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화. < 125화. 몰락한 정령 군주 (5). >
13.
라이브 방송 전에 시청자들을 위해 미리 채팅창을 열어주는 건 흔한 일이었다.
- 대체 라이브 방송 언제 하는 거야?
-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열어라!
- 아니, 그보다 오늘 숫자 장난 아니네. 라이브 방송 제대로 하기도 전에 1억 5천만 명 찍었네?
그러나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1억 5천만이라는 아득한 숫자의 시청자 숫자를 기록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 오늘 2억 명은 그냥 예약이네.
ㄴ 2억이 뭐야, 기세 타면 3억도 가능하지.
ㄴ 이제 1티어급 길드가 아니라 10대 길드랑 비교해도 시청자 숫자가 안 밀리겠는데?
갓워즈에서 정점 근처에 머무는 극히 소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일이었지.
어쨌거나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모인 만큼 그 열기 역시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 속보! BJ대마도사랑 길드 대표들 만났다!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1티어급 길드 마스터만 한 곳에 열 명 모였다는데?
특히 1티어급 길드의 대표들이 모여서 BJ대마도사와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는 채팅창의 열기는 이미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 이쯤 되면 UN총회급 아님?
ㄴ 하긴, 사실상 1티어급 길드 중 랭킹 최상위권은 거의 다 모인 셈이니까.
ㄴ 극한 지대에서 이 이상 윗급은 없지. 10대 길드 1.5군급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그만큼 모인 이들의 면면은 화려한 정도는 넘어 이 이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
그 사실에 오히려 몇몇 이들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 이거 오늘 레이드는 노잼일 것 같다.
ㄴ 노잼일 것 같은 게 아니라 확정이지. 이 정도 모였는데 보스 몬스터가 버티기나 하겠어?
ㄴ 심지어 레이드 레이스도 아니고, 그냥 다들 힘 모아서 BJ대마도사랑 같이 잡는 거잖아? 게 임이 안 되지.
이 정도로 막강한 세력들이 한 팀이 되었는데 그 상대가 무엇이든 간에 기대가 될 리 만무.
그 무렵이었다.
- 시작됐다!
ㄴ 어? 지금 뭔가 터진 거 같은데?
소식이 퍼졌다.
- 몰락한 자의 수호자 네 종류 전부 등장했다는데?
몰락한 자의 수호자.
본래는 극한 지대의 보스 몬스터로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조차 고배를 마시게 했던 거물!
- 네 종류면, 얼음하고 불, 돌하고 뇌전 계열 전부 등장했다는 거야?
그러한 몰락한 자의 수호자는 소환할 때의 환경에 따라서 등장하는 속성이 달라졌다.
당연히 속성에 따른 능력도 달랐고, 그에 대한 공략법 역시 전혀 달랐다.
그런데 그런 몰락한 자의 수호자 네 종류가 전부 등장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 이거 생각보다 난이도 지랄 맞을 거 같은데?
- 지옥 예약이다!
- 사탄님 오늘도 집 좀 비워주셔야겠습니다.
- 이쯤 되면 BJ대마도사가 사탄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
오늘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가 모두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치열하리란 것!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시작했다!
그 열기 속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문이 열렸다.
14.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미다스, 그런 그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아이언 골렘 위였다.
그 덕분이었다.
“이미 이야기는 다들 들으셨을 테니까 그냥 상황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미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청자들은 골렘 위의 풍경을, 극한 지대의 풍경을 바로 볼 수 있었다.
- 미친, 극한 지대 왜 이래?
- 아주 지랄 났네.
네 종류의 극단적인 환경이 공존하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을.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극한 지대 풍경 속에 솟아오른 거인들이었다.
- 저기! 불의 수호자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온몸이 불로 타오르는 30미터 신장의 거인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30미터 신장의 거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좀 더 돌아가자 돌로 만들어진 그리고 파지직! 쉴 새 없이 온몸에서 번개줄기를 뿜어대는 거인마저 모였다.
- 맙소사, 진짜였잖아?
- 몰락한 자의 수호자들이다!
몰락한 자의 수호자 넷이 등장하는 순간.
- 뇌전의 수호자는 진짜 오랜만에 보네.
개중에서도 시청자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건 마지막에 화면에 등장한 일명 뇌전의 수호자였다.
