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67화 (367/485)
  • 367화.  < 115화. 보스 몬스터 레이드 (1). >

    1.

    게임에서 말하는 공략법이라는 것들은 대개 정형화된 몬스터 패턴이나 조합의 틈을 공략하는 것을 의미했다.

    “거대 무덤 공략법? 그딴 게 있을 리 없잖아.”

    거대 무덤에서 공략법이란 개념이 무색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가지각색의 본 사루우스들이 형태나 종과 상관없이 무리를 짓는 곳에서는 그 패턴이나 조합이란 틀이 정형화될 수가 없었으니까.

    “여기 애들은 제멋대로 조합되는데.”

    “제멋대로 조합되는 정도면 다행이지. 보고 판단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더 골 때리는 건 특성도 다르다는 거야. 어떤 놈은 불을 쓰고, 어떤 놈은 독을 쓰니까.”

    그리고 조합과 특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설픈 공략법을 준비하는 건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되고는 했다.

    어설픈 공략법을 믿고 덤벼드는 것보단 차라리 도망칠 여지를 남겨두는 게 갓워즈를 즐기는데 훨씬 도움이 됐으니까.

    “뭐, 한 가지 만능 공략법이 있긴 하지.”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 만고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공략법이 하나 존재했다.

    “그냥 무시하고 힘으로 때려잡으면 돼.”

    이런 계산 따윈 무시할 만큼 압도적인 화력으로 보이는 몬스터를 파괴하는 것.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갓워즈란 게임은 그런 공략법이 먹히는 것을 결코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게임이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일명 BJ대마도사 스타일이지.”

    그 방법에 미다스, 그의 별명이 붙은 이유는.

    잊어버린 땅을 지나 이제는 거대 무덤에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의 사냥 방식은 그랬다.

    본 사우루스 무리를 마주한 그의 전투 스타일은 언제나 똑같았다.

    “대폭발!”

    일단 표적을 발견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게 어떤 몬스터가 됐건 바로 광역 마법을 준비했다.

    “전군 돌격!”

    이후 광역 마법 포격이 시작되는 순간, 곧바로 실버를 필두로 럭키와 골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콰과광!

    그 후에 시작되는 마법 포격 속에서 본 사우루스들이 농락당하는 사이, 이지스의 방패 효과 덕에 마법 포격에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셋이 그들을 일방적으로 덮쳤다.

    첫 번째는 당연히 실버였다.

    딱히 특별한 스킬 같은 건 없었다.

    필요도 없었다.

    꽈릉!

    거대한 키메라 드래곤의 육체를 손에 넣은 실버가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본 사우루스들에게는 그야말로 재해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실버가 전열을 무너뜨리는 순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 럭키와 골드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나쁜개! 대결이다! 누가 주인님께 더 어울리는지 증명하는 거다!”

    왕!

    드래곤 나이트의 육신에 에이트리의 검을 쥔 골드는 그 단단한 본 사우루스의 뼈를 수수깡처럼 만들었다.

    빠득!

    그리고 럭키의 발톱과 이빨 역시 본 사우루스의 뼈를 비스킷이나 다름없는 꼴로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뇌신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파지직!

    그렇게 미다스의 광역 마법과 셋이 전장을 무너뜨리자마자 등장한 두 마리의 뇌전의 정령 기사들이 두 번째 폭풍이 되어 몰아치는 사이.

    쿠궁!

    이제는 무려 다섯 마리가 되어버린 골렘들이 각자 본 사우루스를 한 마리씩 상대했다.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조합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본 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그저 결과만이 있을 뿐.

    그 광경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BJ대마도사의 전투를 보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토했다.

    반면 전투를 마친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젠장.”

    전투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4,444조각 모으는데 한 세월 걸리겠어.’

    마음에 안 드는 건 퀘스트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용의 뼈 드랍률은 20퍼센트 정도였다. 5마리를 잡으면 하나 정도를 구할 수 있다는 것.

    ‘무리로 다녀서, 하나만 골라잡는 것도 안 되고.’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용의 뼈를 가진 몬스터를 찾을 수 있었지만, 무리를 짓는 본 사우루스의 특성상 그중 한 마리만 따로 빼서 잡고 빠지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한없이 잡아야 한다는 것.

    사실 잡는 건 문제가 없었다.

    ‘이 페이스로 제 날짜에 잡을 수 있을까?’

    문제는 미다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일 바로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시간을 정하는 건 미다스가 아니라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였으니까.

    ‘차라리 적당히 할까?’

    이쯤 되면 그냥 헛심 쓰지 말고 두 길드가 만든 무대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페이스면 좀비 매머드만 일단 잡고, 본 드래곤은 따로 이벤트 마련하는 수밖에.......'

    미다스가 결국 다음 기회에, 라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응?'

    플레이어 두 명이 빠른 속도로 미다스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투 중인 플레이어에게 접근하는 건, 식사 중인 맹수에게 접근하는 것과 같은 일.

    접근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긴장을 하는 게 기본이었다.

    비단 미다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크르르!

    “주인님 뭔가가 옵니다, 제 뒤로 피하십시오.”

