 그런 동생의 낌새를 본 정태우가 확신한다는 듯이 말했다.
“돈 문제군.”
“아니야, 아니야.”
바로 부정하는 정현우.
“그래서 돈이 얼마가 필요해? 내가 구해줄까?”
그러나 동생의 심중을 모를 리 없는 정태우가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말했다.
“됐어. 진짜 아니야.”
‘형, 형이 낼 수 있는 수준의 돈이 아니야.’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는 정현우를 향해 치킨을 맛나게 먹고 있던 조카가 치킨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삼촌, 이제 치킨 별로야. 앞으로 사오지 마.”
“뭐?”
“치킨 질렸어, 그냥 집에서 밥 먹을래.”
돈 문제로 고민 중인 삼촌을 위한 혜린이의 배려 섞인 그 말에 정태우가 피식 웃었다.
반대로 정현우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돈 문제 아니라니까. 나 돈 많거든? 치킨집 차릴 정도로 많거든?”
“퍽이나.”
“형. 나 진짜 많이 벌어.”
“그렇게 많이 벌면 연애를 좀 하든가. 돈 많이 벌면 연애하겠다고 예전부터 말했던 거 같은데? 그렇잖아? 왜 연애 안 하냐고 말할 때마다 돈 벌어야 하지, 그 말 입에 달고 살았잖아?”
“아니, 그거야……."
말문이 막힌 정현우.
“아, 됐고.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날도 치킨 사올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결국 그가 억지로 말을 마무리 지었고, 그 모습에 혜린이가 치킨을 먹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인은 정말 치킨이 싫다는 듯.
그 모습에 여전히 미소를 지은 정태우가 한마디 했다.
“현우야, 돈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 그거야 어차피 쓸 거라면 확신하고 확실하게 써.”
“글쎄 돈 문제 아니라니까.”
말을 하면서도 정현우는 형의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형 말이 맞아 어차피 안 쓸 수는 없어 그럼 쓴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지.’
투자를 할 거면 제대로.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고, 이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다른 아이템을 검색해봤다.
이윽고 검색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을 마쳤다.
‘그래, 이게 가장 효과적이겠어.’
그리고 고민을 마쳤다.
4.
이제 다시 평소처럼 하나의 계절만이 맴도는 극한 지대.
오늘은 얼어붙은 그곳에서 미다스가 말없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태창을 바라봤다.
[미다스]
- 레벨 : 358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482)/체력(5+3501)/지력(1800+5658)/마력(368+5252)
그렇게 보이는 수치는 놀라웠다.
350레벨을 찍은 지 얼마 안 되어서 360레벨을 앞두고 있는 상황, 다른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어이가 없었을 광경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다스는 그 스탯에 만족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 마력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상태.
‘솔직히 내가 가진 돈으로 아이템 맞춰봤자 부족한 마력이 채워질 것 같지 않아.’
더군다나 아즈모나 구스타프라면 모를까 미다스가 전 재산을 털어서 템세팅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명백했다.
‘한 번 쓰고 유지도 못할 거면 안 하니만 못해.’
결정적으로 인페르노 골렘 때도 드러난 것처럼 마법을 융합 시전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유지력이었다.
특히 미다스는 기본적으로 아이언 골렘을 비롯해 뇌전의 정령 기사까지, 상시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하는 타입이었다.
마력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
그런 리스크를 품고, 고작 퍼포먼스를 위해 가진 재산을 전부 털어넣는다?
상식적인 판단을 가진 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
그렇게 상태창을 보고 생각을 하던 미다스가 이내 상태창을 지우고 퀘스트창을 열었다.
[무한 미로]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무한 미로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느껴진다. 무한 미로 안으로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무한 미로의 방랑자’ 진행 가능
그러자 이번에 새로 얻게 된 무한 미로 퀘스트가 보였다.
꾸우!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이 크게 한 번 울음을 토해냈다.
- 이 새가 저곳, 무한 미로를 향해 가자는구나.
그리고 이어서 지팡이가 잭팟의 말을 해석해줬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내용이고, 퀘스트였다.
허나, 그 내용 자체는 결코 담백하지 않았다.
‘무한 미로…… 그냥 이렇게 가자고 해서 대뜸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닌데.’
무한 미로는 사실 사냥터라기보다는 암흑대륙으로 가는 이동 퀘스트라고 봐야 마땅했다.
단지 그 스케일이 이제까지 경험한 그 어떤 이동 퀘스트와 차원이 다를 뿐.
이러한 무한 미로는 표현 그대로 무한에 가까운 미로로 그 크기가 상식을 초월했다.
더불어 극한 지대 졸업 레벨인 389레벨에 들어간 플레이어들 중에 400레벨이 되기 전에 나온 플레이어가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레벨업을 많이 한다는 건 미로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그만큼 몬스터가 많다는 의미.
