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98화 (398/485)

398화.  < 124화. 나의 소원은 (2). >

4.

흔히 말한다.

똑같은 걸 해도 일반인이 했을 때와 유명인이 했을 때랑 반응이 다르다고.

그리고 대부분 이 말은 유명인에게 유리한 식으로 적용되고는 했다.

반대로 말하면 때때로 안 좋은 의미로 적용되는 경우도 없진 않았다.

이번 BJ대마도사의 건이 그랬다.

- BJ대마도사가 올스타팀이랑 대결한다고? 뭐 어련히 잘 준비했겠지.

보통 스타 플레이어라면 올스타팀이란 거물과 부딪친다는 루머만 떠도 모두가 열광하겠지만, 그 보통 스타 플레이어들을 일반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명성을 가진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덜했다.

- 럭키님한테 기도 메타? 이제 생쇼를 하네.

- 이제 BJ대마도사도 갈 데까지 갔네.

- 어? 기도 메타가 통했다고?

더 나아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서 시작부터 우스꽝스러운 쇼맨십 그리고 그 이후에 진짜 눈앞에 정령 괴수가 등장했을 때도 일부는 생각했다.

- BJ대마도사 운이 좋군.

- 뭐, 운이 좋으니 알아서 잘 잡겠지.

- 이제 잡기만 하면 되겠네.

그 상황 자체는 예상외의 일이지만, BJ대마도사가 어떻게 사냥할지는 예상할 수 있다고.

- 설마 더블 헤드 드래곤도 잡은 BJ대마도사가 저걸 못 잡겠어? 아무리 정령 괴수가 강하다고 해도 보스 몬스터급은 아니지.

그리고 사냥에 실패할 리가 없다고.

- 흑염룡 떴다!

ㄴ 뭐?

ㄴ 진짜 흑염룡 소환하게 생겼다고!

하지만 흑염룡이라는 단어 앞에서만큼은 그 시니컬하던 이들도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흑염룡이라는 단어는 자극적인 단어였다.

- BJ대마도사님 흑염룡 보여주세요!

- 그래서 오른손에 봉인된 겁니까, 왼손에 봉인된 겁니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 역시 흑염룡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런 흑염룡에 대한 단어는 솔직히 존재치 않았다.

그리고 중요치도 않았다.

[돌의 정령 괴수가 얼어붙습니다.]

미다스에 눈에 보이는 건 헬파이어와 대폭발 공격 이후 다섯 번째 공격으로 트라이던트를 던지는 순간.

[초지일관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왔다.’

그 순간 활활! 검게 타오르는 헬파이어 불길을 뚫고 올라온 새로이 등장한 붉은빛 광채뿐.

[다음 공격 시 데미지가 333퍼센트 증가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초지일관의 붉은빛 광채는 드래곤즈 아이의 황금빛 광채와 겹친 채 신묘하기 그지없는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자면 장관.

꿀꺽!

그러나 보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등골이 쭈뼛 서는 광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거리는 412미터.

리볼버, 폴링 스타, 용맥, 발리스타를 비롯해 미다스 본인이 쓸 수 있는 모든 버프 스킬은 발동한 상태.

여기에 표적은 헬파이어로 모든 방어력이 무용지물이 된 상태였다.

‘과연 딜 얼마나 박히려나?’

그 상태에서 초지일관마저 적용됐을 때의 데미지 딜량은 과연 얼마나 나올까?

분명한 건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링을 보여준 미다스조차 긴장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란 것.

물론 정확히 명중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후우."

그게 미다스가 심호흡을 하는 이유였다.

지금부터 미다스가 던질 트라이 던트는 본인에게도 그리고 이 방송을 보는 수억 명의 시청자들에게도 역사적인 순간이 될 테니까.

야구로 따지면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 같을 테니까.

“후우우.”

‘큰 경기일수록 담담하게 던져라.’

그 순간을 앞둔 미다스가 심호흡과 함께 도리어 힘을 뺐다.

‘설마 그 조언을 이런 날 써먹게 될 줄이야.’

자연스럽게.

언제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든 트라이던트를 그대로 표적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콰직!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트라이던트가 기나긴 호선을 그린 후에 그대로 검은 불길 속 붉은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과녁에 그대로 꽂혔다.

- 맞췄다!

[돌의 정령 괴수가 얼어붙습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그뿐이었다.

- 그럼 이제 흑염룡 보여주시죠.

- 다음 새로운 마법으로 블랙 플레임 드래곤 갑시다!

- 크크, 이제 드디어 BJ대마도사의 봉인된 흑염룡을 볼 수 있겠군.

지금 던진 트라이던트가 가진 의미를 당장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미다스를 향해 그저 흑염룡만을, 그 하이라이트만을 주문했다.

꽈드득!

당연히 시청자들은 빙결 상태에서 풀린 돌의 정령 괴수의 모습에도 신경을 주지 않았다.

- 돌의 정령 괴수 깨어났으니 이제 흑염룡 갑시다!

