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43화 (343/485)

343화.  < 107화. 합성 (4). >

12.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연구실 입장했습니다.]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달린 선반이 전부인 20평 남짓한 텅 빈 공간.

미다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일찍이 미다스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얻었던 그곳과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책상 위에 놓인 것도 똑같았다.

‘똑같네.’

그때처럼 책 한 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다스의 손이 그 책을 집어 들었고, 커버를 펼치자 곧바로 책 내용을 보여주는 창이 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사물에 담긴 힘을 추출하여 다른 것에 부여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추출한 힘을 하나로 합성하고자 했다.]

합성, 그 단어를 끝으로 페이지 내용이 끝났고, 미다스가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또 읽을 수 없습니다,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런 거 뜨는 거 아니지?’

저번처럼 이 게임이 자신을 한 번 더 엿을 먹이는 게 아닐까, 하는 짤막한 생각.

‘이 게임이면 하고도 남아.’

이 책을 보고 싶으면 퀘스트 하나 아주 심한 거 해와라, 안개 속에서 퀘스트 아이템 찾아오는 것도 잊지 말고! 갓워즈라면 그런 말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

촤락!

[연구 끝에 서로 다른 종류의 힘을 하나로 합성하는 큐브를 만들었다.]

다행히도 그때와 달리 책을 해석하기 위해 또 다른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큐브를 이용해 이곳, 신대륙의 공룡들의 힘을 추출해 하나로 합성하는 연구를 했다.

이어서 나온 내용에 미다스는 키메라사우루스의 등장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페이지를 넘기자 새로운 내용이 떴다.

[신비한 알을 발견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먹어치우는 알이다.]

[신비한 알에서 힘을 추출해 다른 힘과 합성하니 드래곤 나이트가 탄생했다.]

어찌 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

‘용의 알이라는 단서를 이렇게 주는구나.’

그러나 미다스는 이것이 자신이 얻은 ???의 알의 정체를 말해주는 단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이제는 감상모드가 된 채 담담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큐브의 힘이 다해간다. 이제 더 이상 쓸모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알림이 들렸다.

[다음 페이지가 없습니다.]

‘응?’

그 알림에 미다스의 눈알이 빠르게 좌우로 굴렀다.

‘뭐야? 큐브는?’

분명 여기서 합성 큐브가 나오거나 하다못해 큐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상황.

‘왜 이야기가 없지?’

하지만 책의 내용은 밑도 끝도 없이, 그 어떤 단서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끝났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 비밀 금고 같은 곳에 놔둔 모양이구나.’

그러나 이내 미다스는 여유를 되찾았다.

‘하긴, 큐브 같은 중요한 물건을 그냥 바닥에 레고마냥 내던지고 다닐 리가 없지.’

그리고는 주변을 훑었다.

‘아무래도 비밀 금고 찾는 게 갓워즈가 주려는 엿 같은데…… 임자 잘못 만났어, 새끼들아.’

숨겨진 비밀 금고를 찾기 위해서.

‘응?’

그러나 제아무리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숨겨진 무언가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 사실에 미다스의 얼굴에 다시 여유 대신 당혹감이 품었다.

그렇게 10여 분을 더 주변을 샅샅이 훑던 미다스가 이내 퀘스트창을 활성화한 후 소리쳤다.

“아니, 여기 퀘스트 보상으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큐브라고 똑똑히 쓰여있는데! 여기 여기! 여기 쓰여있잖아!”

남들이 들었으면 큰일 날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신경질적으로 손에 든 책을 덮으며 그대로 책상 위에 내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내던진 책이 갑자기 제 스스로 반으로 잡히고, 거듭 접히더니 이내 정육면체, 큐브의 모습을 갖췄다.

‘응?’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큐브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에 이내 정보가 보였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큐브]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효과 : 세트 아이템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합성할 수 있다. 합성한 아이템은 귀속된다. 합성을 위해서는 세트 아이템의 모든 부위가 필요하다.

- 사용 가능 횟수 : 3회

- 사용 가능 아이템 레벨 : 301레벨 이하

예상대로 아이템 합성을 가능케 해주는 큐브.