‘네임드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니까.’
그중에서도 무한 미로가 골치 아픈 건 네임드 몬스터들, 거의 보스급 몬스터가 미로 곳곳에 득실거린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는 곳.
‘하지만 그만큼 좋은 아이템도 많이 나오지.’
반대로 힘든 만큼 메리트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현재 무한 미로는 여전히 새로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에 나오는 곳이었고, 이곳에서 적잖은 플레이어들이 강력한 아이템을 얻고는 했다.
오죽하면 무한 미로에서 아예 작정하고 아이템 사냥을 하는 길드나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
‘최근 라포가 바실리스크의 갑옷도 얻었지.’
당장 무한 미로를 공략 중인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인 라포만 해도 최근 바실리스크와 조우한 후 새로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바실리스크의 갑옷을 얻은 상태였다.
그 가격은 당연히 측정불가!
여기서 미다스는 생각을 바꿨다.
‘내 눈이면 네임드 몬스터를 찾아 잡을 수 있어.’
이번에는 아예 몬스터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찾아 가보자고.
예전이라면 혀를 내둘렀을 일.
‘네임드 몬스터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몰락한 정령 군주에 비할 바는 아니지.’
그러나 지금의 미다스는 예전과 달랐다.
경험에서 나오는 확고한 자신감으로 무장된 상태.
‘템 먹고, 그걸로 차라리 내가 원하는 템을 구하는 게 훨씬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차라리 미다스는 돈이 아니라 물물교환을 통해서 아이템을 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가장 현실적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전혀 쓰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쓴다면 확실하게 써야 하는 법.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새로 스펙업이 필요한 상대가 있었다.
“럭키야.”
왕!
“골드랑 실버는 새로운 몸을 얻었으니까 넌 새로운 템을 얻어야지. 안 그래?”
왕!
럭키의 스펙업, 그게 미다스가 고른 돈 쓰는 방법이었다.
5.
BJ대마도사의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 이후 가장 분주해진 곳은 다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예, 현재 아직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라이브 방송 일정이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나도 모른다니까. 알아도 공식 공지 올리기 전까지는 비밀이야, 비밀. 못 말해준다고.”
일단 직원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통화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예,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그리고 사장인 박영준 역시 스마트폰을 놓을 틈이 없었다.
“광고 단가 역시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광고주들로부터 광고 의뢰 전화가 쏟아졌으니까.
당연했다.
“그래도 받는다면 최소한 10대 길드급으로 받을 예정입니다.”
이번 BJ대마도사의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는 사실상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을 10대 길드에 올려놓게 해줬다.
“앞으로 뭘 해도 10대 길드랑 같이 할 텐데.”
결정적으로 그 상태에서 이제 10대 길드를 상대하게 된 상황.
자연스레 그 몸값은 최소 10대 길드가 받는 것, 그 이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될 게 없었다.
10대 길드의 몸값 시세는 정해진 상태였으니까.
“물론 BJ대마도사는 현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광고는 돈으로 거래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광고주들 입장에서 쉴 새 없이 라이징 스타 채널의 문을 두드려보는 건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박영준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우웅!
그러나 그 숨통을 트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스마트폰이 진동했고, 박영준이 잽싸게 전화를 받았다.
“……그럼 좋은 물건 얻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그리고는 이제까지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이후 통화를 마치는 순간 오랜만에 스마트폰이 잠잠했고, 그 틈을 노려 직원 한 명이 태블릿PC를 내밀며 말했다.
“사장님 확인하고 결재 좀 해주십시오.”
이내 태블릿PC 내용을 살피는 박영준, 그를 향해 직원이 짧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렇게 바쁘시면 그냥 꺼두시는 게 어때요?”
박영준이 쉴 새 없이 통화를 하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
“글쎄, 시가총액 500억 달러 기업들한테 오는 전화를 귀찮다고 꺼두는 건 좀 그래서 말이야.”
“예? 500억이요?”
“최근 통화한 10곳의 시가 총액 평균을 내면 788억 달러 정도 될 걸?”
그 말에 직원이 놀란 듯 입을 벌었다.
엄청난 기업들이 구애를 하는 것도 놀랍고, 그걸 바로 계산하는 박영준도 놀랍기 그지없었으니까.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 기업들이 이렇게 구애를 하는 걸 보니까.”
“대단하다기보다는 이상한 거지.”
“이상하다고요?”
“돈이 썩어 넘치는 이들이 왜 계속 전화를 하겠어?”
“시세를 물어보려고요?”
“내가 오늘 하루만 48번을 통화했는데 굳이 나한테 연락하지 않아도 대충 상황 돌아가는 걸 알걸? 설마 그 정도 정보망도 없을 것 같아?”
