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99화 (399/485)
  • 399화.  < 124화. 나의 소원은 (3). >

    7.

    검은 빛의 거대한 마법진.

    화르르!

    그 마법진 안에서 검은색 불꽃이 솟구쳤고, 솟구친 불꽃이 곧바로 형태를 갖추었다.

    그렇게 갖춰진 것은 다름 아니라 드래곤의 머리였다.

    화르르!

    위엄이 넘치면서도 흉포하기 그지없는 머리, 그 머리를 시작으로 마법진이란 통로 안에서 드래곤의 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 무엇보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크르르!

    이윽고 전신마저 전부를 끄집어낸 블랙 플레임 드래곤이 다음으로 보여준 건 다름 아닌 추락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지상으로부터 1백 미터, 그 높이에서 플레임 드래곤이 그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플레임 드래곤은 어디까지나 외형이 드래곤의 형태일 뿐, 비행 능력 따위는 없었으니까.

    - 맙소사!

    그렇기에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결코 하늘 위에서 추락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추락하는 상황, 그 누구도 상상해본 적 없었던 상황이 펼쳐지는 순간이었으니까.

    크르르!

    심지어 떨어지는 흑염룡은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그렇게 그 두 마리의 흑염룡이 대지 위, 그곳에 꼿꼿하게 서있는 머리 두 개 늑대의 몸뚱이 위에 떨어졌다.

    꽈릉!

    가장 먼저 터진 건 천둥소리였다.

    하늘이 부서질 듯한 소리.

    소리가 그럴지언대 땅이 무사할 리 없었다.

    쿠쿠쿠!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렸고, 그 땅 위에 서있는 돌처럼 딱딱하게 변한 초목들이 그대로 부서졌다.

    마치 지진과 관련된 재난 영화에서 지진이 터진 듯.

    크-왕!

    크르르!

    그러한 잔해 위에서 머리 두 개 달린 늑대와 두 마리의 흑염룡이 싸움을 시작했다.

    - 어? 정령 괴수가 안 밀린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박빙을 넘어 오히려 정령 괴수 쪽의 우세였다.

    크왕!

    커헝!

    돌의 정령 괴수는 자신의 몸과 머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두 마리의 흑염룡이 자신을 쉽게 물어뜯을 수 없도록 방해했다.

    화르르!

    그리고 돌의 정령 괴수를 쫓던 흑염룡이 도리어 공격을 당해 몸뚱이가 뜯겨 나갔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그 거대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을 보여주며 흑염룡을 요리했다.

    이상할 건 없었다.

    - 역시 정령 괴수답네!

    - 이거 솔직히 그냥 보스급이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령 괴수는 극한 지대를 극한 지옥이라 부르게 만든 몬스터 중 하나.

    약하고 싶어도 약할 수 없는 존재였다.

    - 그보다 흑염룡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치고 뭔가 굉장히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그리고 사실 시청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흑염 자체는 공격력을 크게 올려주는 스킬이 아니었다.

    그저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게, 그러한 특수 효과를 부여해주는 스킬이었지.

    즉, 지금 보이는 플레임 드래곤의 강함은 이제까지 본 것보다 조금 더, 미다스가 지팡이를 통해 강해진 만큼만 강했다.

    - 야, 저게 정석이지! 플레임 드래곤 하나로 정령 괴수 잡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

    - 저렇게 치고받는 것부터가 그냥 씹사기라는 증거임.

    물론 그래도 충분히 대단한 광경이었다.

    “리플레이 메모라이즈 플레임 드래곤.”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새로운 플레임 드래곤 두 마리를 추가할 능력이 있었다.

    - 왔다!

    - 흑염룡 4마리다!

    - 크크, 이제 오른발과 왼발에 봉인된 흑염룡도 깨어났군!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이 마법진이 그려졌고, 그 마법진으로부터 등장한 두 마리의 플레임 드래곤이 치열한 전장 그 위로 떨어졌다.

    크르르!

