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93화 (393/485)

393화.  < 123화. 바르망의 유산 (3). >

7.

소식은 빨랐다.

- 드디어 떴다! BJ대마도사 극한 지대로 간다!

극한지대.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거칠 것 없던 1티어급 길드들조차도 머뭇거리게 만드는 땅.

그곳에 그 누구보다 거침없던 BJ대마도사가 도전장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단숨에 갓워즈 커뮤니티에 번졌다.

평소라면 분명 커뮤니티가 뜨겁게 타오를 만한 소식이었다.

- 가든지 말든지 .

- 가봤자 그냥 사냥이나 하겠지.

- 이제 BJ대마도사에 대해서는 기대 끄기로 했음.

그러나 앞선 실망감 탓에 세간의 반응은 평소와 달리 그리 뜨겁지 못했다.

- 그리고 극한 지대로 가는 건 따로 퀘스트도 필요 없잖아?

ㄴ 그렇지. 극한 지대 가는 데는 이벤트가 없지.

동시에 극한 지대는 입장 퀘스트가 따로 필요 없었다.

검은 사막을 가로지르면 자연스레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극한 지대 입장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못한 소식이었다.

입장 퀘스트가 숨 쉬는 것만큼 쉽다는 건 사냥터 난이도는 숨 막힐 정도로 미쳤다는 의미.

- 럭키 익스프레스 없겠네.

- 골드 항공도 휴업임.

그러나 그 광경을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의 전매특허인 입장 퀘스트 이벤트가 없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해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 어? 지금 불사자 길드 방송 보는 사람?

ㄴ 뭔데?

ㄴ 라포가 BJ대마도사 이야기한다.

ㄴ 라포야 BJ대마도사 이야기 매일 했었잖아? 그게 무슨 특별한 일이라고?

ㄴ 아니,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연락 왔다던데? 극한 지대에서 한 번 만나보자고.

10대 길드 중 가장 말석이긴 하지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 라포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 진짜?

- 10대 길드랑 이야기 한다? 콜라보하는 거야?

- 콜라보가 아니라 레이드 레이스일수도 있지!

그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와 관계된 이야기 중 가장 파괴력이 큰 이야기였다.

갓워즈에서 가장 뜨거운 플레이어와 10대 길드, 그 조합만으로도 이미 파괴력은 충분했을뿐더러, BJ대마도사와 라포 사이에는 모두가 인정하는 인연이 있었다.

물론 의문도 있었다.

- 아니, 그런데 지금 라포랑 똘똘이는 무한 미로를 지나는 중이잖아?

극한 지대는 389레벨까지 플레이어들이 머무는 곳.

반면 현재 불사자 길드의 메인 멤버들은 389레벨 다음 사냥터인 무한 미로를 통과하는 중이었다.

- 지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다 통과했지.

- 이제 조만간 암흑대륙 입장이지.

더불어 무한 미로에 들어간 지는 적잖은 시간이 흐른 상황.

이제 막 극한 지대에 돌입한 BJ대마도사와는 1학년과 3학년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여기서 10대 길드의 저력이 나왔다.

- 그건 1군 멤버들이고, 10대 길드에는 그런 1군 멤버급이 최소 3개 이상 존재한다고!

- 맞아, 1.5군 멤버들은 아직 극한 지대에서 대기 중이지.

현재 1티어급 길드들 순위를 매길 때 가장 자주 쓰는 공식은 350레벨 이상 플레이어의 숫자였다.

그리고 대개 그 숫자가 3백 명이 넘어가면 상위권으로 인정을 받았다.

- 지금 극한 지대에만 대충 3백 명 넘게 있을 걸?

반면 10대 길드의 경우에는 그 숫자가 천 단위였다.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 사이의 벽을 그동안 그 누구도 넘지 못한 이유였다.

- 그럼 럭키 대 똘똘이는 안 된다는 거네?

- 드디어 럭키님이 갓워즈 최고의 신수가 되나 싶었는데, 아니네.

- 럭키님이 빨리 똘똘이 이기고, BJ대마도사를 좀 부려먹었으면 좋겠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생각하는 것 같은, 그야말로 드림 매치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

- 그래도 이야기 나눈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

- 하긴, 라포는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초창기 때부터 큰 후원자 중 한 명이었으니까.

- 역시 갓워즈 최고의 운빨 플레이어답네. BJ대마도사 코인을 저가에 매수하다니.

- 라포, 운이 좋군!

그렇다고는 해도 분명 기념비적인 일이었고, 때문에 갓워즈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와 플레이어들은 다시금 뜨겁게 끓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물론 올스타팀은 예외였다.

