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54화 (354/485)
  • 354화.  < 110화. 용의 알 (3). >

    7.

    끝내주는 라이브 방송 이후에는 커뮤니티가 그 라이브 방송으로 달아오르는 법.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이번에는 진짜 역대급이었지.

    이번 BJ대마도사의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간만에 제대로 활약했지.

    - 아이스 스톰 장난 아니더라. 보스몹 상대로 홀딩 25초가 말이 됨?

    - 정령 기사하고 골렘 크기도 진짜 압도적이었지. 거인이란 게 뭔지 느낌이 확 오더라.

    어느 것 하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퍼포먼스.

    - 그도 그렇지만 골드님이랑 럭키님 활약한 덕분이지. 솔직히 BJ대마도사는 그냥 캐스팅만 열심히 한 것뿐이잖아?

    ㄴ 또또 골드, 럭키빠들 나대네. 대세는 BJ대마도사거든요?

    ㄴ 응, 이제는 실버의 시대야.

    ㄴ 그러네. 실버 드래곤 시대지.

    오죽하면 BJ대마도사와 그 동료들만이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정도, 다른 것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존자 길드 이야기 들었어? 이제 헤이즈 길드랑 화해했다는데?”

    “그래? 어떻게?”

    “그 둘 완전히 원수잖아?”

    생존자 길드와 헤이즈 길드의 화해 소식 역시 갓워즈에 관심 있는 이들의 주요 가십거리가 되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는 가십거리가 되기 힘들었다.

    “BJ대마도사가 두 길드 마스터들 앞에 두고 화해시켰대.”

    하지만 BJ대마도사가 그들 사이를 화해시켰다는 요소가 첨부되는 순간 맛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그게 아니죠.”

    “혁주, 너 뭐 더 아는 거 있어?”

    “제가 아는 형의 형의 동생이 헤이즈 길드 다니잖아요? 그분한테 이야기 제대로 들었죠.”

    “어떤 이야기?”

    “그러니까 키메라 레이드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가 헤이즈 길드 마스터를 불렀대요.”

    “불렀다고? 직접? 마스터를?”

    “예, 부른 다음에 그 자리에서 드래곤이 된 실버를 앞세우고 이렇게 말했대요. 생존자 길드랑 화해할래요 아니면 여기서 드래곤 레이드 한 번 해볼래요, 라고.”

    “와."

    “헤이즈 길드 자존심을 아주 개박살을 냈네.”

    그리고 그러한 가십거리는 이리저리 뜯기는 와중에 있지도 않은 뼈와 살이 붙여지며 루머로 탈바꿈했다.

    “야, 혁주야.”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식겁할 이야기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BJ대마도사가 무슨 인성파탄자도 아니고 길드 마스터 앞에 데려와서 그렇게 협박했을 리가 없잖아? 그냥 두 길드 사이에 있으니 다리 역할만 한 거겠지.”

    ‘젠장, 이렇게 이야기가 돌아가면 헤이즈 길드 분들이 기분 나빠할 거야.’

    정현우 기준에서 그 자리는 어디까지나 헤이즈 길드가 배려해준 자리, 그런데 이런 식으로 헤이즈 길드가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는 식으로 포장되면 헤이즈 길드 기분이 결코 좋을 리 만무했으니까.

    ‘1티어급 길드 상대로 갑질한다는 이미지 붙으면 진짜 엿되는 거고.’

    비단 헤이즈 길드만이 아니라 다른 1티어급 길드들, 라이징 스타 채널의 미래 고객분들에게도 BJ대마도사에게 이런 이미지가 붙으면 여러모로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현우 형, 형이 BJ대마도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BJ대마도사는 그런 사나이예요. 할 때는 하는 사나이.”

    허나, 정현우의 그런 항변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혁주 말이 맞지. 현우, 네가 뭘 모르는 거 같네. BJ대마도사라면 그러고도 남지.”

    “맞아, 그리고 성격 파탄자인 것도 사실이잖아?”