- 그냥 몰락한 자의 수호자 잡기도 빡치는데 뇌전의 수호자는 한 3배 더 빡치니까.
- 뇌전 계열은 아이템 세팅도 제대로 맞추기 힘드니까.
- 그렇다고 뭔가 더 특별한 아이템 주는 것도 아니고.
네 종류의 몰락한 자의 수호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뇌전의 수호자는 1티어급 길드는 물론 10대 길드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피하는 존재였으니까.
- 뇌전의 수호자 잡은 길드가 4곳 밖에 없지?
이제까지 단 4개 길드만이 사냥에 성공했을 정도.
여러모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보는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메뉴였다.
“하하, 아주 풍경이 좋네요. 게임이 좀 이렇게 어려운 맛이 있어야죠. 안 그래요?”
‘미치겠네.’
그리고 미다스 입장에서는 입이 쓰다 못해 속이 쓰릴 만한 메뉴였다.
“솔직히 이번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다들 실력이 대단해서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네요.”
‘아니, 아무리 난이도가 높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이게 말이 돼?’
군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만큼 무리를 이끌고, 그 무리 중에 수호자가 있으리란 예상은 했지만 설마 네 종류의 수호자 전부를 소환할 줄이야?
더욱이 움직이는 건 그 수호자들만이 아니었다.
“대충 보니까 보이는 잔챙이 머릿수도 많네요.”
‘평소 등장 숫자보다 4배는 많잖아?’
그 수호자들 주변으로는 그 수호자의 속성에 맞는 트롤과 거인 그리고 정령수들이 가득했다.
[몰락한 자의 수호자(Lv385)]
!HP가 10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정령 폭탄’ 스킬 사용 가능
!HP가 25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정령 괴수 소환’ 스킬 사용 가능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분노’ 스킬 발동
!HP가 15퍼센트 이하일 경우 ‘정령 포식’ 스킬 발동
그 무리의 정확한 숫자는 물론 몰락한 자의 수호자 능력마저 보이는 미다스에게는 현기증이 날만큼 아득한 광경.
“물론 제일 끝내주는 건 몰락한 정령 군주이겠죠.”
그러나 미다스를 가장 아득하게 만드는 건 그 몰락한 자의 수호자 너머에 있는 존재였다.
“저기 모습이 보이는 거 같은데 범상치 않네요.”
몰락한 정령 군주.
10미터의 신장에 얼음으로 된 갑옷을 입고, 불꽃으로 된 망토를 두른 채 오른손에는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방패를 그리고 왼손에는 뇌전으로 만들어진 검을 든 놈은 외형부터가 존재감이 남달랐다.
[몰락한 정령 군주(Lv400)]
!3분마다 ‘정령 폭탄’ 스킬 사용
!10분마다 ‘쇼크 필드’ 스킬 사용
!1시간마다 몰락한 자의 수호자 재소환
!HP가 50퍼센트 이하일 경우 ‘정령 폭주’ 스킬 사용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정령들의 비명’ 스킬 사용
그리고 가진 바 능력은 더 남달랐다.
“부디 제 흑염룡에 제대로 견딜 수 있는 놈이면 좋겠네요.”
‘미쳤다.’
당장 눈에 띄는 건 정령 폭탄이었다.
몰락한 자의 수호자도 가지고 있는 스킬로, 정령수를 폭탄처럼 던지는 스킬이었다.
위력이나 공격 범위는 미다스가 가진 대폭발과 비슷했다.
정말 강력한 스킬이었다.
‘몰락한 자의 수호자는 기껏해야 9번 쓰는 걸, 저 새끼는 3분마다 한 번씩 쓰네.’
헌데 그런 걸 3분마다 쓴다?
미치고 환장할 일.
‘쇼크 필드는…… 처음 보이지만 쇼크 웨이브 업그레이드 버전이겠고.’
여기에 또 다른 스킬인 쇼크 필드가 미다스의 예상처럼 쇼크 웨이브의 업그레이드판이라면 이 역시 매우 골치 아팠다.
쇼크 웨이브의 효과 중 하나는 마비, 그런 걸 10분마다 쓴다는 건 10분마다 몰락한 정령 군주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지옥에 들어 간다는 의미였으니까.
그저 머릿수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1시간마다 몰락한 자를 재소환하는 것도 그렇고.’
그 무엇보다 골치 아픈 건 레이드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면 전장이 사실상 리셋된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1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해.’
