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59화 (359/485)

359화.  < 112화. 소개팅 (2). >

4.

갓워즈에서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300레벨에 배울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은 스킬은 두 가지가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과 블래스터.

이중에서 인지도나 인기가 높은 건 당연히 플레임 드래곤이었다.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다.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등장하고, 그 마법진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드래곤이 나오는 순간 감탄 역시 절로 나왔으니까.

데미지도 압도적이었다.

현재까지 등장한 400레벨 이하 몬스터들 중에서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고 마법진을 뛰쳐나와 전장을 헤집는 플레임 드래곤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희소했다.

플레임 드래곤 스킬을 가진 자는 미국 파워볼 당첨자 숫자보다 적을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불사조 대신 닭 취급 당하지.’

플레임 드래곤과 블래스터는 꿩 대신 닭 이상의 취급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불사조 요리 대신 닭을 더 자주 먹고.’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블래스터가 때때로 더 높은 평가를 받고는 했다.

‘불사조는 먹기가 아까우니까.’

일단 플레임 드래곤 스킬은 쿨타임과 캐스팅 시간이 너무 길었다.

쿨타임 감소 셋을 착용해도 쿨타임은 1시간 이상.

캐스팅 속도 셋을 착용해도 최소 5분 이상의 캐스팅 타임을 요구했고, 그래서 대부분은 메모라이즈로 미리 저장해두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일반 전투에서 쓰기에는 애매했으며, 보스전에서도 한 번, 마지막에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먹을 때 조심해야 하고.’

동시에 너무 강했다.

자칫 잘못 사용했다가는 적은 물론 아군까지 단숨에 해치울 정도.

반면 블래스터는 정반대였다.

‘반대로 닭고기는 조리도 쉽고, 빠르고, 간편하지.’

짧은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에 비해 강력한 데미지를 가진 건 물론, 사용이 매우 간편했다.

빔 공격답게 초목이나, 돌 따위는 그냥 그대로 관통해버렸으니까.

공격 속도도 매우 빨라서, 일단 제대로 조준을 마치면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그만큼 명중시키기는 쉬웠다.

언제든 원할 때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닭고기 같은 스킬인 셈.

그런 이유로 두 스킬을 두고 논쟁이 붙으면 그 불은 생각보다 쉽게 꺼지지 않았다.

물론 그 논쟁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뭐, 어차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쓰면 되는 거지만.’

아즈모 가라사대, 그럼 둘 다 가지면 되잖아?

[플레임 드래곤]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플레임 드래곤을 소환하는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낸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플레임 드래곤의 활동 시간이 늘어난다.

[블래스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그 어떤 방해물도 막지 못하는 강력한 빔 공격을 날린다.

“크으.”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스킬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진한 미소를 지는 이유였다.

‘끝내준다, 끝내줘.’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스펙업이 끝난 순간.

더욱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에 골렘도 하나 더 추가됐고.’

골렘의 진리 스킬 효과에 따라 300레벨이 미다스가 소환 가능한 골렘 숫자는 이제 한 마리 더 늘어났다.

‘가만, 플레임 드래곤도 소환이잖아? 그럼 한 마리 더?’

여기에 미다스가 가진 원모어 효과로 플레임 드래곤이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등장할 터.

결정적으로 미다스에게는 그게 남아있었다.

‘그럼 레전더리 에픽으로 마무리 해보자.’

NPC알가마스로부터 받은 스킬 카드북,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꼭꼭 숨겨놓았던 그 스킬 카드북을 바로 개봉했다.

그리고 등장한 화려한 에메랄드빛 속에서 미다스는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플레임 드래곤을 소환하는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낸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플레임 드래곤의 활동 시간이 늘어난다. 모든 활동을 마친 플레임 드래곤은 강력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잠시 그대로 굳었다.

굳은 채로 상상했다.

등장한 플레임 드래곤이 실버와 함께 어우러지며 전장을 헤집다가 이내 폭발하면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광경이.

헥헥!

“주인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그 광경에서 굳건하게 남아있는 골드와 럭키의 모습이.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고민은 이제 하나였다.

‘소개팅 상대가 누구인지만 정해지면 돼.’

소개팅 상대가 정해지는 것.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행복했던 미소가 사라졌다.

‘문제는 지금 소개팅 전쟁 중이라는 거지만.’

미소를 지우며 미다스는 검은 숲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떠올렸다.

