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64화 (364/485)
  • 364화.  < 114화. 애프터 (1) >

    1.

    갓워즈가 세상의 이목을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 또 온다!

    - 이번에는 오우거랑 트롤 조합이야!

    - 고블린도 섞여 있다!

    지금 광경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끄어어어!

    오우거의 외침에 숲의 나무들을 짓뭉개며 돌진하는 열 마리의 트롤.

    끼이이!

    그리고 그 트롤 사이로 질주하는 고블린 1백여 마리.

    몬스터 하나하나는 질리도록 봐왔지만, 그 세 종류의 몬스터가 합심하여 싸우는 건 이제껏 갓워즈에서 봐온 적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 와, 게임 난이도가 갑자기 헬모드에서 사탄도 절레절레 흔드는 헬모드가 되어버렸네.

    - 사탄도 여기에 헬모드라고 붙여지면 자기 집 욕하지 말라고 화낼 듯.

    - 사탄도 이 지옥은 거릅니다.

    감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물론 이 광경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지옥 같은 광경 앞에서 맞서 싸울 플레이어들.

    고르고와 레드 스컬, 두 길드에 세상이 환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길드는 그 광경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니까.

    “후우!”

    물러서기는커녕 붉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인, 하니는 그 광경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내가 선두 부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니의 검에서 2미터짜리 검기가 솟구치더니, 이내 그 검기가 고블린 무리들의 몸뚱이를 가차 없이 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도륙이었다.

    - 역시 붉은 머리! 수준이 다르네!

    - 포스트 검객은 붉은 머리밖에 없지.

    탄성이 절로 나와 마땅한 광경.

    쿠웅!

    그 광경 속에서 질주하던 트롤들이 갑자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샤아!

    원인은 다름 아닌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들, 그 거대한 뱀들이 질주하던 트롤의 발목을 사슬처럼 묶었다.

    스르르!

    요르문간드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숨에 발을 타고 트롤들의 몸을 지나, 목을 휘감았다.

    꽈드드득!

    그리고는 전력으로 목뼈를 부술 듯이 목을 조였다.

    끄르르!

    트롤의 재생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조르기 공격에 트롤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르는 사이.

    퍼억!

    어느새 다가온 전사들이 손에 든 망치나 철퇴로 트롤들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푸홧!

    화르르!

    그리고 그 장면 위로 화살과 마법들이 날아가며 먼 곳에 있는 오우거의 머리를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 고르고 길드의 뱀들은 세계 제일!

    - 두 길드가 그야말로 하드 캐리하네, 하드 캐리해.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모두가 두말할 것 없이 감탄을 토했다.

    반면 두 길드원들은 속으로 한숨을 토했다.

    ‘힘들어 죽겠다.’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가져야 하는 능력 중 하나는 적응력이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라고 해도 패턴과 페이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효율적인 전투를 치르는 것.

    ‘전투 할 때마다 전투 방식이 바뀌니…….'

    그런 그들에게 언제 어느 순간 어떤 조합이 나올지 모르는 드래곤 가디언과의 싸움은 적응력이란 개념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오늘 5시간은 할 수 있으려나?’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내도, 느끼는 피로감은 평소의 배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엉!

    전투 도중 어디선가 날아온 파이어볼의 소리에 두 길드원들 중 일부는 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

    - BJ대마도사가 또!

    - 어떻게 고블린 한 마리를 놓치지 않냐.

    - 독하다, 독해. 저러니까 솔로지.

    자신들이 이 악물고 거의 다 잡은 몬스터를 BJ대마도사가 경험치만 날름 먹는 소리였으니까.

    - BJ대마도사 진짜 하는 것 없이 막타로 경험치만 다 빼먹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있었다.

    그냥 대놓고 훔쳐 먹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몰래 야금야금 빼먹는 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 짜증나는 법.

    물론 미다스가 존재감을 숨기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길드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괜히 나대서 그림 망치지 말자.’

    자신을 위해 전력으로 활약하는 두 길드원들이 무대에서 더 밝은 빛을 받을 수 있도록 괜히 무대 위에 오르지 말자고.