    “아무렴. 그리고 솔로로 평생 지냈다던데, 파탄되고도 남는다는 게 그쪽 학계 정설이라는데?”

    도리어 정현우는 BJ대마도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놈 취급을 당할 따름이었다.

    ‘어이구야.’

    그 사실에 정현우는 더 이상 반박하는 걸 포기하며 말했다.

    “됐고, 캡슐이나 열어 줘.”

    들어봤자 머리만 아픈 이야기를 계속 들을 필요는 없는 법.

    “예, 바로 해드릴게요.”

    손님의 요청에 순순히 반응하는 이혁주.

    그 순간이었다.

    “혁주야, 그러지 말고 좀 더 이야기해 봐.”

    이제는 이혁주의 입담에 푹 따진 다른 손님들이 이혁주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맞아,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BJ대마도사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게 혁주잖아?”

    동시에 정현우를 향해서는 눈치를 보냈다.

    “현우야, 우리 혁주 이야기 좀 들을 테니까 캡슐은 네가 열고 들어가라, 응?”

    “BJ대마도사 이야기 좀 더 해 봐. 뭐 소식 없어?”

    이야기 잘하는 애 건드리지 말고 너 혼자 가서 게임하라고.

    그 사실에 정현우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게임이나 하자, 게임이나.’

    8.

    [키메라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9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290레벨 달성을 알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자욱한 안개로 가득한 주변을 훑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실버였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무려 50미터에 이르는 몸길이.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하는 덩치를 가진 녀석의 주변에는 드래곤 나이트 둘이 있었다.

    [드래곤 나이트가 소멸됩니다.]

    그때 알림 하나가 들리면서 안개 속에 있던 드래곤 나이트들이 그대로 흙처럼 무너졌다.

    [실버의 모든 능력치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실버의 회복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어서 거듭 알림이 들렸다.

    그게 이번에 실버가 얻게 된 스킬 효과였다.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와 달리 키메라 드래곤은 정해진 시간마다 스킬이 발동했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 조건이 있었다.

    ‘어그로가 사라지는 순간 능력치 초기화.’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은 스킬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적이 실버를 인식, 즉 어그로가 끌려야 한다는 것.

    어그로가 사라지는 순간 키메라 드래곤의 모든 능력은 조금 전처럼 초기화가 됐다.

    그게 키메라 드래곤의 공략법이었다.

    정 아니다 싶으면 전부 병력을 무르고 어그로를 초기화시키는 것.

    ‘중첩은 최대 3회에.’

    여기에 실버의 경우에는 키메라 드래곤과 달리 스킬 효과 중첩이 최대 3회에 불과했다.

    드래곤 나이트는 최대 3마리까지 소환 가능했으며, 능력치 증가나 회복 속도 증가 역시 3중첩이 한계였다.

    사실 3중첩을 하는 것조차 조건이 까다로웠다.

    앞서 말했듯이 어그로가 초기화되는 순간 중첩 효과는 사라지고, 처음부터 시작이니까.

    대부분의 전투가 10분 안으로 끝나고, 보다 짧을수록 좋은 갓워즈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실버, 정말 훌륭한 활약이었다.”

    왕!

    “나쁜개도 네 활약에 감탄을 표하는구나.”

    굳이 그런 스킬이 아니더라도 실버가 가진 기본 스펙 자체가 압도적이었으니까.

    “주인님의 은혜 덕입니다.”

    가장 압도적인 건 역시 덩치였다.

    50미터의 신장.

    심지어 실버는 거대화 스킬을 통해 이 덩치를 최대 70미터까지 키울 수 있었다.

    말이 70미터이지, 골렘 대여섯 마리가 동시에 어깨동무를 해야 만들 수 있는 크기였다.

    당연히 탱킹 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당장 이곳 키메라사우루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부류, 브라키오사우루스들조차 덩치에서 밀릴 정도.

    공격력도 매우 강력했다.

    그 덩치로 짓누르거나 하다못해 긴 꼬리를 휘두르기만 해도 제대로 버티는 몬스터는 최소한 일반 몬스터 중에는 없었으니까.

