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79화 (379/485)

379화.  < 119화. 형이 왜 거기서 나와? (1). >

1.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은 예고 없이 갑자기 터지는 법.

그 발표 역시 그러했다.

- 반갑습니다. 개인 라이브 방송 켜는 건 오랜만이네요.

빅패밀리 길드의 보스, 고드는 개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예고 하나 없이 갑작스레 발표를 했다.

- 현재 우리 1티어급 올스타팀은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퀘스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여기 이거 보이시죠? 이 붉은 나무와 대화를 하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죠.

- 물론 보시다시피 아직 붉은 나무와 대화는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1티어급 올스타팀을 구축했고,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기 위한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 그래서 말인데 BJ대마도사님에게 제안합니다. 붉은 나무와의 대화 권리를 놓고 한 번 싸워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이 붉은 나무를 상품으로 걸고 BJ대마도사, 당신과 한 번 싸워보고 싶다.

당연히 그 발언에 세상은 놀랐다.

- 1티어급 길드가 올스타팀을 만들었다고?

- 어? 저 뒤에 멤버 저거 진짜야?

- 원거리 딜러는 위자드 길드 판타스틱4고, 탱커는 포워드 길드 정예들이라고?

- 조합 미쳤네, 이 정도면 올스타팀이 아니라 그냥 10대 길드도 이길 수 있을 듯?

당장 1티어급 올스타팀 조합에 놀랐다.

- 것도 그런데 이 멤버로 BJ대마도사랑 싸운다고? 이거 뭐 제대로 승부가 되긴 하겠어?

ㄴ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위자드 길드 판타스틱4 전력 다 합친 것하고 비슷한 정도잖아?

ㄴ 그렇지. 골드와 실버, 럭키가 대단하다고 해도 포워드 길드 탱커랑 비슷한 수준이고.

그 멤버가 너무 화려한 탓에 BJ대마도사의 승부는 도리어 기대가 되지 않을 지경.

해서 만약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사건으로 끝났을 일이었다.

- 물론 세상 일이란 게 싸우는 게 능사는 아닌 법이죠. BJ대마도사님이 원하신다면 같이 공략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올스타팀이고, BJ대마도사님은 슈퍼스타이니까요.

그러나 고드가 추가 발언을 덧붙이는 순간, 이번 사건은 대사건이 되어버렸다.

- 지금 이게 뭔소리야? 그러니까 1티어급 올스타팀에 BJ대마도사가 들어간다, 이건가?

ㄴ 들어가는 건 아니지. 그냥 제안을 했을 뿐이잖아?

ㄴ 하지만 이쯤 되면 들어가야지. 안 들어갈 이유가 없잖아? 안 들어가면 싸우는 건데?

ㄴ 저 멤버에 BJ대마도사 들어간다고?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이 삽시간에 이 대사건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가득 찰 정도.

어느 한국의 자그마한 캡슐방도 마찬가지였다.

“와, 일이 이렇게 흘러가네.”

“진짜 이번 판은 한 치 앞이 예상이 안 된다, 안 돼. 혁주야, 넌 지금 들은 소식 없어?”

“예?”

“뭐 들은 정보 없냐고.”

“그게 그러니까…… 어, 없어요.”

오죽하면 카운터에서 휴게실로 오는 거리, 일곱 걸음 만에 그럴싸한 루머를 만들던 이혁주조차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힐 정도.

그 정도로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보다 이거 어떻게 될까? 싸울까? 싸우면 이거 진짜 말도 안 되는 전쟁 나올 것 같은데?”

“에이, 싸움이 되겠어? 딱 봐도 손잡을 각이지. 그렇잖아? 올스타팀에 BJ대마도사가 들어가면 10대 길드를 뛰어넘는 팀이 만들어지는 건데. 오히려 이거 BJ대마도사랑 사전에 약속한 걸지도 몰라.”

“하긴, 그렇네.”

“그래도 모르지, 싸울지도.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손 내민 길드 손을 잡아준 적이 없잖아?”

“싸우면 그것도 나름 빅 이벤트지.”

어떤 선택이 나오든 간에 여러모로 세상을 뒤흔들 수밖에 없을 만큼 파격적인 사건.

“현우야, 넌 어때? 응? 현우 어디 갔어? 방금 전까지 여기 있지 않았어?”

“그러네? 어디 갔지?”

그게 이유였다.

“아, 걔 화장실 갔어. 바지에 똥 싼 듯한 표정을 하고. 화장실에서 신음 소리 들리더라."

“폭풍설사가 온 모양이네.”

정현우가 황급히 화장실로 간 이유.

‘아, 미치겠다.’

그리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이를 꽉 물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이유.

