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51화 (351/485)
  • 351화.  < 109화. 킬 더 드래곤 (3). >

    8.

    BJ대마도사의 보스 몬스터 조우 소식을 들었을 때, 헤이즈 길드는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회의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 짤막한 회의 끝에 헤이즈 길드가 내린 선택을 하던 모든 것을 그만두고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다음 차례라도 노려야지.’

    BJ대마도사가 먼저 보스 몬스터를 찾아냈지만, 그뿐이었다.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BJ대마도사가 레이드를 끝낸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실패할 때를 대비해 미리 근처에 대기 중인 게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인 셈.

    물론 그런 결론을 내린 렐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차례라는 단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해한다.’

    그저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고꾸라뜨릴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

    이미 방법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렐은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플레이어들 몇 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작전대로다.’

    ‘예.’

    보스 몬스터 레이드 중인 BJ대마도사의 뒤통수를 쳐서 그를 고꾸라뜨리고자 하는 작전을.

    어쨌거나 그렇게 헤이즈 길드가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잡는데 얼마나 걸리려나?”

    그런 헤이즈 길드원들의 발걸음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갑자기 만난 거니까 일단 준비부터 해야지.”

    “소환하는 소환수가 많으니까 준비에 꽤 시간이 걸릴 거야. 포션 도핑도 필요하고.”

    “준비에만 최소 10분쯤 걸리겠지. 최소.”

    “레이드 들어가면 아마 처음에는 스펙 파악해야 하니까, 간을 보는 데에도 최소 10분은 걸릴 테고."

    상식적으로 보자면 준비를 하고 워밍업을 하는 데에 최소 20분은 걸릴 상황.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렐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잡는데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가 힘을 다 빼놓은 상태에서 노리는 게 확실해.’

    서두르기는커녕 오히려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정신이 팔릴 만큼 상황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무렵이었다.

    “저기 속보입니다.”

    “속보?”

    “BJ대마도사가 바로 갑니다!”

    “뭐?”

    “그냥 바로 간보기 없이 들어간답니다!”

    BJ대마도사 쪽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식이 들린 건.

    “아! 10분 안에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순간 헤이즈 길드의 모든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제대로 외형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격한다는 건 정신 나간 짓, 도무지 이해 가능한 범주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때 렐은 생각했다.

    “다들 당황하지 마! 이거 수작이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이 발언이 진심이 아님을.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어서 무리하게 만들려는 수작!”

    이어진 설명에 헤이즈 길드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마스터 말대로다. 여기서 우리가 괜히 조급함을 느끼고 무리해서 이동하다가는 전력이 감소할 리스크가 커. BJ대마도사는 그걸 노리는 거야.’

    자신이 서두른 척 연기를 함으로써 헤이즈 길드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

    그럼으로써 통해 경쟁자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는 것.

    “상식적으로 정말 진심으로 덤벼들 리가 없잖아? 그런 식으로 레이드가 가능할 리도 없고. 10분 안에 1페이즈도 못 깎을 게 뻔해.”

    이어진 렐의 설명에 헤이즈 길드원들의 표정에 더 이상 어이없는 기색은 없었다.

    ‘무섭다.’

    ‘진짜 대체 몇 수를 내다보는 거야?’

    ‘뱀도 혀를 내두를 정도야, 뱀도.’

    대신 그 짧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경쟁자를 흔들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소름이 돋을 뿐.

    “다들 흔들리지 마! 우리는 우리 페이스를 지키면서 이동한다! 어차피 거리도 멀지 않아! 20분 안에 도착 가능해!"

    그렇게 렐이 헤이즈 길드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힐 무렵.

    “속보입니다!”

    또 한 번 속보가 왔다.

    “BJ대마도사가 발언을 철회했습니다.”

    그 말에 헤이즈 길드원들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10분 안에 가능할 리 없어.’

    그런 그들에게 마저 속보다 들렸다.

    “5분 안에 끝내겠답니다.”

    9.

    5분,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 아니, 미친 이건 뭔 개소리?

    - 이건 절대 불가능해! 이게 되면 나도 앞으로 BJ대마도사랑 같이 평생 솔로로 산다!

    - 봤죠? 솔로로 살다보면 이렇게 미칠 수도 있습니다.

    분명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이 엄청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분 안에 레이드를 끝내겠다는 호언장담을 내지르기에는 키메라 드래곤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했다.