    ‘기동력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물론 덩치가 큰 만큼 이동속도나 공격속도는 매우 느렸으며, 동시에 피격 범위도 너무 넓었다.

    ‘탱커로 이만한 게 없지.’

    달리 말하면 방어 범위가 넓다는 의미.

    실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미다스가 펼칠 수 있는 전술적 역량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다음 사냥터가 기대된다.’

    이쯤 되면 미다스의 가슴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신감이란 놈이 불타올라 마땅했다.

    ‘거대 무덤, 까짓것 박살을 내주마.’

    그 넘치다 못해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을 수준이 된 자신감을 품은 미다스가 소리쳤다.

    “워드래곤, 어디 한 번 카드 보상 까봐!”

    자신의 성좌를 향해 자신 있게 반말을 지껄였고, 그에 화답하듯 미다스의 눈앞에 곧바로 100장의 카드들이, 미다스의 새로운 스킬이 되고자 하는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어?’

    그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자신감 따위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잠시 미친 모양입니다, 성좌이시여 한 번만 물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간절한 기도, 물론 그 기도가 통하는 일은 없었다.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미다스가 보는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황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삭막한 풍경뿐.

    그곳에서 그나마 꽃처럼 피어난 건 붉은빛 하나뿐이었다.

    ‘아니, 무슨 레전더리 하나 없는 건 그렇다고 쳐도 유니크도 하나만 준다는 게 말이 돼?’

    그 풍경 앞에서 허탈한 심정을 품은 미다스가 하나뿐인 유니크 랭크 스킬 카드를 살펴보았다.

    [지원사격]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애로우 계열 마법의 발사 횟수가 늘어난다.

    지원사격.

    설명처럼 파이어 애로우나 라이트닝 볼트 같은 애로우 계열의 발사 횟수를 늘려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나쁜 스킬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니크 등급, 그 이상 효용성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젠장.’

    물론 미다스에게 선택의 고민 같은 건 없었다.

    나머지 레어 등급이나 노멀 등급 스킬은 더더욱 쓸모가 없었으니까.

    [지원사격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정말 이제까지 갓워즈를 해오면서 가장 고민 없이 스킬 카드를 선택하는 순간.

    ‘아.’

    그 선택을 마친 미다스가 짧게 탄식했다.

    느낌이 든 탓이었다.

    ‘다음 레벨은 300레벨, 여기서 레전더리 등급 하나 제대로 나와 줘야하는데…….'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300레벨에서 어쩐지 안 좋은 게 나올 것 같은 느낌.

    ‘플레임 드래곤 같은 건 감히 상상도 안 한다. 블래스터 정도로만 가자. 블래스터. 제발 부탁합니다.’

    그렇게 짧게 기도를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마저 사냥하자.”

    미다스가 다시 퀘스트를 진행했다.

    9.

    [미다스]

    - 레벨 : 293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2812)/체력(5+2734)/지력(1359+4299)/마력(298+3855)

    ‘레벨 하나는 제대로 올렸네.’

    준보스급 몬스터 키메라사우루스 1천 마리를 홀로 잡은 결과물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인벤토리창을 띄웠다.

    평소 이 정도 몬스터를 잡았다면 소모 아이템 대신 잡템이라도 가득 찼을 인벤토리, 그러나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인벤토리가 어느 때 보다 허전하기 그지없었다.

    ‘레벨 하나만 제대로.’

    지갑이 비어가는 사실이 기쁠 리 만무.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쓴웃음을 머금지 않았다.

    ‘드래곤 레어가 다 해줄 거야. 아무렴, 거기 금은보화가 가득 할 거야.’

    조만간 도달하게 될 드래곤 레어가 오늘 손해보다 더 큰 이익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믿습니다, 드래곤 레어님. 큰 거 안 바랍니다. 스킬 카드북 하나랑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거래 가능한 걸로 하나만 주십시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미다스 앞에 NPC호곤이 등장했다.

    “다됐네.”