    ‘난 엑스트라다 대사도 없는 엑스트라.’

    오늘은 철저하게 BJ엑스트라가 되자고.

    ‘아오 빡쳐!’

    ‘확실해. 저 인간 일부러 저렇게 하는 거야. 우리 약 올리려고.’

    허나,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일부러 저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오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어, 저기!”

    그런 가운데 그들 앞에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했다.

    “골드?”

    “골드는 여기 있는데?”

    “드래곤 나이트다!”

    드래곤 가디언을 넘어 드래곤 나이트가 등장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다시 각오를 다졌다.

    ‘철저하게 엑스트라로 가는 거다.’

    뒤에서 존재감 없이 경험치만 먹자고.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두 길드분들 파이팅! 전 지금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두 길드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을.

    2.

    퍼엉!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드래곤 나이트에 닿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드래곤 나이트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드래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쓰러진 드래곤 나이트의 몸에서 생기가 사라지더니 마네킹과 같은 무미건조한 꼴이 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뒤를 이어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오늘 올린 레벨만 3레벨.’

    환호성이 절로 나올 만한 알림,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자그마한 환호성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어우…….'

    지금 두 길드원들의 표정은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비단 표정만 그런 게 아니었다.

    미다스의 눈에는 현재 두 길드원들의 체력이나 마력 상태 역시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다.

    ‘다들 한계다.’

    당연히 그들이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감동이 벅차오를 지경이었다.

    갓워즈에서 이름난 실력자들이 자신을 위해서 한계까지 제 스스로를 쥐어짜낼 줄이야.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오른 이유가 있었어.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다니…… 나라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텐데.’

    진짜 성공하는 프로들의 이유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도 이제는 슬슬 방송 종료해야지.’

    한편으로는 그토록 고마우신 분들을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를 지을 때.

    그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오늘 목적은 어디까지나 드래곤 레어를 관람하는 것, 드래곤 레어 자체를 공략할 필요성은 없었다.

    할 수도 없었다.

    드래곤 레어라면 보스 몬스터로 드래곤이 나올 거 뻔한데, 이렇게 힘이 빠진 상태에서 드래곤 레이드를 할 수 있을 리 만무.

    ‘드래곤 레어 입구까지는 가야 해.’

    다르게 말하자면 일단 드래곤 레어 입구는 찍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앞을 어슬렁거리는 알가마스의 망토를 향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거듭 미다스를 재촉하는 알가마스의 망토를 확인한 미다스의 시선이 그 너머로 향했다.

    그러나 붉은 빛 기둥 하나가 보였다.

    그러한 붉은빛 기둥과의 거리는 직선거리는 채 1킬로미터가 되지 않은 듯했다.

    ‘얼마 안 남았다.’

    그 사실을 파악한 미다스가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길드원을 향해 말했다.

    “자자, 다들 조금만 열심히 해봅시다.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쉬게 해드릴게요!’

    그 말에 두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리란 것은 이미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는 바.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정도가 있는 법 아닌가?

    ‘지금 쉬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는 건가?’

    ‘악마 같은 놈.’

    그런 정도를 무시하는 BJ대마도사의 그야말로 악마 같은 모습에 두 길드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힘드시면 제가 노래라도 불러드릴까요?”

    그리고 이어진 발언에 두 길드원들은 혀를 내두르는 수준을 넘어 공포마저 느꼈다.

    “아니요, 괜찮아요.”

    “됐어, 노래는 무슨.”

    결국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잽싸게 나서서 미다스를 제지했다.

    ‘가뜩이나 미칠 것 같은데, 이 인간 노래 들었다가는 진짜 그냥 미칠 게 분명해.’

    ‘BJ대마도사 성격상 정상적인 노래를 부를 리 없지. 아주 우리 속을 뒤집을 거야.’

    정말 BJ대마도사의 응원가를 들으면서 싸우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랐으니까.

    그 반응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수 없죠. 그럼 우리 귀여운 럭키의 애교를 보여드리는 수밖에. 럭키야.”

    왕!

    “좌로 굴러!”

    왕!

