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41화 (341/485)
  • 341화.  < 107화. 합성 (2). >

    5.

    “갑자기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에 대해서 묻기에 괜찮은 구매자라도 나온 줄 알았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는 멀린.

    이내 그가 손에 든 태블릿PC를 자신의 앞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구매자가 아니라 강도였군.”

    그런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온 제안서였다.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둘 중 뭐가 더 좋은 세트 아이템인지 판단하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그러니 어비스 길드가 가진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제공해줬으면 한다.

    “그것도 아주 빌어먹을 강도.”

    만약 어비스 길드가 판단하기에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보다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가 더 낫다고 판단하면 제공해주지 않아도 된다, 라는 내용이 들어간 제안서.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 인상을 펴고 싶어도 도무지 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이 제안은 멀린 입장에서 유난히 고약한 제안이었다.

    “이거 제공 안 하면 내가 아즈모한테 지는 게 되는 건가?”

    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어비스 길드에서 손해 보는 건 사실상 멀린이 유일했으며, 그 손해의 폭 역시 매우 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 그에게 진다는 건 멀린 입장에서도 용인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아직도 이런 부분에서 아즈모랑 비교되는 것조차 기분 나쁜데.”

    아니, 멀린 입장에서는 그냥 같이 경쟁 상대로 논의되는 것부터가 탐탁지 않았다.

    아즈모의 재력이 어마어마하며, 그의 게임 플레이 실력이 충분히 프로급인 건 멀린도 충분히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나 멀린은 그저 게임을 꽤 잘한다, 라는 개념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실력자, 만약 아즈모에게서 재력을 배제한다면 과연 그런 멀린과 비교될 수 있었을까?

    될 리 만무.

    당연히 비교되는 것 역시 마음에 들 리가 만무했다.

    “그보다 이런 짓까지 하는 걸 보면 BJ대마도사도 여러모로 고생이군.”

    그나마 멀린의 찌푸려진 인상을 조금이라도 펴게 해주는 위안거리는 BJ대마도사가 이런 식으로 이슈몰이를 해야 한다는 건, 지금 그의 처지가 좋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애초에 이런 아이템 세트 비교 콘텐츠는 몬스터 사냥이나 던전 공략 등으로 보여줄 게 없는 플레이어들이 대체제로 꺼내는 카드였으니까.

    결코 메인이 될 수 없는 카드.

    실제로 그런 이유로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이런 식의 콘텐츠를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카드를 꺼낸다?

    분명한 건 BJ대마도사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엠마, 당신 생각은?”

    “줘야겠죠.”

    때문에 엠마 역시 이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물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그래서 받아낼 건?”

    멀린의 그 물음에 엠마는 대답했다.

    “광고를 요청할 생각이에요.”

    “광고?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싼 대가에 멀린이 의문을 표했다.

    반면 엠마는 담담했다.

    “만약 우리 쪽이 무리한 제안을 한다면 박영준은 그 자리에서 그냥 손절을 할 거예요. 최소한 이 판에서만큼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생각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분명 이번에는 우리가 어떤 함정을 파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보기에 박영준은 지금 독기가 올라 있을 터.

    그리고 독기가 올라야 할 만큼 BJ대마도사 쪽에게 상황은 좋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꼭 어비스 길드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BJ대마도사는 얼마든지 자기 힘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BJ대마도사에게는 그게 있었으니까.

    “그는 아즈모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부자니까.”

    돈.

    6.

    ‘젠장, 돈이 없어.’

    휴식을 마치고 다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미다스는 자신의 표정을 있는 힘껏 구겼다.

    ‘미친, 아이템 시세가 왜 이렇게 비싸?’

    원인은 G베이에 올라온 300레벨 근처 아이템 시세들.

    앞서 각오한 것처럼 미다스는 이번 기회에 모든 자금을 털어서 아이템을 맞출 생각이었다.

    ‘유니크만 붙으면 기본 천만 원부터 시작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그러나 막상 로그아웃 이후 G베이 검색을 통해 알아본 아이템 시세는 미다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쌌다.

    그마저도 매물이 있으면 다행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은 아예 매물도 없고, 있어봤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려놓고 있고.’

