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69화 (369/485)

369화.  < 115화. 보스 몬스터 레이드 (3). >

8.

- 드디어 공지 떴다.

- 일주일 후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다!

- 리젠부터 사냥까지, 먼저 잡는 쪽이 이긴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연합 대 BJ대마도사의 대결 매치.

모두가 기대하던 그 매치업의 내용은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때문에 모두가 만족했다.

- 역시 데이트가 아니었어.

ㄴ 그동안 데이트 컨셉 잡았던 거 솔직히 노잼이었지.

ㄴ 이제야 좀 진짜 제대로 싸우는 느낌이네.

ㄴ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싸워야 제 맛이지!

더 이상 괜한 컨셉이 아니라 정말 운명을 건 격돌을 펼치게 됐으니까.

하지만 어디에나 초를 치는 이는 있는 법, 몇몇 이들은 의문을 던졌다.

- 아니, 그런데 왜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임? 좀비 매머드 잡는 거 아니었어?

어째서 표현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인가?

물론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좀비 매머드가 보스 몬스터잖아!

- 역전 앞이랑 BJ대마도사 솔로랑 같지. 뭘 써도 하나만 쓰면 되는 거잖아?

큰 의미도 없었을뿐더러, 진짜 의문을 던져야 하는 건 따로 있었으니까.

- 지금은 그것보다 칭화 그룹이 후원사인 게 더 중요하지!

칭화 그룹이 이번 빅 이벤트의 후원사가 됐다는 것.

- 칭화 그룹이면 중원 길드잖아? 그런데 여기에다가 후원을 했다는 건?

ㄴ 필시 BJ대마도사가 다리를 놔준 거겠지.

ㄴ BJ대마도사가 저번에 드래곤 레이드 못하게 된 게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네.

ㄴ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BJ대마도사가 칭화 그룹을 움직일 정도로 엄청났나?

ㄴ 소문으로는 그냥 돈 많은 부자였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엄청난 세계적 부자일지도 모르겠네.

ㄴ 아시아 쪽 권력자일 수도 있어. 칭화 그룹을 움직일 정도면.

ㄴ 진짜 생각보다 더 대단한 모양이네.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이 BJ대마도사에 대한 새로운 루머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러한 루머마저도 이제 질릴 무렵.

- 오늘 시작이다!

드디어 날이 왔다.

9.

갓워즈에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치러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골드 하이에나를 예로 들자면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티켓을 얻은 후에 티켓을 가진 이들끼리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좀비 매머드, 거대 무덤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녀석을 만나는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 좀비 매머드? 그냥 등장하면 다 알아.

- 그냥 일정 시간 되면 등장함. 퀘스트도 필요 없음.

-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몸길이 50미터짜리 거대 좀비 매머드가 등장하는데, 그걸 못 찾으면 그게 병신이지.

놈이 등장하는 순간, 놈을 찾기 싫어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 뭐,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만나러 가는 건 어렵지.

- 보통은 만나려고 하지도 않아. 그냥 보는 순간 튀는 게 상책이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찾는 게 쉽다는 것뿐 잡는 것의 난이도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 왜냐고? 일단 좀비 매머드가 등장하는 순간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본 사우르스들이 깨어나.

- 몇 마리? 정해진 건 없어. 근방에서 일주일 동안 잡은 본 사우루스 숫자만큼 깨어날 뿐.

당장 좀비 매머드의 등장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숫자의 본 사우루스가 등장했다.

- 또한 등장하는 순간 독안개 발동하고.

여기에 좀비 매머드 주변으로는 매 시간마다 독 데미지를 주는 안개 영역이 점차 넓어졌다.

- 최악은 HP이지만.

ㄴ 맞아, HP량이 진짜 장난 아니야.

허나,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좀비 매머드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체력이었다.

- 좀비라서 독이나, 화상 같은 상태 이상은 통하지도 않고.

- 석화나 빙결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을걸?

- 체력은 그냥 좀비, 그 자체이고.

좀비라는 이름처럼, 그야말로 죽지 않는 괴물.

“46분 44초.”

이제까지 좀비 매머드를 잡은 최단 시간 기록이 무려 46분 44초나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드 길드가 세운 기록이지.”

더불어 기록의 보유자는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소드 길드, 그 대단한 슈퍼 스타 플레이어 검객이 속한 곳이었다.

그런 소드 길드를 포함해서 40분대 기록을 가진 곳은 고작해야 6곳에 불과했다.