5.

- 검은 숲 지금도 시끄러움?

ㄴ 말도 마. 지금 BJ대마도사랑 소개팅 하고 싶어서 다들 전쟁 중임.

ㄴ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잊어버린 땅 입성을 위해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는 상황.

- 캬! 요즘 라이브 보는 맛이 남다르네.

-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 최고지!

- 팝콘 살살 녹는다!

그리고 그 상황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무렵.

- 대박 사건! 고르고 길드 라이브 방송 중에 사고 터졌다!

ㄴ 뭔데?

ㄴ 레드 스컬 길드가 고르고 길드 공격함!

ㄴ 뭐라고? 리얼?

ㄴ 라이브 방송 도중에 공격당했어! 증거 빼박!

그 무렵에 터진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충돌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는 수준을 넘어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애초에 갓워즈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들 중 하나였던 두 길드.

- 이미 고르고 길드원 한 명 죽음!

ㄴ 맙소사, 그럼 고르고 길드는 다시 시작하는 거잖아?

ㄴ 다시 시작은 무슨, 이제부터 고르고 길드가 레드 스컬 방해하려고 지랄을 하겠지.

ㄴ 그냥 지랄 정도가 아닐 것 같은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와의 소개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전쟁 아님?

그런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회성 충돌이 아니었다.

- 고르고 길드가 공지 띄웠음. 레드 스컬 조질 건데 방해하는 놈들은 같이 조지겠다고.

- 붉은 머리가 바로 라이브 방송으로 대답함. 이번에 메두사를 잡고 별명 헤라클레스로 바꿀 거라고.

ㄴ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페르세우스 아님?

사생 결단.

두 길드가 그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그 순간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설마 여기에 숟가락 올리려는 병신은 없겠지?

- 이 싸움에 끼어 들었다간 진짜 골로 간다.

-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면 등껍질 벗겨지고 바로 한 끼 간식 꼴 나는 거지.

그 둘의 전쟁에 그 어떤 개입도 불가능하리라고.

“와, BJ대마도사 소개팅 때문에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전쟁을 하네.”

그 속보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역시 떠들썩해졌다.

“BJ대마도사가 장난 아니긴 장난 아닌 모양이야. 설마 이 둘을 제대로 싸우게 만들 줄이야.”

“BJ대마도사 매력이 대단하네.”

“당연히 대단하지. 지금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 중 한 명에다가 현실에서도 엄청난 부자인데. 거기다가 솔로잖아?”

“아니, 그런데 솔로인 거 확실해?”

“이 정도까지 유명해졌는데 이렇다 할 열애설이나 예전 연인이었다는 글 안 올라오는 거 보면 진짜 솔로겠지.”

“그러네.”

“어쨌거나 대단하다, 대단해. 갓워즈에 이 둘을 싸우게 만드는 건 BJ대마도사가 유일할 텐데.”

BJ대마도사의 명성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물론 박영준의 생각은 달랐다.

‘둘이 손잡았군.’

박영준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이게 두 길드의 수작질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 애매하지.’

두 길드, 그것도 1티어급 길드들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을 차지하는 유명 길드가 사생결단을 벌이는 상황에서 끼어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

‘플레이어가 죽은 건 연출일 테고.’

더욱이 표면상으로 고르고 길드는 파티원 사망으로 인해 사실상 이번 레이스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당장 고르고 길드를 견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

‘50인 파티 구성을 두 길드가 25인씩 나눠서 했겠지.’

허나, 박영준은 그마저도 꿰뚫어 봤다.

‘남은 25명은 연출용이고.’

잊어버린 땅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검은 숲에서 50인 파티가 33시간 동안 단 한 명의 게임오버도 당하지 않고 생존하는 것.

여기서 핵심은 50인 파티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박영준의 말처럼 고르고 길드에서 25명, 레드 스컬 길드에서 25명씩 50인 파티를 구성해도 상관없었다.

‘피 튀기는 전쟁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제3자의 시선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쟁으로 보일 터.

물론 이후 이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두 길드는 세간으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을 터였다.

‘소개팅을 위해선 뭐든 하겠다, 이거군.’

달리 말하면 그만큼 BJ대마도사의 소개팅이 중요하다는 의미.

동시에 그 둘이 동시에 BJ대마도사를 상대할 생각이라는 의미였다.

‘쉽지 않겠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마어마한 적이 등장한 상황.

