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87화 (387/485)

387화.  < 121화.  하얀 사막 (3). >

7.

- 지금 부터요.

그 멘트를 듣는 순간 박영준은 감탄했다.

‘진짜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BJ대마도사가 가진 승부사적 기질은 차원이 다르군.’

처음 올스타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박영준은 생각했다.

‘그 말도 안 되는 협박을…….'

올스타팀은 BJ대마도사와 협상할 생각이 정말 눈곱만큼도 없음을.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번 BJ대마도사 행보는 올스타팀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만한 일, BJ대마도사에 대한 신뢰보다는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협상을 하는 척 시간을 벌면서 막상 뒤로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또한 올스타팀은 근본적으로 BJ대마도사와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BJ대마도사를 잡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단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BJ대마도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라는 합의를 했을 뿐.

결정적으로 그들이 그리고자 했던 보다 큰 그림,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어 어비스 길드에 도전한다는 그림은 이미 BJ대마도사만의 것이 된 상황 아닌가?

큰 그림이 사라진 이상 남은 건 분노의 표출뿐.

사실 그래서 대응책이 마땅치 않았다.

싸우려고 작정한 인간을 상대로 어지간한 회유책 따위가 먹힐 리 만무했으니까.

‘……이렇게 대응할 줄이야.’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는 오히려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래, 불이 났으면 맞불을 질러야지.’

싸우고 싶어? 그럼 정말 제대로 싸우게 해주지.

방법도 심플했다.

가장 많은 변종 크로커스를 잡는 팀에게 상금을 주겠다!

상금이 얼마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 상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검은 사막에는 올스타팀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발언은 이제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던 올스타팀 외의 1티어급 길드들에 보내는 신호였으니까.

‘그리고 올스타팀에 가입하지 못한 1티어급 길드들 지금 기분도 좋을 건 없으니까.’

올스타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올스타팀이 아닌 당신들하고 이야기를 하겠다, 라는 신호.

그럼 그 신호를 받은 1티어급 길드들이 필시 움직일 터.

‘거기서 올스타팀이 밀릴 순 없지.’

그런 상황에서 올스타팀이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자기 마음대로 깽판을 칠 수는 없었다.

자연스레 올스타팀과 그 외의 1티어급 길드, 두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 터.

‘개처럼 끌려다닐 바에는 개판을 만드는 게 낫지.’

이이제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올스타팀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 이만한 작전도 없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이 방법을 떠올리는 건 어지간한 승부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지금 당장 터뜨리면 효과는 더 좋고.’

결정적으로 이 작전의 효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지금 당장 터뜨려야 올스타팀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이나 교섭이 불가능할 테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자, 다들 집중!”

그가 곧장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하얀 사막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벤트!

그 글자에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변종 크로커스를 가장 많이 잡은 자에게 직접 상금을 준다고!”

이어진 설명에는 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상금을 준다니? 그 액수가 평범할 리 만무.

“상금이 얼마인가요?”

그 의문 가득한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그냥 상금을 걸었다.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어.”

“예? 아니, 그럼 공지에 뭐라고 쓰나요?”

“뭐라고 쓰긴, 그냥 BJ대마도사가 상금을 걸었다, 라고 쓰면 될 뿐이지.”

“하지만 그러면 액수가 가늠이 안 되잖아요?”

그 사실에 고개를 갸웃하는 직원들, 그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액수야 모르지. 하지만 BJ대마도사가 설마 상금을 아끼겠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아."

그제야 직원들은 깨달았다.

‘이거 장난 아니다.’

BJ대마도사가 그저 상금이란 단어를 언급한다는 게 액수를 기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라는 것을.

8.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1시간이 훌쩍 넘었을 무렵.

“어우, 정말 끝내주는 날이었어.”

“더블 헤드 드래곤을 잡은 것도 잡은 건데, 바로 이벤트가 발생할 줄이야. 이렇게 뻥뻥 터지는 방송은 처음이네."

“무슨 연휴 특집 방송 보는 것 같다니까. 그래서 지금 하얀 사막은 어때?”

“검은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 라이브 방송하는 이들은 전부 하얀 사막 찾고 있어.”

“전부 하얀 사막 코인 탑승했구먼.”

그 무렵에도 여전히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물론 정현우는 그 꽃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잘 되려나?’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공지에 올라오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검은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반응을 할 터.

‘제발 모두가 활활 불타올랐으면 좋겠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부디 플레이어들이 상금에 눈이 멀어 하얀 사막에 와주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었다.

‘아, 그런데 진짜 불타올라줄까?’

