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화. < 112화. 소개팅 (3). >
7.
- 오늘이 4일 차지?
- 33시간이라니까 오늘 BJ대마도사 소개팅 상대가 정해지겠네.
BJ대마도사 소개팅 자리 쟁탈전이 시작되고 4일 차가 됐을 때, 드디어 세상이 궁금해하던 BJ대마도사의 소개팅 상대가 정해졌다.
- 속보! 지금 고르고 길드가 잊어버린 땅에 들어갔다!
- 뭐지? 왜 레드 스컬 길드가 같이 있지?
- 메두사랑 붉은 머리 투샷, 이거 리얼임?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
- 서로 싸우느라 리타이어 한 거 아니었어?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 사실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에게 두 길드의 대표인 붉은 머리 하니와 메두사 네이가 답했다.
“BJ대마도사를 만나기 위해서 손을 잡았어요.”
“본선에는 오르고 생각해봐야지. 최소한 BJ대마도사 얼굴은 봐야하지 않겠어?”
미안해요, 사실 그거 다 연기였어요, 라고.
그건 분명 그들의 전쟁에 진심을 담아 응원을 하던 이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법한 일이었다.
- 우와, 개쩐닷!
- 나 지금 소름 돋았음!
- 그러니까 지금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고 둘이 손잡은 거임?
- 여러분,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면 이 정도 반전은 준비하셔야죠.
그러나 세간의 반응은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반발 여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 아니, 지금 이게 좋아할 때임? 개수작 부린 거잖아?
- 결국 쇼한 건데 좋다고 박수 치는 메두사빠들 수준 보소.
- 붉은 머리 실망이다, 언제부터 붉은 머리가 이렇게 뒤로 손잡고 그랬냐?
날 선 비난과 비판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 응, 그것보다 BJ대마도사랑 소개팅이 더 중요해.
- 꼬우면 니들도 하든가!
- 킁킁, 스마트폰 너머에서부터 안티팬들 냄새 솔솔 나네.
하지만 그 둘이 가진 어마어마한 팬덤에서 나오는 충성심은 그런 반발여론을 집어삼키는데 부족하다 못해 넘쳤다.
- 까놓고 말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운이 좋군, 하면서 BJ대마도사 만나는 것보단 둘이 만나는 게 낫지.
- 아무렴. 애매한 애들이 BJ대마도사 만나봤자 그냥 게스트로 출연해서 얼굴 비추고 끝날 텐데,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콜라보해서 붙으면 차원이 다르지. 벌써부터 시청자 1억 명 소리 들리는 거 안 보임?
무엇보다 BJ대마도사를 만나기 위해 라이벌이었던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후 있을 이벤트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높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 어, 잊어버린 땅에서 사냥 좀 하려는 모양인데?
- 여기서 방송 안 끄고, 파티 플레이 실력 좀 보여주려는 건가?
그러한 세간의 기대감에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잊어버린 땅 사냥 라이브 방송으로 대답했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서.
- 역시 뭔가 아네.
- 두 라이벌이 손을 잡다니, 이거 드림팀 아님?
- 것도 그런데 대체 잊어버린 땅이 얼마나 대단하지 보자.
이쯤 되면 불만을 가졌던 이들조차 그 두 길드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일.
그 덕분에 세상은 알 수 있었다.
- 고대 트가르? 난이도 뭐 이래?
- 미친, 여길 사냥하라고?
- 와, 이게 게임이냐?
잊어버린 땅이 그들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지랄 맞다는 것을.
8.
쉬익!
자신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오는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를 잘라낸 네이가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쳤다.
“원거리 딜러들 뭐해! 딜 안 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머리 위로 광선 한 줄기가 그대로 지나갔다.
블래스터.
그 섬광이 지나가는 순간 네이의 양 옆으로 거대한 뱀 두 마리가 잽싸게 지나가더니 그대로 고대 트가르의 몸을 사슬처럼 휘감았다.
쩌적!
그러자 고대 트가르의 몸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1티어급 신수 요르문간드, 보통 몬스터들이라면 이대로 온몸이 부스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공격이었다.
최소한 움직임 정도는 느려져야 마땅한 공격.
비명 정도는 쥐어짜내야 하는 공격.
쿵!
그러나 고대 트가르는 요르문가드 두 마리의 공격에 비명은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새로운 나무줄기를 뽑아내며 주변에 있는 탱커들을 공격했다.