전투가 길어질수록 레이드 성공 확률은 떨어진다는 의미.
한시라도 빨리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게 이유였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몰락한 정령 군주가 얼마나 센지 확인하러 가봅시다! 다들 준비되셨죠?”
기꺼이 미다스가 전투의 선봉을 자처하는 이유.
‘내가 분위기에 불을 질러야 해.’
누가 보더라도 섣불리 나서기 힘든 이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달려야 했으니까.
‘포션이든 뭐든 전부를 써서라도.’
그리고 지금 그걸 할 수 있는 건 미다스, 자신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당장 달리는 건 힘들었다.
총대를 메고 선봉에 달리는데 지금 이 상태로 달리는 건 너무나도 멍청한 짓.
“그럼 일단 소환부터 하겠습니다. 뇌전의 정령 기사 소환!”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꺼내드는 게 현명한 짓이었다.
물론 그런 전력을 기본 스펙만으로 유지하는 건 힘들었다.
“캐스팅 되는 동안 포션 좀 까겠습니다.”
미다스의 마력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포션을 물 마시는 수준이 아니라 공기를 마시듯 써야 하는 법.
- 와! 시작부터 1천 골드짜리 마시네?
- BJ대마도사 전매특허 포션쇼 나왔다!
- BJ대마도사라면 시작 포션 도핑값만 10만 골드 쓰는 게 국룰이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정도로 엄청난 수준.
[라포 님이 10,28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시작부터 전력으로 달릴 모양이군.]
[구스타프 님이 10,28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저 정도 포션 도핑은 아즈모도 힘들 것 같은데?]
갓워즈에서 포션값 쓰는 걸로는 어디 가서 지지 않는 이들조차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다.
[아즈모 님이 10,29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응? 아닌데? 저 정도는 나한테 워밍업도 안 되는데?]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마저도 가소로운 수준이었고, 그 사실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아즈모님이 저 정도 워밍업이라는데, BJ대마도사님 여기서 멈출 겁니까?
- 마셔라! 마셔라!
-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아주 격한 반응.
‘아즈모님, 이러지 마세요.’
미다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
“하하, 진짜 한 번 포션쇼 제대로 가볼까요?”
그러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누가 더 많이 마시나, 기록 한 번 갱신해볼까요?”
‘어?’
그때였다.
열심히 골렘 위에서 포션을 마시던 미다스의 눈에 전장으로 향하는 무리가 보였다.
하나도 아닌 무려 네 개의 무리!
미다스를 도우러 온 네 개의 팀들, 그들이 경쟁적으로 몰락한 자의 수호자들이 가득한 전장으로 돌진했다.
더욱이 그건 그저 전투를 위한 돌진이 아니었다.
"전군 앞으로!”
“끝까지! 끝까지 간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마!”
“우리는 죽지 않는다!”
승리를 쟁취하기 전에는 결코 살아 돌아올 생각이 없는 필사의 각오였다.
동시에 절제된 각오이기도 했다.
- 뭐지? 다들 미친 듯이 달려가는데?
- 간도 안 보는 건가?
- 와, 작심했네.
- 잠깐, 그런데 전부 수호자들 하나씩 잡으러 가는 것 같은데?
네 팀이 각자 네 종류의 몰락한 자의 수호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BJ대마도사 몫은 없앤다.’
BJ대마도사가 다른 무언가를 사냥하면서 그를 통해 활약상을 펼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
- 그럼 BJ대마도사는 뭐 잡아야 해?
실제로 그 네 팀이 움직이자 BJ대마도사와 올스타팀은 그대로 붕 뜰 수밖에 없었다.
- 뭐하긴 숨 쉬어야지.
할 수 있는 건 상황을 일단은 지켜보는 것뿐.
‘어? 진짜?’
미다스 입장에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한 순간.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미소를 지을 순 없었다.
- 잠깐, BJ대마도사 표정이 굳었는데?
도리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 넘치던 표정을 지운 채 대신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식이면 제가 활약할 기회가 사라지는 거 아닙니까?”
말 자체는 우스갯소리.
- 이거 진심인 모양이네.
ㄴ 표정 진지한 거 보면 진심 맞음.
ㄴ 저 표정을 봐. 진심이 아니면 저런 표정 안 나오지.
