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화. < 117화. 검은 사막 (2). >
5.
[알가마스의 의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알가마스와 만나 그로부터 의뢰를 받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붉은 나무’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윽고 그 무언가가 정체를 드러냈다.
“여기 있었군.”
NPC알가마스, 그의 등장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일부러 지은 채 말했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물론 연기였다.
이미 진작부터 NPC알가마스가 오리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괜히 나대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일.
“용의 뼈를 전부 모았군.”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레 진행됐다.
“솔직히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말에 미다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난이도가 지랄 맞은 퀘스트란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데 그런 걸 줘? 경고도 없이?’
그걸 아는 인간이 그런 퀘스트를 줬냐고.
물론 그런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절 찾아오신 겁니까?”
“본 드래곤을 잡는 것을 봤다. 그렇기에 그 드래곤을 죽인 게 누구인지 알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된다.”
그 순간 미다스는 어렴풋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드래곤을 죽인 자? 혹시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NPC알가마스와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대박이다!’
여러모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빅 이벤트에 미다스가 태도를 바꾸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알 자격이 충분하다 했지, 알려주겠다고는 안 했다.”
“예?”
그때 나온 NPC알가마스의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상황을 이해한 듯 표정을 구겼다.
물론 NPC알가마스는 그에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거래를 하지. 내 의뢰를 들어주면 그 용, 악카투스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그 대답에 미다스가 표정을 더 구겼다.
‘거, 알가마스 형, 장난질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퀘스트 내용을 보고 짐작은 했으나, 막상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 만무.
“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도. 그리고 그의 무덤에 그의 유물이 있을 것이다.”
‘유물!’
그러나 이어진 설명 속에 나온 유물이란 단어에 미다스가 표정을 폈다.
“엄청난 것이지.”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표정을 펼 수 있을 만큼 활짝 펴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들어드리면 됩니까?”
그 말에 NPC알가마스가 손에 든 편지를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거대 무덤을 지나면 나오는 검은 사막, 그곳에서 붉은 나무를 찾아가 이 편지를 전달해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창이 눈앞을 채웠다.
[붉은 나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검은 사막에 존재하는 붉은 나무를 찾아가서 편지를 전달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2개
!퀘스트 완료 시 ‘드래곤 슬레이어’ 진행 가능
그 순간 미다스가 크게 눈을 떴다.
‘뭐야? 스킬북 2개라고?’
기겁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알가마스가 말했다.
“거절하고 싶다면 거절해라. 거래를 원치 않은 자에게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보다 검은 사막은 어떤 의미에서는 본 드래곤을 잡는 것보다 힘겨운 무대이기도 하니까. 겁이 난다면 포기하도록.”
“그, 그럴 리가요!”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목숨을 바쳐 편지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향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얘들아, 검은 사막으로 가자!”
왕!
“예, 주인님! 저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나오는 동료들의 대답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얘들이랑 함께라면 그 지랄 맞은 검은 사막도 문제없지.’
그런 미다스의 얼굴에 앞으로 자신이 마주하게 될 검은 사막이란 지옥 같은 사냥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보다 이번에는 어디랑 같이 하게 되려나?’
있는 건 오직 하나, 새로운 데이트 상대에 대한 기대감뿐.
6.
- BJ대마도사 이번 라이브 방송 봤어?
ㄴ 진짜 충격적이었지. 설마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갈 줄이야.
ㄴ 좀비 매머드 놓치면서 끝나나 했는데 거기서 본 드래곤이 등장한 건 진짜 쇼킹했지.
ㄴ 등장도 등장인데 그걸 혼자 잡을 줄은 진짜 몰랐음.
ㄴ 진짜 운이 졸라 좋았다니까. 튀려고 하는데 뒤졌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세간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 것도 그런데 그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가 무승부로 끝날 줄은 진짜 예상도 못했다.
심지어 그 끝마저 전혀 예상치 못한 그 라이브 방송에 대해 세상은 거듭 놀라움을 토해냈다.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라이브 방송이 끝났을 때 모두가 물음표를 던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예상치 못한 진행에 예상치 못한 엔딩을 맞이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짐작될 리가 만무.