10대 길드들 중에서도 4곳은 40분대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

“오늘 우리가 40분의 벽을 깬다.”

그런 상황에서 붉은 머리 하니는 모인 50명의 레드 스컬 길드 정예들 그리고 함께하는 고르고 길드의 정예 50명 앞에서 40분의 벽을 깨겠다고 말했다.

그건 본래 목적보다 훨씬 더 무리하는 일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BJ대마도사를 이기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무리를 하면서도 기록 경신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록을 깨고, 당당하게 10대 길드에 이름을 올린다.”

오늘은 벽을 깨고, 하늘에 오르는 날, 그런 날에는 그에 어울리는 업적이 필요했으니까.

“어차피 BJ대마도사는 포기했으니까 무시해도 좋아.”

더욱이 본래의 사냥감이었던 BJ대마도사는 사실상 이번 매치업에서의 승리를 포기한 상태.

그를 이기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기에 그 이상의 업적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괜한 말 안 나오도록 깔끔하게 쐐기를 박자고. 안 그래, 메두사?"

그러한 의지에 대해 반문이나 우려를 표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죠. 그동안 연습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얻어야죠.”

근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준비해온 게 바로 그것, 좀비 매머드를 잡는 것이었으니까.

그때 드디어 소리가 들렸다.

“좀비 매머드가 등장했다!”

10.

쿵!

50미터나 되는 몸길이 그리고 그 몸의 절반에 이를 만큼 거대한 두 개의 상아.

뿌우우!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좀비 매머드가 하늘을 흔들 듯한 울음 소리를 통해 자신의 등장을 세상 곳곳에 알렸다.

“젠장, 등장했다!”

“미친, 왜 여기야!”

그 사실에 가장 기겁한 건 좀비 매머드가 등장한 주변에서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들이었다.

“튀어!”

“다들 도망가! 본 사우루스들 나오기 전에!”

좀비 매머드와 등장하는 순간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사냥 당한 본 사우루스들이 깨어난다는 건 곧 반경 10킬로미터가 본 사우루스 천국이 된다는 의미.

그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그 본 사우루스들이 제대로 무리를 짓고, 전열을 갖추기 전뿐이었다.

물론 반대로 그 지옥을 향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정확하게 등장하네.”

좀비 매머드의 등장 시간을 알 수 있는 미다스의 경우에는 여유가 넘쳤다.

아니, 여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등장한 좀비 매머드와 생각 이상으로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실수는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볼 수 있는 미다스의 눈을 생각하면 이 거리는 명백하게 그가 의도한 거리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자, 그럼 얘들아.”

왕!

“예 주인님!”

“우리는 이제부터 웜업을 한다. 적당히 몸풀기만 하면 돼. 절대 무리하지 말고.”

즉, 미다스는 오늘 좀비 매머드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

“더 큰 걸 잡아야 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기서 결코 무리를 할 수 없는 상황.

‘뭐, 나눠 먹기도 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두 길드에 최소한의 업적을 줘야 할 필요도 있었다.

만약 둘 다 미다스가 먹어 치운다면, 두 길드의 체면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열심히 하는 척 연기하는 건 잊지 마. 절대 쉬는 것처럼 보면 안 돼.”

왕!

“그래, 럭키야. 힘든 척하는 거야. 본 사우루스 하나 잡을 때 바닥도 좀 구르고, 응?”

왕!

“골드 너도 사냥하다가 힘든 척 소리도 내지르고, 알았지?”

“예!"

“실버 너는…… 그냥 적당히 움직이면 돼, 적당히. 너무 무리하지 마. 진짜 네가 무리하면 게임이 쉬워 보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결코 밖으로 내색해서는 안 되는 법.

“그럼 라이브 시작하자.”

그렇게 명령을 마친 미다스가 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거두절미하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표정과 목소리로.

- 갑자기 깜빡이 없이 들어오네.

- 뭐여? 럭키님이나 골드님 소개도 안 하고 왜 엑스트라가 등장해서 지랄이야?

- 형님 차이셨다면서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치는 사이.

“예상한 것보다 좀비 매머드와의 거리가 멉니다.”

미다스의 발언과 함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시점에서 좀비 매머드와의 거리를 보여줬다.

참으로 왜소하게 보이는 좀비 매머드의 존재가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짧지 않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저게 좀비 매머드라고? 진짜?

보스 몬스터가 어디에서 등장하는 줄 모르는 상황에서 보스 몬스터와의 거리는 전적으로 운에 달린 바.