‘왜 일이 이렇게 되는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이 엄청난 대사건에 대해서 정현우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퀘스트 천천히 하는 건데…….'

이미 그는 붉은 나무를 지나, 신전 파괴 퀘스트를 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붉은 나무를 두고 올스타팀과 싸운다?

있을 수 없는 일.

당연히 그들과 함께 퀘스트를 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즉, 싸우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

“아……."

세상이 생일인 사람을 앞에 두고 거대한 케이크와 함께 선물을 고르라고 하는데, 내 생일 아니라고 말하는 격이었다.

‘사장님한테 당장 설명해야 해.’

당연히 이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알려야 했다.

만약 라이징 스타 채널이 영문도 모른 채 올스타팀의 제안에 대답을 해버리면 지금 상황은 우스울 정도로 골치 아픈 상황이 일어날 테니까.

‘뭐라고 말하지?’

그러나 막상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정현우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유를 말씀드려야 하는데…… 아니지, 이유도 이윤데, 변명거리는 어떻게 하지?’

더 골치 아픈 건 그다음이었다.

올스타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치자.

거기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일.

최소한 거절을 한 이유를, 그것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보여줘야만 했다.

‘어쩔 수 없어.’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뜬 답은 하나였다.

‘빨리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만드는 수밖에.’

최단 시간 내에 퀘스트를 마치고, 모두의 눈앞에 세 번째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보여주는 것.

적어도 그 정도 결과는 보여줘야지 모두가 나름 이해는 해줄 수 있을 터였다.

‘젠장,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정현우가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변기에서 일어났다.

2.

1티어급 올스타팀이 던진 거대한 폭탄, 그 폭탄이 어느 곳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곳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그 폭탄이 터지는 순간 직원들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너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숨을 죽이듯이, 서로 눈치를 보며 상황을 살필 뿐.

“사장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개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박영준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긴, BJ대마도사의 답변을 기다려야지."

타당한 대답.

“아......."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저 탄식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BJ대마도사가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여러모로 많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박영준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싸우면 패배자가 되고, 손을 잡으면 더 이상의 솔로 플레이는 불가능해진다.’

올스타팀이 제안한 선택지 중 어느 것을 고르더라도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었다.

“저기 혹시 손을 잡으려고 할까요?”

그때 직원 한 명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손을 잡아?”

“손을 잡아서 나쁠 건 없잖아요? 올스타팀에 들어가면 퀘스트도 쉬어지고, 정말 한 팀이 된다면 10대 길드는 물론 어비스 길드에 비할 수 있는 세력이 될 텐데……."

그 질문에 다른 직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렇게 되면 호재 아닌가?’

‘BJ대마도사가 솔로 선언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솔로도 한계가 있지. 검은 사막은 물론 다음 사냥터는 어떻게 하려고?’

‘이제는 10대 길드랑 싸워야 하는데 세력을 갖춰야지.’

‘영원한 솔로는 없는 법이지.’

싸워서 패배한 개가 되는 것보단 손을 잡고 정상을 노릴 늑대가 되는 게 훨씬 나은 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거야말로 최악이지.’

허나, 박영준의 생각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누가 보더라도 정보를 준 건 어비스 길드.’

분명 정황을 봤을 때 올스타팀에게 정보를 준 건 어비스 길드임이 분명했다.

‘정보를 준 목적이야 뻔하고.’

그리고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으라는 조건으로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표면상으로는 올스타팀이 어비스 길드를 배신한 꼴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올스타팀의 이 행위는 어비스 길드에 대한 배신 행위일 터.

‘어비스 길드가 그런 경우의 수를 모를 리 없지.’

그러나 박영준이 아는 어비스 길드는 그런 식의 경우의 수를 남겨둘 만한 곳이 아니었다.

‘빅패밀리의 고드는 절대 그런 리스크 있는 짓을 하지 않는 인간이고.’

결정적으로 올스타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고드는 그런 식으로 섣불리 정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자가 아니었다.

‘내가 봤을 때 이건 연출이다.’

그런 사실을 종합한다면, 오히려 이 상황은 어비스 길드와 빅패밀리 길드가 합의한 작전일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올스타팀에 들어오는 순간, BJ대마도사를 올스타팀의 규율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들기 위한 연출.’

BJ대마도사라는 종잡을 수 없는 괴물의 목에 목줄을 달기 위한 작전.

그래서 박영준은 이 선택지를 최악으로 보고 있었다.

패배하면 그냥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될 일이지만, 올스타팀에 들어가는 건 그런 기회조차 박탈 당하는 일이 될 테니까.

‘내가 BJ대마도사라면 둘 다 선택 안 한다.’

때문에 박영준이 생각하기에는 차라리 그냥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포기하는 게 현명했다.