    그 낌새를 파악한 럭키와 골드 역시 잽싸게 미다스의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아."

    그때 등장한 이의 정체를 파악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니야, 괜찮아. 붉은 머리랑 메두사 님이십니까.”

    그 누구도 아니는 붉은 머리와 메두사, 두 여인이 오고 있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긴장했다.

    ‘날짜 통보하시려는 건가?’

    누가 보더라도 두 여인이 BJ대마도사에게 이벤트 무대와 날짜를 통보하기 위해 오는 것이었으니까.

    ‘아, 젠장. 본 드래곤 꺼내드려야 하는데…….'

    본 드래곤 퀘스트 진행도가 채 10퍼센트도 되지 않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저 속이 바짝 탈 일.

    “잘 지내셨어요?”

    “거대 무덤에 오자마자 뼈들을 박살을 내네. 역시 BJ대마도사다워.”

    이윽고 네이와 하니, 두 여인이 미다스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순간 미다스는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퀘스트가 조금만 쉬웠어도 빅이벤트 하나 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감정에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그러한 미다스의 표정에 두 여인은 오히려 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특별한 건 아니에요. 그냥 열심히 사냥하신다는 말에 도움 좀 드리려고요.”

    “맞아, 그래도 우리가 이 사냥터에서는 선배인데 후배가 고생하는 걸 그냥 볼 수는 없지.”

    그리고는 이내 두 여인이 이미 손에 준비한 보자기를 각자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놀랐다.

    ‘포션? 어? 이거 꽤 비싼 것들이잖아?’

    그의 눈에는 그 보자기 안에 있는 아이템들이 무엇인지 바로 보였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놀란 사실을 내색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만 지었다.

    그런 미다스에게 두 여인이 안에 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부디 이거 마시고, 더 열심히 사냥하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 우리는 충분히 그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 테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의 표정이 더 굳었고, 그 표정에 두 여인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BJ대마도사 성격상,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겠지.’

    ‘이렇게 대놓고 도발했으면, 오히려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지. 어디 한 번 폭주해봐라. 소용없겠지만.’

    이 도발이 제대로 먹혔으리라고.

    그러한 두 여인에게 선물을 받은 미다스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꽉! 이를 문 채로.

    그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감정을 꾹 참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미다스는 참고 있었다.

    ‘여자한테 선물 받아보는 거 처음인데…… 아니, 그보다 대체 이게 다 합치면 얼마야?’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그 웃음을 참은 채 미다스가 각오를 뱉었다.

    “예, 정말 확실하게 준비해서 다음에 제대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2.

    “삼촌!”

    정현우의 등장을 알리는 문 열리는 소리에 혜린이가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

    예전 집보다 거실에서 현관까지 거리가 훨씬 멀어진 탓에 발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어? 삼촌?”

    그러한 발소리 끝에 정현우를 마주한 혜린이가 평소와 달리 움찔하며 정현우 앞에 섰다.

    “삼촌 표정 왜 그래?”

    “응? 왜?”

    “삼촌 표정 이상해.”

    그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돌려 현관에 있는 거울을 보자, 징그러울 정도로 실실 웃고 있는 자신의 표정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을 본 정현우는 미소를 더 짙게 만들며 조카의 머리를 헝클 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삼촌이 오늘 아주 좋은 일이 있었거든.”

    "좋은 일?”

    조카를 데리고 이내 거실로 향하는 정현우가 마저 설명을 해줬다.

    “응, 여성분한테 선물을 받았거든.”

    “선물?"

    “그래, 진심이 담긴 선물을.”

    “현우야.”

    그때 거실에서 커피를 타던 정태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현우를 부르며 말했다.

    “외로운 건 알겠지만, 조카에게 거짓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형의 그 말에 정현우의 미소가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내 평온을 되찾은 정현우가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 됐다. 형이 뭘 알겠어? 미인 두 명한테 동시에 선물 받는 게 어떤 일인지.”

    이어진 말에 정태우는 표정을 구겼고, 조카는 곧바로 정현우를 향해 크게 말했다.

    “선물? 삼촌 선물 받았어?”

    “그래, 선물. 아주 비싼 선물!”

    “그럼 어디에 있어? 선물 어디에 있어?”

    "응?"

    이어진 조카의 해맑은 질문에 정현우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그러니까 혜린아 그 선물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

    “그래, 그렇지. 현실에 존재 안 하겠지. 할 리가 있나.”

    그리고는 이내 설명을 하려는 정현우의 말을 정태우가 잽싸게 도중에 끊어버리며 말했다.

    “현우야, 최소한 거짓말을 하려면 증거는 마련해두고 해. 하다못해 손에 아이스크림이라도 들고 오든가.”

    “삼촌 거짓말한 거야?”

    이어진 부녀의 공격에 정현우가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이내 그 말을 꾹 삼켰다.

    ‘젠장, 이거 뭐 말해줄 수도 없고.’

    내가 사실 BJ대마도사이고, 오늘 엄청난 슈퍼 스타 플레이어에게서 선물을 받았다는 것을 여기서 설명해줄 수는 없는 일.