‘그 둘이 그저 단순히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고 이렇게까지 수를 던질 리 없어. 필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면서 메리트를 제공한 이가 있을 거야.’

그리고 박영준이 보기에 그 둘만이 꾸민 일이 결코 아니었다.

‘내 깜냥으로 어떻게 될 일이 아니야.’

그렇기에 박영준은 이 상황 앞에서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BJ대마도사도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법을 강구할 터. 그럼 BJ대마도사에게 판단을 맡긴다.’

이건 BJ대마도사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박영준조차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놀랍고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왔던 바.

이번에도 그의 판단은 박영준의 판단보다 나을 터였다.

오히려 이쯤 되면 박영준 역시 궁금했다.

‘과연 지금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6.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어휴.”

인벤토리를 채운 아이템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푸욱,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미다스에게서는 30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지금 검은 숲에서 일어나는 BJ대마도사 쟁탈전이었다.

‘젠장, 분위기 살벌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솔직히 미다스는 이 정도까지 경쟁이 치열하리라 예상하진 못했다.

특히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자신 때문에 싸우게 될 줄은 감히 상상도 못한 바.

‘이거 위험해.’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자신 때문에 두 유명 길드가 부딪친 것부터가 미다스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누가 이기든 간에 양측의 피해는 클 테고, 결국 그와 관련된 이들 중 일부는 미다스를 탓할 터.

‘둘 중 하나랑 하는 게 베스트인데…… 이러면 나가리지.’

그리고 정황상 두 길드는 잊어버린 땅 입장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즉, 소개팅 상대에서 제외라는 의미.

다른 곳도 아니고 각각 1억 명이나 되는 시청자를 동원할 티켓 파워를 가진 둘이 소개팅 후보에서 제외되는 건 미다스나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었다.

‘그보다 이렇게까지 해서 소개팅 자리 오시면 대우가 섭섭해서는 안 돼.’

결정적으로 그 둘의 전쟁으로 인해 BJ대마도사의 소개팅 자리가 너무 값진 자리가 됐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소개팅 자리에 온 플레이어를 상대로 그저 인사나 하고, 우리 고대 트가르나 잡아보면서 데이트나 해볼까요? 하는 수준에서 끝낼 수는 없는 일.

적어도 그들이 노력한 만큼 미다스도 기꺼운 선물과 대접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드래곤 레어 정도는 데려가줘야 할 텐데…….'

소개팅 이후 데이트 장소로 끝내주는 곳을 데려가줘야한다는 의미.

‘아까운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필시 드래곤 레어에 값비싼 아이템이 넘칠 것이 자명한데, 그곳을 데이트 코스로 삼는다?

최소한 맛난 거 하나쯤은 데이트 상대의 입에 살포시 넣어주는 게 매너이자, 예의.

‘젠장.’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일이 이상하게 풀리면 드래곤 레어를 소개팅 상대랑 나눠 먹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단 퀘스트부터 깨놓고 보자.’

당연히 NPC알가마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미다스의 발걸음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왔군.”

이윽고 다시 NPC알가마스를 마주한 미다스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주변으로 그가 했던 부탁대로 고대 트가르의 심지를 뿌렸다.

1천 개의 손가락 크기의 나무 파편들이 NPC알가마스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파이어볼.”

그 후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꺼낸 후 그 심지를 향해 가볍게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강렬한 소리와 함께 트가르의 심지가 활활, 푸른빛의 연기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러한 불길은 미다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거셌다.

화르르르!

불길의 높이가 30여 미터에 이를 정도로!

그 강렬한 불길 속에서 NPC알가마스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NPC알가마스를 덮고 있던 돌이 녹아내렸다.

그것을 보며 미다스는 걱정이 들었다.

‘이대로 타 죽는 거 아니야?’

이 불길 속에서 과연 NPC알가마스가 무사할 것인가, 하는 걱정.

그때 불길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도다.”

이윽고 온몸의 자유를 되찾은 NPC알가마스가 불길 속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놀라운 건 쉼 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임에도 NPC알가마스의 조금의 그을림도 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맙소사.’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알가마스의 망토]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00레벨 이상

- 알가마스의 망토다. 레드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착용자의 마력을 흡수하면 화염으로부터 강력한 저항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지력 +751

- 마력 +831

- 마법 공격력 +30

- 마법 방어력 30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50퍼센트 증가

- 화염 공격에 피격 시 체력 대신 마력이 소모된다.

