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화. < 123화. 바르망의 유산 (6). >
15.
왜 갓워즈 아이템은 말도 안 되게 비싼가?
갓워즈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가격을 들어본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한 번쯤은 가져봤을 의문.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무척 간단했다.
비싼 돈을 주고 사도 남는 장사이니까.
- 극한의 지팡이 위력 장난 아니네.
- 소서 마법 한 방에 몬스터들이 그냥 반 죽네, 반 죽어.
- 소서가 양념 치고, 나머지 판파스틱 멤버들이 마무리 하면 사실상 게임 끝이네.
- 그보다 올스타팀은 대체 어떻게 저걸 구한 거지? 직접 구한 건 아닐 텐데?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극한의 지팡이를 처음 선보이는 올스타팀이 그러했다.
- 그보다 오늘 라이브 방송 폭발하네.
- 저번 때보다 시청자 숫자 거의 1.5배는 증가한 듯?
- 극한의 지팡이잖아? 시청자 터질 만하지.
평소 라이브 방송 때와 달라진 건 오직 하나, 극한의 지팡이가 추가됐다는 것뿐,
고작 그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스타팀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는 이렇다 할 예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리고 일반 몬스터 사냥임에도 평소보다 30 퍼센트 넘는 증가폭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 올스타팀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억을 넘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일이었다.
단숨에 수천만 명이 넘는 추가 시청자들이 붙었다는 의미였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억 소리가 나올 만한 액수였으니까.
- 어? 고드가 뭔가 중대 발표한다는데?
어쨌거나 그런 엄청난 상황 속에서 고드는 더 엄청난 것을 터뜨렸다.
- BJ대마도사한테 메시지 보냈다!
ㄴ 뭐라고?
ㄴ 한판 붙자고?
ㄴ 한 판? 갑자기?
도전 선언.
- 극한의 지팡이를 줄 테니까 한 판 붙자고 했어!
그것도 말도 안 되는 대전료를 지불하는 조건의 선언에 세상은 경악했다.
- 이거 리얼임? 지금 실화 맞지? 소설 보는 거 아니지?
- 극한의 지팡이를 상품으로 거는 것도 아니고, 대전료 선금으로 주겠다고?
- 올스타팀 장난 아니네.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선언이 나온 셈.
“사전에 듣긴 했지만 막상 들으니 꽤 충격적이군.”
때문에 그 선언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던 멀린은 확신했다.
“BJ대마도사도 적잖게 충격을 받았겠어.”
당연히 BJ대마도사 역시 이런 제안은 감히 예상치 못했을 거라고.
“어쨌거나 이 제안을 거절하긴 쉽지 않겠지.”
그렇기에 이번 올스타팀의 제안에 어떤 식으로든 응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이 정도로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데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지.”
세상 그 누구도 그저 싸워주는 것만으로 극한의 지팡이를 주지 않을 테니까.
“역시 고드, 일처리가 확실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겠어.”
더 나아가 멀린은 BJ대마도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올스타팀은 영리하게 이번 일을 그냥 발표하는 게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을 모은 후에 발표했다.
그러면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수천만 명이 보는 생방송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한 격.
당연히 대답은 그 자리에서 나와야 했다.
“바로 올라왔네요.”
“그래?”
그런 멀린의 예상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이번 올스타팀의 제안에 바로 대답했다.
“공지인가?”
“아니요, 라이브 방송이에요.”
“누가?"
“BJ대마도사 본인이 직접이요.”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 본인이 직접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그 사실에 멀린이 조소를 머금었다.
“계산이 빠르긴 하군.”
이토록 빨리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건 이미 시간을 끌어봤자 답이 없음을 알고 있다는 증거.
더불어 BJ대마도사 성격상 그냥 대답만 하는 건 뭐하니, 분위기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오기 위한 쇼맨십을 할 가능성이 컸다.
멀린의 눈매가 가늘어진 건 그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는 예, 라는 대답을 순순히 하는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 올스타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에 대해서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그 예상대로 화면에 등장한 BJ대마도사는 순순히 오케이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그것을 본 멀린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이미 뒷내용을 알고 있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일단 먼저 드릴 말씀은 극한의 지팡이 그거, 정말 힘들게 구하신 거 같은데 안타깝지만…….
그러나 그 표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 필요 없습니다.
“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답과 함께 화면 위로는 모두가 본 적 없는 지팡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최근 무기 새로 맞췄거든요. 아주 끝내주는 놈으로요.