    등장한 NPC호곤이 미다스에게 선홍빛 액체로 가득 찬 손바닥 크기의 병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미다스는 군말 없이 바로 용의 알에 그 선홍빛 액체를 뿌렸다.

    스스!

    그러자 저번처럼 용의 알이 선홍빛 액체를 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흡수했다.

    팟!

    그러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용의 알이 강렬한 빛을, 황금빛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NPC호곤이 말했다.

    “용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성된 존재일세. 달리 말하면 알 속에서 완성되어 가지. 지금 이 과정은 각성일세."

    각성.

    [용의 알이 용의 힘을 각성합니다.]

    그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용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 순간이었다.

    ‘어?’

    미다스가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주인님!”

    왕!

    곧바로 럭키와 골드 역시 미다스를 향해 놀란 반응을 보였다.

    개중에서 가장 놀란 건 잭팟이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녀석이 황급히 날갯짓을 하며 미다스의 머리를 떠났다.

    꾸우!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꾸우!

    마치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처럼 떠오르는 제 주인인 미다스를 향해.

    그런 잭팟의 울음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거듭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발아래를 바라봤다.

    ‘떴다! 떴어!’

    그러자 1미터 아래의 지상이 보였다.

    “우와! 우와아아!”

    이윽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날고 있다! 내가 하늘 위에 있다고! 아이 캔 플라이!”

    비행, 인류의 꿈 중 하나 아니었던가?

    더욱이 온갖 종류의 초능력과 같은 스킬을 쓸 수 있는 갓워즈에서도 비행만큼은 경험키가 힘들었다.

    기껏해야 게임 초반에 워프 마법을 이용할 때, 마을을 이동할 때 느끼는 게 전부.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스킬은 존재치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새끼들 다 뒈졌어!”

    너무 언밸런스하다는 것.

    속된 말로 하면 사기를 넘어 씹사기였다.

    “BJ대마도사, 아니, B2대마도사가 간다!”

    그 사실에 도취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 그의 몸은 어느새 배의 갑판에서 5미터 높이까지 올랐고, 그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떠올랐다.

    그 무렵이었다.

    ‘이제 좀 무섭네. 잠깐, 그런데 이거 어떻게 내려가지?’

    미다스의 머릿속에 비행이란 단어가 추락이란 단어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용의 알을 향해 말했다.

    “저기, 좀 내려주지 않을래? 응? 용알아, 응? 용알아, 형 좀 내려주지 않을래?”

    팔자에도 없는 용알이란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그러나 용의 알은 미다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신 들린 건 알림이었다.

    [남은 비행 시간은 48초입니다.]

    이제 진짜 착지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추락하리란 알림.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즐겁다, 라는 개념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염려와 우려만 가득할 뿐.

    ‘아! 잭팟! 그래, 잭팟!’

    그때 잭팟의 존재를 떠올린 미다스가 발치 아래에 있는, 이제는 작게 보이는 잭팟을 향해 말했다.

    “잭팟아! 지금 조금 있다가 추락할 거 같은데 그때 네가 나 좀 잡아줘라, 제발!”

    간절한 외침에 잭팟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다스 대신 럭키의 머리에 올라탄 채 제 부리로 깃털을 다듬기만 할 뿐.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서 잘 안 들리는 모양.

    “야! 잭팟! 야 인마! 너 내 말 듣고, 이해하는 거 다 알고 있거든? 응? 야! 야!”

    그 모습에 미다스가 거듭 소리를 내지르는 사이 미다스의 몸은 어느새 갑판 위에서 30여 미터 상공에 이르렀다.

    ‘맙소사.’

    이제는 정말 까마득해진 발아래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그대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온갖 보스 몬스터 상대로도 살아남은 내 첫 게임 오버가 추락사라니!’

    이윽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

    미다스의 몸이 좀 더 높은 허공에 이르렀을 때.

    [용의 힘이 사라집니다.]

    [남은 비행 시간은 0초입니다.]

