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화. < 110화. 용의 알 (1). >
1.
BJ대마도사의 5분 선언이 있은 직후 헤이즈 길드의 마스터인 렐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이게 함정이든 아니든 간에 무시하고, 최고 속도로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
“스오.”
그러면서 동시에 렐은 자신의 심복 중 한 명이자, 헤이즈 길드를 대표하는 검사 중 한 명인 스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줬다.
“예."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스오는 곧바로 궁수 5명, 검사 5명을 데리고 무리에서 이탈한 후에 전속력으로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먼저 이동했다.
특공대였다.
“어떻게든 본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번다.”
대규모 무리로 이동하다보면 빨리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간을 끌기 위한 특공대.
“필요하면 우리가 처치한다.”
혹은 아예 먼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한 특공대.
당연히 특공대인 만큼 그들의 기동력은 압도적이었다.
동시에 상황 대처 능력 역시 뛰어났다.
“전방에 키메라사우루스 있습니다.”
“오른쪽, 왼쪽.”
“왼쪽이 안전할 듯합니다.”
“내가 앞장 선다. 전부 20미터 간격으로 거리 유지하면서, 동일한 속도로 이동하도록.”
지독한 안개 속에서도 스킬을 이용해 빠르게 전황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최선의 대처법을 내놓았다.
1티어급 길드의 특공대답게.
그런 스오의 특공대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어이, 다들 바쁘게 어디 가시나?”
레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기 전까지는.
그렇게 등장한 레크 앞에서 스오와 그를 따르는 동료 부하들은 모두 그대로 멈췄다.
레크 자체를 지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이는 레크는 한 명.
또한 레크는 탱커 아닌가?
기동력이 떨어지는 그를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그냥 그 시간부로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현명할 터.
“복면 쓰고, 아이템 세팅 바꾸고, 모습을 보니까 특공대인 모양이지? 그럼 당연히 앞에 있는 인간은 스오겠네? 목표는 BJ대마도사님의 레이드를 방해하는 것일 테고.”
문제는 레크의 전 소속이었다.
“같이 얼굴 비비면서 살아온 나날이 빌어먹을 정도로 길어서, 그쪽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뻔히 알거든. 그쪽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전 헤이즈 길드 소속.
그것도 그냥 소속이 아니라 한때 헤이즈 길드의 메인 탱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헤이즈 길드의 특공대의 존재는 물론 그들의 방식마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즉, 레크가 등장했다는 건 이 주변에 특공대를 막기 위한 나름 최선의 조치가 취해졌다는 의미였다.
‘젠장.’
스오 입장에서는 속이 탈 노릇이었다.
“괜히 협상 카드 같은 건 꺼내지 말자고. 루비콘 강을 건너도 한 열 번은 건넌 사이잖아?”
심지어 레크와 생존자 길드를 상대로 헤이즈 길드는 그 어떤 교섭도 불가능했다.
그동안 헤이즈 길드가 레크와 생존자 길드에 해온 짓을 생각하면, 이렇게 대화하는 게 신기할 따름.
사실 이쯤 되면 답은 하나였다.
“말이 없는 걸 보니까 도망치려는 모양인데……."
도주.
“여기서 튀면 돌아갈 곳이 없을 거 같은데?”
그러나 문제는 오늘 이대로 쇼가 끝나는 순간 헤이즈 길드는 파멸의 길을 걷는다는 점이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는 의미.
때문에 스오는 이 대목에서 구석에 몰린 이들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강행 돌파다.’
어쨌거나 기동력을 이용해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BJ대마도사쪽으로 보낸다면 그를 방해하고, 시간을 끄는 건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레크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오늘 전쟁이다.’
헤이즈 길드 쪽이 결코 여기서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것.
‘어쩌면 손을 잡은 놈들과 같이 덤벼들 수도 있어.’
더 나아가 헤이즈 길드만이 아닌 그들과 손잡은 다수의 길드,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
‘최대한 시간을 번다.’
그 전쟁 앞에서 레크와 생존자 길드는 죽을 각오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BJ대마도사님의 레이드 성공을 위해서.’