- 글쎄, 두 길드랑 한 번 더 붙으려나?
ㄴ 리벤지 매치해야지.
ㄴ 리벤지 매치는 무슨, 진 것도 아닌데 복수전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하물며 BJ대마도사의 다음 상대가 누가 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세간의 의문에 기름이 부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 들었어? BJ대마도사한테 1티어급 길드들이 전부 도전장을 내놓았다는 거?”
“들었지. 지금 거대 무덤이랑 검은 사막에 있는 길드들 전부가 방송에서 러브콜 보내던데.”
두 길드가 놓친 기회를 잡기 위해 1티어급 길드들이 다시 한 번 불티나는 경쟁을 시작했다.
“그냥 러브콜이면 다행이지, 대놓고 시비 거는 애들도 부지기수야. 협박도 하던데?”
“협박?”
“BJ대마도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들 방송에 안 나오면 그 비밀 터뜨린다고.”
“무슨 비밀이기에 그렇게 나오지?”
“나야 모르지. 알면 그게 비밀이겠어?”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지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
‘다들 몸이 달아올랐구나.’
듣는 정현우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다음번에는 더 크게 놀 수 있겠어.’
BJ대마도사를 향한 구애의 몸짓이 이렇게 크다면,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몸값도 오르는 셈.
‘역시 무승부가 베스트였어. 몸값이 확 올랐잖아?’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듣던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건 그 때문이었다.
“현우야, 넌 뭐 들은 거 없냐?”
“예?”
“아니, 이야기 들으면서 웃는 거 보니까 뭔가 아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알면 좀 말해줘 봐.”
그때 나온 기습적인 질문에 정현우가 입가에 지은 미소를 실소로 만들며 말했다.
“에이, 제가 BJ대마도사에 대해서 아는 게 있겠어요?”
“진짜 몰라?”
“그렇게 대단하고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어의 비밀이 쉽게 노출될 리가 없잖아요?”
이어진 설명에 휴게실 안에 있는 캡슐방 손님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리듯 말했다.
“뭐, 비밀이 있다고 하면 열애설 정도겠죠. BJ대마도사가 설마 진짜 솔로이겠습니까? 분명 엄청난 톱스타들이나 모델들하고 사권 경험이 있겠죠. 그거 가지고 협박하는 거 아닐까요?”
“아, 진짜 현우 형.”
그 순간 휴게실에 들어온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BJ대마도사 알지도 못하면서.”
그 대답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이혁주가 못을 박듯 확실하게 말했다.
“BJ대마도사한테 열애설이라는 게 말이 돼요? 차라리 내가 로또 당첨됐다는 게 말이 되겠지.”
“아무렴.”
“이건 혁주 말이 맞지.”
“현우야, BJ대마도사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
이어진 반응에 정현우가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는 것보단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이었다.
“이건 지금 막 들어온 속보인데요.”
그사이 정현우가 쥐고 있던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이혁주가 말을 이어갔다.
“검은 사막에 있는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 잡으려고 올스타팀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 소문에 모두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 진짜?”
심지어 정현우조차도 기겁할 정도.
그 반응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확실하게 손잡은 길드만 다섯 곳이래요. 그 이상 추가된다는 말이 있고요.”
“에이, 그게 말이 돼?”
“맞아, 검은 사막에서 사냥 중인 1티어급 길드들이라면 1티어급 중에서도 최상위 애들인데.”
“거기다가 다들 경쟁자들이잖아? 그런데 서로 손을 잡는다고?”
이어서 나온 반문에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고르고 길드랑 레드 스컬 길드가 손을 잡았는데, 그들이라고 못 잡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 말에 반박이 잠시 동안 멈췄다.
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네.’
이혁주의 말처럼 이미 두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쳤는데 나머지 길드라고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런 공동전선이 나오기 전에 자기들이 먼저 손을 잡는 게 현명한 일.
그 사실에 정현우의 등골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거 너무 커지는 거 같은데?’
세상 모든 게 그렇듯, 과해서 좋을 게 없는 법.