- 다크 플레임 마스터 BJ대마도사! 흑염룡을 소환해라!

- 얘들아 BJ대마도사가 흑염룡 쓴다잖아! 다들 집중하자!

거듭 흑염룡을 외칠 뿐.

그 무렵이었다.

[돌의 정령 괴수의 몸이 단단해집니다.]

돌의 정령 괴수의 회색빛 투박하던 몸이 강철과 같은 단단한 은빛 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어? 뭐지? 정령 괴수 상태가 바뀌었네?

- 설마 강철화?

2페이즈 스킬인 강철화가 발동했다는 증거.

딱히 놀라운 스킬은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스킬로, 물리 방어력이 크게 상승하는 스킬이었고, 정령 괴수를 알고 있는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 이게 왜 여기서?

- 2페이즈가 벌써?

- 가만, 정령 괴수 2페이즈가 언제 발동했었지?

문제는 지금 이 순간 그 스킬이 발동했다는 사실.

- HP 80퍼센트 이하일 때 2페이즈 발동함.

ㄴ 가만, 그럼 지금 벌써 20퍼센트를 깎았다고?

ㄴ 지금 BJ대마도사는 공격 마법 3개밖에 안 썼는데?

ㄴ 잠깐, 그럼 BJ대마도사가 마법 3개로 20퍼센트 이상 깎았다는 거야?

ㄴ 아니, 이거 딜링이 말이 돼? 럭키나 골드가 딜링한 것도 아니잖아!

BJ대마도사가 고작 마법을 3개 캐스팅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법한 상황.

그제야 채팅창에 흑염룡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온갖 종류의 놀람과 당혹감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모든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미다스의 경우에는 좀 더 심했다.

그의 눈에는 더 명확하게 보였으니까.

‘와, 이게 리얼이라고?’

지금 돌의 정령 괴수 HP상태가 75퍼센트밖에 없음을.

모두의 생각과 달리 딱 20퍼센트를 깎은 게 아니라 그 이상을, 정말 말도 안 되는 딜링을 했음을.

보는 입장에서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만한 일.

‘릴렉스.'

그러나 미다스는 그러한 제 심정을 티끌만큼도 내색하지 않았다.

“흠. 생각보다는 딜이 좀 더 박힌 모양이네요.”

오히려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담담한 기색으로 뱉었다.

“새 지팡이를 얻은 보람이 있네요.”

그리고는 이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지팡이임을 말해줬다.

- 지팡이에 뭔가 있구나!

- 극한의 지팡이 쓰레기라고 할 만하네!

- BJ대마도사가 극한의 지팡이 줘도 안 가지는 이유가 있었네.

미다스의 그 멘트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환호성을 내질러줬다.

그다음에 미다스가 할 일은 뻔했다.

환호성에 기름을 끼얹는 것.

“크크크!”

미다스, 그가 누가 보더라도 어색하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웃음소리를 내뱉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바로 눈치 챘다.

- 크크? 이 웃음 소리는 설마?

- 봉인된 흑염룡을 꺼내는 소리다!

이제부터 무엇이 시작될지.

5.

BJ대마도사에게 찾아온 천운.

“수색팀 수색 시작하고, 힐러들 이제부터 바로 버프 돌려! 탱커들도 버프 준비하고!”

그 천운을 채팅창에 접속한 서포터를 통해 보고받은 고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올스타팀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당장 눈앞에 정령 괴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

모두에게 전투를 준비시켰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이로써 BJ대마도사가 유리한 건 분명하다.’

하나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가 먼저 정령 괴수를 발견한 만큼 그의 승산이 높아졌다는 것.

물론 어디까지나 승산이 높아졌을 뿐이지 BJ대마도사가 이겼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발견한 게 아니라 갑자기 등장한 거다. 생각한 것만큼 유리한 건 아니야.’

BJ대마도사도 당장은 전투에 돌입하기보다는 전열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터.

‘그는 혼자이고, 멀린의 수작으로 이제 무조건 솔로로 뛰는 수밖에 없어.’

그 후에도 정령 괴수를 혼자 잡는 데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전에 올스타팀이 또 다른 괴수 정령을 찾아 먼저 잡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빨리! 신속하게! 괜한 생각 말고 행동만 한다!”

그게 올스타팀을 몰아붙이는 두 번째 이유였다.

‘그러니까 괜한 생각하게 해서는 안 돼.’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있던 승산도 사그라지는 법이니까.

그때였다.

- 서포터 : 정령 괴수 아프로 길드가 발견했답니다!

고드의 눈앞에 뜬 채팅창에 연락이 왔습니다.

- 서포터 : 근처입니다.

- 서포터 : 동쪽, 약 2.5킬로미터입니다.

- 서포터 : 당장 전투까지 2분이면 돌입할 듯합니다.

그 연락을 보는 순간 고드는 직감했다.

‘천운이 따랐다!’

BJ대마도사에게 따라주었던 운이 자신들에게도 따라준다는 것을.