예전에 BJ대마도사가 가졌던 지팡이와 흡사하나 그 끝에는 보석 하나가 더 떠 있는 지팡이가.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BJ대마도사가 발언을 이어갔다.
- 그래서 극한의 지팡이를 받아봤자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팔아봤자 몇 푼 하지도 않잖아요? 그럼 남은 건 해체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건 좀 그렇죠?
극한의 지팡이가 필요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하나하나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이었다.
갓워즈 마법사 플레이어들 중에서 극한의 지팡이를 두고 쓸모가 없다, 팔아봤자 돈도 안 된다, 해체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라는 말은 아즈모조차 하지 못할 말.
그러나 그 말을 뱉는 이가 BJ대마도사라는 사실이 모두를 납득시켰다.
- 그렇다고 극한의 지팡이까지 구해오면서까지 저하고 싸우고 싶어 하시는 올스타팀분들의 간절한 소원을 무시하는 건 좀 그렇죠. 그러니까 간단하게 가자고요.
그렇게 납득시킨 후에 올스타팀에 역으로 제안했다.
- 올스타팀, 저랑 한 번 붙고 싶으신 게 소원이신 것 같은데 그 소원 들어드릴 테니, 나중에 제 소원도 하나 들어주시죠. 아, 대결 방식도 간단하게 갑시다. 숲이 바뀌는 순간, 정령 괴수를 가장 먼저 잡는 쪽이 이기는 퍼스트 킬 레이스 어떻습니까?
더 충격적인 제안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16.
- 와, 지금 상황이 미쳐 돌아가네.
- 한 판 붙는 조건으로 극한의 지팡이 주는 것도 충격적인데 필요 없다고 사양하는 건 더 충격적이네.
- 이거 아무리 봐도 조작 같은데? BJ대마도사랑 올스타팀이 짜고 드라마 찍는 거 아니야?
BJ대마도사의 역제안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가 충격의 도가니가 됐을 무렵.
“어……."
라이브 방송 중인 올스타팀의 플레이어들은 충격을 넘어 침묵의 도가니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게 뭐지?’
이번 만큼은 고단수인 고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아무리 많은 상상을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리 만무, 혹여 하더라도 그건 상상이 아니라 해야 마땅했으니까.
‘고드, 정신 차려.’
어쨌거나 BJ대마도사는 그 망상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제 그 현실에서 올스타팀이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야 돼.’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딜은 무조건 받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판을 엎을 순 없다는 것.
‘깨지는 순간 올스타팀도 깨지니까.’
만약 여기서 판을 엎는다면 사실상 BJ대마도사와 차후 정상적인 협상은 없을 테니까.
‘내 위치도 깨지고.’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지금 고드가 앉은 자리 역시 공중분해가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밑도 끝도 없이 예,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일.
해서 고드는 BJ대마도사의 제안을 검토했다.
‘그보다 원하는 게 소원이라고?’
당장 검토하고자 하는 건 BJ대마도사가 바라는 요구.
굉장히 위험한 요구였다.
막말로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를 상대해야 할 때 도와달라고 소원을 쓰면 들어줘야 하는 요구.
‘위험하지만 다르게 보면 BJ대마도사가 그리는 큰 판에 낄 수 있는 기회야.’
리스크는 높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중요한 무대에 최소한 조연으로 참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메리트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의미.
‘이건 받아들일 만해.’
그렇기에 고드는 그 제안에는 더 이상 물음표란 꼬리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놈이 제안한 대결 방식은…….'
자연스레 고민은 BJ대마도사가 요구한 대결 방식으로 넘어갔고, 그 순간 고드가 옆에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체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지?”
“예?”
“라이브 중이냐고.”
“아, 예. 지금 진행 중입니다.”
“좋아, 그럼 나 좀 클로즈업 해봐.”
“클로즈업이요?”
“그래, 라이브로 질문했으니까 라이브로 답변해줘야지.”
고드, 그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BJ대마도사의 역제안에 대답을 했다.
“올스타팀의 대표 고드입니다. BJ대마도사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 대답이 증거였다.
‘정령 괴수 퍼스트 킬이라니, 이거 우리가 질 이유가 없잖아?’
이번 승부 방식에서는 BJ대마도사보다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증거.
그저 숫자가 많다, 라는 게 아니었다.
‘이미 그걸 준비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올스타팀 역시 정령 괴수 퍼스트 킬을 대결 방식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에 따른 모든 준비를 한 상태였다.