이유는 오직 하나, 구원해준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 순간 더 이상 레크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애초에 정체가 들킬 것을 염려해 말을 하지 않았던 스오는 당연히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레 침묵 속에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일촉즉발.
한 쪽이 움직이는 순간, 누군가는 게임오버를 당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그 순간이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십니까?”
그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으로 플레이어 한 명이 등장했다.
사실 무의미한 등장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레크 쪽이나 스오 쪽이나 이제는 오로지 머릿속에 서로를 죽인다는 생각만 가득 찰 뿐.
이제 멈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플레이어 한 명 따위가 등장하는 건 오히려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은 일.
그럼에도 그 둘은 등장한 이를 확인하는 순간, 그 순간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응? 분위기 살벌한데, 혹시 싸우시려고요?”
등장한 건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였으니까.
2.
“응? 분위기 살벌한데, 혹시 싸우시려고요?”
질문과 함께 자욱한 안개 속을 헤집는 미다스의 표정은 무척이나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짜증과 분노를 정말 제대로 칵테일한 듯한 표정.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맙소사.’
‘BJ대마도사라니…….'
그런 BJ대마도사의 표정을 용케 확인한 헤이즈 길드원들의 등골은 오싹한 수준을 넘어서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의중을 읽고 이곳에 왔다, 라고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정말 벌써 다 잡은 건가?’
‘말도 안 돼, 진짜 5분 만에 잡았다고?’
그것도 이미 레이드를 마친 채.
물론 미다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별거 없었다.
‘뭔가 플레이어들이 우글우글해서 급하게 정리하고 왔는데…….'
레이드를 마치고, 이제 퀘스트 아이템 루팅과 실버의 몸을 바꾸려고 하려는 순간, 이상한 조짐이 눈에 포착됐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와중에 주변에서 이상한 조짐이 느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미다스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후에 키메라 드래곤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왔다.
‘헤이즈 길드분들이었네. 내가 레이드 한다는 소식 듣고 사람 보낸 모양이구나.'
물론 여기 모인 이들의 정체가 생존자 길드와 헤이즈 길드라는 걸 보는 순간 긴장은 풀어졌다.
‘괜히 라이브 방송 껐다. 생존자 길드랑 헤이즈 길드원분들인 거 알았으면 가볍게 인터뷰라도 해드릴 걸.’
미다스에게 생존자 길드는 레벨업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이고, 헤이즈 길드는 이번 레이드 방송을 풍요롭게 해준 고객일 따름이었으니까.
‘솔직히 나만 해먹고 라이브 방송 끈 건 헤이즈 길드분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일이지.’
특히 헤이즈 길드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헤이즈 길드가 얻은 메리트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 고객님을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한 셈이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두 길드분들인 줄 알았으면 라이브 방송 그대로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꺼둔 상태거든요.”
미다스가 굳이 변명을 지껄인 이유.
물론 헤이즈 길드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라이브 방송 껐다고?’
‘방송 끄고 확실하게 죽이겠다는 건가?’
이제 보는 눈 따윈 없으니 가장 처절한 방법으로 네놈들의 사지를 찢어죽여주마.
“어쨌거나 헤이즈 길드분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어서 헤이즈 길드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언급되는 순간 스오와 그 일행의 사고는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끝났다.’
이미 BJ대마도사의 레이드는 끝난 상황, 이제 더 이상 방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BJ대마도사는 그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 있나요?”
이제 헤이즈 길드와의 약속이 끝났으니, 마음껏 응징을 할 생각만이 가득할 뿐.
“렐 님은 안 보이네요?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데.”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 스오와 그 동료들은 이제 확신했다.
‘전쟁이다.’
오늘 이곳에서 BJ대마도사가 헤이즈 길드를 상대로 끝을 볼 생각이 넘친다는 것을.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참담한 일이었다.
‘최악 중의 최악이야.’
당장 헤이즈 길드는 이번 레이드 레이스의 패배했고, 때문에 벼랑 끝에서 떨어진 상황이었다.