    “……그래, 외로워서 거짓말 좀 했어.”

    결국 울며 겨자 먹듯, 양치기 소년이 되는 걸 감수한 정현우가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자 기사들이 보였다.

    [BJ대마도사, 두 여인으로부터 선물 받다!]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의 로맨스 시작되나?]

    이미 한참 전부터 유명인이었던 메두사와 붉은 머리와 이제는 유명인이 된 BJ대마도사를 샌드위치처럼 사이에 둔 기사들이.

    ‘드디어 나도 이런 기사가 뜨는구나.’

    근거 따윈 하나 없고, 그저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가십거리 기사에 불과했지만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물론 댓글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 준 건데, 받은 쪽이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거 아님?

    ㄴ 딱 봐도 준 쪽은 별 이유 없는데, 받은 쪽이 오버했네.

    ㄴ BJ대마도사가 돈 주고 기자들 이용해서 이런 기사 뿌렸다는 게 학계의 정설.

    ㄴ 추하다 BJ대마도사.

    BJ대마도사가 그 둘과 장밋빛 나날을 보낼 일은 없다, 그러한 반응에 정현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 진짜 관심이 있어서 온 건 아니겠지.’

    네티즌들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정현우도 알고 있었다.

    정말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선물을 줬을 리가 없다는 것을.

    즉, 이번 상황은 절대 썸녀가 썸남에게 이거 먹고 열심히 하세요, 라면서 음료수를 사주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신호를 준 거야.’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음료수를 사주면서, 우리 정 대리 파이팅! 이거 마시고 열심히 해, 이번에 하는 일 정말 중요하니까. 자네 앞길이 걸려있을 정도로, 하하하! 이렇게 말하는 상황이었지.

    ‘두 길드에도 다음 라이브 방송이 정말 중요한 모양이네.’

    즉, 고르고 길드나 레드 스컬 길드도 저번 해프닝에 대한 만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적당한 수준의 이벤트로 끝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의미.

    ‘하긴, 두 길드가 손잡았는데 그냥 좀비 매머드 하나 잡고 끝나면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실제로 그동안 라이벌 관계였던 두 길드가 손을 잡은 건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대사건인 만큼 그에 어울리는 빅 이벤트도 필요하다는 의미.

    ‘기다려준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고.’

    그만큼 BJ대마도사에 대한 기대는 높고, 높은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겠다, 그게 이번 만남의 의의였다.

    ‘나쁠 건 없어. 시간은 생긴 거니까.’

    그렇다면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러한 배려에 최선을 다해 응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제대로 준비해야 해.’

    그저 단순히 자기 깜냥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때문에 정현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번 건수는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리자.’

    3.

    메두사와 붉은 머리의 선물 이야기로 갓워즈와 관련된 온갖 곳이 떠들썩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고작 포션 주는데 직접 올 줄이야.”

    “심지어 그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어. 영상으로도 올렸고.”

    “각자 SNS에도 선물 주는 거 사진 찍어서 올렸더라. 좋아요 숫자가 아주 끝내줘.”

    “라이브 방송, 영상, SNS…… 진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떡밥을 뿌리네.”

    아니, 예외는커녕 오히려 어느 곳보다 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 단순한 호감 표시인가?”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

    물론 그 누구도 그것을 두 여인의 순수한 호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명이 동시에 호감 표시하는 거 봤어? 정말 표시하려고 했다면 따로 왔겠지.”

    “딱 봐도 압박 주는 거지. 다음에 잘하라고.”

    “맞아, 사장님이 우리한테 커피 사주는 거랑 똑같은 거야.”

    정황상 호감 표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발이다.’

    그는 그게 호감 표시이기는커녕 BJ대마도사를 향한 두 길드의 도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선택지가 없는 걸 보고, 도발을 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도발을 할 만큼 두 길드의 상황이 유리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골치 아프군.’

    문제는 그 도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는 것뿐.

    BJ대마도사가 미친 듯이 본 사우루스들을 사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괜히 무리한 수작을 부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이렇게 끌려다니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골치 아픈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답을 찾는다.’

    또한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계속 강구해야 한다는 것 역시 변하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툭툭, 거듭해서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박영준이 잽싸게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이윽고 발신자를 확인한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담하게.

    “다들 비생산적인 잡담 떨지 말고,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떠올려 봐. 무언가 특별한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대부분의 상사들이 할 말 없을 때 내뱉는 흔한 말을 지껄이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 후에 문밖으로 나온 박영준이 주변을 살핀 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런 박영준의 얼굴에 담담한 기색은 한 점도 없었다.

    ‘맙소사.’

    대신 경악을 할 뿐.

    ‘좀비 매머드를 잡으면 본 드래곤이 나온다고? 이런 빅 이벤트를 두고 그렇게 연기를 한 거야? 당하는 척? 장난 아니군.’

    그리고 그 경악한 제 이마를 스마트폰으로 툭툭 몇 번 치던 박영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중원 길드 상대로 소원 한 번 쓸 때가 왔군.’

    역전, 그 단어를 앞에 둔 이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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