    크왕!

    갑자기 1대4의 상황을 마주한 정령 괴수가 당황한 듯 거친 소리와 함께 두 머리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는 치열했다.

    네 마리의 흑염룡이 돌의 정령 괴수를 포위했고, 그런 포위 앞에서는 제아무리 날렵하던 돌의 정령 괴수도 그 민첩함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없었다.

    화르르!

    자연스레 흑염룡의 공격들이 돌의 정령 괴수의 몸에 닿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 박빙이다!

    어느 곳의 우세를 말할 수 없을 만큼.

    - 이제야 볼만하네!

    - 아, 이거 보니까 나도 흑화할 거 같다.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할 만큼.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전투 도중에 플레임 드래곤 하나가 그대로 폭발했다.

    레전더리 에픽 효과인 폭발이 발동하는 순간.

    - 헉!

    그러나 그 폭발 타이밍은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 왜 벌써?

    - 아! 낙하!

    이유는 다름 아닌 낙하.

    미다스가 소환한 플레임 드래곤들은 땅을 울릴 만큼 거세게 충돌했고, 그러한 충돌은 플레임 드래곤에게도 적잖은 데미지를 줬다.

    그 상태에서 정령 괴수라는 강인한 상대와 싸우니, HP가 바닥을 드러내는 게 당연지사.

    콰과광!

    그렇게 한 마리를 시작으로 남은 세 마리의 플레임 드래곤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 우아아아!

    대지는 물론 채팅창마저 뒤흔들 만큼 강력한 폭발음, 그러한 폭발음 뒤로 이내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폭발음을 주변으로 적막감이 짙게 깔렸다.

    [아즈모 님이 10,28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해치웠나?]

    그 적막감 속에서 나오는 후원 채팅.

    - 아! 그 멘트는 치면 안 되는데!

    - 아즈모님, 지금 그런 발언을 하시면!

    그 채팅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지는 순간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아우우우!

    그리고 그 휘날리는 먼지구름 사이로 머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돌의 정령 괴수의 하울링 소리가 솟아올랐다.

    "어?"

    그렇게 제 발밑에서 올라오는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안 죽었네?”

    그리고 채팅창도 소란스러워졌다.

    - 이거 다 아즈모님 탓임.

    - 아, 거기서 아즈모님이 하필이면 그 멘트를 치는 바람에.

    - 해치웠나 = 부활 주문.

    너무나도 강렬한 그리고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리라 모두가 예상한 바.

    그렇기에 이 공격 앞에서 돌의 정령 괴수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움을 표했다.

    - 그래도 이게 안 죽네.

    ㄴ 아니, 죽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물론 이상한 건 아니었다.

    지금 BJ대마도사의 레이드 상대는 보스급 몬스터라고 평가받는 돌의 정령 괴수.

    더욱이 앞서서 BJ대마도사는 기껏해야 마법 4개만을 명중시킨 상태였다.

    여전히 HP가 80퍼센트 가까이 남아있는 정령 괴수를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고 해도 고작 두 번만으로 처치한다면 그게 더 놀랄 만한 일.

    그리고 딱히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

    - 뭐, 이제 마저 처리하면 됨.

    - 그렇지, 기껏해야 마법 5개를 썼을 뿐이니까.

    - 선더볼트, 선더스톰, 블리자드, 아이스스톰, 리틀 토네이도, 쇼크웨이브, 블래스터 돌아가면서 쓰면 됨.

    아직 BJ대마도사는 자신이 가진 바의 절반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낙승이 예상되는 바.

    “크크, 흑염룡에 당했으면 편히 죽을 수 있었을 것을, 굳이 살아서 나에게 유린당하고자 하다니, 불쌍하구나."

    미다스 역시 시청자들의 상황에 맞춰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 역시 다크 솔로 마스터님이야, 가차 없지.

    - 다크 솔로 마스터 님이 평생 솔로로 사는 대가로 얻은 마법의 무서움을 맛봐라!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컨셉에 열광하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크크, 나의…… 어!”