가장 핵심이 되는 정령 괴수 탐색에 5백이 넘는 인원을 투입할 수 있는 상태!
물론 이대로 BJ대마도사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그냥 오케이는 못 해주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둘 순 없는 법.
때문에 고드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쳤다.
“그럼 괜히 시간 빼지 말고, 내일 당장 한 번 붙어봅시다!”
‘방식은 네가 정하겠지만, 날짜는 우리가 정한다.’
17.
“내일이요?”
라이브 방송 도중 날아온 올스타팀의 제안을 받는 순간 미다스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채팅창에 반응이 올라왔다.
- 표정 얼었죠? 딱 봐도 당황한 거 보이죠?
- 내일 뭔가 약속 있는 모양인데?
- 표정 굳은 걸 보니 소개팅 약속 잡힌 듯.
BJ대마도사가 허를 찔린 것 같다, 라는 표정.
‘오케이, 됐다. 안 들켰어.’
미다스가 바라던 반응이었다.
“내일 당장이라…… 제 조건을 들어주셨으니 어쩔 수 없네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지금 미다스는 너무나도 즐거워 죽을 것 같은 속내를 숨기기 위한 연기 중이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그럼 내일 숲이 바뀌는 순간, 그 순간 올스타팀과 퍼스트 킬 레이스를 하겠습니다.”
지금 이 매치업이 성사되는 순간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대결은 여러모로 운이 좀 따라주는 쪽이 유리하겠지만.”
이번 대결에서 이길 확신이 있다는 것.
막연한 확신이 아니었다.
“정령 괴수가 어디에서 어느 순간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고개를 든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돌의 정령 괴수 출몰까지 남은 시간 13:24:22]
정령 괴수가 어디에서 어느 순간 등장할지.
그게 이번 대결을 제안한 이유였다.
‘설마 네임드 몬스터도 리젠 타임이 보일 줄이야.’
정령 괴수는 보스 몬스터가 아님에도 등장 시점과 지역 정보가 보인다는 것.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이 정보를 아낄 생각이 없었다.
이 정보를 베이스 삼아 그 어느 파티보다 빠르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정령 괴수를 처치할 속셈이었다.
‘아, 이거 올스타팀분들한테 미안하네.’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사기를 당하는 셈.
하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그다음에 그 몰락한 정령 군주 놈 잡으려면 여기서 아웅다웅할 때가 아닌데.’
앞으로 더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지금 고작 이런 이벤트 매치로 힘과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내 양심은 이미 진작에 팔아치웠고.’
더불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기만하고, 사기를 친다는 사실에 대해서 미다스가 진심 어린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도 없었다.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후우.”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한 한숨 소리를 끝으로 라이브 방송을 마친 미다스가 곧바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방송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자세를 낮춘 채 숨죽이고 있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의 모습이 보였다.
“얘들아!”
그런 셋을 향해 미다스가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주인님이 해냈다!”
왕!
“역시 주인님!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럭키와 골드의 몸을 일으키며 격한 반응을 향해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더 진하게 만들었다.
“내일 우리는 또 한 번 전설을 만드는 거다.”
왕! 왕!
“역시 주인님! 그 전설로 향하는 길의 선봉은 저 골드가 앞장 서겠습니다!”
“아무렴! 너희들만 믿는다!”
조금 전까지 나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던 사람이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꾸우!
- 그래, 네 주인은 진짜 미친 거 같다.
잭팟과 지팡이가 진심으로 미다스의 정신질환을 의심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 위에 뜬 리젠 타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남은 고민은 하나였다.
‘그럼 이걸 어떻게 연출해야 시청자들이 열광하려나?’
18.
그야말로 충격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하루.
그 하루의 결과물은 간단했다.
- BJ대마도사랑 올스타팀이랑 붙는다!
검은 사막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매치업이 기어코 성사됐다!
- 드디어 빅매치 하나 나오는구나.
- 불사자 길드랑 붙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볼 만하지.
열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치업이었다.
- 것도 그런데 그냥 바로 시작해버리네.
ㄴ 역시 BJ대마도사, 애인이 없으니까 매일이 자유롭잖아?
ㄴ 맞아, 솔로라서 시간이 남는 BJ대마도사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더욱이 다른 빅매치와 다르게 이번 빅매치에는 기다림이란 단어조차도 없었다.
- 난 새로운 무기 데미지가 궁금함.
