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 123화. 바르망의 유산 (5). >
11.
마치 빙하기가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얼어붙은 숲.
화르르!
그 숲이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불길이 넘실거리는 불타오르는 숲이 되어버렸다.
실시간으로 보고도 감히 믿을 수 없는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경이로운 광경.
“체인지다!”
“숲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 광경 속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그저 경악스러운 광경일 뿐이었다.
“몬스터 바뀐다!”
변하는 것은 숲만이 아니라 그 숲 곳곳에 배치된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도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크어어어!
온몸을 얼음 갑옷으로 두른 새하얀 털의 아이스 트롤들은 전부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파이어 트롤로.
쿵!
육중한 무게감을 자랑했던 아이스 골렘들은 뜨거운 존재감을 자랑하는 파이어 골렘들로.
화르르르!
곳곳에 배치된 얼음의 정령수들은 닿는 모든 것을 뜨겁게 만드는 불의 정령수로 바뀌었다.
“전투 중지! 전투 중지!”
“다들 물러나!”
그 변화 앞에서 플레이어들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세팅부터 바꿔!”
바뀐 세상에 맞서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휴식 중이었다면 그나마 다행.
“그동안 탱커들은 시간 벌어!”
하지만 전투 중에 변화를 맞이한 이들에게 아이템 세팅을 바꾸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마저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화염계 마법사들은 있어봤자 방해만 되니까 로그아웃 해!”
타고난 본질은 바꿀 수 없는 이들, 그들에게는 전투에 참가할 기회 자체가 오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그 어떤 세팅의 변화도 없이 그리고 본질의 변화도 필요 없는 자들.
대마도사, 모든 속성의 마법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그들에게는 숲의 변화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소서가 캐스팅 들어간다!”
소서, 그가 그러했다.
갑작스레 불타오르기 시작한 숲 앞에서 그는 그 어떤 변화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새로운 마법 주문만을 외우면 될 따름이었다.
“블리자드 앤 아이스 스톰.”
이 타오르는 세상을 차갑게 만들 마법을.
이윽고 그 마법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모두가 소리쳤다.
"소서 캐스팅 끝났다!”
“다들 휘말리지 마!”
광역 마법에 휘말리지 말라는 경고, 딱히 특별할 건 없는 경고였다.
“절대! 스쳐도 위험해!”
허나, 그 경고를 내지르는 올스타팀 멤버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드높았다.
그리고 물러나는 이들도 평소보다 분주했다.
“지금 건 극한의 지팡이 들고 쓰는 거니까!”
이유는 다름 아닌 소서의 손에 들린 극한의 지팡이.
“마법 방어력 기본 30퍼센트 무시한다고!”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무려 30퍼센트나 되는 방어력을 무시하게 만들어주는 그 지팡이를 들었을 때의 마법 위력은 살을 뚫고 뼈를 맞는 느낌.
하물며 그것을 든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소서, 위자드 길드라는 마법사들 집단에서도 정점에 있는 자였다.
“시작됐다!”
그 위력은 블리자드 그리고 아이스 스톰, 얼음과 눈의 폭풍이 내리치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드러났다.
크어어!
기세가 한없이 타오르던 파이어 트롤들 그리고 파이어 골렘들과 불의 정령수들이 비명과 함께 비참한 꼴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 끝내주네.”
“딜량 실화 맞음?"
“극한 지대도 가뿐하겠네.”
그 광경 앞에서 같은 올스타팀원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
반면 고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물건을 BJ대마도사한테 줘야한다니, 씁쓸하군.’
이토록 힘들게 구한 귀한 물건을 이제는 BJ대마도사에게 건네줘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고드는 확신했다.
‘그래도 극한의 지팡이라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지.’
자신의 제안이 BJ대마도사에게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되리라는 것을.
12.
끼릭!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라이브 방송실에 모습을 드러낸 박영준.
“사장님!”
그의 등장에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올스타팀 영상 보셨어요?”
“지금 소서가 극한의 지팡이 들고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만했다.
올스타팀이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명예 회복을 위한 매치업을 바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런 상황에서 올스타팀의 최고 마법사인 소서가 극한의 지팡이를 얻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올스타팀이 제대로 각 잡고 있어.’
현재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 사이의 이야기가 오고가든 말든 올스타팀은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서 이빨을 더 뾰족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간다는 것.
더군다나 이번에 꺼내든 이빨은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에는 나무 강력한 것이었다.
"알아."
그러한 부하 직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향해 박영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라이브 방송하기 전에 올스타팀에서 연락이 왔거든. 극한의 지팡이 줄 테니까 싸워달라고."
“예?”
그 담담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충격적인 정보에 부하 직원들이 반문조차 하지 못했다.
‘뭘 준다고?’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저 얼어붙을 뿐.