    카운트다운 끝과 함께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은 매우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을 만큼, 단숨에 미다스의 몸이 배 갑판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내 둘이 부딪치려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정지했다.

    그로부터 약 1초.

    ‘어?’

    미다스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마저 추락이 끝났다.

    쿵!

    “억!”

    미다스가 갑판 위에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아무래도 추락사를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는 되어 있었던 모양.

    ‘이런 게 있으면 말해주면 되잖아! 꼭 이렇게 똥인지 먹이고 나서 똥이라고 말해줘야 해? 응?’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금도 위안거리가 되지 못했다.

    ‘진짜 내가 이 게임 만든 인간 보면, 면전에다가 욕 한 사발을 토해내고 만다, 토해내고 말아!’

    그런 미다스의 속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대단하군. 아무래도 용의 힘 중 하나인 비행 능력이 각성한 모양일세.”

    허나, 그 속내를 알 리 없는 NPC호곤은 그저 놀랍고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예예, 아주 대단한 각성을 했죠. 씨발.”

    그 반응에 미다스의 입에서 기어코 욕이 튀어나왔다.

    “그보다 용의 힘이 각성했다면 필시 지도가 달라졌을 터. 빨리 지도를 한 번 펼쳐보게.”

    그러나 NPC호곤은 거듭 퀘스트 진행을 요구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투덜거리며 인벤토리에 있는 알 수 없는 지도를 꺼냈다.

    [알 수 없는 지도]

    여전히 명칭은 그대로였지만 지도 위에는 이제 뚜렷하게 지형이 그려져 있었다.

    ‘봐도 모르겠네.’

    물론 미다스가 그 지도를 해석하는 건 불가능했다.

    딱히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뭐, 그래 봐야 거대 무덤 안이겠지.’

    결국 다음 사냥터인 거대 무덤 어딘가에 드래곤의 레어가 있을 터.

    그리고 그에 대해서 NPC호곤이 보다 자세한 설명 혹은 힌트를 줄 터였으니까.

    "흠."

    그렇게 달라진 지도를 보던 NPC호곤이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딘지 모르겠군.”

    “예?”

    예상외의 대답에 미다스가 놀라며 반문했다.

    “거대 무덤 어딘가 아닙니까?”

    그 반문에 NPC호곤이 지도 위에 그려진 긴 선 하나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아닐세. 거대 무덤 지역에는 결코 이렇게 기나긴 강줄기가 존재하지 않네.”

    그 대답에 미다스 역시 현재까지 탐사된 거대 무덤 지역 내에 강줄기가 없다는 걸 떠올렸다.

    “그럼 어디입니까?”

    "음."

    이어진 물음에 대답 대신 신음을 머금은 채 지도를 지그시 보던 NPC호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잊어버린 땅 같네.”

    “잊어버린 땅이요?

    “신들의 전쟁 이후 아는 자들이 사라진 땅, 그 전쟁 이후 그 누구도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지. 아무래도 자네의 다음 여정은 어느 때보다 힘겨울 것 같군.”

    그 대답에 미다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거대 무덤도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사냥터인데, 아예 새로운 사냥터에서 퀘스트를 진행해라?

    ‘이 빌어먹을 게임.’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눈을 감은 미다스의 귀에 알림이 떴고, 미다스가 감았던 눈을 뜨자 새로운 퀘스트창이 보였다.

    [잊어버린 땅]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잊어버린 땅을 발견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경험치 및 잊어버린 땅 발견자 타이틀 지급

    !잊어버린 땅 발견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50) 지급

    !최초로 잊어버린 땅 발견 시 경험치 및 잊어버린 땅을 최초로 발견한 자 타이틀 지급.

    !잊어버린 땅을 최초로 발견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100) 지급

    !퀘스트 완료 시 ‘잊힌 자’ 진행 가능

    ‘아니, 미친, 타이틀 보상이 올스탯 50포인트? 최초는 100포인트? 이게 말이 돼?’

    그렇게 퀘스트 보상인 타이틀 보상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맙소사, 이거 난이도 역대급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난이도가 나올 것 같다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