“불사자 길드랑 싸운다고? BJ대마도사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BJ대마도사와의 매치업만을 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때가 오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갑자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이거 10대 길드랑 이야기가 되면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잖아?”

무엇보다 10대 길드의 이름값은 어지간한 수작질이 통할만 한 수준이 아니었다.

“틈이 뭐야, 진짜 둘이 손잡으려고 하면 시도한다는 것조차 드러나선 안 돼. 그것만으로도 보복하려들 테니까.”

정말 그 둘이 매치업이 잡힌다면 올스타팀은 감히 개입할 시도조차 할 수 없을 터.

절치부심해서 조직을 개편하고, 각오를 다진 보람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대장 접속했다!”

“대장이다!”

고드,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올스타팀 리더가 된 그가 등장하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정리됨과 동시에 모두의 이목이 고드를 향했다.

“아, 진짜 정신없네. 응?”

그리고 고는 자신을 향한 모든 이들의 이목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들 왜 이렇게 뻔히 날 쳐다봐?”

그 시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 모습에 도리어 좌중에 있던 이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을 했다.

“BJ대마도사랑 불사자 길드 건을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 그거. 당연히 들었지. 그래서 말했잖아? 정신없다고. 그거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야.”

그리고 나온 대답, 그 대답에 좌중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런 반응을 보인다?

“별거 아닌 일 가지고 왜 이렇게 사람을 들들 볶는지.”

심지어 이어진 그 대사에 올스타팀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설명을 해 봐. 그게 별거 아닌 일이라는 이유를.”

결국 소서가 나서서 의문을 표했고 그 의문에 고드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

“짧게 정리하면 BJ대마도사는 불사자 길드랑 이벤트 매치를 할 생각이 없어. 왜냐, 불사자 길드는 우리보다 더 거대한 세력이거든. 우리도 벅찬데 갑자기 불사자 길드랑 이야기를 한다? 해봤자 그냥 소꿉놀이 수준, 럭키 대 똘똘이 같은 진짜 이벤트 매치 같은 거겠지.”

그 설명에 좌중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리고 정말 화끈하게 매치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면 이렇게 개나 소나 알 정도로 대놓고 하진 않았겠지. 안그래? 이렇게 떠들썩하게 하는 것치고 제대로 되는 건 없다고.”

이어진 설명에 표정은 좌중의 좀 더 풀어졌다.

“그럼 왜 퍼뜨린 건데?”

“그야 우리하고 협상할 때 몸값을 높이려고.”

그 설명에 이르렀을 때는 대부분이 표정을 풀고 있었다.

반면 조금 전까지는 멀쩡하던 고드의 표정은 구겨져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이지. BJ대마도사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 만한 카드는 많지 않으니까.”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BJ대마도사 몸값이 올라간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푸념 한 번을 내뱉은 고드가 이내 박수를 짝, 한 번 가볍게 친 후 말했다.

“뭐, 그건 내가 고민할 문제고, 어쨌거나 다들 걱정한 거 같으니까 다시 한 번 정리해주겠어. BJ대마도사는 불사자 길드랑 제대로 된 매치업을 가질 생각이 없어.”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극한 지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지금 BJ대마도사 머릿속에는 불사자 길드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을걸?”

8.

극한지대.

정해진 시간마다 풍경이 바뀌는 곳은 현재 모든 것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되어 있었다.

나무도, 돌도 그리고 잡초까지도.

때문에 숲은 무척이나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바사삭!

무언가가 움직일 때마다 얼어붙은 풀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숲을 가득 울렸으니까.

당연히 덩치 큰 것이 움직일 때는 더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쿵!

아이스 트롤 무리의 등장이 그랬다.

바스스스!

온몸이 새하얀 털로 뒤덮인 것으로도 모자라 얼음으로 만들어진 갑옷을 두른 그 5미터 신장의 거인이 움직일 때마다 얼음으로 된 나무와 돌이 부서지며 유리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졌다.

“네놈!”

“주인님의 털끝 하나 닿지 못한다!”

하물며 두 마리의 거대 드래곤이 날뛰었을 때 발생하는 소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크-왕!

“뇌신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더욱이 그 소란 속에는 거대 늑대와 뇌전의 정령 기사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쿵!

쿵!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 세 마리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아이스 트롤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인페르노!”

마지막으로 그 전장을 향해 미다스는 기꺼이 강력한 범위 공격을 아끼지 않고 퍼부었다.

콰과과과!

그야말로 세상이 뒤틀리는 것 같은 소리!

그 소리가 확실한 증거였다.

미다스, 그가 지금 극한 지대에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한계치를 끄집어냈다는 확실한 증거.