하지만 그래도 설마 이 정도로 거리가 멀 줄이야?

- 지금 뭐해? 방송할 때야? 달려야지!

- BJ대마도사 개처럼 뛰어!

때문에 시청자도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외침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일단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오케이.’

본 사우루스들이 우글우글한 것이.

‘자, 그럼 제대로 져볼까?’

그곳으로 미다스가 달렸다.

11.

F1이나, 르망24시와 같은 레이스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승자는 하늘이 내려준다고.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고.

갓워즈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역시 그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는 그 어느 것보다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보스 몬스터를 먼저 잡는다?

불공평하기 그지없는 방식 그리고 그 점에 세상이 열광을 했다.

운만 따른다면 승자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엄청난 실력으로 불운을 깨부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는 법.

- 미친, 또 한 무리 오네!

- 아니, 오늘 BJ대마도사 운이 왜 이래?

지금 BJ대마도사가 경험하는 경우는 누가 보더라도 그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 이동할 때마다 족족 몬스터 무리랑 조우하잖아!

- 평소에는 보스 몬스터까지 운 좋게 가시던 양반이 오늘은 진짜 최악인데?

- 누가 보면 몬스터만 찾아다니는 줄 알겠네.

정말 시청자들의 표현 그대로 마치 몬스터만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생각될 정도.

물론 정말로 그러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세상 천지에 몬스터의 존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게 아닌 이상 그런 짓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테니까.

“BJ대마도사가 오늘은 운이 없군.”

멀린, 그가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역시 인생이란 건 묘하다니까. 이제까지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기세가 무너지니, 단숨에 나락까지 떨어지는군.”

사실 오늘 라이브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린은 혹시, 라는 단어를, BJ대마도사라면 모른다, 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비워두었다.

어떤 사태가 일어나도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그러나 지금 그 혹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멀린의 머릿속에 한 점 남아있지 않았다.

“후후.”

있는 건 그저 기분 좋은 웃음뿐.

“아직 모르죠.”

반면 엠마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라이브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채팅 중이었다.

상대는 당연히 중원 길드 마스터인 예화.

예화 역시 쉴 새 없이 채팅을 치는 것이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 두 여인의 모습에 멀린이 여유 넘치는 미소로 라이브 방송, 그 위에 뜬 BJ대마도사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글쎄…… 난 아무리 생각해도 저 표정은 연기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거듭된 불운으로 생긴 전투에 지친 나머지 시청자들을 위한 멘트조차 내뱉지 못하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은 그가 지금 경험하는 게 얼마나 절망적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긴 하죠.”

BJ대마도사의 그 표정 앞에서는 엠마도 어느 정도 긴장을 풀 수밖에 없었다.

“혹여 이게 연기라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벌어졌다고. 지금 두 길드의 페이스를 봐.”

이어서 멀린이 다른 화면을 가리키자, 그곳에는 본 사우루스를 무너뜨리는 붉은 머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이제 1킬로미터 남았다!

그 누구보다 좀비 매머드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엠마도 이제 긴장을 끈을 조금은 놓았다.

“자, 이제는 한 번 제대로 즐겨볼까?”

멀린은 그 이상이었다.

“BJ대마도사한테 후원이라도 해야겠어. 지금 어느 때보다 속 쓰린 법이잖아? 응?”

12.

[본 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후우."

본 트라케라톱스를 처치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전장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헥헥!

“주인님, 오늘 전투는 유난히 잦고, 힘든 듯합니다.”

그런 미다스를 향해 럭키와 골드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던졌다.

왕!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이 나쁜개가 주인님의 앞길에 영광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나온 격려는 도리어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격려란 잘 안 되는 경우에 나오는 법이니까.

[멀린 님이 10,26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오늘 따라 BJ대마도사가 운이 없군.]

때문에 이어진 멀린의 후원 채팅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 운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ㄴ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ㄴ 이미 다 끝났어. 이제 BJ대마도사는 솔로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는 딱히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움직인다.”

짤막한 말 한 덩어리만 내뱉으며 다음 전투를 준비할 뿐.

물론 속내는 달랐다.

‘완벽해.’

현재 미다스의 상태는 매우 좋았다.

전투가 거듭되기는 했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모두 예상된 전투였을뿐더러, 애초에 거대 무덤의 본 사우루스들은 미다스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포션도 잔뜩 남았고, 체력이랑 마력도 충분하고.’

덕분에 현재 여력은 어느 때보다 많이 남은 상태.