그러나 진지하게 굳은 미다스의 표정을 본 이들은 그것에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그 발언을 했을 때 모두는 생각했다.
- BJ대마도사 화났네.
그가 어느 때보다 분노했으리라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올수록 미다스의 표정은 더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감사합니다!’
기쁜 마음이 커질수록 그것을 참는 것도 힘들어졌으니까.
그때였다.
‘시간만 벌어주시고, 수호자들만 처리해주시면 보스는 제가…….'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전투를 치러주는 플레이어들의 희생을 무의미한 희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할 무렵.
‘응?’
그런 미다스의 눈에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15.
- 좋습니다.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싸우지 보겠습니다.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멀린의 입꼬리 한쪽이 낚싯줄에 걸린 것처럼 올라갔다.
“때로는 자존심이 일을 망치는 법이지.”
말과 함께 멀린이 고개를 돌려 또 다른 모니터를 바라보자 다른 라이브 방송이 보였다.
그 방송으로 보이는 이들은 착용한 아이템 곳곳에 자신들이 속한 길드의 엠블렘이 있었고, 그러한 엠블렘의 숫자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대략 20개 이상.
- 명심해. 지금 이 시간부로 우리 모두는 한 팀이다.
그들의 정체는 이번에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에 참가를 선언한 모든 길드들이 플레이어를 뽑아 만든 별동대였다.
- 수호자들을 막는 사이 몰락한 정령 군주를 처치한다.
목표는 몰락한 정령 군주!
급조된 계획이 아니었다.
- 수호자들이 넷이나 등장할 줄은 몰랐지만 어려울 건 없어. 결국 우리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몰락한 정령 군주가 몰락한 자의 수호자와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렇기에 4개 팀은 처음부터 이런 식의 계획을 세웠다.
BJ대마도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가 그저 먼 곳에서 몰락한 정령 군주가 잡히는 것을 구경만 하게 만들기 위해서.
- 그리고 정말 기쁘게도 BJ대마도사가 자존심 때문에 당분간 나서지 않을 거다.
심지어 BJ대마도사는 그들이 가장 바라던 대로 반응해준 상태였다.
그러한 그들의 대화를 보고 듣던 멀린이 이제는 다시 고개를 돌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봤다.
그러자 쉴 새 없이 포션을 마시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보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조롱하듯 말했다.
“쓸 일도 없는 포션을 마시고 있군.”
16.
꿀꺽꿀꺽!
단숨에 포션 한 병을 비운 미다스가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포션을 꺼내 들었다.
“아이언 골렘 소환!”
그사이 쿨타임이 다 끝나자마자 아이언 골렘 한 마리를 더 그 자리에서 소환함과 동시에 다시 포션을 마셨다.
- 그냥 미친 듯이 마시네.
ㄴ 마셔봤자 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ㄴ 그렇지. 솔로인데 정력제 먹는 거랑 다를 바 없지.
ㄴ 에이, 그냥 퍼포먼스라니까? 포션 마시는 거라도 보여줘야지. 오늘 흑염룡은 꺼내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모습에 시청자들 대부분은 BJ대마도사가 그저 퍼포먼스를 위해 포션을 마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미다스는 퍼포먼스를 하는 게 아니었다.
‘위험해.’
오히려 앞서 품었던 여유 따위는 미다스의 마음속에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는 탓이었다.
‘아무래도 몰락한 정령 군주 노리고 별동대 조직하신 거 같은데…….'
지금 몰래 움직이는 세력이 어떠한 세력인지 그리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대로 그냥 몰락한 정령 군주한테 갔다가는 전멸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어떠할지.
‘날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 위험에 마냥 빠지는 걸 볼 수는 없어.’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은인들이 몰락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는 일.
그게 쉴 새 없이 포션 도핑을 하는 이유였다.
‘위험 터지면 바로 들어간다.’
그들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 다른 누구는 몰라도 자신 만큼은 그들을 도와줘야했기에.
그 순간이었다.
콰광!
- 어? 뭔가 터졌다!
- 폭발인데? 뭐지? 엄청난데?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던 전장, 그 위로 거대한 폭발이 덮어졌다.
- 몰락한 정령 군주가 정령 폭탄 썼다!
- 정령 폭탄? 아직 아무도 공격 안 했는데? 설마 정령 폭탄이 기본 스킬인 건가?
- 와, 이거 장난 아니네.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