ㄴ 역시 BJ대마도사, 애인이 없으니까 대신 새로운 무기도 막 생기잖아?
ㄴ 맞아, 솔로라서 아무것도 곁에 없는 BJ대마도사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결정적으로 이번 매치업에는 BJ대마도사의 주장이긴 하지만 극한의 지팡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는 자리였다.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그게 이유였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무려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켜지자마자 등장한 건.
“이렇게 다들 일찍 들어오신 걸 보면 이번 매치업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인데, 그럼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가볍게 설명을 하며 슬쩍 하늘을 바라봤다.
‘2분 후.’
이제 숲이 바뀌기까지 남은 시간은 2분.
자세한 설명을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숲이 바뀌는 순간 정령 괴수가 등장하고, 먼저 찾아서 잡는 쪽이 이기는 거죠.”
해서 미다스는 짤막하게 설명했다.
“예, 운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죠. 극한 지대에서는 정령 괴수를 발견하는 건 순순히 운이잖아요? 사실 그러니까 이번 매치업을 제안한 겁니다. 운만 따르면 저한테도 충분히 승산이 있거든요.”
어째서 자신이 이번 매치업을 준비했는지.
“이미 하얀 사막 때 보셔서 알겠지만, 그냥 단순히 화력 싸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제가 올스타팀을 못 이기잖아요? 그러면 결국 운에라도 기대는 수밖에.”
그때였다.
“물론 믿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죠. 제가 나름 여러 시행착오 끝에 확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미다스의 발언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 뭐지? 버그 플레이라도 발견한 건가?
- BJ대마도사가 뭔가 찾아낸 듯.
- 그래, 뭔가 있으니까 이 말도 안 되는 매치업을 받아들인 거겠지. 운빨씹망겜이라고 해도 운에만 기댈 수는 없잖아?
아무래도 모두가 생각하는 것 말고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한 모양.
“그 방법은 바로……."
그런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럭키 앞에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왕?
- 뭐지?
그 사실에 럭키와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간절하게 말했다.
“위대한 럭키님, 부디 제 눈앞에 정령 괴수를 리젠토록 해주십시오.”
간절한 기도.
- 준비했다는 게 기도 메타였어?
- 와,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 아니야. 운빨씹망겜에 가장 어울리는 방법일지도 몰라.
- 형, 기도할 거면 네임드 몬스터 같은 거 말고 애인이 리젠되달라고 기도를 해.
그 사실에 어수선하던 채팅창 위로 어이 없다는 듯한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화르르르!
쉼 없이 불타오르던 숲.
뜨드득!
그 숲의 불길이 삽시간에 사라졌고, 불이 꺼진 자리에는 회색 빛 돌로 만들어진 숲이 등장했다.
극한 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경이로운 광경.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숲이 바뀌는 순간 카메라를 BJ대마도사가 아닌 숲쪽으로 바꾸었다.
이 경이로운 광경에 감탄할 수 있도록.
- 어? 잠깐.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광경에 집중하는 이는 없었다.
- 저거 그거 아니야?
- 돌로 만들어진 늑대? 정령수?
- 머리 두 개다! 정령수 아니야!
- 정령 괴수다! 돌의 정령 괴수!
BJ대마도사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돌의 정령 괴수가 부하들과 함께 등장했다는 것.
“럭키님, 부디 이 어린 양이 일용할 몬스터를 주시옵소서.”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듯 미다스는 거듭해서 럭키를 향해 기도를 할 따름이었다.
- 와, 기도 메타가 통한 거야?
- 지금 기도 메타 통한 게 중요해? BJ대마도사님 정령 괴수 등장했다고요!
- 안 되겠어. BJ대마도사 기도하는데 정신 팔림!
- 형! 일용할 몬스터 말고 애인을 달라고 하라고 했음 애인이 나왔을 텐데!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거듭 채팅으로 경고를 보냈으나 두 눈을 꾹 감은 채 이제는 부여잡은 두 손을 흔드는 미다스의 눈에는 그 채팅창이 보일 리 만무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28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야, 정령 괴수 나왔으니까 잡아!]
아즈모가 후원 채팅을 보냈고, 그제야 비로소 기도를 하던 미다스가 두 눈을 뜨며 말했다.
“예? 뭐가 나왔다고요?”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등장한 정령 괴수를 보는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어, 자, 잠깐!”
동시에 속으로도 소리쳤다.
‘오케이, 연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