사실 그건 썩 효율적인 일은 아니었다.

분명 극한 지대가 힘겨운 사냥터인 건 맞지만 미다스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총력전을 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착실하게 공략을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꿀꺽꿀꺽!

적어도 그렇게 했다면 지금처럼 쉴 새 없이 포션으로 부족한 마력을 채울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달리 말하면 지금 미다스는 효율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길드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사자 길드와 이벤트 매치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미치겠다, 미치겠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거절할 수도 없고…….'

일단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번 매치업에 대해서 그 어떤 거부표현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10대 길드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라이징 스타 채널이 엄청나 로비와 협상을 했을 것이다.

회사원으로 따지면 중소기업 사장이 세계적인 기업과 거래 루트를 뚫은 셈.

그런데 그걸 부담스럽다고 거부한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이거 제대로 해야 해.’

도리어 그 매치업에서 모든 이들이 만족할 만큼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야 했다.

즉, 미다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무기 업그레이드부터 한다.’

정확한 날짜는 정해진 바 없지만 분명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일정이 공개될 터.

그전까지 스펙업을 전부 마쳐야 했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였다.

“애들아, 바로 이대로 직진한다!”

‘최단 거리로 뚫는다.’

보이는 붉은빛 기둥을 향해 한시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돌아가는 것보단 최단 거리를 뚫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몬스터를 피해 돌아간다는 개념도 무색했다.

극한 지대는 숲의 나무보다 몬스터가 더 많다는 말이 나올 만큼 몬스터가 우글거렸으니까.

[아이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4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레벨업을 하는 건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물론 그 결과물에 미다스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냥 빨리 보상받고 가자. 지금 일일이 스킬 보면서 놀라고 있을 시간은 없어.’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일 뿐.

‘340레벨 스킬이 아무리 좋아봤자, 아이템 업그레이드보다 좋을 순 없으니까.’

더불어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아이템 업그레이드보다 더 대단한 건 나올 리가 없다.

“예."

그러한 이유로 담담하게 뱉어진 미다스의 대답에 곧장 1백 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그 순간에도 미다스의 눈은 카드가 아니라 전장을, 자신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진짜 넘치는군.’

자신이 앞으로 몇 마리를 더 사냥해야 할지, 그나마 몬스터가 덜 있는 루트가 어디인지, 전장의 상황이 어떠한지, 그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그 계산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1백 장의 카드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자 곧바로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는 세상이 그를 반겼다.

‘……에라이.’

그 광경 앞에서만큼은 미다스도 담담함을 버린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이렇게 흉작이 나올 줄이야?

‘이 빌어먹을 게임이 그러면 그렇…… 어? 어!’

그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려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황금빛 하나가 번쩍였다.

‘그래, 이거 하나면 되지!’

그 전설의 황금 카드를 보는 순간 미다스가 이제까지 담담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가 나왔으려나?’

그 미소 속에서 카드 내용을 확인했다.

‘응?’

그리고 이내 미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흑염]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흑염.

‘뭐지? 이 중2병 냄새 나는 스킬은?’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스킬.

‘아니, 그보다 또 신스킬이네?’

달리 말하면 이제까지 갓워즈에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스킬이었다.

‘효과가 뭐지? 어?’

자연스레 관심은 스킬 효과를 향했고, 이내 스킬 효과를 확인한 미다스는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 스킬 효과 : 일정 시간 동안 흑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흑염은 대상이 죽을 때까지 결코 꺼지지 않는다. 화염계 마법을 사용하면 흑염 상태는 해제된다.

화염계 마법을 결코 꺼지지 않게 만드는 스킬.

대상에게 죽을 때까지 지속적인 화상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맙소사.’

물론 그게 전부였다면 미다스가 여전히 전투가 치러지는 긴박한 순간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얼어붙었을 리 만무.

‘죽을 때까지 안 꺼진다는 건 헬파이어 효과도 죽을 때까지 적용된다는 건가?’

이 흑염 스킬이 헬파이어와 섞였을 때 나올 시너지 효과, 그게 미다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가만, 그럼 레전더리 에픽 효과는 뭐지?’

더욱 놀라운 건 이게 고작 레전더리 효과라는 것.

그리고 미다스의 인벤토리에는 아직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가 하나 남아있다는 것.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흑염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를 개봉합니다.]

저번 드래곤즈 아이즈를 얻었을 때처럼 단숨에 일을 처리했다.

왕!

“주인님!”

그리고 이내 스킬 효과를 확인했을 때 미다스에게 더 이상 치열한 전장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흑염]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일정 시간 동안 흑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흑염은 대상이 죽을 때까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자신의 새로운 스킬만이 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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