    - 그냥 입 터는 거 같은데?

    - 5분 동안 딜링하고, 나머지는 골드랑 럭키님에게 맡기겠다는 의미 같음.

    - 5분 후 물리 마법 예상합니다.

    - 5분 후 튀겠다는 거 아님?

    때문에 대부분은 그 발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저 라이브 방송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뿐.

    허나,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가능해.’

    5분이란 숫자는 우스갯소리는커녕 오히려 아주 냉철한 판단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아이스 스톰 효과가 이 정도라면.’

    일단 아이스 스톰의 빙결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으며 동시에 길었다.

    ‘25초나 될 줄이야.’

    애초에 미다스가 예상한 시간은 정말 길어봐야 20초.

    사실 그것도 엄청난 것이었다.

    제아무리 상태 이상 효과가 대폭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보스 몬스터!

    그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고작 스킬 하나가 무려 20초나 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건, 룰 브레이커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헌데, 보여준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안개도 사라졌다.’

    여기에 하나 더, 아이스 스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키메라 드래곤을 감춰주던 안개가 사라졌다는 것.

    그건 미다스에게 굉장히 강력한 메리트였다.

    물론 미다스에게 안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게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머리, 드래곤스 아이 과녁을 노려도 시청자들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달랐다.

    그들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의 키메라 드래곤을 정확하게 명중한다면, 필시 어떤 식으로든 의심이 나올 터.

    “이거 아주 맞추기 좋게 잘 보이네요. 시청자분들도 지금 아주 잘 보이시죠?”

    그러나 눈앞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키메라 드래곤을 상대로 잘 맞추는 건, 의심의 여지가 아니었다.

    - 네, 잘 보입니다!

    오히려 찬양의 밑거름이었지.

    당연히 미다스는 속도를 높였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선더스톰의 캐스팅 완료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메모라이즈 인페르노!”

    미리 저장해둔 인페르노의 악마를 바로 소환했다.

    - 인페르노다!

    그렇게 등장한 인페르노의 악마가 곧바로 키메라 드래곤이 있는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휘이잉!

    쿠우웅!

    그러자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블리자드의 얼음덩어리가 쉼 없이 내리치는 광경이 보였다.

    푸후후후!

    그 광경을 향해 인페르노의 악마가 자신이 가진 그 지옥의 불길을 토해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마법 방어력이 68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모든 능력치가 48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회복 능력이 200퍼센트 감소합니다.]

    그러자 들리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디버프 내용들!

    당연히 키메라 드래곤의 HP감소 속도 역시 한없이 빨라졌다.

    “선더스톰, 키메라 드래곤 올인.”

    꽈과광!

    그런 키메라 드래곤 위로 이제는 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이게 지금 솔로 딜링이 맞아?

    몸을 뜯어먹는 눈발과 가죽과 뼈를 짓뭉개는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던 와중에 불길이 온몸을 휘감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뼈마저 태워버리는 번개가 내리치는 광경.

    천재지변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하게 느껴지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넘어 경악을 토해냈다.

    “주인님의 제물이 되어라!”

    “제물이 되어라!”

    더 놀라운 건 그 광경 속, 처참한 재난 속에서 어떤 거리낌도 없이 근접 딜링을 이어가는 럭키와 골드, 실버와 골렘들, 정령 기사들의 존재감이었다.

    - 이지스의 방패 장난 아니네. 이거 그냥 단순히 피해를 안 입는다 수준이 아니잖아?

    - 이 정도면 순간 폭딜이 어지간한 50인 파티급은 될 듯?

    그게 전장의 광경을 더더욱 초현실적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꽈릉!

    미다스가 선더스톰의 뒤를 이어 선더스톰마저 사용하는 순간.

    [드래곤 나이트가 등장합니다.]

    그 초현실적인 광경 속의 중심에 있는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에서 살덩이 하나가 떨어져 나왔고, 그렇게 떨어져 나온 살덩이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 뭔가 나왔다!

    그 모습은 리자드맨과 비슷했다.

    리자드맨과 차이점은 덩치가 훨씬 좋으며, 매끈한 피부 대신 갑옷 같은 비늘로 덮여 있다는 것.

    - 저건 뭐지?

    - 골드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생김새가 골드와 흡사했다.