‘뭐야? 조건이 왜 이래?’

그러나 합성 조건을 확인한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세트 전부를 모아야 한다고?’

두 종류의 아이템을 하나로 합성하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세트 아이템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모양.

‘3회?’

거기에 횟수 제한마저 있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레벨도 301레벨 이하였다.

이곳, 신대륙 초입에서 등장하는 아이템 레벨 중 가장 높은 게 285레벨인 것을 생각하면, 다음 사냥터에서 얻는 아이템은 합성할 수 없다는 의미.

‘하긴 존버하다가 400레벨쯤에 쓸 수도 있으니까.’

게임 밸런스를 고려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 골치 아프네. 뭐로 하지?’

중요한 건 무슨 아이템을 합성해야 할지, 이제부터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일단 천천히 생각하자. 어차피 당장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생각할 시간은 넘친다는 점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고민하던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새로이 등장했다.

[합성]

- 퀘스트 등급 : Main scean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큐브를 전부 사용한 후에 NPC호곤에게 큐브와 이야기를 전달해주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 퀘스트 실패까지 남은 시간 : 144시간

!퀘스트 완료 시 ‘???의 알’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이 빌어먹을 게임!’

144시간 안에 답을 내놓는 것.

13.

스타가 된 자들, 그들 중에서도 몇몇 이들은 때로 신드롬이란 걸 일으키고는 했다.

쉽게 말하면 슈퍼 스타의 상징 같은 것.

이제는 명실상부한 슈퍼스타가 된 BJ대마도사 역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명 BJ대마도사 효과였다.

“현우 형, 현우 형! G베이 봤어요? 지금 BJ대마도사 효과로 300레벨대 템 시세 폭발했어요!”

그 효과중 하나가 지금 이혁주의 말처럼, BJ대마도사의 사냥터에 맞는 아이템들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역시 다들 눈치가 빠르다니까요, BJ대마도사가 조만간 발생시킬 이벤트에서 활약하려면 템부터 맞춰야지. 아무렴.”

그중 가장 큰 이유는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할 때마다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치는 빅 이벤트가 열리며, 그 이벤트가 플레이어들에 라이징 스타가 될 기회를 준다는 점이었다.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네요. 아! 레전더리 템들은 이제 아예 경매장에 올라오지도 않네요!”

특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의 경우에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캬, BJ대마도사 효과 죽인다. 현우 형, 안 그래요?”

그러한 이혁주의 설명에 정현우는 대답했다.

“혁주야.”

“왜요?”

“번호 여섯 개만 말해봐.”

“예?”

갑작스러운 주문에 놀란 이혁주가 이내 정현우의 스마트폰에 뜬 로또 인터넷 구매 사이트를 확인하고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그 웃음 속에서 깨달았다.

지금 정현우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으며, 이 이상 말 걸었다가는 돈을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이제 그만 지껄이고 여기서 빠져나가자고.

“형, 저는 청소하러 갈게요.”

그 사실을 깨달은 이혁주가 잽싸게 하루에 한 번 하는 꼴을 보기 힘든 청소를 하러 갔고, 정현우는 다시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돌렸다.

다시 로또 구매 페이지를 바라보는 정현우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그 안에 목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해.’

지금 이 순간 어느 때보다 돈이, 그것도 큰돈이 시급한 정현우가 그 돈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로또 외에는 없었으니까.

‘100만 원어치 지르면 하나 되지 않겠어?’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반대로 말하면 지금 정현우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

그 시간 동안 정현우는 큐브를 사용해 합성할 아이템 세트 3개를 구해야만 했다.

아라 세트를 합성한 후에도 두 세트를 더 구해야 한다는 의미.

물론 이 두 세트를 고르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마법사에게 최고의 세트는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둘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문제였다.

‘당첨되어봤자 아이템 하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두 아이템은 경매장에 매물이 단 하나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 장난삼아 9,999,999,999원에 올라왔던 매물조차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로또 당첨이 되더라도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의문.

‘미친 게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다시 한 번 더 폭발했다.

‘대체 게임에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돈 지랄을 하게 만드는 거야? 응? 이 게임 클리어하면 엄청난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과했으니까.