땅에 부딪치면서 그야말로 넝마나 다름없는 꼴이 된 셈.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랑 싸운다?
넝마 상태에서 사지가 찢어지는 격.
‘여기서 지면 더 이상 도움도 못 받는다.’
결정적으로 사후 응징이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시비를 건 건 헤이즈 길드였다.
‘필시 우리 내부에 회유한 놈이 있어.’
그리고 내부자 중 누군가가 그 사실을 BJ대마도사 쪽에 뿌렸을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BJ대마도사가 빠르게, 확신에 찬 채 움직이는 게 우연일 리는 없을 테니까.’
그게 아니면 생존자 길드가 이렇게 진을 치는 건 물론, BJ대마도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했을 리 없으니까.
당연히 오늘이 지나고 나면 BJ대마도사 쪽은 그 회유한 내부자를 이용해 여론전을 할 터였다.
헤이즈 길드가 약속을 어기고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다, 이런 내부 증거가 존재한다.
과연 그렇게 됐을 때 1티어급 길드들이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있는 헤이즈 길드를 지켜줄까?
아니면 그냥 울타리 밖으로 내동댕이 친 후에 이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라고 할까?
이미 벼랑 끝에 떨어진 헤이즈 길드를 가지고 1티어급 길드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답은 뻔한 상황.
‘무섭다.’
이쯤 되자 헤이즈 길드는 이런 계획을 짠 BJ대마도사를 향해 공포를 넘어 경외심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 미다스가 그런 발언을 하는 건 헤이즈 길드원들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분위기 풀려고 말했는데도 분위기 살벌한 거 보니까, 여전히 둘 사이에 감정이 남은 모양이네.’
지금 미다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생존자 길드랑 헤이즈 길드가 싸우려고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걸 위해서 나름 분위기를 풀려고 끼어들었음에도 더 살벌해지는 걸 보면 정말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은 모양.‘
‘내가 다리 역할은 해드려야지.’
그런 그 둘에게 나름 얻어먹는 게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순 없는 일이었다.
해서 미다스는 말했다.
“그보다 설마 두 분 싸우시려는 거 아니죠? 저랑 같이 있을 때 싸우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 발언에 레크와 스오, 둘의 표정이 동시에 바뀌었다.
‘어?’
‘이거?’
싸우지 않기로 했다? 왜 여기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괜히 서로 피 봐서 좋을 거 없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제부터는 사이좋게 지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어진 발언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레크와 스오는 눈치챘다.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 헤이즈 길드와 생존자 길드는 케케묵은 은원 따위는 버려두고 앞으로 개와 닭이 서로를 보듯 지내라.
“제 얼굴을 봐서라도.”
그게 싫으면 나랑 전쟁 벌이든가.
그 사실에 레크와 생존자 길드는 감동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생존자 길드 입장에서는 헤이즈 길드와의 원한 관계를 처리해준다는 건, 다른 1티어급 길드들과도 마찰할 일이 없어지는 일.
앞으로 이제 정상적인 게임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BJ대마도사의 품을 벗어나더라도 이제 얼마든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
‘기회다.’
반면 스오와 헤이즈 길드원들의 경우에는 지금 상황이 나름 반가웠다.
이미 레이드 레이스는 실패했고, 패자가 됐다.
그런 상태에서 전쟁을 하면 결과는 뻔한 바.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는 지금 숨통을 열어준 셈이었으니까.
물론 여기서 결정이 날 이야기는 아니었다.
결정을 하는 건 길드 마스터, 렐.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눠야겠…….
그 순간이었다.
‘어?’
자욱한 안개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키메라사우루스?’
갑작스러운 무언가의 등장에 헤이즈 길드는 물론 생존자 길드도 바로 긴장을 했다.
반면 미다스는 달랐다.
“아, 겁먹지 마세요.”
긴장은커녕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소리쳤다.
“실버야, 와서 인사드려!”
“예, 주인님."
그러자 이내 등장한 키메라 드래곤.
날개는 없지만, 분명 드래곤이 분명한 그 위압감 넘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스오는 확신했다.
‘……마스터는 무조건 딜을 받는다.’
