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01화 (401/485)

401화.  < 125화. 몰락한 정령 군주 (2). >

4.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질문을 내뱉은 멀린이 손에 든 머그잔을 내려놓은 후에 재차 한 번 더 질문했다.

“BJ대마도사에 극한의 정수 전부를 구해다주겠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그렇게 질문이 두 번 거듭된 후에야 비로소 대답 기회를 얻은 엠마가 입을 열었다.

“제대로 들으신 게 맞아요.”

그리고 그녀 역시 대답을 두 번 했다.

“제 의견이 아닌 중원 길드 의견이지만.”

그 설명에 멀린이 헛웃음을 흘렸다.

“계속 BJ대마도사에게 떠먹여주다보니까 이제 그냥 호구로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건가?”

극한의 정수가 모으기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더불어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극한의 정수를 정석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도 없었다.

즉, 이대로 놔두면 극한의 정수를 모으는 데에만 적잖은 시간을 허비시킬 수 있다는 의미.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극한의 정수 4개를 모아서 그대로 준다?

“아니면 이제 와서 BJ대마도사 쪽으로 편을 바꾸겠다는 건가? 응? 그것도 아니면 그쪽에서 뭐 엄청난 딜이라도 왔어?”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

“딜이 오진 않았어요. 제안은 우리 쪽이 먼저 했어요.”

“먼저 호구 짓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시피 중원 길드 쪽의 요구였어요.”

이어진 엠마의 말에 멀린은 입을 꾹 다문 채 턱짓 한 번을 했다.

더 이상 괜한 말 따윈 꺼내지 않을 테니 마음껏 말해보라고.

“어차피 BJ대마도사 쪽은 중원 길드에 소원을 쓸 게 뻔해요. 극한의 정수를 구해달라고. 시간을 끌어보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아요."

이어진 설명에 멀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리고 소원을 통해 상황이 정리될 경우에는 기브 앤 테이크죠. 아쉬울 것 없고 미안할 것도 없고, 빚도 없죠.”

그 제스처를 본 엠마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호의로 건네주면 그건 빚이죠. 물론 큰 빚은 아니지만 그래도 빚은 빚, 우리 쪽에서 무언가를 해도 될 여지가 생기죠. 예를 들면 중원 길드의 부탁으로 극한의 정수를 기증한 1티어급 길드 다수가 BJ대마도사의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를 도와준다거나.”

그 순간이었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멀린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이후 말했다.

“BJ대마도사가 활약할 기회를 뺐겠다, 이건가?”

한 영화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수상자를 동시에 배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을 정도의 조연이라면 주연의 존재감을 먹어치워야하기에.

멀린이 생각하는 것도 그 부분이었다.

“다른 1티어급 길드들 활약으로?”

세상 모두가 주목하게 될 이번 레이드에서 과연 BJ대마도사가 활약하기 전에 다른 이들이 몰락한 정령 군주를 잡으면 어떻게 될까?

BJ대마도사가 벌인 판에서 조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생길 터.

물론 BJ대마도사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그가 원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이 계획의 장점은 BJ대마도사가 손해 볼 게 없다는 거죠. 그러니 거절할 명분도 약해요.”

그런 만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자신을 먹어치우려는 조연들을 쫓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오는 도전을 마다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기꺼이 도발을 하는 플레이어였죠. 그런 그가 과연 이 상황에서 조연에게 무대를 빼앗길지 모르니 꺼지라는 말을 할까요?”

“그럴 리가.”

때문에 엠마의 질문에 멀린은 확신을 가진 채 대답했다.

“장담하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크게 웃을 거야.”

5.

“그러니까 중원 길드가 나서서 현재 극한의 정수를 가진 길드들과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 와튼 : 예.

“그리고 그 극한의 정수를 기증하는 조건으로 이번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에 참가하고 싶다?”

- 와튼 : 예.

“후후.”

질문을 하자마자 나오는 대답에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 크게 웃는 것이었다.