“젠장, 피해!”
그중 근접 딜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탱커 한 명이 그대로 나무줄기에 휩싸였다.
“피흡! 피흡이야!”
이어서 탱커가 짧게 절규를 내지르는 사이 고대 트가르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잡은 탱커를 그대로 높이 들었다.
그대로 대지에 내리꽂으려는 모양.
“힐! 힐 넣어!”
“말이 쉽지!”
힐러 입장에서는 가장 난감한 경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의 힐링 스킬을 쓰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그냥 성스러운 벼락 쓴다!"
결국 남은 건 성스러운 벼락 같이 공간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힐링 스킬뿐.
꽈르릉!
그렇게 벼락 하나가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에 잡힌 탱커의 몸을 내리쳤다.
콰앙!
그리고 이어서 고대 트가르가 탱커를 나무줄기로 잡은 채로 땅을 내리쳤다.
“젠장, 딜 장난 아니야! HP 반이 그냥 날아갔어!”
이후 여전히 나무줄기에 붙잡힌 탱커가 자신의 상황을 동료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성스러운 벼락이 아니었다면 확실하게 게임 오버를 당했을 상황.
허나, 그 사실을 위안거리로 삼는 이는 없었다.
‘목숨 하나 날렸네.’
성스러운 벼락을 썼다는 건 여분의 목숨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다는 의미.
“피흡 속도도 장난 아니야. 이대로 잡히면 5분 이상 못 버텨! 아니, 3분도 힘들어!”
동시에 지금 상대하는 고대 트가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탱커 목숨줄 따위는 그냥 날릴 만한 괴물이라는 의미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 의미를 갓워즈를 대표하는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수준급인 레드 스컬과 고르고 길드원들이 모를 리 없었다.
‘이런 놈이 숲에 잔뜩 숨어 있다고?’
더욱이 고대 트가르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 강함도 강함이지만 은신 능력이란 것 역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냥 돌아다니다가는 기습을 당하는 셈이고, 그게 아니라 어설프게 범위 공격으로 어그로를 끌려다가 자칫 잘못하면 다수의 어그로를 끌지도 모르는 일.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한 공략법은 이 우거진 숲 속에서 일반공격으로 나무 하나하나를 치는 것뿐이었지만, 그건 누가 보더라도 미친 짓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몇몇 이들은 납득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안 할 만하네. 여기서 뭘 어떻게 제대로 사냥을 하겠어? 그것도 솔로로.”
어째서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침묵했는지.
“죽는 꼴을 라이브 방송으로 할 수는 없지.”
그렇게 하니가 멘트를 내지르면서 다시 한 번 더 고대 트가르에 달려들려는 순간.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더 섬광 한 줄기가 지나갔다.
핑!
그리고 날아간 섬광이 단숨에 고대 트가르를 관통하며 그 몸에 거대한 자국을 만들었다.
그 후 블래스터의 뒤를 이어 파이어볼과 파이어 스피어가 연거푸 날아오며 고대 트가르를 뒤엎었다.
퍼엉!
푸홧!
이후 들리는 소리는 앞서 소리와 다르게 남달랐다.
마치 보청기를 낀 것처럼, 선명했고, 강렬했고, 강력했다.
끄르르르!
심지어 그 공세에 고대 트가르가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그 순간 네이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공격 아주 끝내주는데, 누구야?”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뭐? BJ대마도사라고?”
9.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폭발했다.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바.
- 소개팅 시작되는 이야기 듣고 접속했습니다.
- 역시 BJ대마도사, 못 참고 나왔네.
- 형, 소개팅에 많이 굶주렸구나.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등장 소식에 두 길드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올랐다.
- BJ대마도사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
- 누추하신 분을 이런 귀한 곳에서 뵙게 되다니.
- 됐고, 실버부터 봅시다.
상황 자체도 상황 자체이지만,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 이후 BJ대마도사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것.
- 1억 돌파!
덕분에 두 길드의 시청자 숫자는 단숨에 1억 명을 돌파했다.
- 역시 BJ대마도사가 소개팅한다니까 떼로 몰려오네. 다들 BJ대마도사가 잘 되는 걸 보고 싶은 모양이네?
ㄴ 반대 아님? 잘 안 되는 걸 보고 싶은 거 아님?
분명 붉은 머리나 메두사가 라이브 방송 도중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동원했던 경험이 있는 건 사실.
