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화. < 120화. 드래곤 슬레이어 (1). >
1.
흔히 말한다, 센놈하고는 괜히 붙지 말라고.
갓워즈의 라이브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보더라도 시청자 숫자가 터지다 못해 폭발할 것 같은 라이브 방송이 예고됐을 때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는 없었다.
어비스 길드나 아즈모가 라이브 방송을 할 때 다른 이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일명 블랙아웃 현상.
BJ대마도사가 중대 발표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있을 때 역시 블랙아웃 현상이 일어났다.
1티어급 길드들 대부분은 라이브 방송을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단 한 곳, 올스타팀을 제외하면.
“다들 라이브 방송 준비해!”
올스타팀의 경우에는 오히려 BJ대마도사의 중대 발표 라이브 방송에 맞춰 본인들도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다.
이상할 건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올스타팀에 가입한다는 발표하면, 바로 라이브 들어갈 거니까! 빨리빨리 준비해!”
“서둘러! 언제 들어갈지 몰라!”
그 누구보다 BJ대마도사의 중대 발표를 기다리던 이들이 바로 올스타팀이었으니까.
“제대로 맞이해줘야지!”
그것도 그냥 기다리는 정도가 아니라, 신랑이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기다림.
“다들 아이템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것들 치장하고, 그림 좋게 줄 좀 잘 꾸며봐!”
“거기 탱커들! 거대화 쓰고 뒤로 좀 이동하라고!”
“신수 가진 사람들은 신수 좀 앞으로 가지고 와!”
“인터뷰 준비한 애들은 클로즈업했을 때 인터뷰 하는 거 잊지 마! 머뭇거리면 웃음거리 된다!”
당연히 BJ대마도사를 맞이함에 있어 어느 때보다 화려한 구색을 갖추었다.
“BJ대마도사 중대 발표 라이브 방송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BJ대마도사의 멘트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올스타팀의 멤버들, 1백 명의 플레이어들은 어느 때보다 들 떠 있었다.
“드디어 BJ대마도사가 우리 팀에 들어오는구나. 진짜 끝내주겠네.”
“난 BJ대마도사가 가진 이지스의 방패 효과 받고 마법 포격 속에서 한 번 싸우는 게 꿈이었어.”
“난 그냥 럭키님 한 번 제대로 껴안아 보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힐링될 것 같아.”
“난 오는 순간 어떻게든 허락 받아서 골드 몸에 탈 거야.”
“난 실버.”
“난 잭팟 ”
“난 BJ대마도사. 응? 왜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날 봐?”
1백 명 모두 이름값이 남달랐지만, 그런 그들 입장에서도 BJ대마도사는 별들의 별이었으니까.
“딴 것보다 제대로 각 잡고 레벨업해서 어비스 길드랑 싸워봐야지. 그게 제일 중요해.”
“그래, BJ대마도사만 들어오면 진짜 해볼 만하지.”
물론 그 무엇보다 올스타팀을 설레게 하는 건 이 갓워즈란 게임의 정점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게임에 인생 바쳤으면 지존 한 번 노려봐야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이 게임에 모든 것을 쏟은 이들에게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멘트 나온다!”
그렇기에 이어진 동료의 실시간 속보에 모두들 숨을 죽였고, 사방에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채팅창을 통해 받은 속보를 전달하던 동료가 고개를 갸웃했을 때 고요함은 더 짙어졌다.
“자, 잠깐. 잠깐 뭔가 이상한데?”
그 순간 속보를 전달해주던 동료가 당혹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우, 우리 팀 안 들어오려는 모양인데?”
“뭐야?”
“그게 무슨 소리야?”
“중대 발표라며?”
그러자 곧바로 곳곳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때 한 명이 질문했다.
“아니, BJ대마도사가 어디서 뭘 하기에 그런 개소리가 나오는 거야?”
그 질문에 마치 대답을 하듯 속보를 전달받던 또 다른 한 명이 소리를 내질렀다.
“BJ대마도사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한다!”
그 순간 더 이상 질문을 내뱉는 이조차 없었다.
모두가 그저 말없이 있을 뿐.
2.
- BJ대마도사가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한다!
중대 발표가 공개되는 순간 그 소식을 들은 이들은 앞다투어 자신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나 SNS에 그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이들은 똑같이 답했다.
- 지금 나도 보고 있거든?
- 응, 나도 알아.
- 그런 거 일일이 중계하지 마, 다 보고 있다고!
이미 보고 있으니까 괜한 소리하지 말라고.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그런 수준이었다.
굳이 그 내용을 실시간 속보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에 전달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만큼 세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방송.
