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86화 (386/485)
  • 386화.  < 12화. 하얀 사막 (2). >

    3.

    즐거운 축제를 즐기는 이들은 언제나 생각한다.

    부디 이 축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그러했다.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라는 역대급 축제가 끝난 상황.

    - 새로운 필드 개막이다!

    - 또 축제다!

    그러한 상황에서 BJ대마도사는 3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축제의 개막을 알렸다.

    - 이제 다른 워즈튜브 채널은 필요 없어. 난 무조건 BJ대마도사만 본다!

    - 이제 알겠어. BJ대마도사가 솔로인 이유는 우리에게 한 편이라도 더 많은 방송을 주기 위해서였어.

    - BJ대마도사여 솔로로 영원하소서!

    축제가 끝났음에도 오히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분위기가 더 뜨거워지는 건 그런 이유였다.

    - 와, 시청자 역주행 실화?

    온도처럼 시청자 숫자가 계속 오르는 것이 그 증거였다.

    ‘미치겠네.’

    그러나 당사자인 미다스는 이 상황 앞에서 마냥 미소를 지을 수는 없었다.

    ‘정리하면 100시간 안에 하얀 사막에 몇 마리 있을지도 모르는 변종 크로커스를 전멸시키라는 건가?’

    지금 이 순간 미다스에게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가 지옥조차 웃음이 나올 정도라는 것.

    막연한 추측이 아니었다.

    도리어 근거는 넘쳤다.

    ‘하얀 사막이라니, 듣기만 해도 토 나오네.’

    일단 첫 번째, 하얀 사막이란 무대 자체가 미다스에게는 최악의 무대였다.

    새하얀 세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머는 법.

    검은 사막이 그에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상대했다면, 하얀 사막은 정반대인 셈이었다.

    하물며 그 하얀 사막 무대가 그저 조촐한 크기일 리 만무.

    최소 여의도 정도의 크기는 염두에 두어야 할 터였다.

    ‘변종 크로커스는 상상만으로도 토 나오고.’

    여기에 마주하게 될 변종 크로커스의 강함은 크로커스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괴물을 전멸시킨다?

    ‘퀘스트가 없는 플레이어들에게도 필드가 공개됐다는 건……."

    하물며 이번 하얀 사막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다.

    그건 곧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는 플레이어의 참가를 염두에 두고 퀘스트 난이도를 설정했다는 의미.

    ‘아니.’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건 보상이었다.

    ‘퀘스트 보상이 드래곤 가죽인 것에서 이미 난이도는 끝이지.’

    이번 시험을 통과하면 가르침을 받게 되며, 그 보상으로 악카투스의 가죽을 받는다는 것.

    ‘방어구 재료일 게 뻔한데, 최소 레전더리 등급일 테니까.’

    누가 보더라도 드래곤 가죽으로 만든 아이템이 평범할 리 없었다.

    당연히 퀘스트 난이도도 평범할 리 없었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

    “다들 기뻐해 주시니 좋네요. 저도 좋습니다. 역시 퀘스트는 뻥뻥 터져야 제 맛이죠.”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보다 하얀 사막에서 나온다는 변종 크로커스는 좀 셌으면 좋겠네요. 솔직히 게임이 너무 쉬워서 가끔 지루해지거든요."

    내색은커녕 오히려 허세를 부릴 지경.

    - 다른 놈이 저런 말 하면 미친놈인데, BJ대마도사가 저렇게 말하니 반박할 수가 없네.

    - 난이도 일부러 헬모드로 만들려고 솔로라는 게 진짜인 모양이네.

    ㄴ 응, 그건 아니야.

    그리고 그 허세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 무렵이었다.

    “그럼 이제 하얀 사막으로 가야 하니, 슬슬 방송 종료를 해보겠습니다. 실버야!”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 마무리를 준비했다.

    “예, 주인님."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릴 준비해야지. 새로운 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방법으로.

    동시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라이브 끝나고 사장님하고 미팅 좀 해야겠다.’

    다음 퀘스트를 하기 위한 준비를.

    4.

    - 실버가 인사드립니다.

    - 안녕히 가십시오.

    이제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지게 된 실버의 인사말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화면 위로 블루불 로고와 광고 한 편이 올라갔다.

    약 5초짜리 짤막한 광고.

    “어우.”

    그 광고가 끝난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끝내주는 날이었어.”

    “끝내주긴 했는데, 지친다, 지쳐.”

    그러한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만했다.

    본래 오늘 라이브 방송 주제는 중대 발표, 누가 보더라도 올스타팀에 가입하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도 그에 맞춰 준비를 했다.