기도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그렇게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몸값 높으신 양반들이?’

그도 그럴 것이 검은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1티어급 길드의 1군 멤버이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명성과 인지도를 가진 자였다.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억대 연봉은 기본이고, 개중에는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는 슈퍼 스타급 플레이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고작 상금에 눈이 멀어 하얀 사막에 들어온다?

‘오더라도 바로는 안 올 거야. 뭐가 있는지 알고 바로 오겠어?’

더욱이 하얀 사막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 어떤 정보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검은 사막보다 훨씬 더 빌어먹을 곳이란 것.

그런 빌어먹을 곳에 몸값 높으신 플레이어들이 섣불리 올 리 만무, 필시 상황을 파악한 후에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

‘100시간 밖에 없는데.’

시간 제한이 있는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 역시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초조할 수밖에 없을 따름.

“지금 제가 아는 분으로부터 진짜 귀한 속보 받았는데, 하얀 사막에서 엄청난 빅 이벤트 예정 중이래요!”

그때 이혁주의 목소리가 초조하게 스마트폰을 확인하던 정현우의 귀에 들어왔다.

“빅 이벤트?”

“예, 진짜 엄청난 거 준비 중이래요!”

그런 이혁주의 말에 휴게실에 자리 잡은 손님들은 평소와 다르게 혀를 내둘렀다.

“아니, 넌 그 속보 이야기만 벌써 다섯 번째야. 진짜 빅 이벤트 있는 거 맞아? 확실해?”

“아, 진짜라니까요! 조만간 발표할 거예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미 폭탄을 연달아 두 개를 터뜨렸는데 뭐하러 또 터뜨려?”

“그럴 리가 없다, 그러니까 한다, 그게 BJ대마도사의 모토라고요!”

1시간 내내 속보가 터진다고 했으나, 막상 터지는 게 없었다는 것.

그게 지금 이혁주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고 있었다.

물론 정현우는 달랐다.

‘혁주, 얘 정보력이 진짜 대단한 거 아닐까?’

그 빅 이벤트를 기다리는 정현우 입장에서는 이혁주의 말이 그냥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 무렵이었다.

“야, 모두 집중!”

화장실에 있던 한 명이 급하게 휴게실로 뛰쳐나오더니 손에 든 스마트폰을 머리 높이 들며 말했다.

“진짜 대박 사건 터졌다! 다들 라이징 스타 채널 공지 봐!”

그 순간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합창하듯 소리쳤다.

“상금 걸었다!”

“하얀 사막에서 가장 많이 잡는 팀에게 BJ대마도사가 상금을 준다!”

화끈한 반응.

‘오케이, 나쁘지 않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기꺼운 반응이었다.

“어, 근데 상금이 얼마야?”

“얼마이긴, 명시했겠지.”

“아니, 없어!”

“뭐?”

그러나 이어진 대화에 정현우가 놀라며 빠르게 공지 내용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어? 상금이 없네? 아!’

그제야 정현우는 깨달았다.

‘아무 말 안 했구나!’

상금을 얼마로 할지에 대해서는 사장님과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음을.

‘실수다.’

좋을 것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상금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나온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액수를 명시할 테니까.

“그래도 BJ대마도사이니까 액수가 상당하겠지?”

“아무렴. 최소 억 단위지.”

“억이 뭐야? 로또 당첨금보다는 많이 나오겠지. 10억부터 시작할걸?”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라. BJ대마도사는 엄청난 대부호잖아?”

하물며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액수가 붙을 터.

‘맙소사.’

그건 곧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상상 이상의 지출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 이 멍청한 새끼.’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걸 이야기 안 하다니! 정현우, 이 멍청한 새끼!’

자신의 실수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생긴 상황.

더욱이 지금 이 실수는 돌이키려고 해도 돌이킬 수가 없었다.

기대를 하게 만드니까 실망을 하는 법, 이제 와서 다시 액수를 기입하면 어떤 식으로든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올 테니까.

'아.......'

결국 정현우가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때였다.

“어? 또 대박 사건 터졌다!”

“대박 사건? 이번에는 뭐? BJ대마도사 열애설이라도 터진 거야?”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거 말고.”

이벤트가 하나 더 발생했다.

“아즈모가 BJ대마도사의 이번 이벤트 상금 자기가 내겠다고 했어.”

“아즈모가?”

아즈모의 개입, 그 엄청난 사건에 모두는 동시에 똑같은 의문을 던졌다.

“상금을 낸다고?”

“그래서 얼마?”

9.