    그 순간 럭키가 잽싸게 바닥에 엎드리더니 미다스의 말을 따라 좌로 구르기 시작했다.

    ‘이건 좀 힐링되나.’

    ‘역시 럭키는 귀여워.’

    그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옅게나마 미소를 짓는 사이, 곧바로 골드가 바닥에 엎드리더니 소리쳤다.

    “주인님, 제가 더 잘 구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잽싸게 구르기 시작하는 골드의 모습에 채팅창은 물론 두 길드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선배님!”

    그리고 이내 실버마저 바닥을 엎드려서 굴렀을 때는 웃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쿠구궁!

    그 거대한 실버의 몸이 땅을 구르는 순간 삽시간에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버렸으니까.

    그것을 본 두 길드원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우리 다음 사냥감이 드래곤이지?’

    실버의 그저 단순한 구르기에 박살이 나는 나무들의 모습이 조만간 드래곤 레이드를 해야 할 자신들의 모습과 겹쳐진 탓이었다.

    때문에 몇몇은 확신했다.

    ‘일부러 보여주는 거구나.’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드래곤 레이드를 앞둔 이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해 저런 식의 연출을 한다고.

    ‘진짜 악마보다 더 악마 같다.’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비수네, 비수야.’

    BJ대마도사의 심리전에 감탄마저 나올 정도.

    물론 그런 두 길드원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그저 작게 바랄 뿐이었다.

    ‘이걸로 분위기 좀 환기하고.’

    자신과 동료들의 쇼맨십이 조금이나마 두 길드원들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자, 그럼 다시 이동해봅시다.”

    그렇게 셋의 재롱잔치와 함께 10분짜리 휴식이 끝나는 순간, 다시 모두가 일어났다.

    펄럭펄럭!

    그리고는 알가마스의 망토가 안내를 따라 차근차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동이 거듭될수록 다시 모두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또 전투다.’

    ‘이제 포션도 얼마 없는데…….'

    두 길드원들은 이제 자신들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을.

    ‘잠깐만.’

    그리고 미다스는 다른 의미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와 붉은빛 기둥의 거리가 30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는 순간, 미다스는 이를 꽉 물었다.

    그 300미터, 붉은빛 기둥이 솟아오른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설마.......'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가설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 우리가 온 이 숲이 드래곤 레어인 건가?’

    퀘스트에서 말하는 드래곤의 둥지가 영화 속에 나오는 동굴 속 둥지가 아니라, 지금 미다스와 두 길드가 있는 이 드넓은 땅일지도 모르는 가설.

    이상할 건 없었다.

    게임과 영화는 다른 법.

    무엇보다 정말 영화처럼 깊은 동굴 속에 드래곤 레어가 있다는 건, 디자인적으로 힘들었다.

    드래곤이 움직이기 힘들뿐더러, 그 정도 크기의 동굴이 만들어지려면 그만큼 큰 산이나 건축물이 필요할 테니까.

    그러나 지금 이곳, 잊어버린 땅에는 울창한 숲만 있을 뿐, 그런 숲과 산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퀘스트 내용 항목에서도…….'

    퀘스트 내용도 분명히 말했다.

    드래곤 레어로 들어가라는 게 아니라, 드래곤 레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알가마스의 망토가 안내해주는 건 드래곤 레어 입구가 아니라 드래곤 레어 깊숙한 곳이라는 의미.

    사실 이 자체로는 문제될 게 없었다.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면 드래곤이 없는 거잖아?’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미다스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번 퀘스트에서는 드래곤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있었다면 미다스의 눈에 드래곤이 보이지 않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슬며시 퀘스트창을 띄웠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드래곤 레어라는 퀘스트 타이틀 아래로 보이는 문구 하나,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보상이 없으면 난이도도 낮은 법이지.’

    자신의 예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

    ‘젠장!’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당장 미다스가 그토록 바라던 금은보화, 값비싼 아이템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들 기대하고 있을 텐데…….'

    드래곤 레어인 만큼 모두가 드래곤 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런데 만약 드래곤이 없다면?

    그냥 이대로 여기서 끝난다면?