    미다스가 바라는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의 경우에는 G베이에서 거래 자체가 없었다.

    매물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 매물들은 대부분 9,999,999,999원 같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마음을 돌릴 만큼 질러봐, 라는 의미.

    ‘돈 있는 놈들끼리 경쟁하니까 시세가 미치는구나.’

    물론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신대륙에 올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이들 모두가 몸값이 상당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월급을 받거나 혹은 워즈튜브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부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1티어급 길드들의 경우에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 액수가 일반인의 생각을 초월했다.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일반 플레이어가 아니라,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 같은 집단이라는 의미.

    그런 배경 속에서 아이템 시세가 저렴하다면, 그건 기뻐할 게 아니라 의심해야 할 일이었다.

    “주인님,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헥헥!

    허나,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을 알 리 없는 럭키와 골드는 그저 주인이 좋지 못한 표정에 걱정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 둘의 걱정에 미다스가 표정을 풀었다.

    “별일 아니야.”

    ‘릴렉스하자, 릴렉스 어차피 여기서 궁시렁궁시렁 투정 부린다고 갑자기 하늘에서 아이템 세트가 완제품으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화내봤자 결국 자신만 손해였으니까.

    “자, 그럼 마저 던전 공략을 해야지. 이제까지 10마리 잡았으니까, 얼마 안 남았을 거야.”

    ‘일단 던전 공략부터 하자.’

    더불어 지금 당장 직면한 과제는 아이템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템 질러봤자, 지금 레벨이 안 되어서 쓰지도 못해.’

    오히려 중요한 건 레벨.

    ‘그나마 여기 애들 경험치 짭짤해서 4레벨이나 올렸지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 착용하려면 285레벨은 찍어야 해.’

    현재 274레벨인 미다스 입장에서는 아이템을 줘도 착용하기 위해서는 11레벨을 더 올려야 했다.

    ‘이거 하고, 다음에는 생존자 길드랑 같이 열심히 렙업하자.’

    그렇게 미다스가 머릿속을 정리한 후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준비됐지?”

    왕!

    “물론입니다!”

    곧바로 나오는 거침없는 대답들.

    “그럼 다들 나를 따르라!”

    그 대답에 미다스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없었다.

    ‘착실하게, 한 단계씩 하면 되는 거야. 이제 키메라사우루스 잡는 것도 익숙해졌고.’

    “어, 저기 뭔가 있다!”

    그렇게 성큼성큼, 거리낌 없이 전진하던 미다스의 눈에 이윽고 보였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어떤 놈인지…… 어?”

    이곳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드래곤 나이트?’

    7.

    대개 신화나 전설 속에서 드래곤의 존재는 초월적인 존재로 취급되고는 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갖 판타지 요소들이 즐비하고, 몬스터가 넘치는 갓워즈란 게임 속에서도 드래곤이란 존재는 유난히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았다.

    당장 드래곤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요소들 모두가 특별했다.

    대마도사의 성좌는 워드래곤이었으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관통하는 핵심 아이템은 용의 알이었고, 드래곤과 관련된 마법들은 하나 같이 특별하기 그지없었다.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드래곤을 최초로 조우한 건 360레벨 대의 플레이어들의 사냥터의 보스 몬스터, 더블 헤드 드래곤이었다.

    무려 360레벨에 이르러서야 조우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드래곤 나이트(Lv.323)]

    !10초 내에 HP가 7퍼센트 이상 감소할 경우 ‘회광반조’ 스킬 사용 가능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비늘’ 스킬 사용 가능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분노’ 스킬 사용 가능

    드래곤 나이트를 봤을 때 미다스는 당혹감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니, 드래곤 나이트 같은 게 왜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지?’

    여기서 나올 만한 급이 아니었으니까.

    ‘아니지.’

    달리 말하면 그게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을 향했다.

    ‘용의 알.’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NPC호곤을 통해서 용의 알이 가진 힘을 깨울 수 있다는 설정이 떠올랐다.

    ‘분명 이거랑 관계된 거야. 어쩌면 여기서 진행한 퀘스트로 인해 용의 알의 힘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드래곤 나이트의 등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로 보였다.

    ‘용의 힘을 깨우면 뭐든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골드나 실버 새로운 몸으로 삼으면 더 큰 도움이 되겠고.’