    “여기서 설마 드래곤 레이드가 나올 줄이야.”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갑자기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 그것도 솔로 레이드로 진행됐다.

    그것도 그냥 솔로 레이드가 아니었다.

    “거기에 신 스킬 나오고.”

    “5백 미터짜리 포격도 나왔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방식의 레이드.

    “카메라 각도 잡느라 죽는 줄 알았어.”

    “아무렴, 처음 보는 각도만 나오더라.”

    그것을 실시간으로 편집해야 하는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심지어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것도 그런데 조만간 또 라이브 방송 준비해야지. 그래서 지금 커뮤니티 반응 어때?”

    “어떻긴, 터졌지. 지금 벌써 워즈튜브에 하얀 사막 검색하면 뜨는 방송만 3천 개가 넘어.”

    “미쳤네.”

    이야기가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상황.

    여러모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잘 나가니까 됐잖아?”

    “하긴, 이 정도로 뻥뻥 터지는 방송은 아마 워즈튜브에서 우리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나쁜 건 아니었다.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 뭐하지? 라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

    지친 기색 속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허나, 박영준은 달랐다.

    ‘썩 좋은 상황은 아니군.’

    그의 눈에는 작금의 판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독이 잔뜩 오른 올스타팀이 이 건수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

    사실 오늘 일을 기점으로 BJ대마도사는 올스타팀과의 모든 것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그럴 만한 건수였다.

    검은 사막에서 보스 몬스터인 더블 헤드 드래곤을 잡았는데 다른 이벤트를 할 건수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갑자기 사막에서 새로운 돌발 이벤트가 발생한 상황.

    ‘하물며 하얀 사막에서 변종 크로커스를 사냥하는 게 BJ대마도사의 다음 퀘스트라면…… 방해하기 이보다 좋은 건 없겠지. 분명 변종 크로커스 일정 숫자를 사냥하는 게 과제일 테니까.’

    더욱이 이번 이벤트는 올스타팀이 당장 참가해도 딱히 막을 명분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난입에 시청자들은 열광할 터.

    해서 박영준은 확신했다.

    이 건수를 가지고 올스타팀 쪽에서 딜을 제시하라는 것을.

    ‘협상 테이블이 협박 테이블로 바뀌겠군.’

    그것도 매우 일방적인 딜을.

    “저기 사장님, 빅패밀리 길드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5.

    붉은 나무.

    그 나무 중심으로 모여든 99명의 플레이어들, 올스타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때 한 명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우."

    접속하자마자 짧게 숨을 고르는 이는 고드.

    그가 등장하는 순간 곧바로 99명의 플레이어들이 그를 바라보았고, 그중 한 명인 소서가 말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좋을 건 없었지.”

    그 대답에 좌중의 분위기가 더 딱딱하게 변했다.

    “그렇잖아? 우리가 일방적으로 협박하는 자리인데, 좋은 분위기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라도 갑자기 100명이나 되는 괴물들로 구성된 팀이 순순히 우리가 원하는 요구에 응하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라고 말하면 표정이 썩을 텐데.”

    “그럼?”

    “그래, 통보했어. BJ대마도사가 우리 쪽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하얀 사막에서 게임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이윽고 설명이 끝나는 순간 올스타팀의 딱딱했던 분위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됐다! 이제 한 번 해보자!”

    “그냥 가서 깽판 한 번 쳐보죠!”

    “협상은 무슨, 그냥 때려 부습시다!”

    종국에는 격하게 폭발했다.

    마땅한 폭발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BJ대마도사가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를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올스타팀의 사기는 바닥을 찍다 못해 땅굴을 팔 정도로 내려가 있었으니까.

    아니, 땅굴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올스타팀이란 이름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본래 길드로 돌아가면 뭘하지?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순간.

    “다들 진정하라고, 기회잖아?”

    그런 상황에서 기회가 왔다.

    “BJ대마도사와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를 그냥 홧김에 날릴 순 없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기회가.

    더욱이 그냥 기회가 아니었다.

    “됐고, 그래서 대답은? 협박을 했으면 표정이 좋든 안 좋든 뭐라고 대답은 했을 거 아니야?”

    소서의 말처럼 고드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협박을 했다.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올스타팀을 끌고 가서 BJ대마도사의 퀘스트 진행을 방해하겠다고.

    “당장 대답은 힘들고, 일단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대.”

    그에 대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대답은 시간을 달라.

    “시간 끌기로군. 설마 이번에도 놈들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퍼주다가 엿으로 바꿀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이미 그런 식으로 시간을 줬다가 큰 코가 그냥 사라져버린 올스타팀은 그 대답을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해서 고드는 말했다.

    “12시간 줬어.”

    시간은 주겠다.