    - 설마 드래곤 나이트?

    때문에 모두가 그 존재의 정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 와, 드래곤 나이트 소환한다고?

    - 이번 보스 몬스터도 장난 아니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이미 드래곤 나이트의 강력함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올라온 드래곤 나이트 레이드 영상을 통해 공개된 바.

    -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 쟤 스펙이 골드급이면 진짜 지옥 아님?

    모든 멤버들이 데미지 딜링에 집중하는 이 순간 등장할 수 있는 최악의 요소가 등장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 요소 앞에서 미다스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기꺼이 남은 시간을 벌어줄 훌륭한 마법 스킬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가고일 소환.”

    그 외침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고일 두 마리가 등장했고, 드래곤 나이트는 그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사이 딜링이 계속됐다.

    퍼엉!

    사람 머리통만한 파이어볼과 아이스볼은 물론 창이라기보다는 기둥이라 불러 마땅한 크기가 된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스 스피어까지.

    쉬이익!

    그리고 사역마들은 화살이라기보다는 창살이라 해야 마땅한 애로우 마법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그야말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데미지 딜링 속에서 키메라 드래곤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혹여 자유를 얻더라도 미다스에는 그게 있었다.

    "사안!"

    이제 다시 상태 이상 효과 증가 옵션 덕분에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0초나 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게 된 사안이 마법이.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 사안 앞에서 막 꼬리를 휘둘러 실버를 내쫓으려던 키메라 드래곤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물론 럭키와 골드, 실버들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저마다의 공세를 퍼부었다.

    [가고일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때 알림이 들렸다.

    - 가고일 박살 남!

    - 이제 한 마리 남았다!

    이제 키메라 드래곤이 소환한 드래곤 나이트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전투에 개입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알림이.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플레이 아이스 스톰.”

    이제 막 빙결과 감전, 두 상태 효과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으려는 키메라 드래곤의 자유를 빼앗는 소리를.

    - 또 그거다! 30초짜리 홀딩기다!

    - 키메라 드래곤도 드래곤이야! 활약할 기회는 줘야지!

    - 여러분 불쌍한 키메라 드래곤을 응원해주세요!

    이제 한 번 더 승부를 보고자 하는 소리를.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승부였다.

    이제 다음 아이스 스톰이 등장하는 건 최소 10분이 더 지난 다음에 이야기일 테니까.

    “리볼버.”

    때문에 미다스가 여기서 마지막 카드를 하나 더 꺼냈다.

    “헬파이어 앤 대폭발 애드원.”

    11.

    아이스 스톰의 효과로 인한 25초 부자유.

    [지옥의 불길이 키메라 드래곤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어진 헬파이어 효과는 키메라 드래곤을 가장 완벽한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의 구슬들이 정확하게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만을 향해서, 그 황금빛 과녁을 향해서 꽂혔다.

    - 리볼버다!

    그것도 리볼버가 발동한 채로.

    - 빠르다.

    심지어 미다스의 공격은 속사였다.

    정말 사격 명수가 리볼버를 들고 빠르게 총을 쏘듯, 미다스는 단 3초 만에 대폭발의 구슬 세 개를 던졌다.

    콰과과과광!

    도합 여섯 번의 폭발이 서로의 꼬리를 물며 연거푸 안개 자욱한 세상을 뒤흔들었다.

    - 크기 봐!

    - 대폭발이 아니라 핵폭발 같은데?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5초 남짓.

    여전히 미다스에게는 자유롭게 키메라 드래곤을 유린할 시간이 20초 가까이 남았고, 미다스는 그 시간을 최대한 이용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쉼 없이 마법을 캐스팅했다.

    “사역마 쇼크 웨이브, 사역마 체인 라이트닝!”

    그러면서 사역마에게는 몇 초라도 더 벌 수 있는 홀딩 스킬들을 미리 주문해두었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공세.

    그 공세 앞에서는 이제 시청자들조차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이 고요해졌다.

    “쇼크 웨이브!”

    이윽고 준비해둔 쇼크 웨이브를 발동하며 깨어난 키메라 드래곤을 한 번 더 묶었고, 그마저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 문제가 생겼다.

    [가고일이 파괴되었습니다.]

    드디어 드래곤 나이트가 가고일 두 마리를 전부 파괴한 후 전장에 들어온 것이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다름 아니라 블레이즈 골렘!