렐이 BJ대마도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쟁을 벌일 리는 없다고.
3.
“라이브 시청자 몇 명까지 나왔어?”
“1억 3천만 명. 라이브 시간이 1시간만 됐어도 1억 5천 넘겼을 거야.”
“오늘은 짧은 게 아쉽네.”
“하지만 잘 끝났잖아?”
라이브 방송 종료 직후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사이에는 아쉬움과 시원함이 뒤섞인 채 흐르고 있었다.
반면 박영준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툭툭, 머리를 두드렸다.
‘이렇게 조용히 끝날 리는 없다.’
고민의 이유는 다름 아닌 헤이즈 길드.
박영준이 아는 헤이즈 길드는 여기에서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부류가 결코 아니었다.
‘지금 헤이즈 길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더욱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가진 걸 잃은 자들인 법, 그런 의미에서 헤이즈 길드는 지금 가장 위험한 자였다.
동귀어진, 그야말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전쟁을 벌일 수도 있을 터.
‘라이브 방송까지 껐고.’
심지어 지금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상태였다.
헤이즈 길드의 만행이 실시간으로 중계될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물론 영상을 찍으면 되겠지만, 어쨌거나 그러한 것들은 전부 사건이 터진 이후의 것이었다.
‘BJ대마도사가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여기서 박영준을 더 고민케 하는 건 그 사실을 BJ대마도사가 자신 이상으로 잘 알고 있으리란 점이었다.
만약 헤이즈 길드와의 전쟁을 피하고자 했다면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어떤 식으로든 이어갔을 터.
정리하면 라이브 방송을 껐다는 건 BJ대마도사의 의지 표현이었다.
‘BJ대마도사도 헤이즈 길드를 그냥 둘 생각이 없어.’
오는 전쟁 마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먼저 벌일 수도 있다는 의지의 표현.
그리고 그게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건 이들을 그저 단순히 응징하는 수준을 넘어 철저하게 파괴했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향해 다른 이들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그전까지는 어비스 길드와의 대화는 미뤄둔다.’
박영준이 어비스 길드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고 대기 중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무언가를 노리는 바가 있으니, 그것이 끝난 후에 움직이는 게 상식이었으니까.
툭툭!
그렇게 거듭해서 고뇌하던 박영준에게 소식이 왔다.
소식의 근원은 다름 아닌 생존자 길드.
[생존자 길드 :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생존자 길드 : 현재 BJ대마도사님이 헤이즈 길드에 제안했습니다.]
[생존자 길드 : 싸우거나 아니면 완전하게 화해하거나.]
그것을 보는 순간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거였구나.’
헤이즈 길드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1티어급 길드들이 생존자 길드를 건드릴 명분이 사라지는 셈.
즉, BJ대마도사의 노림수는 다름 아닌 생존자 길드의 완벽한 자유였다.
‘대단하다. 설마 여기서 이런 그림을 그리실 줄이야.’
그 사실에 박영준은 감탄했다.
이로써 생존자 길드는 더 이상 어떤 사전조치도 필요 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지, 이렇게 되면 생존자 길드의 티어가 올라가지.’
오히려 그 이상.
1티어급 길드들의 제재에서 자유로워진 생존자 길드의 배후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있는 이상 상황 아닌가?
장담컨대 몇몇 눈치 빠른 플레이어들이 생존자 길드에 가입 신청서를 내기 시작할 터.
‘최소 2티어급, 시간이 흐르면 1티어급도 가능해.’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의 팔에는 소름이 돋아나 있었다.
동시에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끝내주는군.’
그런 그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가 소식이 들어왔다.
[생존자 길드 : 헤이즈 길드 마스터가 왔습니다.]
[생존자 길드 : 더 이상 생존자 길드와 싸우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박영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오케이.’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으니까.
‘드래곤 뽑을 일만 남았군.’
약속대로 플레임 드래곤을 받아내는 것.
그러면서 박영준은 상상했다.
‘이 소식을 받아들였을 어비스 길드쪽 표정이 궁금하군.’
이제 조만간 대화를 하게 될 상대편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