“후후후후!”

어느 때보다 즐겁게.

그건 진심이었다.

‘와, 무슨 일이 풀려도 이렇게 잘 풀리냐?’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퀘스트 난이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를 세팅해주는 건 무대 청소까지 도와주겠다는 거 아닌가?

‘진짜 이렇게 잘 풀리는 걸 보면 올해에 솔로 탈출하는 거 아니야?’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는 법.

‘잠깐, 그래도 너무 좋아하는 건 좀 그렇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기쁨 심정을 밑도 끝도 없이 내색할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냥 웃음이 나오네요. 그냥. 그렇잖아요?”

이내 미다스가 적당한 변명을 지껄였다.

- 와튼 : 예,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죠.

“우리 쪽에서 거절할 수는 없겠죠?”

- 와튼 :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거절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죠.

그 설명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받아들여야죠. 이렇게 온몸을 바쳐 도와주겠다는데 마다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요. 전달해주세요. 이 성심성의 아주 고맙게 잘 받아주겠다고.”

‘오예!’

어느 때보다 환호성을 내지르는 속마음을 감춘 채.

그쯤에 미다스는 떠올렸다.

“그보다 올스타팀은 어떻습니까?”

이번 이벤트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다스야 기쁜 일이지만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갑자기 새로운 경쟁자가 끼어드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와튼 : 현재 올스타팀에는 이 소식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 와튼 : 지금 미팅이 끝난 이후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 와튼 : 올스타팀에 전할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할 말은 있는데, 직접 전하는 게 좋겠군요.”

- 와튼 : 직접이요?

“예. 어차피 한 번은 만나야 하는데 차라리 잘 됐네요. 지금 당장 약속 잡아주시죠.”

‘만나서 잘 달래드려야지.’

올스타팀과 미팅을 가지겠다고.

6.

스티븐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할 때 컵 속의 물이 흔들리는 장면이다.

그 물컵에 파장이 생길 때마다 영화를 보던 이들의 머릿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존재는 거대해졌다.

‘온다.’

극한 지대, 이제는 코앞을 보기 힘들 만큼 안개가 자욱한 그곳에 모인 올스타팀이 느끼는 감정이 그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관객과 같았다.

쿵!

쿵!

안개 너머에서 들리는 거대한 발소리 두 개, 골드와 실버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올스타팀의 머릿속에 그려진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은 더 거대해질 수밖에 없었다.

긴장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한때는 정말 싸울 생각이었는데…….'

더욱이 올스타팀은 이번에 BJ대마도사를 향해 한 번 제대로 이빨을 드러낸 상태였다.

사이가 좋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는 의미.

무엇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 인간 성격상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

BJ대마도사가 자신의 아성에 도전 한 자를 그저 패배자로 만들고 끝내는 자가 아님을.

패배해 쓰러진 자의 머리를 짓밟아 다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못하게 만드는 자임을.

이윽고 이제는 서로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을 때, 정말 코앞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짧은 거리가 됐을 때 올스타팀 멤버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작정했구나.’

‘그냥 적당히 할 생각은 없구나.’

언제나 장난기 어린 웃음이 가득한 라이브 방송 때와는 달리 차갑게 그리고 딱딱하게 가라앉은 BJ대마도사의 표정을 보건대 그가 결코 자신들을 쉬이 용서할 생각이 없음을.

물론 미다스의 표정이 굳은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우와…… 진짜 멤버들 장난 아니네.’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들 하나하나의 명성이 너무 화려하다는 것.

과장이 아니었다.

‘진짜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이야.’

현재 올스타팀 멤버들은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급 길드, 그 길드 내에서도 정예들을 추려 만든 팀이었다.

하나하나가 스타 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또한 대부분이 갓워즈 초창기부터 유명세를 떨친 이들이었다.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못 했는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가장 큰 절망감을 맛보게 해준 자들이었다.

똑같이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현격한 격차를, 하늘이 어디이고 땅이 어디인지 느끼게 해준 자들이었으니까.