“BJ대마도사 쪽하고 올스타팀 쪽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군.”

라이징 스타 채널 공지를 본 아즈모의 말에 무언가를 확인한 비서가 말을 걸었다.

“올스타팀에서 BJ대마도사에게 한 제안을 파악했습니다.”

“내용은?”

“올스타팀에 BJ대마도사가 가입할 것 그리고 가입하면서 모든 멤버들에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하나씩 선물할 것."

이어진 비서의 설명에 아즈모가 실소를 머금었다.

“뇌물을 바치고 가입해라…… BJ대마도사가 하려면 할 수는 있겠군.”

“BJ대마도사의 자금력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그러니까 더더욱……."

“더더욱 자존심상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라, 이거지.”

“예, 맞습니다.”

자존심 강한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면 오히려 그 사람은 오기를 품는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시킨다면?

그리고 그 일이 굴욕적인 일이라면?

오히려 독기를 품는 법.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이해가 되는군.”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후에야 아즈모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올스타팀이 바라던 대로 전쟁을 해주겠다, 대신 올스타팀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독기를 품은 BJ대마도사가 전쟁을 준비했다는 것.

비서들 역시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상금은 명시되지 않은 걸까요?”

반면 상금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의문을 던졌고, 그 의문에 아즈모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거지.”

상상력은 무궁무진한 법.

“하지만 역시 임팩트는 그냥 화끈하게 액수를 표기해줄 때가 강한 법이지.”

물론 세상에는 상상력이 빈곤한 자들도 적지 않았다.

“공지 올려. 내가 상금 대신 걸겠다고.”

아즈모의 말에 비서들은 왜? 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돈을 쓰는 게 지금의 아즈모를 만든 이유 중 하나였기에.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질문을 했다.

“얼마로 할까요?”

“느낌 있는 숫자가 좋을 것 같은데……."

그 질문에 고민하던 아즈모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말했다.

“777만 달러로 가자고.”

“777만 달러요?”

“운이 좋을 것 같은 숫자잖아? 그리고 이 정도 금액은 되어야 몸값 비싸신 양반들이 움직일 거 아니야?”

설명을 하던 아즈모가 피식 웃었다.

“BJ대마도사는 시큰둥하겠지만.”

10.

“맙소사, 777만 달러라니?”

“아즈모가 미쳤네.”

777만 달러.

아즈모가 내건 상금 액수가 발표되는 순간 세상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랄 만큼 큰 액수였다.

“아무리 검은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돈을 많이 버는 프로라고 해도, 이 정도 돈이면……."

“눈 돌아가고도 남지.”

갓워즈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이 오고 가긴 하지만 순수하게 상금으로 이토록 큰돈이 걸린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더군다나 단발성 이벤트잖아?”

그것도 장기 프로젝트도 아닌 일회성 이벤트 아닌가?

“이 정도 액수면 검은 사막에 있는 인간들은 죄다 하얀 사막에 가겠지?”

“당연하지. 상금도 상금인데 이 정도면 이슈가 될 수밖에 없잖아? 상금 못 타도 라이브 방송 후원만으로도 돈 꽤나 만질걸?”

하물며 이번 이벤트는 여러모로 참가하는 게 남는 장사였다.

“제가 말했죠?”

그때 이야기를 듣던 이혁주가 어느 때보다 콧대 높은 모습을 보이며 휴게실에 있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빅 이벤트 있을 거라고.”

“진짜네.”

“대체 어디서 들은 거야?”

그 모습에 손님 중 몇 명은 진심으로 이혁주의 정보력에 감탄하면서 출처를 캐물었고, 이혁주가 곧게 편 검지를 좌우로 까닥이며 말했다.

"에이, 정보원은 공개 안 하는 게 이 바닥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안 그래요, 현우 형?"

그리고는 이내 정현우에게 공을 넘기는 이혁주.

“응? 현우 형?”

그런 이혁주의 눈에 비친 정현우는 평상시와 달랐다.

스마트폰을 꼭 쥔 양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현우야? 무슨 일 있어?”

“손을 왜 이렇게 떨어?”

누가 보더라도 심상치 않은 그 모습에 손님들이 하나둘씩 우려 섞인 시선과 함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그런 그들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777만 달러라고?’

지금 그의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으니까.

‘잠깐만. 이거 내가 1위 해도 먹을 수 있는 건가? 나 빼고라는 말은 없었잖아?’

이 상금 쟁탈전에 자신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

‘일단 1위를 하고 보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더 이상 브레이크 같은 건 존재치 않았다.

‘새끼들 다 뒈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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