알가마스가 착용한 로브의 말도 안 되는 옵션이.

말 그대로였다.

‘화염 공격 당하면 마력부터 소모한다고?’

조건부이긴 하지만 화염 공격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아이템은 이제껏 존재한 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염 계열 마법사들이 보면 입에 거품 물겠네.’

특정 직업군에서는 아니, 이게 게임이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아이템이었으니까.

‘가만, 이번 퀘스트 보상이 이거 아니었나?’

그때 미다스의 사고가 퀘스트 보상에 이르는 순간, 온몸의 자유를 되찾은 NPC알가마스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미친 듯이 치솟던 불길이 그대로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유를 되찾아주어서 고맙다.”

이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NPC알가마스.

“그러니 이제는 은혜를 갚을 때. 내게 원하는 게 있는가?”

“입고 있는 그 로브……."

그 질문에 그 로브 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대답을 내뱉으려던 미다스가 간신히 대답을 삼켰다.

‘어차피 그냥 줄 텐데, 달라고 하지 말자. 아는 척하는 것도 웃기는 거고.’

내가 아이템 보는 눈이 있는데, 당신 로브 보니까 끝내주더라. 그러니까 내놔, 어차피 퀘스트 보상으로 준다고 했잖아? 내가 다 봤어, 라고 말하면 NPC알가마스가 그러지 뭐, 하고 줄 리가 만무.

그건 너무나도 비상적인 경우였다.

“……가 참 멋지시네요. 아, 저는 이 지도가 가리키는 곳을 알고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지금 나와야 할 단어는 로브가 아니라 지도였다.

“지도?”

이내 미다스가 지도를 꺼내는 순간, 그 순간 NPC알가마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드래곤의 둥지를 표시한 지도가 남아있다니, 놀랍군.”

그리고는 미다스를 바라보며, 더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가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더 놀랍고.”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알가마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드래곤이란 신을 먹어 치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게 이곳이 잊어버린 땅이 된 이유다. 그 어떤 신도 자신을 위협할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곳을 세상이 기억하기를 원치 않을 테니까.”

신이 용납지 않는 땅이라는 의미.

‘난이도 장난 아닐 것 같다.’

그 설명에 미다스는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드래곤 레어의 공략 난이도를 상향 조정했다.

“물론 자네도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각오를 마치고 있게 왔을 터. 괜한 조언 따위는 하지 않겠네. 약속대로 위치를 알려주지.”

그때 NPC알가마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가 입고 있는 망토가 제 스스로 움직이며 NPC알가마스에게서 떨어져 나오더니 이내 미다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보상에 미다스가 감격에 벅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알가마스의 망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휙!

그러자 알가마스의 망토가 뒤로 빠지며 미다스의 손을 잽싸게 피했다.

‘응?’

그 광경에 미다스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망토를 잡기 위해 몇 차례 손을 뻗었다.

휙, 휙!

그러나 알가마스의 망토는 어림도 없지, 라는 듯 그런 미다스의 손을 유유자적 피해냈다.

결국 잡는 거 포기한 미다스가 NPC알가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얘 어떻게 잡죠?”

그 의문에 NPC알가마스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망토는 안내인일 뿐이다.”

“안내인이요?”

“지도가 있되, 설명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NPC알가마스의 말에 화답하듯 망토가 스윽스윽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움직였다.

‘아.’

그제야 비로소 보상으로 알가마스의 망토를 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한 미다스가 나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미다스에게 NPC알가마스가 말을 건넸다.

“안내만 할 뿐, 드래곤의 둥지로 들어가는 건 자네의 몫.”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어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드래곤 레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알가마스의 망토를 따라 드래곤 레어, 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거대 무덤’ 진행 가능

!알가마스의 망토가 훼손되지 않고 공략 시 추가 보상 및 ‘알가마스 망토가 인정한 자’ 타이틀 지급

!알가마스의 망토가 인정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33) 지급

!추가 보상 : 알가마스의 망토

“단지 조언을 하자면 단단한 각오와 준비를 하게. 이곳이 왜 잊어버린 땅이 됐는지 기억하게. 이곳에 있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자가 있다는 것을.”

그 퀘스트창과 함께 나온 NPC알가마스의 조언에 미다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안전빵으로 가자.’

드래곤 레어 공략은 소개팅 상대와 함께 깨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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