만약 정말 그리 나온다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정말 굉장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스타팀이라니, 그걸 어떻게 상대해?’
우웅!
그렇게 표정이 굳은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그것을 본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휴.’
이제는 라이징 스타 채널과 미팅을 할 순간.
“혁주야, 세팅 좀 해줘.”
그 순간을 앞두고 정현우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갓워즈에 접속했다.
7.
- 와튼 : 보다 자세한 데이터는 이메일을 통해 보내드렸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내용의 미팅.
- 와튼 : 그럼 바로 검은 사막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때 검은 사막이란 단어가 언급되었고,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의 속에 있는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왔구나.’
“예, 검은 사막으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다른 사냥터와 마찬가지로 검은 사막이란 사냥터에 가기 위해서는 퀘스트 깨야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다른 길드와 협업 혹은 경쟁을 할 터.
‘어차피 마주할 일, 내가 먼저 꺼내자.’
그때 미다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주변에서 말이 많죠? 다들 우리랑 한 번 같이 라이브 방송해보려고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네요.”
- 와튼 : 예, 아주 몸이 달아올라서 미칠 지경이죠.
“소문을 들어보니까 1티어급 길드들이 올스타팀을 만들어서 해보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 와튼 : 예, 그렇죠. 다섯 곳이 현재 손을 잡았고, 확정되면 본인들이 발표할 겁니다.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속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진짜 올스타팀을 만드는 건가?’
사장님의 반응을 보니까 아무래도 이혁주가 즉석에서 만든 헛소문이 아니라 근거가 있었던 모양.
‘어떻게 하지?’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뇌를 시작했다.
1티어급 길드 올스타팀이 정말 결성된다면 그건 분명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터였다.
물론 라이징 스타 채널은 물어볼 것이다.
- 와튼 :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BJ대마도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BJ대마도사,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
‘젠장.’
솔직히 그 질문이 나왔을 때 미다스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거절 못 해. 이걸 어떻게 거절해?’
하겠습니다, 라는 대답.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빅 이벤트가 BJ대마도사의 거부 때문에 무산되는 건, 야구로 따지면 월드시리즈에서 상대가 엄청 강력하단 이유로 선발 투수가 선발 등판을 거부해서 경기가 무산되는 거랑 다를 게 없었다.
지더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
‘당당하게 말하자. 예, 라고’
그쯤에서 미다스는 어차피 맞을 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맞으리란 각오를 품었다.
- 와튼 : 검은 사막 내에서는 그 어떤 길드들과의 이벤트 매치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와튼 :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일단 준비한 대로 대답을 했다.
"예."
'예?'
그러면서 속으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씀이시지?’
그런 미다스를 향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채팅을 이어갔다.
- 와튼 : 게임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 상황에서 레이드 레이스 같은 경쟁은 이제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순간 미다스는 감격했다.
‘맙소사.’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이 빅 이벤트를 거절하겠다.
- 와튼 : 그 부분은 제가 나서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BJ대마도사님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만 집중해주십시오.
혹여 그로 인해 욕을 먹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다 먹겠다.
‘사장님!’
그러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모습에 미다스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여기서 현실이었다면 정말 눈물이라도 흘러나왔을 만큼.
허나, 지금 미다스가 있는 곳은 게임이었고 해서 미다스는 눈물 대신 감사를 뱉었다.
“몇 번이나 느끼는 거지만, 사장님은 제 생각을 볼 수 있는 눈이라도 가진 것 같습니다. 정말 제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읽으시네요.
- 와튼 : 파트너로서 당연한 거죠.
그 순간 더 이상 긴장감이나 고뇌는 없었다.
“그럼 검은 사막에서는 이벤트 매치는 없겠군요.”
- 와튼 : 예.
이 순간 미다스가 해야 할 건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 와튼 : 이제 그 어떤 데이트 신청도 하지 않고, 받지도 않을 겁니다.
- 와튼 : 그러니 BJ대마도사님은 안심하십시오.
- 와튼 : 그 누구도 BJ대마도사님의 솔로 플레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어떤 이들과의 만남도 거절하는 고독한 솔로 플레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