‘보스 몹은 잡을 필요도 없고.’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퀘스트 완료를 위해 꼭 필요한 좀비 매머드를 잡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좀비 매머드라는 무지막지한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없이 다음 전투를 넘어간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

솔직히 웃음이 나와 마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다.

“후원 채팅에 대답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투에 집중하겠습니다.”

‘표정 연기하자, 정말 힘든 척 연기하자.’

세상에 울음을 참는 것만큼 어려운 게 웃음을 참는 일인데, 미다스는 웃음을 참으면서 우는 척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

[멀린 님이 10,26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운이 좋았다면 충분히 해볼 만했을 텐데.]

그런 미다스를 표정 탓인지, 거듭 격려하려는 듯 거듭 후원 채팅이 이어졌다.

[멀린 님이 10,26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전력은 충분했으니까. 운이 좋아서 먼저 레이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 몰랐을 텐데.]

[아즈모 님이 10,26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멀린, 그렇게 말로만 격려하지 말고 그냥 상품을 걸어. 누가 보면 우는 아이 놀리는 줄 알겠어.]

그때 아즈모가 등장했다.

[아즈모 님이 10,26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안 그래? 차라리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면 레전더리 아이템을 주겠다, 이렇게 말을 하라고. 그런 말뿐인 격려 말고.]

이어진 아즈모의 발언에 곧바로 멀린이 대답했다.

[멀린 님이 10,26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도움이 되면 얼마든지. 좋아, BJ대마도사가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면 레전더리 스킬인 아이언 골렘을 주지.]

그리고 나온 말에는 미다스의 표정 연기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아! 표정, 표정!’

다행히도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집중하는 이는 없었다.

- 붉은 머리가 좀비 매머드 위에 올라탔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시작됐으니까.

13.

몸길이 50미터의 좀비 매머드.

이 수치를 듣는 순간 갓워즈를 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의외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때문에 막상 그 몸길이 50미터짜리 좀비 매머드가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때 느끼는 충격은 엄청 컸다.

- 맙소사, 이걸 잡으라고? 진짜?

- 개미가 인간을 잡는 게 낫지!

더욱이 좀비 매머드의 움직임은 평범하지 않았다.

하나, 좀비 매머드는 매머드답게 정말 거대하기 그지없는 코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 코 움직인다!

- 뱀이네, 뱀!

그리고 이 코는 어지간한 동물의 꼬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

비유를 하자면, 뱀.

물론 그 위력은 감히 뱀과 비교할 수 없었다.

콰콰콰!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을 잡초 뽑듯이 뽑아냈으며, 땅을 내리치는 순간에는 지진이 일으켰다.

꽈릉!

코만 움직여도 그 정도인데 발을 구를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흔히 기억하는 코끼리의 매끈한 상아와 달리 좀비 매머드의 상아는 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스윽!

그저 가법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무가 푸딩처럼 잘릴 정도.

그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좀비 매머드는 몬스터가 아니라 재해와 같았다.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존재.

그러나 그 재해를 마주한 100명의 플레이어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원들은 물러섬이 없었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법사들 물러서지 말고 포격해! 발리스타 효과 유지해!”

“탱커들, 앞에서 시선 끌어! 목숨 걸고 시간 벌어!”

마법사들은 다가오는 좀비 매머드를 앞에 두었음에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고, 탱커들은 도리어 그 말도 안 되는 좀비 매머드의 정면을 향해, 눈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근접 딜러들이었다.

“떨어지는 놈, 오늘 보너스 없어!”

붉은 머리를 필두로 무려 19명이나 되는 근접 딜러들은 모두가 좀비 매머드의 등에 올라탄 채 손에 든 저마다의 무기로 좀비 매머드의 살점을 잘라내고 있었다.

쿵!

로데오 경기에 등장하는 성난 황소와 다를 바 없는 좀비 매머드의 위에서 그런 작업을 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뿌우우우!

더욱이 좀비 매머드는 그것을 그냥 녹록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코 올라온다!”

때때로 자신의 그 유연한 코를 이용해 등에 있는 무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공격을 했다.

마치 청소기로 청소를 하듯.

그 공격 앞에서 좀비 매머드 위에 올라탄 근접 딜러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뛰어!”

크게 도약하면서 코를 피한 후에 다시 착지하는 것.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 위에서 점프를 하고 착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이었다.

“착지 완료!”

“무사합니다!”