    크나큰 기대감은 더 크나큰 실망감이 될 터.

    ‘내일로 넘어가면 안 돼.’

    하물며 만약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 다시 라이브 방송을 켰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저 실망감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방송 사고가 나는 셈이지.

    ‘오늘, 그래 오늘 끝내야지 그나마 해프닝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미다스 입장에서는 내일이 아닌 오늘 모든 것을 마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저기 네이 님 그리고 하니 님.”

    미다스가 두 길드의 대표를 불렀다.

    “예."

    “뭔데?”

    이어진 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오늘 다들 컨디션도 좋고, 방송 시간도 여유 있는 것 같은데 괜히 내일로 미루지 말고 끝까지 가볼까요?”

    그 발언에 그 둘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 미친, 여기서 끝까지 가자고?

    - BJ대마도사, 자기는 놀고먹었다고 지금 막말하네.

    - 솔로가 솔로인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소개팅 첫날에 깜빡이 안 켜고 바로 고백하는 거랑 뭐가 다름?

    누가 보더라도 과한 요구.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이벤트 망하면 나보다 두 길드분들 타격이 더 커.’

    드래곤 레어 공략을 내일로 미루었는데 막상 아무것도 없다면 그 반발을 어찌하겠는가?

    그때 하니와 네이가 보는 채팅창에 똑같은 문구가 올라왔다.

    - 예화 : 지금 BJ대마도사는 승부수를 던졌어요.

    - 예화 : 무리한 승부수를요.

    무리한 승부수, 그 단어에 네이와 하니의 일그러졌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그래, BJ대마도사한테도 이건 부담스러운 일이야.’

    ‘미친 짓이지.’

    당장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조차 BJ대마도사가 너무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

    ‘거절해도 돼.’

    ‘그냥 무시할까?’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에는 이 제안을 거절할 만한 명분과 여론이 있었다.

    - 예화 : 거절은 하지 마세요.

    - 예화 : 거절하는 순간, BJ대마도사한테 모든 주도권이 넘어가요.

    - 예화 : 우리가 싫다고 하는 순간, BJ대마도사가 자기 혼자 하겠다고 말하면 이쪽은 거절할 명분이 없어요.

    물론 그렇다고 거기서 거절하는 건 함정에 빠지는 격.

    - 예화 : 제안을 거절하는 것보단 새로운 딜을 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이어진 채팅창 내용에 하니와 네이는 속으로 감탄했다.

    ‘엄청난 심리전이구나.’

    이런 식으로 함정을 숨기는 BJ대마도사도 그렇지만, 그걸 파악하고 대처하는 예화의 능력도 대단했으니까.

    - 예화 : 이렇게 딜하세요.

    이윽고 채팅창에 딜이 올라오는 순간, 메두사와 붉은 머리의 표정이 잠시 동안이지만 굳었다.

    말 그대로 잠시 동안.

    그 후에는 밝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메두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님 말처럼 분위기도 좋은데 여기서 끝내기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죠. 좋아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보스 몬스터까지 우리가 잡아드리죠.”

    BJ대마도사, 네가 원하는 대로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까지 끝내주겠다.

    “붉은 머리, 당신 생각은 어때요?”

    “어차피 지금까지는 몸풀기 수준이었는데, 몸풀기만 하고 끝내면 아쉽지. 대신에 공짜로는 좀 그렇지. 안 그래?”

    “그렇죠. 여기서 그냥 우리가 다 해드리면 재미는 없죠.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보스 몬스터를 잡아드리면 애프터 신청을 받아주시죠?”

    그 대가로 BJ대마도사, 너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한 번 어울려줘야겠다.

    그 제안에 미다스의 표정도 굳어졌다.

    앞서 그 둘처럼 잠시 동안.

    이내 표정을 푼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애프터 신청이라면…… 다음 데이트 장소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잘 아는 곳이 있죠. 거대 무덤이라고.”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슬쩍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퀘스트 완료 시 ‘거대 무덤’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마지막 문구를 확인한 미다스는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에 로또나 사야지.’

    운이 정말 좋다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