당연히 그 이목들 중에는 멀린과 엠마의 것도 있었다.
“맙소사.”
그렇게 모든 이목을 방송에 집중하고 있던 멀린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토해내더니 이내 그 토해낸 입을 양손으로 막았다.
그 후로 말은 없었다.
말없이 가만히 눈알을 굴릴 뿐.
엠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 라이브 방송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 사나운 표정이 그녀가 어느 때보다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말도 안 돼.’
평소의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그만큼 놀랄 만한 일이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퀘스트를?’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획득 퀘스트 방법을 최초로 발견한 건 어비스 길드이며, 이것을 아는 이는 어비스 길드를 제외하면 대가를 지불하고 정보를 사간 소드 길드가 유일했다.
‘올스타팀은…… 아니야.’
최근 올스타팀에 정보를 주긴 했으나 그들을 통해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었다.
‘거기서 유출됐으면 저렇게 빨리 진행할 수가 없어.’
BJ대마도사는 지금 드래곤 슬레이어 퀘스트의 가장 마지막인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만을 앞둔 상황, 그렇다는 건 올스타팀이 조직되기 전부터 퀘스트를 알고 진행했다는 의미이니까.
그럼 남은 건 소드 길드와 어비스 길드 뿐.
둘 중 한 곳에서 BJ대마도사쪽으로 정보가 샜고, 그 정보를 토대로 BJ대마도사 쪽이 사전에 미리 작업을 해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든 최악이야.’
유출된 곳이 어느 쪽이든 간에 엠마 입장에서는 최악이었다.
소드 길드로부터 유출된 거라면 소드 길드와 BJ대마도사가 완벽한 동맹을 맺었다는 의미.
반대로 어비스 길드로부터 유출됐다면, 지금 어비스 길드 간부들 중 누군가가 BJ대마도사와 손을 잡았다는 의미였으니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때 멀린이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확인해보니까 더블 헤드 드래곤 리젠까지는 아직 40시간이 더 남았어.”
이어진 멀린의 말에 엠마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고, 그 시선을 받은 멀린이 마저 말을 마무리했다.
“당장 잡고 싶어도 못 잡아. 그러니까 그전에 올스타팀에게 연락을 하는 거야.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 레이스를 요구하라고. 거부하면 배틀이라도 들어가라고.”
그제야 엠마가 사나운 표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바로 행동에 나설 준비를 했다.
멀린의 말처럼 지금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 자, 그럼 더블 헤드 드래곤을 소환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속 BJ대마도사가 그 말과 함께 손에 든 칼 한 자루를 그대로 용의 석상에 찔러 넣었다.
그 사실에 둘은 고개를 갸웃했다.
‘봉인된 검으로 석상을 왜?’
‘저게 무슨 의미지?’
그들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퀘스트를 진행할 당시에 저런 퍼포먼스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둘에게는 의문을 품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이내 들을 수 있었으니까.
- 크르르르!
- 크르르르!
두 줄기의 흉포한 울음 소리, 더블 헤드 드래곤 특유의 울음소리를.
3.
크르르르!
크르르르!
마치 메아리마냥 겹쳐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와 함께 검은 사막 위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드리운 그림자의 몸길이는 무려 70미터에 이르렀으며, 그 몸뚱이를 띄우기 위해 활짝 펼친 두 날개의 길이 역시 합쳐서 50미터를 가뿐히 넘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몸뚱이 끝에 달린 두 개의 머리였다.
더블 헤드 드래곤.
- 으어어으어으어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은 사막의 우두머리였던 놈을 보는 순간 시청자들은 채팅창 위로 말이 아닌 그저 문자들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보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라포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뭐야, 이거? 얘가 왜 여기서 이렇게 나와?]
[구스타프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더블 헤드 드래곤 리젠 시간 아닐 텐데?]
거물들조차 너무 놀란 나머지 급하게 후원채팅을 할 정도.
[사사키 코지로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 얻을 땐 이런 거 없었는데?]
특히 누구보다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검객의 발언에 시청자들의 혼란은 더더욱 지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 검객도 모른다? 그럼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는 거네?
- 대체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는 또 무슨 마법을 쓴 거야?
- 30살까지 솔로로 살면 대마도사가 된다는데, BJ대마도사 의미가 그런 거였나?
아무래도 이번 상황 자체도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인 모양.
즉, 이제까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쿵!
하늘을 비상하던 더블 헤드 드래곤이 사막 위에 착지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두 마리의 드래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주인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주인님의 제물이 되어라!”
본 드래곤 골드와 키메라 드래곤 실버, 그 둘이 더블 헤드 드래곤을 가로막자 더블 헤드 드래곤의 두 목이 좌우로 갈라지며 기형적인 1대1의 구도를 만들었다.