    아이템을 지르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스펙업.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드래곤 나이트의 등장은 아이템을 지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회였다.

    ‘뭐든 잡아야지.’

    더 나아가 그러한 배경 상황이 뭐든 간에 미다스가 드래곤 나이트 레이드를 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해야 드래곤 나이트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뿐.

    ‘회광반조.’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가장 먼저 꽂힌 건 10초 내에 HP의 7퍼센트 이상이 소모될 경우 발동하는 회광반조 스킬이었다.

    스킬 효과는 HP회복 속도 및 신체 능력 증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골치 아픈 스킬이었다.

    ‘뇌전으로 잡아두고 무식하게 딜링 들어가는 건 못 해.’

    대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상태 이상 효과를 통해 멈춘 상태에서 모아둔 모든 화력을 순식간에 퍼붓는 것이었는 데 그걸 쓸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특히 그 순간 폭딜은 미다스의 장점 중 하나였다.

    ‘전투도 길어지고.’

    필연적으로 장기전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키메라사우루스를 잡는데 평균 14분 걸렸는데, 저건 최소한 30분 잡아야 한다. 그럼 플레이 타임은 넉넉히 1시간 이상 잡아야 하고.’

    그것 외에도 2페이즈에서 발동하는 용의 비늘 스킬이나, 3페이즈에서 발동하는 용의 분노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건 없었다.

    더블 헤드 드래곤을 통해 파악된 그 두 스킬의 효과에 따르면 용의 비늘이 발동했을 경우 늘어나는 마법 및 물리 방어력의 수치나 용의 분노가 발동했을 때 나오는 능력치 상승량은 꽤 엄청났으니까.

    ‘제일 골치 아픈 건 데이터가 없다는 거지만.’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보다 더 어려운 건, 이제까지 그 누구도 드래곤 나이트와의 전투 경험이 없었으며 당연히 그와 관련된 영상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분명 360레벨대 사냥터에서 더블 헤드 드래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개체는 가디언을 앞세울 뿐 드래곤 나이트를 등장시킨 적은 없었다.

    ‘체격도 작아.’

    더욱이 보이는 드래곤 나이트의 외형은 2.5미터 신장, 사람으로 따지면 거인이지만 갓워즈로 보면 소형급에 준하는 체격이었다.

    그렇다는 건 얼마든지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의미.

    작은 것의 무서움을 아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등골이 오싹한 의미였다.

    무엇보다 최악은 그거였다.

    ‘템도 없고.’

    드롭하는 아이템이 없다는 것.

    ‘여하튼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왕!

    그런 주인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가 미다스에게 다가와 그의 다리에 제 머리를 비볐다.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제스처.

    그 제스처에 미다스가 고민을 잠시 멈추고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럭키야. 너만 믿는다.”

    ‘인랑 모드도 아직 안 썼으니, 우리 쪽도 밀릴 건 없어. 충분히 휴식을 취해오면서 포션도 많이 아꼈고.’

    그 모습에 당연히 질투심 넘치는 골드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인님, 그 나쁜개보다 제가 더 믿을 만합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 충성심 넘치는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골드를 향해 말했다.

    “미안, 내가 골드를 빼먹었네. 당연히 너도 믿……."

    그 순간이었다.

    ‘어?’

    골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 하나가 보였다.

    ‘왔구나!’

    골드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방긋 웃었다.

    ‘그래, 이제 1급 찍을 때가 됐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디언이 강해진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는 일.

    ‘이번에는 조건이 뭐냐?’

    자연스레 미다스의 시선이 그 물음표 아래 있는 정보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정보를 향했다.

    ![일기토]

    !보스 몬스터 사냥 시 가디언이 준 데미지가 50퍼센트 이상일 경우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이윽고 확인한 승급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사실상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골드와 실버가 딜링의 절반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

    ‘맙소사.’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러한 사실은 보이지 않았다.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베이스 몬스터의 스킬 사용 가능

    마지막에 있는 문장.

    ‘베이스 몬스터 스킬을 사용 가능하다고? 보스 몬스터 스킬도? 이거, 개사기 아니야?’

    오로지 그것만이 보일 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