그렇게 얼어붙은 부하 직원들을 뒤로한 채 박영준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툭툭, 자신의 오른손가락으로 제 오른쪽 관자놀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실 딜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몸값을 높이고자 한 건 박영준의 계획이었으니까.
‘극한의 지팡이를 가져올 줄이야.’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이 제시될 줄은 몰랐다.
‘협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 이거군.’
솔직히 이 제안을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 거부할 방법은 존재치 않았다.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지팡이를 뛰어넘는 무기를 선보여야 할 터.
그리고 박영준의 머릿속에 그런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서 박영준은 거절 자체를 고민하진 않았다.
툭툭!
‘매치업 주제를 뭐가 좋으려나.’
고민하는 것은 올스타팀과 어떻게 싸우는가, 하는 것.
‘보스 전은 제외.’
보통 이런 건수라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가 떠오르겠지만 현재 BJ대마도사나 올스타팀이나 극한 지대에 이제 막 돌입한 상태였다
곧장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러 가는 건 불가능한 일.
‘시간이 너무 걸려.’
혹여 가능하더라도 극한 지대의 보스 몬스터인 몰락한 자의 수호자는 소환에 적잖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했다.
‘잡을 만한 건 네임드 몬스터인 정령 괴수들밖에 없겠지.’
결국 남은 카드는 극한 지대의 환경이 바뀔 때마다 소수 등장하는 네임드 몬스터인 정령 괴수 레이드뿐.
사실 정령 괴수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와 비교해서 사냥 난이도가 낮지 않았다.
그걸 잡으려다 전멸하는 파티도 적지 않았으니까.
‘BJ대마도사도 생각은 비슷할 거다.’
물론 정하는 건 BJ대마도사였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리고 이제 BJ대마도사 쪽도 박영준이 보낸 메일을 읽고 미팅 요청을 하러 올 터.
띵!
그때 박영준가 보는 모니터에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창이 떴고, 이메일 발신자를 확인한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13.
활활!
쉼 없이 불타오르는 숲.
“후우."
그 숲에 자리 잡은 미다스는 주변 불길보다 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후우."
거듭해서 심호흡을 할 정도.
헥헥!
“주인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모습에 럭키와 골드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
꾸우!
- 네 말은 이해하나, 그래도 정신이 나간 것 같진 않구나. 그냥 이상한 수준이지.
반대로 잭팟과 지팡이는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
그 정도로 미다스의 상태는 퍽 좋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극한의 지팡이라니!’
다른 무엇도 아니고 자신과 이벤트 매치 조건으로 올스타팀이 극한의 지팡이를 준다고 했으니까.
‘팔면 게임 접어도 돼!’
만약 경매장에 올려 판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가격에 팔릴 만한 엄청난 물건을 준다는데 흥분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후우.”
‘릴렉스하자, 릴렉스. 이런 미친 모습을 사장님께 보여드릴 순 없지.’
물론 흥분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조만간 미팅이 시작되고, 사장님이 채팅창에 등장하면 그때는 어느 때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같은 표정을.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할 이야기도 많고.’
현재 미다스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을 위해 올스타팀 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즉, 이번 매치업을 밑거름 삼아 그보다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
흥분보다는 냉정이 필요할 때였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렇기에 채팅창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표정을 바꾸었다.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굳은 듯한 표정으로.
꾸우!
- 그래, 네 말이 맞다. 정신이 나간 게 확실하구나.
그 표정에 잭팟과 지팡이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미다스는 채팅창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러자 대답이 왔다.
- 와튼 : 예, 잘 지냈습니다.
- 와튼 : 보내신 메일은 받으셨지요?
그 질문에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예. 설마 극한의 지팡이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충격을 좀 받은 것 같은 표정을.
- 와튼 : 좀 충격적이긴 했죠.
그 표정에 사장이 화답했고,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던졌다.
“설마 그 물건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거 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분명 다른 조건이 있겠죠?”
표현 그대로 던졌다.
별 의미 없이 쓰레기를 던지듯.
- 와튼 : 예, BJ대마도사님이 예상하신 대로 조건을 걸었습니다.
‘응?’
그러나 그 던진 말에 곧장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경매장은 물론 다른 플레이어에게 판매하지 말 것. 그게 조건이었습니다.
‘어?’
그리고 나온 대답에 미다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뭐?’
머릿속은 당연히 하얗게 비었다.
그사이 사장은 말을 마저 이어갔다.
- 와튼 : 그들 입장에서는 거래가 됐을 경우 시세가 정해지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 와튼 : 해서 판매 금지 조약을 걸었고, 수락했습니다.
그 설명은 충분히 타당했다.
극한의 지팡이를 가진 길드들은 담합을 통해 극한의 지팡이가 가진 가치를 높인 상태.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놈이 그 가치에 먹칠을 하는 걸 두고 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 제약은 걸어두는 게 상식.
- 와튼 : BJ대마도사님이 돈 때문에 팔 일도 없지만.