물론 차선은 있었다.

‘젠장, 그냥 유니크 등급으로 갈까?’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을 합성하는 것.

사실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BJ대마도사 신드롬.’

자신이 만든 신드롬 덕분에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 시세도 미쳐 날뛰는 중이었으니까.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 2세트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당장 미다스가 동원 가능한 현금 대부분을 털어 넣어야 할 지경.

때문에 감히 실천에 옮길 수 없었다.

“어휴.”

그저 짙은 한숨 속에서 못 먹는 떡을 구경하듯, 하염없이 G베이를 검색해볼 뿐.

‘시세라도 알자, 시세라도. 제발 시세라도 알게 제대로 된 매물 좀 올라와라.’

그 순간이었다.

‘어?’

정신줄을 놓은 채 하염없이 검색을 하고, 찾아보고, G베이 이곳저곳을 들쑤시던 정현우의 눈에 아이템이 보였다.

‘이거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잖아!’

자신이 바라던 아이템이.

‘맙소사, 모자, 장갑, 로브, 바지, 신발? 다섯 파츠 전부? 미친, 대체 누가 올린 거지?’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모든 세트가 올라오는 순간 정현우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지 않으면 비명이 터질 것 같아서.

‘시세!’

이윽고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바로 시세를 확인했다.

‘제발 상식적인 시세, 제발.’

그러나 막상 시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 사실에 정현우가 입을 막은 손을 치우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면 그렇지, 간 보는 새끼네.’

정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기 위해 올린 게 아니라는 것.

‘간 보는 건 그렇다 쳐도 이 세트 전부 가지고 있다는 건데, 대체 누구지?’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세트를 전부 가진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았다.

‘진짜 돈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걸까?’

동시에 질투도 생겼다.

‘젠장, 분명 돈만 많지 모태솔로에 여자 한 번 사귀어본 적 없고, 지금도 솔로인 놈일 거야. 평생 솔로로 살아라.’

종국에는 질투를 넘어 증오 섞인 저주마저 퍼붓는 순간, 그 순간 정현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응?’

스크롤을 내리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어?’

그 순간 정현우는 3분여 동안 멍한 표정을 지은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계정 아이템 목록이잖아?’

이게 자신 거라는 것을.

14.

“BJ대마도사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잘 받았다, 최선을 다하겠다, 라는 내용.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군.’

그 내용에 박영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이번 기획은 시청자들을 조금이라도 만족시키기 위한 퍼포먼스이자, 팬서비스였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예정에도 없던 이벤트를 해줘야 하는 셈, 괜한 수고를 하는 셈이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마주한 장애물들을 돌아가기보다는 부딪쳐 부수고 가는 타입 아니었던가?

이 제안을 무시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물론 이 고민은 나중의 것이 됐다.

BJ대마도사는 박영준의 기획을 받아들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니까.

‘응?’

그런 박영준의 눈에 다른 내용이 보였다.

‘영상 저장 주소?’

내용은 영상이 저장된 클라우드 서버 주소.

‘영상을?’

BJ대마도사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영상을 보냈다는 의미였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BJ대마도사와 거래를 하던 초창기에는 이런 식으로 영상을 받아서 라이징 스타가 편집하고, 올렸으니까.

문제는 그게 초창기라는 것.

‘왜 이제 와서?’

특별한 이유 없이 라이브 방송이 주를 이루는 지금 와서 영상이 올 리는 없었다.

‘의도다.’

그건 곧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

박영준이 곧바로 접속 후에 영상 내용을 확인했다.

‘솔로 플레이?’

BJ대마도사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에서 솔로 플레이로 사냥을 것을.

놀라운 광경이었다.

‘맙소사, 정말 솔로 플레이를 하네?’

그 누구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솔로 플레이를 지금 그가 거뜬히 해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박영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한테 보내는 신호야.’

때문에 박영준은 바로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 능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굉장하니까, 괜히 어설픈 기획 따위는 하지 말라는 신호.’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라고.

‘대신 이에 걸맞은 판을 벌이라는 신호.’

알고 이제까지 해온 것, 그 이상으로 더 큰 판을 기획하라고.

‘오케이, 접수했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