똥맛 카레와 카레맛 똥, 둘 중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보단 둘 다 거르는 게 현명한 법이듯이.

그때 박영준이 보던 모니터에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알림창 하나가 등장했다.

‘BJ대마도사다.’

발신자를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표정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꾼 채 키보드 위의 F10키를 한 번 깊게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창이 떴다.

[보안상태입니다.]

자신이 고용한 보안 담당자의 메시지, 그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박영준은 이메일 함을 열었다.

직원들 몰래.

그리고 확인한 내용은 간단했다.

[올스타팀의 제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역시나.’

박영준의 예상대로 BJ대마도사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이미 전 붉은 나무 다음 퀘스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응?’

그러나 이어진 내용은 박영준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잠깐만. 그러니까 다음 퀘스트 진행 중이라고? 이미 앞서서 가있다는 거야? 대체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니, 그게 아니야.’

때문에 박영준은 굳이 이 내용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쓰고자 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사실이란 거다.’

이해를 하든 말든 박영준만큼은 BJ대마도사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는 것.

[해서 올스타팀과의 이야기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잘 처리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박영준에게 BJ대마도사가 뒤처리를 맡겼다는 것.

‘지금 이 판에서 나보고 마음대로 하라는 건가?’

박영준이 해야 할 고민은 그거면 충분했다.

‘진짜 끝내주는 판을 만들어주시는군.’

그 사실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은 박영준이 잽싸게 이메일을 삭제했다.

“자자, 집중.”

그 후에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그 말에 모두의 이목이 모였고, 그 이목 속에서 박영준이 매우 험악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현재 상황을 파악했고,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영준의 그 말에 모두가 생각했다.

‘선택지를 고를 생각이구나.’

‘하긴, 둘 중 하나는 골라야지.’

BJ대마도사가 결국 둘 중 하나를 고르리란 것을.

그러한 고민도 오래 가진 않았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조를 봤을 때는 올스타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우리 쪽에 올스타팀에 대한 정보와 교섭을 요청했으니까.”

이어진 말은 사실상 선택지가 무엇인지 확실해졌으니까.

‘올스타팀에 들어가는구나.’

모두가 BJ대마도사의 선택이 무엇인지 가늠했고, 그런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참고로 이건 극비다. 아직 정확한 사실도 아닐뿐더러, 절대 외부 유출을 해서는 안 돼. 만약 유출되면 계약서상에 넣은 비밀유지조항에 걸리는 거야. 알았지? 절대 유출해서는 안 돼.”

그 경고에 부하 직원들 모두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고, 그 모습에 박영준은 확신했다.

‘10분 후에 어비스 길드랑 올스타팀에 이 소식이 들어가겠군.’

필시 정보가 유출되리라고.

그를 통해 박영준이 노리는 건 간단했다.

‘BJ대마도사가 퀘스트를 마칠 시간만 끌면 우리가 이긴다.’

시간벌이.

‘아주 재미있는 판이 되겠어.’

그것을 떠올린 박영준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3.

“라이징 스타 채널 쪽에서 정보가 왔어요. BJ대마도사가 올스타팀에 들어갈 의향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첨부로 외부 유출이 안 되는 극비라고 하면서.”

엠마의 그 말에 멀린이 웃으며 말했다.

“극비라는 걸 덧붙이는 주제에 직원들이 다 듣는 곳에서 말했다는 건 우리 들으라고 한 소리라는 건데…… 역시 BJ대마도사다워. 바로 우리 속셈을 눈치챈 것 같아.”

말을 하던 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일이 우리랑 합의 하에 이루어졌다는 걸.”

그 말에 엠마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멀린의 말처럼 이번에 올스타팀의 선언, 좀 더 정확히는 빅 패밀리 길드의 행보는 어비스 길드와 합의한 수준을 넘어서 어비스 길드가 요청했던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보를 흘리는 건…… 무슨 의미이지?”

“우리 쪽에게 나쁘지 않다는 의미죠.”

“나쁘지 않다고?”

엠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의도를 파악했다는 가정 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무시하는 거예요. 굳이 싸울 필요도, 손을 잡을 필요도 없죠.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는 그 대신 시간을 끌고 있어요.”

이어진 설명에 멀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퀘스트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한 부분이었던 모양이군.”

“그렇죠.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한 거죠. 선택을 피할 수 없다면 미루는 게 그나마 차선이니까.”

“그럼 그냥 그걸 두고 볼 생각이야?”

그 질문에 엠마는 대답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든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을 수밖에 없을 분위기를 연출해야죠. 크게 가자고요.”

“크게?”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은 팀에게는 우리와 언제든 원하는 방식으로 한 번 대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하는 거죠.”

어비스 길드를 향한 도전권.

그 단어를 들은 멀린이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기뻐할 만한 기회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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