    제 연기력에 취한 채 열심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하던 미다스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시청자들이 보던 화면에서 미다스가 사라졌다.

    - 어? 뭐지?

    - 블링크라도 썼나?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사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빠르게 BJ대마도사를 찾아내고 이내 찍었다.

    “어어어!”

    이제는 용의 힘 효과가 끝나고, 바닥을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BJ대마도사를.

    퍼억!

    그렇게 떨어진 미다스는 제대로 착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온몸으로 대지에 꽂혔다.

    보통 마법사라면 게임 오버가 되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

    - 죽었나?

    ㄴ 야, 여기서 부활 주문 외우지 말라니까!

    ㄴ 죽을 리가 없지. BJ대마도사 파티 최고의 탱커를 뭘로 보고?

    ㄴ 우리 BJ대마도사가 솔로에 멍청하긴 해도 몸은 건강하다구요!

    물론 이미 탱커보다 더 탱커 같은 미다스가 고작 이 정도 데미지에 게임오버 될 리는 없었다.

    - 그런데 안 일어나는데?

    ㄴ 그야 쪽팔리니까.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는 건 누가 보더라도 쪽팔린 탓.

    “후후."

    그때 바닥에 처박힌 미다스가 이상한 웃음소리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물리 마법을 쓰기 위해 내 직접 땅에 내려왔다.”

    그 말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그래,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 여러분, 마음이 아픈 BJ입니다. 다들 험한 말을 해주세요.

    - 우리 BJ대마도사 파이팅! 팬은 우리 BJ대마도사 믿어!

    욕보다 더 심한 동정심 가득한 반응을.

    “진짜입니다. 물리 마법 쓰려고 일부러 내려온 겁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

    소리를 내지르는 미다스를 향해 서슬 퍼런 울음 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크르르!

    그리고 그 소리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머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돌의 정령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 붉은 눈이다!

    - 레드 아이! 3페이즈다!

    3페이즈인 레드 아이 상태, 죽을 때까지 오로지 단 하나의 사냥감만을 쫓는 상태가 된 채.

    - 형, 물리 마법이고 뭐고 할 때가 아닌데?

    - 형, 튀어!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경고했고, 미다스 역시 바로 반응했다.

    “헤이스트!”

    캐스팅과 동시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크헝!

    그리고 그런 미다스를 돌의 정령 괴수가 쫓기 시작했다.

    그런 그 둘의 추격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잡히겠는데?

    늑대형 돌의 정령 괴수는 기본적으로 매우 빨랐을뿐더러, 레드 아이 상태에 돌입할 경우 평소보다 이동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했다.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쫓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뿐.

    그때였다.

    “젠장!”

    미다스가 쓴소리를 내뱉는 순간, 그 순간 여전히 자욱한 먼지구름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등장했다.

    크-왕!

    - 럭키다!

    럭키, 미다스의 충실한 동료가 어느 때보다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며 그대로 돌의 정령 괴수의 하나뿐인 머리, 그 머리를 잇는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앞세웠다.

    끼기기긱!

    강철이나 다름없는 돌의 정령 괴수의 목덜미에 럭키의 이빨이 박히는 소리가 섬뜩했다.

    - 으악, 강철을 씹었어!

    - 럭키님 이빨 나가시겠다!

    도리어 물어뜯은 럭키가 걱정될 정도.

    그러나 럭키는 그 상태에서 거칠게 몸을 흔들며 어떻게든 돌의 정령 괴수가 미다스를 쫓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거대화!”

    그 외침에 럭키의 몸이 거대해졌고 자연스레 럭키를 목에 달고 있는 돌의 정령 괴수의 움직임이 무거워졌다.

    “럭키, 전광석화!”

    그러한 럭키의 몸이 섬광처럼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럭키, 언체인!”

    이윽고 몸의 형태는 희미해지고, 빛만이 남았다.