허나, 근접 딜러들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 하나도 안 떨어지네?

- 저게 가능해?

- 연습 미친 듯이 했나 보네.

재능은 물론 그 위에 뼈를 깎는 연습을 했기에 가능한 것들.

그리고 좀비 매머드란 존재의 모든 패턴과 공격 범위와 속도를 완벽하게 분석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이제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 이거 무조건 잡는다.

- 못 잡을 수가 없어.

두 길드가 좀비 매머드 레이드에 성공하리란 것을.

때문에 모두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 지금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분 만에 잡는가가 중요하지.

- 맞아, 아직 40분 안 됐으니까.

- 오늘 신기록 나올 듯.

과연 오늘 두 길드는 갓워즈 역사를 얼마나 앞으로 당길 것인가?

- 시청자 1억 명 돌파!

그 대답에 이제는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며 기다리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두 길드는 결국 대답을 줬다.

- 잡았다!

- 39분 55초다!

- 40분 벽 깼다!

오늘 이 시간부로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고.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 좀비 매머드의 몸 위에 올라선 붉은 머리 하니, 그녀가 소리쳤다.

“BJ대마도사!”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를 부르는 그녀.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사실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약 7분 전, BJ대마도사가 이 근처에 도착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숨길 수도 없었다.

그 거대한 실버의 존재감은 숨기고자 해서 숨길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예."

그러한 붉은 머리의 부름에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낸 후 이제는 천천히 좀비 매머드의 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메두사도 붉은 머리 옆에 섰다.

그렇게 셋이 모인 자리에서 하니가 말했다.

“우리가 잡았다, 그러니까 가져가.”

그것은 선언이었다.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는 자신들이 승리했다.

그러니 승자의 아량으로 우리가 사냥한 전리품을 가져가는 걸 허락하겠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가르는 선언.

- BJ대마도사가 결국 졌네.

BJ대마도사의 무패 전설에 드디어 패배라는 두 글자를 새겨 넣는 선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 앞에서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반응을 기다렸다.

- 진짜 이대로 지는 거야?

- BJ대마도사가 이 패배를 용납할까?

이제까지 단 한 번의 패배, 심지어 도전도 쉬이 용납하지 않았던 BJ대마도사가 여기서 정말 패배를 인정할 것인지.

그에 대해 미다스는 대답했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대답을.

그 사실에 비로소 두 길드의 플레이어들, 이제 73명으로 줄어든 플레이어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해냈다.’

‘우리가 BJ대마도사를 이겼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붉은 머리와 메두사, 두 여인 역시 이제는 긴장의 끈을 놓았다.

동시에 희열감을 느꼈다.

‘10대 길드다.’

‘불가능하리라 생각됐던 곳에 올랐어.’

하늘이 내린 기회를 붙잡았다는 사실, 앞으로 자신들의 세상이 차원이 달라지리란 사실에 대한 희열감을.

그리고 미다스 역시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용의 뼈를 모았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용의 뼈지도가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으로 변합니다.]

드디어 퀘스트 아이템을 전부 모았다는 사실에 대한 희열감.

[모인 용의 뼈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잠시 후 본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됐다, 본 드래곤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대로 본 드래곤이 이제 곧 등장하리란 사실에 대한 희열감.

그 순간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가슴팍에서 뿜어진 빛이 갑자기 하늘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덜그럭덜그럭!

동시에 사방에 너부러진 뼈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뼈들이 살아 움직이더니 서로를 물고, 물리며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뭐야?”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어느새 뼈들이 모여 하나의 존재를 만들었다.

“본 드래곤?”

뼈 뿐이지만, 키메라 드래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완벽한 드래곤의 모습을 갖춘 본 드래곤이란 존재를.

그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서 모두가 말문이 막힌 듯 그대로 침묵했고, 석상처럼 굳었다.

“죄송합니다!”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퀘스트가 강제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예상치 못했는데……."

나도 이런 상황은 올 줄 몰랐다.

“역시 쓰레기 게임답네요. 이런 식으로 함정을 숨길 줄이야. 진짜 게임 뭐 같이 만들었네요.”

하지만 어쩌겠는가?

갓워즈란 게임이 원래 이런데, 꼬우면 죽은 김민수를 찾아가 따져라.

“어쨋거나 이 시간부로 본 드래곤,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채널 고정해주십시오."

난 일단 잡을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에 이제는 오롯한 모습을 갖춘 본 드래곤이 화답했다.

끼에에에!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퍼센트 감소합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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