그런 자들이 1백 명이 모여서 자신을 마중 나오는데 평소와 기분이 같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

때문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오늘 만남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는 전부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군.”

로브를 뒤집어 쓴 한 명이 미다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위자드 길드의 소서다.”

소서, 그의 인사에 미다스가 지그시 그를 바라봤다.

그뿐이었다.

그 내민 손을 잡기는커녕 그 손을 향해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 사실에 소서는 분노를 표하는 대신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갑자기 1티어급 길드들이 도와준다고 나섰고, 그 이야기가 도는 와중에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찾으러 온다면 그 이유야 뻔할 일.

‘역시 예상대로 서열 정리하러 왔구나.’

이제는 진심으로 올스타팀과 손을 잡을 생각이고 그런 만큼 확실하게 누가 위인지 정해두겠다는 의도였다.

‘네 마음대로 되진 않을 거다.’

당연히 올스타팀은 그런 BJ대마도사의 의도에 순순히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때문에 소서는 여기서 손을 빼거나, 말을 먼저 뱉지 않았다.

기다렸다.

과연 침묵이 얼마나 오랫동안 깔릴지.

‘헉!’

그때 뒤늦게 소서의 손을 확인한 미다스가 황급하게 소서의 손을 그대로 붙잡았다.

‘미친! 정현우, 정신 차려, 미친놈아!’

동시에 속으로 자책을 내뱉었다.

‘미치겠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을 팔다니…… 아, 어떻게 하지? 뭐라고 설명하지?’

그러면서 머리를 굴렸다.

과연 여기서 어떤 멘트를 뱉어야 자신의 무례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예전부터 뵙고 싶었던 소서 님이 눈앞에 계셔서 잠시 정신을 놓았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떠올린 멘트를 내뱉는 미다스, 그런 멘트가 소서를 포함한 올스타팀 멤버들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예전부터 한 번 밟고 싶었다, 이건가?’

소서, 네놈이 예전부터 나대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박살을 내주지.

‘아주 우리를 얕보는군.’

분위기가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미다스 역시 그 분위기를 읽었다.

‘큰일 났다.’

아무래도 자신이 정신줄을 잠시 놓은 게 엄청난 일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더욱이 올스타팀은 미다스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지원 세력이었다.

그런 그들이 심기가 뒤틀려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은 없을 터.

당연히 만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제안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같이 사냥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최선을 다해 버스 태워드리겠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제일 좋은 대접은 양주나 밥을 사주는 게 아니라 접대 게임을 해주는 것.

미다스의 의도는 그뿐이었다.

자신이 나서서 올스타팀 멤버들 레벨을 1레벨이라도 더 올려주는 것.

‘아, 1백 명한테 포션 한 병씩만 돌려도 돈이…….'

속이 쓰린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돈 아끼다가 올스타팀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그냥 가볍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그렇게 미다스가 그 발언을 내뱉는 순간 싸늘했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대신 적막감이 맴돌았다.

마치 총을 장전하고 조준을 할 때처럼.

‘왔구나.’

BJ대마도사가 필시 이 발언을 하리라 예상했기에.

그리고 그런 발언을 하기를 기다렸기에.

“그래, BJ대마도사 말이 맞지. 중요한 레이드를 앞두고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BJ대마도사에게 보여줘야겠지.”

그렇기에 소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들었지? BJ대마도사님에게 우리 올스타팀 실력 한 번 제대로 보여주자고!”

이윽고 나온 그의 외침에 올스타팀 멤버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예!"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갑자기 왜 실력을 보여주신다는 거지?’

도무지 그의 입장에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

물론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7.

“잘 들어. 이제 조만간 BJ대마도사는 서열 정리를 하려고 할 거야.”