- 드래곤 대 드래곤이다!
- 드래곤 매치다!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광경.
- 그래, 역시 BJ대마도사는 솔로지!
-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다!
- 올스타팀에 가입해서 썸 타는 것 따윈 하늘이 용납할 수 없지!
이제 펼쳐질 역사적인 광경 앞에서 시청자들은 이제 혼란 대신 열광을 토해냈다.
물론 당사자인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진짜 괴물이네.’
그에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역사적인 광경이 아니라 아주 등골이 오싹한 광경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더블 헤드 드래곤은 이미 무수히 많은 길드들, 그것도 그냥 길드가 아닌 나름 최정상에 오른 길드들을 물 먹이다 못해 엿을 먹인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더블 헤드 드래곤(Lv.365)]
!10분마다 드래곤 브레스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비늘’ 스킬 발동
!HP가 3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분노’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비상’ 스킬 발동
하물며 미다스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고 있었다.
‘혼자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가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더블 헤드 드래곤은 강력한 몬스터였다.
특히 용의 비늘 스킬이 발동했을 때의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차고 넘칠 만큼의 화력 없이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감히 잡을 수 없는 수준.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이 자리에 섰다는 건 그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다는 이유였다.
‘파어웨이 아니었으면.’
그리고 그 자신감의 근원은 파어웨이였다.
이미 크로커스를 상대로 검증은 끝날 만큼 끝난 상태였다.
‘저 놈이 덩치가 크지 않았다면.’
더욱이 지금 마주한 더블 헤드 드래곤의 경우에는 크로커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300미터가 아니라 400미터 이상, 500미터 거리에서도 충분히 거대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건 곧 더 강력한 데미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
‘그랬다면 여기 안 왔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계산을 마치고, 승산을 가늠한 미다스가 이내 소리쳤다.
“이지스의 방패!”
가장 먼저 사용한 건 당연히 이지스의 방패!
“럭키, 골드, 실버에게 적용!”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에게 이지스의 방패 효과를 적용했다.
“럭키, 골드, 실버 거대화!”
그다음으로 사용한 건 거대화였다.
크-왕!
“주인님을 위하여!”
“위하여!”
세 마리의 괴물들, 특히 골드와 실버를 거대화 스킬을 통해 더블 헤드 드래곤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 드디어 시작이다!
- 괴수대전이다!
- 목 두 개 달린 드래곤! 거대 늑대! 평생 솔로! 이런 괴물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었다고!
단숨에 커진 스케일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환호성과 후원금을 내지르는 사이, 미다스는 제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을 향해 소리쳤다.
“잭팟, 수호자 모드!”
“주인, 오브를 내놔라. 빨리.”
그러자 곧바로 수호자 모드로 변한 잭팟을 향해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이지스의 오브를 건네줬다.
“오리온의 노래다!”
“알았다."
그리고 곧바로 잭팟에게 오리온의 노래를 시켰고, 그 노래가 단숨에 모든 파티원에게 적용됐다.
최소한의 전투를 위한 준비가 되는 순간.
크르르르!
크르르르!
그 순간 더블 헤드 드래곤 역시 이제는 눈싸움을 끝내고 싸움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더블 헤드 드래곤이 모래 위를 두드리며 골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와라, 이 빌어먹을 도마뱀아! 네놈의 목을 물어뜯어 주인님에 대한 내 충성을 증명하겠다!”
그 더블 헤드 드래곤의 모습에 골드는 망설임 없이 본인도 질주하며 소리쳤다.
크-왕!
“선배님, 제가 옆을 노리겠습니다!”
그렇게 골드가 표적을 자처하는 사이, 럭키와 실버는 좌우로 갈라지며 더블 헤드 드래곤의 측면을 노렸다.
- 와, 호흡 봐.
그 호흡에 시청자들은 감탄과 동시에 기대를 했다.
- 이제 BJ대마도사 차례야!
이제는 BJ대마도사가 활약하리란 기대를.
“좋아, 얘들아!”
그때 미다스가 소리를 내질렀고, 그 외침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기다렸다는 듯이 BJ대마도사를 클로즈업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응?
- 뭐야?
갑자기 전력 질주를 하며 전장에서 벗어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물론 그건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파어웨이 거리를 확보한다.’
파어웨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제는 4백 미터, 그 이상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당연한 행동.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의 눈에 그 모습은 오로지 단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될 뿐이었다.
- BJ대마도사 튄다!
BJ대마도사가 도망친다고.
- 골드님, 원딜 튀어요!
- BJ탈주도사다!
- 솔로가 탈출한다!
그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