그 순간 고드가 곧바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있는 궁수 플레이어에게 가볍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그 궁수 플레이어도 같은 보고를 들은 듯 고개를 끄덕인 후에 움직였다.

조금 전 보고를 받은 장소를 향해.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궁수 플레이어가 전력을 다해 소리를 내질렀다.

“저기! 저기에 정령 괴수가 있다!”

그 외침에 올스타팀의 모든 멤버들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따로 추가 명령은 필요 없었다.

이 순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머리가 아플 정도로 듣고 또 들은 바.

더 나아가 이번 대결을 위해 올스타팀이 숙지한 전술과 전략은 단 하나뿐이었다.

‘잔챙이 무시하고 정령 괴수만 잡는다.’

피해 여부 따위는 무시한 채 오로지 정령 괴수를 빨리 잡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

‘그럼 전투 개시하고 10분 안에 처리 가능하다.’

이미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얼마나 걸리는지도 어느 정도 나온 상태였다.

‘BJ대마도사는 아무리 빨라도 20분이고.’

그리고 자신들의 적인 BJ대마도사의 페이스 역시 이미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상태였다.

‘이번 승부는 우리가 이겼다.’

때문에 고드는 그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물론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다.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 마!”

긴장의 끈이 조금이라도 늘어지지 않도록 거듭 바짝 조였다.

“상대는 BJ대마도사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꺼낼지도 몰라!"

그러한 고드의 말에 곧바로 대답이 왔다.

- 서포터 : 지금 BJ대마도사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습니다.

- 서포터 : BJ대마도사가 흑염룡을 꺼냈습니다.

- 서포터 : 아니, 흑염을 꺼냈습니다.

- 서포터 : 헬파이어 지속 시간이 10초 이상입니다.

채팅창을 통해 올라오는 속보.

‘응?’

그 내용을 보던 고드가 어처구니가 없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거듭 내용이 올라왔다.

- 서포터 : BJ대마도사가 정령 괴수 2페이즈를 발동시켰습니다.

‘뭐? 어떻게? 전투 개시하고 얼마나 지났다고?’

이어진 보고에는 가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멀뚱하게 땅에 선 채 채팅창을 바라봤다.

- 서포터 : BJ대마도사가 흑염룡 봉인을 깨려고 합니다.

그 뒤를 이어 나온 내용에 고드는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6.

“플레임 드래곤.”

미다스가 플레임 드래곤을 캐스팅하는 순간 채팅창은 그야말로 환호의 도가니가 되었다.

- 크크, 다크 솔로 마스터 BJ대마도사님이 드디어 나설 차례인가?

- 크크, 우리 BJ대마도사님이 드디어 봉인된 흑염룡을 깨우시는군.

- 크크, BJ대마도사님이 흑화하신다.

저마다 유치하기 그지없는 채팅으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그 채팅창 내용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다들 약주 좀 하셨나? 왜 이상한 소리들을 지껄이시지?”

마치 이상한 걸 봤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그 발언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들끓었다.

- 아니, 형을 위해서 분위기 잡아주는 거잖아? 설마 그냥 평범하게 플레임 드래곤 소환해서 게임 끝내려고 하는 건 아니지?

설마 이대로 평범하게 잡을 거냐?

그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아니, 잡으면 잡는 거지 무슨 의미가 필요합니까? 그냥 간단하게 갈 겁니다. 플레임 드래곤 캐스팅 끝나면 소환하고 끝날 겁니다.”

특별한 건 없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는 순간, 미다스가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하늘 위에서.”

그 말에 채팅창이 반색했다.

- 하늘 위? 플라이 마법 써서?

- 잠깐만, 하늘에서 플레임 드래곤 소환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혼란 가득한 물음표로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사이 미다스가 나지막이 주문을 외웠다.

“용의 힘 발동.”

그 주문과 함께 미다스의 몸이 빠르게 하늘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미다스의 몸이 전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크왕!

“주인님을 위하여!”

럭키와 골드, 실버와 아이언 골렘이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선을, 그 벽을 가뿐하게 넘어서.

크르르!

커헝!

종국에 하늘에 있는 자신을 확인하고 거세게 짖는 두 머리의 정령 괴수를 내려다보았다.

그 상태에서 멈췄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블랙 드래곤 다운이다!

- 드롭 더 흑염룡!

하늘 위에서 BJ대마도사가 플레임 드래곤을 소환했을 때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지.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들린 캐스팅 완료 알림에 미다스가 슬쩍 채팅창을 바라봤다.

- 형, 여기서 설마 그냥 심심하게 플레임 드래곤 소환할 거 아니지?

- 진짜 여기서는 제대로 된 주문을 외워야지.

그러자 시청자들의 열망이 보였고, 그 열망에 미다스는 기꺼이 응했다.

“나 다크 솔로 마스터가 명하노니, 봉인된 흑염룡이여 내 양손에서 깨어나라! 플레임 드래곤 소환!”

갓워즈에서 가장 유치하기 그지없는 멘트가 나오는 순간.

화르르!

- 나온다!

- 흑염룡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등장한 바 없었던 흑염룡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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