그러나 그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그게 일상이었다면 자랑거리 삼거나, 훈장처럼 여기진 않았을 테니까.
‘두 분 시청자 숫자가 폭발 중이겠지?’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이렇게 깜짝 등장해서 자신을 찾아온 이 두 분을 위해 기념비적인 날을 만들어드리자고.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생각일 뿐, 두 길드의 심정은 전혀 달랐다.
‘갑자기 등장하다니, 무슨 의미이지?’
‘여기서 바로 결판을 내겠다는 건가?’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눈앞에 있는 저 괴물과 전쟁을 하기 위함 아니었던가?
갑작스러운 등장이 반가울 리 만무.
‘분명 의도가 있다.’
‘BJ대마도사는 뱀보다 더 뱀 같은 자야. 필시 이유가 있어서 지금 등장한 걸 거야.’
더욱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자신을 마주한 적을 고꾸라뜨린 자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비수와도 같은 의도를 숨기는 용의주도함을 가진 자.
한편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BJ대마도사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등장을 반길 리가 없다.’
두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결코 반기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게 마땅한 셈.
“그보다 두 분이 설마 절 만나기 위해서 손을 잡으실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진짜 대박이네, 설마 이 두 곳이 같이 올 줄이야.’
물론 미다스는 자신의 소개팅 파트너가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라는 사실에 콧노래가 절로 나올 따름이었다.
이 둘이라면 미다스 입장에서도 같이 이벤트 매치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터.
‘이 두 길드랑 같이 하면 드래곤 레어 정도는 껌이지!’
무엇보다 소개팅 상대를 데리고 드래곤 레어 공략을 하겠다는 각오를 마친 상태에서 두 길드의 등장은 천군만마와 같았다.
너무 좋아서 웃음이 터질 지경.
“그런데 정말 예상도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실 줄은. 그 정도로 저랑 소개팅을 하고 싶으시다면, 따로 그냥 연락을 주시지."
그 웃음을 간신히 꾹 참은 채 담담한 표정을 짓는 미다스의 모습에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더더욱 긴장했다.
‘우리가 진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
‘독기가 오른 게 보인다.’
호랑이 입장에서 늑대 한 마리가 덤비면 가소로울 따름이지만, 늑대가 무리를 짓고 덤비면 독기와 살기가 차는 법.
두 길드원들의 눈에 비친 BJ대마도사는 지금 후자였다.
그때 두 길드를 대표하는 둘이 움직였다.
“아무렴, BJ대마도사를 만날 수 있는데 까짓것 손을 잡든 발을 잡든 뭐든 할 수 있지.”
붉은 머리 하니.
“그렇죠,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이런 식으로 연기까지 했네요. 그러니 이해해주시죠.”
그리고 메두사 네이, 그 두 미인의 등장에 미다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당연히 이해해드리죠.”
의외로 순순한 허락에 하니와 네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둘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이런 식은 반칙이다, 라고 판을 엎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바.
‘너무 쉽게 받아들이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그런 만큼 이 순순한 허락에 의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심이 짙어지는 만큼 각오도 굳어졌다.
‘뭐든 좋아. 어떻게든 전쟁을 벌인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건 없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해.’
BJ대마도사를 잡는 순간, 10대 길드의 자리가 예약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BJ대마도사가 왔는데 죽고 죽이는 전쟁 말고 다른 선택지 따위가 보일 리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서로 인사는 끝냈으니 가볍게 데이트 약속이나 잡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여기서 괜찮은 장소를 섭외했거든요."
때문에 데이트란 단어에 하니와 네이는 동시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갈 곳은 지옥뿐이다.’
‘싸우기 싫은 모양인데, 그럴 순 없지.’
그런 장난질에는 더 이상 어울릴 생각조차 들지 않을 따름.
“여기에 드래곤 레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같이 공략해보는 게?”
그러나 드래곤 레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은 크게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 드래곤 레어? 지금 드래곤 레어라고 했어?
- 이야, BJ대마도사가 그래도 소개팅한다고 데이트 장소는 끝내주는 곳 골랐네.
- 이 정도면 데이트 받아주는 게 예의지.
일단 시청자들은 놀랐다.
반대로 하니와 네이는 머릿속으로 당했다,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드 레이스가 아니라 합동 공략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금 BJ대마도사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쉽지 않았으니까.