    - 어? 뭐야?

    그렇게 타깃을 향해 움직이는 드래곤 나이트의 속도는 놀라우리만큼 빨랐다.

    동시에 파괴적이었다.

    파앗!

    단숨에 도약하며 10미터에 이르는 블레이즈 골렘의 머리 꼭대기에 오른 드래곤 나이트가 맨손으로 블레이즈 골렘의 살점을, 그 불덩이를 미친 듯이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미다스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줄 이유가 없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블레이즈 골렘이 어그로 끈다.

    - 베스트야.

    오히려 럭키나, 골드 혹은 미다스나 잭팟이 아닌 블레이즈 골렘을 공격해주면 감사할 따름.

    고오오오!

    더욱이 지금 드래곤 나이트보다 더 강력한 존재, 키메라 드래곤이 이제는 자유를 되찾았다.

    - 홀딩기 남았나?

    ㄴ 아이스 스톰 쿨.

    ㄴ 트라이던트 쿨임.

    ㄴ 선더스톰, 선더볼트도 다 썼고, 쇼크 웨이브에 사안도 씀.

    ㄴ 다 씀.

    반대로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더 이상 키메라 드래곤의 자유를 앗아갈 만한 스킬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

    - 이제 진짜다.

    키메라 드래곤의 본격적인 폭력이 등장할 때.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실버, 룰 브레이커!”

    실버가 가진 모든 제약을 무너뜨렸다.

    “모래 지옥!”

    그리고 그 상태에서 사자왕의 마지막 3페이즈 스킬, 모래 지옥 스킬을 발동시켰다.

    럭키를 중심으로 사방 300미터의 땅이 늪처럼 변하면서 위에 선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늪 위에서 미다스와 그 동료들은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이지스의 방패 효과가 발동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킬 더 드래곤!”

    그 외침에 다시 한 번 더 모두가 키메라 드래곤을 향해 끊임없는 공세를 퍼부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키메라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마력이 1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짧은 전투의 끝을 알리는 알림이.

    - 진짜 끝난 거야?

    - 나 지금 화장실 다녀왔는데 뭔 일 있었음?

    -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 광경에 도리어 시청자들은 환호 대신 의문을 던졌다.

    지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들의 상식과 이성을 까마득히 앞지른 탓.

    물론 시간이 흐르자 차즘 시청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크윽!”

    그 순간 미다스가 신음과 함께 갑자기 무릎을 꿇었고, 자연스레 미다스가 클로즈업됐다.

    - 어?

    - 뭐지?

    - BJ대마도사가 쓰러졌다!

    그 사실에 간신히 정신을 되찾으려던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혼비백산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미다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과.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 응?

    “5분 안에 잡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잡는데 6분이나 넘게 걸려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나온 설명에 시청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미다스는 여전히 진지하게,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전 그냥, 그냥 그저 그런 원거리 딜러였을 뿐입니다.”

    그제야 비로소 무릎을 꿇은 이유를 깨달은 시청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마지막에 개그로 끝내네.

    - 그래, 이래야 BJ대마도사지.

    사실 누가 보더라도 장난질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사과를 하는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과 생각은 조금씩 바뀔 수 밖에 없었다.

    - 진심 같은데?

    - 진짜 사과하는 거 같음.

    - 이게 연기면 최소 아카데미 조연상감임.

    어쩌면 이게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그 때문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도리어 당혹감을 느끼면서, 격려를 시작했다.

    - BJ대마도사님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

    - 아무도 약속 못 지켰다고 탓 안 했어요!

    격려 섞인 후원금도 들어왔다.

    그렇게 채팅창이 응원과 격려로 가득 찰 무렵.

    “자, 사과 끝.”

    미다스가 단숨에 얼굴 표정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사과 받아주셨으니, 나중에 가서 딴말하기 없기에요. 괜히 5분 못 지켰다느니, 재도전하라느니, 평생 솔로로 살다가 죽으라느니.”

    예상대로 연기였던 모양.

    - 젠장, 속았다.

    - 후원금 받아내려고 개수작 부렸네.

    - 날 속였어!

    - 평생 솔로로 살다가 죽어!

    그 사실에 이제야 채팅창 분위기도 풀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사실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실버.”

    “예, 주인님.”

    “넌 이제부터 실버 드래곤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