고드, 그는 BJ대마도사의 소원을 들었을 때 그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상대로 서열 정리에서 이길 수 없어. 그렇잖아? 상대는 혼자서 팀을, 길드를 상대하는 괴물이야. 그런 그하고 같은 팀 내에서 랭킹전을 한다? 장담하는데 지금 무한 미로 너머에 있는 멀린도 1대1로는 BJ대마도사한테는 안 될걸?”

그리고 BJ대마도사의 머리 위에 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서열 싸움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 그건 그냥 우리가 BJ대마도사 밑이라는 뻔한 사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대로 증명해 주는 것뿐이지.”

당연히 고드는 지는 싸움을 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싸움 자체를 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우리는 조연으로 가는 거야. 어차피 이제 BJ대마도사와 우리는 운명공동체이니까.”

싸움은커녕 고드는 기꺼이 BJ대마도사라는 꽃을 담아주는 꽃병이, 그림을 담아주는 액자가 되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냥 조연이 아니라 주연을 가장 화려하게 빛내주는 조연. 감히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조연.”

아주 훌륭한 꽃병이자, 액자가.

때문에 고드는 준비를 했다.

BJ대마도사가 서열 정리를 위해 시비를 걸면 싸우지 않고 그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뛰어난 조연이 될 수 있는지.

“게임을 날로 먹는 게 뭔지 보여주자고.”

자신들과 같이 하면 게임을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준비를.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보여줬다.

극한 지대, 모두가 주저 없이 지옥이라고 부르는 그 무대를 올스타팀은 천국으로 만들었다.

“BJ대마도사님, 어떻습니까?”

BJ대마도사, 그 한 명만을 위한 천국.

“골드와 실버의 활동 범위를 염두에 두고 포워드 길드 탱커들이 포메이션을 새로 연구했습니다. 끝내주죠? 또한 BJ대마도사의 화력을 염두에 두고 위자드 길드가 데미지 딜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미다스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BJ대마도사님은 그저 파이어볼 하나만 던지면서, 뒤에서 시청자들과 담소를 나누시면 됩니다.”

준비된 밥상 위에서 숟가락을 놀리는 것뿐.

그 정도로 모든 게 완벽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고드의 이 말에 BJ대마도사가 그 어떤 추가 요구도 내뱉지 못한 채 굳은 표정만 지을 정도.

그 표정을 본 고드는 미소를 지었다.

‘설마 서열 정리를 하러 온 자신을 상대로 우리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겠지.’

자신이 준비한 회심의 노력이 BJ대마도사에게 제대로 먹혔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물론 미다스의 표정이 굳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여기서 쪼개면 안 돼. 현우야, 포커 페이스다, 포커 페이스.’

너무 기뻐 죽을 것 같은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장난이 아니었다.

솔직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올스타팀에게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갑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밥까지 먹이고, 재워주기까지 하는 상황 아닌가?

이쯤 되면 고마운 수준을 넘어서 부담스러울 정도.

‘미치겠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표정 연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표정인 더 구겨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슬픈 생각을 해, 슬픈 생각. 입꼬리 흔들려서도 안 돼.’

특히 레벨업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의 얼굴은 이제 굳은 수준을 넘어 사납게 구겨졌다.

그리고 그걸 본 고드가 미소를 지었다.

‘답이 안 보이지? 무언가 꼬투리 잡을 것도 안 보이지? 내 의도가 뭔지 알겠지?’

그런 고드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좀 적응하신 것 같으니, 페이스를 높이겠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놀라며 반문했다.

“페이스를 높이겠다고요? 여기서 더?”

그 반문에 고드가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숨만 쉬어도 레벨이 오른다는 게 뭔지 보여드리죠.”

“숨만?”

“이제 마법을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는 고드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부터 극한 지대 몬스터들 빈사상태 만들어서 럭키, 골드, 실버에게 던져준다!”

‘BJ대마도사, 아무것도 안 하게 해주마.’

그 외침에 미다스의 표정은 이제 사정없이 구겨졌다.

‘……슬픈 생각하자, 슬픈 생각. 젠장, 슬픈 생각아 떠올라라!’

터지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