    럭키가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모드가 되는 순간,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전투는 없었다.

    크-왕!

    있는 건 그저 럭키가 정령 괴수를 유린하는 것뿐.

    - 럭키님 미쳐 날뛰신다!

    - 럭키 타임이다!

    레드 아이 상태로 미다스를 쫓는 바람에 럭키의 공격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가 된 정령 괴수가 럭키의 이빨 앞에서 종잇장처럼 갈기 갈기 찢어지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눈 몇 번 깜짝할 시간이면 충분했다.

    [돌의 정령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삽시간에 돌의 정령 괴수가 이제는 마네킹과 같은 꼴이 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아우우우!

    그리고 쓰러진 사냥감 위에 올라선 럭키가 하울링을 내질렀다.

    - 역시 럭키님이다.

    - 그래, 이 파티는 럭키님의 파티였어.

    - 럭키팬들 집합!

    - 럭키님, 잠시 동안 이상한 중2병 솔로 놈을 믿은 저를 용서해주시옵소서.

    그 순간 채팅창으로 럭키에 대한 찬사와 환호성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럭키9999999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갓키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럭키짱최고다 님이 10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끊임없이.

    짝짝짝!

    그러한 찬양 속에서 갑자기 잡음 하나가 끼어들었다.

    “럭키! 잘했어!”

    박수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럭키를 향해 다가왔다.

    - 럭키? 어째 혀가 짧다?

    - BJ대마도사 지금 럭키님이랑 맞먹으려고 하는 거임?

    - 럭키님, 그러니까 진작에 중2병 걸린 솔로는 버려야 한다니까요.

    - 중2병 걸린 게 맞네. 감히 럭키님에게 저렇게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나서는 거 보니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장난기 어린 채팅을 쳤고, 그 채팅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왜 그러세요? 제가 다 럭키 믿고 들어간 거죠. 다 설계된 겁니다. 이 모든 게. 응? 연기한 거라고요, 연기.”

    그 말.

    ‘계획대로다.’

    진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미다스의 연기였다.

    흑염룡을 공중에서 소환하는 것부터, 그 흑염룡이 폭발해도 돌의 정령 괴수를 잡을 리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무렵쯤에 용의 힘 시간이 끝나고 추락하리란 것까지.

    이어서 럭키가 등장한 것마저 미다스가 그린 그림 중 하나였다.

    [아즈모 님이 10,28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런데 왜 인페르노를 먼저 안 썼지? 먼저 썼으면 해치울 수 있었을 텐데?]

    당연히 흑염룡을 앞에 두고 인페르노를 쓰지 않은 것 역시 미다스가 의도한 바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한 번에 다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기대감은 남겨둬서 손해 볼 게 없다는 것.

    하지만 이런 진심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법.

    “인페르노요? 아, 인페르노가 있…… 아니, 처음부터 다 쓰면 좀 그렇잖아요? 일부러 아껴두었죠. 아무렴요.”

    해서 미다스는 진실을 말했다.

    - 응, 까먹었어.

    - 딱 봐도 잊고 있었다는 게 학계 정설.

    - 지옥의 불길인 인페르노는 까먹다니, 중2병 코스프레네.

    - 다크 솔로 마스터는 개뿔, 그냥 솔로지.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 이래야 내 시청자분들이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바라던 반응.

    그런 반응에 미다스가 좀 더 기름을 끼얹었다.

    “설마 제가 잊어버렸겠습니까? 제가 누구인 줄 알고!”

    - 솔로 마스터 아님?

    - 영원한 솔로 아님?

    - 솔로잖아?

    그 순간 더 이상 긴장감은 없었다.

    8.

    - 설마 제가 잊어버렸겠습니까? 제가 누구인 줄 알고!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의 라이브 방송실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BJ대마도사 방송은 유쾌하다니까.”

    “진짜든 가짜든 간에 이걸로 다음 라이브 방송 떡밥 하나는 남겨뒀네."

    “방송 천재이지.”