하물며 대부호로 인정받는 BJ대마도사가 고작 돈 때문에 극한의 지팡이를 팔 이유도 없었다.
여러모로 걸어둬도 무방한 제약인 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제약이었다.
‘그럼 받아서 뭐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팔아서 호강 좀 누리려고 했던 상상을, 이걸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소개팅도 나가고, 데이트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들딸 하나씩 낳고, 나중에 손주, 손녀도 나오면 용돈까지 손에 쥐여주려는 상상을 산산조각 내는 제약.
‘쓸 일도 없는데?’
결정적으로 바르망의 지팡이를 손에 넣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극한의 지팡이를 쓸 이유가 정말 눈곱만큼도 없었다.
살점이라도 조금이나 발라먹을 수 있는 계륵만도 못한다는 의미.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스위치가 켜졌다.
‘무르자.’
이거 먹지 않는 방법을 찾자고.
‘차라리 딴 거.’
못 먹고 못 팔 것 대신 푼돈이라도 좋으니 손에 쥘 수 있는 걸 얻자고.
“역시 극한의 지팡이가 무척 귀하긴 귀한 모양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약을 거는 걸 보니까.”
- 와튼 : 이제부터 얻는 레전더리 아이템들은 앞서 얻은 것과 가치가 다르니까요.
“아무렴요. 그래서 말인데 그런 귀중한 물건을 꼭 이렇게까지 해서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 와튼 : 예?
미다스의 그 발언에 곧바로 사장이 의문을 표했다.
‘후우.’
그 의문 앞에서 미다스는 속으로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이거 뭐 주는 쪽도 불편해 하는데, 쓰는 쪽이 마음 편히 쓸 수나 있겠어요?”
그러면서 본래는 내뱉지 않으려고 했던 말을 꺼냈다.
"딱히 필요도 없는데.”
말과 함께 미다스가 스윽, 바닥에 내려놓았던 지팡이를 슬그머니 주워들었다.
‘젠장.’
새로운 지팡이를 숨긴 채 ‘주시는 성의를 마다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잘 써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려던 본래의 계획이 백지장이 되는 순간.
‘에라 모르겠다.’
그 백지장 위에 미다스가 새로운 계획을 그렸다.
“괜히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갑시다. 올스타팀이 저랑 방송 한 번 하는 게 소원이니까 그거 들어주는 대신, 올스타팀도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내 소원 한 번 들어주는 걸로. 소원 대 소원, 어떻습니까?”
14.
- 소원 대 소원, 어떻습니까?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박영준의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손을 잠시 뒤로 뺐다.
그렇게 뒤로 뺀 그의 손이 미약하지만, 정말 미약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맙소사.’
그 정도였다.
‘이런 그림을 그렸다고?’
극한의 지팡이라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거부하는 것부터가 놀랄 일 그리고 그 제안을 거부할 만한 카드를 가진 것도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면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명분 자체가 생긴 셈 아닌가?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여기서 한 단계를 더 나아갔다.
‘올스타팀을 묶어두는 건 물론 올스타팀을 손에 쥠으로써 차후 경쟁자를 견제할 수 있어.’
소원이란 카드를 통해 본래는 치우고 가려고 했던 장애물을 도리어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이들의 장애물로 만들고자 하는 것.
물론 이 소원 카드는 한 번에 불과할 뿐이며, 쓸 수 있는 범위나 유효 시간도 길진 않았다.
‘어차피 막판이다. 올스타팀 다음 적은 사실상 10대 길드다.’
하지만 레이스 막판에서 연료 아끼고자 하는 생각 따위를 고려할 필요는 없듯, 굳이 범위나 유효 시간 따위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는 일.
여러모로 절묘한 순간 비장의 한 수를 즉석에서 손에 넣는 셈이었다.
‘진짜 대단하다.’
전율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그러한 전율이 멈추고, 손가락의 떨림이 멈춘 후에야 비로소 박영준이 키보드에 손을 댔다.
- 와튼 : 좋은 제안이군요.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될 겁니다.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이 이상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결국 딜을 받을 거야.
그 후에 마지막 질문을 했다.
- 와튼 : 그래서 방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쨌거나 올스타팀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으니, 종목을 정할 때.
그 물음에 BJ대마도사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당장 보스몹 잡는 건 양쪽 다 힘들 테고, 네임드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로 갑시다. 숲이 바뀌는 순간, 등장한 정령 괴수를 가장 빨리 잡는 쪽이 이기는 걸로.
그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올스타팀보다 빨리 잡을 수 없다는 건 이미 하얀 사막에서 증명된 바 아닌가?
허나, 박영준은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 확신이 있다는 거지.’
그가 아는 BJ대마도사는 결코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 자.
그리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싸움에서 지지 않은 자였으니까.
- 와튼 : 예,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미팅을 마무리한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때보다 짙은 미소를 지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