    “12시간 후에 대답이 없으면 그냥 협상은 없던 걸로 하기로.”

    그러나 그 이상의 시간은 주지 않겠다.

    “그 후에는 올스타팀 멤버 전부를 이끌고 하얀 사막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모든 변종 크로커스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그 후에는 전쟁뿐이다.

    그 발언을 들은 올스타팀 멤버들의 기세가 다시 한 번 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그건 의지의 표현이었다.

    협상 조건을 내걸었으나, 이미 올스타팀은 협상이 아닌 전쟁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의지의 표현.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 조건을 안 들어줬을 때 이야기이고 평화롭게 가는 게 최선이지. 안 그래?”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그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이 내가 보기엔 별로 높진 않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올스타팀에서 내건 협상 조건은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그런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지.”

    6.

    “아니, 잠깐만요.”

    라이브 방송 종료 이후 잡힌 미팅.

    “그러니까 올스타팀에서 정말 이렇게 제안을 했다고요?”

    그 미팅에서 미다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채팅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 와튼 : 하얀 사막과 관련해서 올스타팀이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 와튼 : 협업 조건은 BJ대마도사가 올스타팀에 가입할 것, 가입하면서 99명의 플레이어들에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하나씩 선물 해줄 것.

    그 내용을 본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올스타팀이라서 좋게 봤는데…….'

    처음에 올스타팀과 협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

    그 막강한 전력과 같이 퀘스트를 진행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을 테니까.

    조건이 있다고 했을 때도 까짓것 얼마든지 들어주겠다고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미친 건가?’

    하지만 그 조건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부자라고 착각해서 그런 건가?’

    현재 세간에 BJ대마도사는 아즈모나 구스타프에 버금가는 대부호로 기정사실화된 상태.

    그런 BJ대마도사에게 레전더리 아이템 1백 개를 선물할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더욱이 여기서 말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에 레벨 제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까짓것 낮은 레벨의 아이템을 줘도 무방하다는 것.

    ‘아니, 그래도 수십억이 넘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나도 과한 제안이었다.

    ‘지금 내 아이템 다 처분해야 가능하고.’

    결정적으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인간들 아이템은 누가 맞춰주는 겁니까?”

    - 와튼 : 그 경우 금액은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준비하겠습니다.

    “비용이 장난이 아닐 텐데요?”

    - 와튼 : 이런 부분을 처리하는 게 우리 역할이죠.

    미다스가 아니라면 결국 라이징 스타 채널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으니까.

    ‘이건 아니야.’

    해서 미다스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올스타팀에 제가 레전더리 템 세트를 받고 들어가는 거면 모를까, 내 돈 내고 들어가는 쪽팔린 짓은 할 수 없죠."

    이 제안은 무시하자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올스타팀 하는 짓이 좀 그렇네요.”

    이쯤 되자 미다스는 괘씸해졌다.

    “언제부터 우리랑 아는 사이였다고.”

    ‘하긴, 1티어급 길드 새끼들이 그러면 그렇지. 그 콧대 높은 애들이 고개 숙이는 게 이상한 거지.’

    어차피 파투가 난 거 호박씨 나 까자고.

    “올스타팀 따윈 무시합시다. 애초에 걔네들하고 뭘 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요. 아시죠? 제가 걔네들 때문에 서둘러서 더블 헤드 드래곤 잡은 거.”

    - 와튼 : 예, 알고 있습니다.

    “여하튼 누구 때문에 그 개고생을 했는데, 거기다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다른 곳하고 이야기합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혼자서 필드로 갈 수는 없는 일.

    - 와튼 : 다른 곳이요?

    “예. 그냥 모두에게 광고를 하죠.”

    해서 미다스는 준비했던 또 다른 계획을 꺼냈다.

    “하얀 사막에서 변종 크로커스 가장 많이 잡은 길드한테 상금을 주는 겁니다. 제 이름으로요.”

    ‘이렇게 하면 몇 명이라도 하얀 사막에 크로커스를 잡으러 와주겠지.’

    현상금을 걸어서 사람을 모집하는 방식, 가장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을 쓰자고.

    그 방식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맙소사.

    - 와튼 : 역시 BJ대마도사님은 대단하시군요. 거기까지 판을 그리실 줄이야.

    이어진 극찬에 미다스가 말했다.

    “에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인데요.”

    ‘역시 사장님, 사람 기분 좋게 해주는 법을 아신다니까.’

    물론 그게 진심이 아니라 그저 사장님이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라는 걸 잊지 않았다.

    - 와튼 : 바로 시행하죠.

    - 와튼 : 그래서 날짜는 언제입니까?

    그때 나온 물음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금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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