    그러한 웃음꽃 사이로 박영준이 한마디 던졌다.

    “다들 라이브 방송에 집중해.”

    어느 때보다 날이 선 목소리로.

    “예?”

    그 목소리에 직원들이 잠시 놓았던 긴장의 끈을 다시 바짝 잡아당겼다.

    그런 그들에게 박영준이 한마디 더 했다.

    “이제 곧 BJ대마도사가 소원을 빌 테니까.”

    소원.

    그 글자가 나오는 순간 직원들은 긴장의 끈이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렇지 소원이 있었지.’

    오늘 돌의 정령 괴수를 잡은 건 그저 흑염룡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승부에서 이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는 승부에서 이겼다.

    그렇다는 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는 것.

    그리고 박영준의 말처럼 소원을 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소원을 말할까?’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재 1티어급 팀이 힘을 합쳐 만든 올스타팀.

    더불어 소원을 비는 상대는 그런 올스타팀을 이긴 BJ대마도사 아닌가?

    어떤 소원이든 간에 평범할 리는 만무.

    - 아, 그보다 이번 승부는 제가 이긴 거 맞죠? 올스타팀분들은 못 잡은 거죠? 크으, 운이 좋군요. 럭키님에게 기도한 보람이 있습니다.

    그때 BJ대마도사가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 그럼 대결은 끝나서 하는 말인데, 그때 말한 소원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말해도 되겠습니까?

    박영준의 말처럼 소원을 빌었다.

    그 사실에 직원 모두가 박영준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 예상하시다니?’

    ‘역시 와튼!’

    박영준이 정말 대단하다고.

    물론 박영준 입장에서는 어려울 게 없었다.

    ‘올스타팀의 소원은 쟁여둘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올스타팀은 분명 강한 집단이었다.

    허나, BJ대마도사의 레벨업 페이스는 그런 올스타팀의 페이스를 뛰어넘고 있었다.

    지금이야 비슷하지만 한 달 후쯤에는 둘 사이에는 사냥터 하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터.

    ‘고드에게 시간을 줘서 좋을 건 없고.’

    결정적으로 올스타팀에는 여전히 고드라는 영리한 자가 리더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에게 시간을 주는 건 악마에게 시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

    ‘고드의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에서 못을 박아야지.’

    반대로 말하면 소원을 빌기에는 지금보다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

    “보통 소원이 아닐 테니까 다들 긴장해야 해. 소원을 비는 순간 그에 맞춰서 보도 자료 뿌려야 하니까."

    그렇기에 박영준은 거듭 직원들에게 강조했고, 그 사실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내 소원은.......

    그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소원을 말했다.

    - ……소개팅 한 번만 어떻게 안 될까요?

    "응?"

    “어?”

    듣던 모든 이들의 표정을 얼빠진 표정으로 만드는 소원을.

    박영준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 역시 얼빠진 표정을 잠시 동안 짓더니 이내 그 표정을 잽싸게 지웠다.

    ‘뭐지? 나한테 보내는 암호인가?’

    그리고는 지금 저 멘트가 어떤 고차원적인 암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소원이었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격렬했다.

    - 와, 설마 그런 소원을 빌 줄이야.

    ㄴ 아니야,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원일지도 몰라.

    ㄴ 그렇지. 최소 세계 평화급이지.

    ㄴ BJ대마도사가 소개팅에서 커플되면 지구에 게이트 등장하고 헌터 등장한다.

    ㄴ 이건 램프의 지니도 못 들어줌.

    ㄴ 드래곤볼로도 불가능함.

    ㄴ 아무렴, 창조주의 뜻을 거역하는데 가능할 리가 있나?

    ㄴ 이렇게 보니까 오히려 이건 올스타팀이 사양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어처구니없는 소원에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진짜 내 소원은…….

    김이 잔뜩 빠져버린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가 담담하게, 별거 아니라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몰락한 정령 군주 레이드를 올스타팀이 도와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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