이야기를 듣던 부하 직원이 이내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그들도 알아. 지금 BJ대마도사는 게임 내 아이템 또는 스킬이나 정보만 받는다는 걸,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마력과 관련된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것도.”
“그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나요?”
“맞아, 이게 이상한 게 아니지. 이상한 건 그런 걸 구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그런 걸 못 구하고 가격만 물어본다는 거야. 그럼 왜 못 구할까? 돈이 없어서? 응?”
“매물이 없는 거군요.”
이어진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태블릿PC에 사인을 하며 짧게 실소를 날렸다.
그 말 그대로였다.
‘누군가 관련 아이템의 시세를 말도 안 되게 올려놓았어.’
현재 BJ대마도사 레벨대에 맞는 마력 관련 아이템 및 스킬카드북 시세는 평소 때의 배 이상으로 오른 상태였다.
사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돈으로도 쉬이 거래되지 않는 물건들에 제대로 된 시세가 붙여질 리 만무.
그런데 그 시세가 배가 됐다?
그냥 쉽게 말하면 거래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시세를 만들었을까?
그건 뻔했다.
‘뭐, 아즈모 말고 이런 걸 할 수 있는 인간은 없지.’
이 세상에 갓워즈라는 게임의 시세를 마음 내킬 때 흔들 수 있는 자들 중에 그럴 의지와 이유를 가진 자는 한 명뿐이었으니까.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겠어.’
어쨌거나 아즈모가 움직인 이상 BJ대마도사가 원하는 것을 돈으로 구하는 건 불가능해진 상황.
‘뭔가는 해야 해.’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BJ대마도사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필시 뭔가 제스처는 해야 한다는 의미.
우웅!
그때 다시 박영준의 폰이 울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의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예전이라면 만나 뵙기도 힘든 양반들이 전화를 거네.’
조금 전 직원에게 말한 시가 총액 평균을 확 올려줄 수 있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는 사실에 대한 쓴웃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중요한 고객이었고, 당연히 박영준은 다가오는 직원과의 대화를 뒤로 미룰 생각이었다.
“저기 사장님.”
그럴 생각으로 말을 거는 직원에게 잠시 기다리는 의미로 손바닥을 보였다.
“BJ대마도사한테 메일이 왔습니다. 아이템을 구하고 싶답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곧바로 수신을 거부하고는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어떤 아이템이지?”
“그게…… 검사 클래스 아이템입니다.”
“검사? 설마?”
“예, 럭키템을 풀 레전더리 세트로 맞추려는 듯합니다.”
그 말에 박영준의 눈빛이 빛났다.
‘그래, 여기서 럭키템을 맞추는 것도 나쁘진 않지.’
돈이 있다면 BJ대마도사 관련 아이템 시세가 맛이 간 상태에서 굳이 그걸 맞추기보다는 럭키를 위한 아이템을 맞추는 게 현명한 일.
“돈은 자기가 내겠답니다.”
“돈을?”
그때 이어진 말에 박영준이 놀라며 되물었다.
“얼마?”
“올해를 기준으로 이제까지 번 자신의 수입과 앞으로 벌게 된 수입까지 합쳐서라고 말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앞으로 벌 돈도 예산에 포함시키라는 거겠지.”
“그건 아는데 굳이 예산을 그렇게 잡는 이유가…… 그냥 금액을 제시하면 될 일 아닌가요? BJ대마도사가 자신 재산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번 돈은 푼돈 수준일 텐데.”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처럼 그들이 아는 BJ대마도사라면 그냥 100억이면 100억, 깔끔하게 예산을 제시할 만한 재력을 가진 자였다.
두루뭉술하게 올해 BJ대마도사로 벌게 될 수익이라는 확실치 않은 액수를 제시할 필요는 없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즉, BJ대마도사는 액수를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상징성이 필요해.’
돈이 아닌 의미.
“보통 돈 많은 CEO들은 회사에서 상징적으로 1달러만 받고 일을 하는 경우가 있지. 혹은 자기가 받은 연봉을 전부 사회에 기부하거나.”
“아!”
이어진 박영준의 해석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인 모양이네요. 더군다나 그런 식이면 앞으로 BJ대마도사가 많이 벌면 벌수록 기부액도 늘어나는 거잖아요? 광고주들도 그런 이유라면 돈을 더 줄 수밖에 없고.”
부하 직원의 동조에 박영준 역시 이제는 확신하며 말했다.
“동시에 돈이 전부가 아니고, 중요한 게 아니라는 시그널을 줄 수도 있지. 그래, 그런 식으로 일을 하라는 거야.”
그 순간 오히려 박영준은 고민 없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BJ대마도사, 사고 방식의 차원이 다르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