당장 드래곤 레어라는 이름의 가치가 너무 무거웠다.
- 아무리 그대로 그렇지, 소개팅할 뿐인데 바로 드래곤 레어 같이 공략할 기회를 주다니, 대단하네.
- 솔직히 이 정도 데이트 장소면 검은 숲에서 목숨 건 대가로는 충분할 듯.
- BJ대마도사가 진짜 데이트하고 싶은 모양이네. 이렇게 절박하게 베팅하는 거 보면.
그런 곳을 같이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지랄 말고 드래곤 레어 레이드 레이스나 합시다, 누가 죽나 한 번 끝까지 가봅시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게 혼자 하려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여기 사냥 난이도가 괴팍해서 말이죠. 참 이것도 게임이라고 만든 건지……."
- 하긴, 고대 트가르 지랄 맞더라.
- 잡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 엿 먹으라고 만든 몬스터였지.
하물며 잊어버린 땅이 상식 밖의 난이도를 가졌다는 건 이미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의 사냥을 통해서 명명백백하게 증명된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서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고 하는 건, 같이 동반 자살을 하자는 의미.
BJ대마도사가 입장에서는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럼 데이트는 없던 걸로 합시다, 라고 말할 명분은 충분했다.
‘외통수다.’
이 상황에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이제 단 둘 뿐이었다.
BJ대마도사의 파티 플레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같이 열심히 레이드를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쟁을 선포하는 것.
어느 것 하나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가 원하는 건 없었다.
그때 그 두 여인의 눈이 채팅창에 올라온 채팅을 보더니 이내 반짝였다.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아!’
원하는 게 없다면 선택을 미루는 수밖에.
“나쁘지 않은 데이트 장소 같은데, 한 가지 의문이 있네요.”
네이, 그녀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의문이요?”
“예. 정리하면 BJ대마도사님이 우리를 드래곤 레어로 에스코트해주신다는 거잖아요?”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과연 BJ대마도사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드네요. 반대로 우리가 에스코트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네이가 말과 함께 하니에게 살짝 눈빛을 줬고, 그 순간 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하니가 바로 동조했다.
“우리를 에스코트할 수 있는지 실력부터 보자고. 설마 길안내만 해주고, 힘든 건 우리한테 떠넘기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네 실력이 탐탁지 않으면, 이 데이트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 제안에 미다스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두 여인은 그리고 그녀들과 이야기 중인 채팅창 속의 인물은 놓치지 않았다.
‘이때다.’
‘놈이 변명하기 전에 치고 들어간다.’
BJ대마도사가 무어라 반응하기 전에 둘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고대 트가르를 상대로 우리보다 낫다는 건 증명하시는 게 어떨까요?”
“10마리 빨리 잡기, 타임 어택 어때? 응?”
그 제안에 미다스의 표정이 좀 더 굳었다.
동시에 채팅창에는 탄식이 나왔다.
- 혼자 잡는 것도 기적인데, 10마리 빨리 잡으라고? 그것도 지금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합쳐진 50인 파티보다?
- 이 정도면 사실상 데이트 하기 싫다고 신호 보냈다는 게 커플 학계의 정설.
- 데이트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 BJ대마도사님, 그냥 솔로로 살다 죽읍시다. 뭔 데이트입니까?
- 역시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죽을 팔자다.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으니까.
그때 네이와 하니가 BJ대마도사를 몰아붙였다.
“만약 우리보다 빨리 잡으시면, BJ대마도사님의 데이트에 전력으로 협조하죠.”
“파티도 맺지 않고, BJ대마도사님에게 경험치든 아이템이든, 전부 드리죠.”
우리보다 낫다는 걸 증명만 하면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을 마련해주겠다.
이제는 BJ대마도사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준 셈.
그 제안 속에서 네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반대로 우리가 이기면 우리 쪽이 데이트 코스를 잡겠어요.”
“오!”
듣고 있던 하니가 오히려 감탄하며 놀랄 정도의 결정타를.
- 이거 개이득 아님? 어쨌거나 데이트는 하는 거잖아?
- 형, 그냥 콜하자. 이때 아니면 언제 만나겠어?
그러자 이제는 시청자들이 네이와 하니의 편이 되어 BJ대마도사의 선택을 재촉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웬 떡이지?’
너무 기분이 좋아 미치는 걸 간신히 참아야 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그 표정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