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36화 (336/485)

336화.  < 105화. 새로운 대륙 (3). >

7.

‘오케이 접촉했군.’

BJ대마도사와 생존자 길드가 접촉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박영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뿐이었다.

박영준은 이 소식에 대해서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들킨 것 같진 않군.’

보안을 위해서였다.

만약 이번 접촉을 직원들에게 미리 말해줬다면 부하 직원들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분명 정보가 유출됐을 터.

그리고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이번 일은 시작하기도 전에 방해가 들어올 가능성이 컸다.

과장이나 과대망상이 아니었다.

‘신대륙에서는 신중해야지, 1티어급 길드들의 이해관계가 상식을 초월하는 곳이니까.’

당장 BJ대마도사의 등장에 1티어급 길드들이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외면했다.

BJ대마도사라는 검증된 이슈 메이커를 두고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기들의 약속을 지킨 셈.

‘레크 같은 플레이어가 있어서 다행이야.’

생존자 길드를 BJ대마도사의 조력자로 붙인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이 만든 그 견고한 카르텔 속에서 BJ대마도사를 도와줄 만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또한 레크 정도면 훌륭한 조력자였다.

‘너무 잘나서 축출됐으니까.’

훌륭한 정도가 아니라 본래 레크는 헤이즈 길드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헤이즈 길드가 지금은 상장 폐지를 코앞에 둔 것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몰락한 처지이지만, 레크가 없었다면 애초에 코스닥에 상장되는 일은 없었을 정도.

그게 레크가 헤이즈 길드에서 축출된 이유였다.

‘헤이즈 길드가 코스닥 상장 이후 간부나 길마가 회삿돈 빼먹기 바쁜 와중에서 유일하게 깨끗했었지.’

횡령과 배임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헤이즈 길드의 높으신 양반들이 보기에 레크는 정말 치명적인 위협으로 느껴졌을 테니까.

레크가 나간 이후에도 헤이즈 길드가 레크와 그가 세운 생존자 길드를 끝까지 응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그때 레크가 전후 사정을 알고 제대로 정치질을 했다면 혹은 박영준 같은 사람이 옆에만 있었어도 헤이즈 길드가 해체되고도 남았을 정도, 그 정도로 헤이즈 길드의 상태는 좋지 못했었다.

‘그때 무리하는 바람에 헤이즈 길드가 이 꼴이 된 거지만.’

물론 무리하게 레크를 응징하는 과정에서 이곳저곳에 적잖은 빚과 약점을 준 상태였다.

1티어급 길드들의 카르텔이 제아무리 끈끈하다고 해도 그냥 멀쩡한 유저를 무료로 PK해주는 경우는 없으니까.

‘생존자 길드라면 끈끈함이 남다르니, 한동안 BJ대마도사의 사냥을 잘 도와줄 거다.’

어쨌거나 그런 레크의 생존자 길드는 당분간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적응에 몸을 아끼지 않는 도움을 줄 것이다.

보수도 적잖게 주었다.

‘한동안 BJ대마도사도 조용히 퀘스트 진행과 신대륙 적응에 주력할 테고.’

당연히 BJ대마도사도 그에 맞추어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터.

‘일단은 1티어 길드에 어느 정도 맞서 싸울 힘과 세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가는 거다. 숨죽이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제아무리 끈끈한 1티어급 길드들의 카르텔이라고 해도 틈이 생길 테니까.’

그 사실을 되새김질하던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생각을 멈추고는 퉁명스럽게, 조금 전 자신이 했던 고민 따위는 감히 추측할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BJ대마도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응?"

그러나 BJ대마도사가 언급되는 순간에는 박영준의 표정 연기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그렇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내뱉는 박영준의 질문에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게…… 방송하고 싶답니다.”

“라이브 방송 요청?”

이어진 말에 박영준의 두뇌가 전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이라니, 지금 여기서?’

은밀하게 일을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라이브 방송을, 그것도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방송을 한다?

“정확히는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그때 나온 게스트란 단어에 박영준의 머릿속에 있던 퍼즐 하나가 단숨에 완성됐다.

‘설마?’

그렇게 퍼즐을 완성한 박영준이 곧바로 소식을 가져온 부하 직원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예?”

반문하는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꾹 다문 입을 제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릴 뿐.

그 상태에서 생각했다.

‘역시 BJ대마도사, 조용히 갈 생각이 없군.’

조만간 폭탄이 터지리라고.

8.

헤이즈 길드.

한때는 10대 길드와 자웅을 겨루며, 코스닥에 상장까지 되었던 그 길드가 몰락의 길로 빠져든 건 의외로 처음부터였다.

길드가 설립될 때부터 길드 운영이 길드 마스터와 그 측근들에 의해서 제멋대로 이루어졌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호황을 누린 건 갓워즈 열풍 덕분이었다.

갓워즈가 세상을 집어삼킬 무렵에는 그냥 갓워즈 길드라는 이름만 달고 있어도 사람들이 제발 내 돈을 투자받아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정도였으니까.

소위 버블 시대.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거품은 꺼지며 그 속에 있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헤이즈 길드의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결정타는 신대륙에서 이루어진 보스 몬스터 레이드, 티라노사우루스 레이드 실패였다.

당시 재정이 스펀지처럼 구멍투성이 상태였던 헤이즈 길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었고, 내부 플레이어들의 반대도 무시한 채 무리한 레이드를 했고, 결국 실패로 이루어졌다.

물론 세상일이란 게 실패를 마주할 때도 있는 법.

그리고 대개 문제는 그 실패보다는 실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법이었다.

헤이즈 길드는 후자였다.

레이드 실패 이후 정기적으로 나오던 지원금이 비정기적으로 바뀌었고, 액수도 줄어들었으며, 그로 인해 간부급 플레이어들이 동맹 길드를 착취하는 상황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일명 레크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레크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헤이즈 길드의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몇몇은 질문을 던졌다.

그 레크 사태의 원흉이 된 사람이 누구냐고.

“지금 뭐라고?”

지금 화를 내는 2미터의 거구, 값비싼 은빛 갑옷을 두른 채 양동이 같은 투구를 쓴 플레이어.

헤이즈 길드의 간부 중 한 명인 브람스, 그가 바로 그 원흉이었다.

“레크, 그 새끼가 라이브 방송을 켰다고?”

“예."

“왜?”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냥 방송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미친 새끼.”

물론 본인은 스스로를 원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길드를 병신 만들어놓고, 이 지랄을 한다? 그때 현피를 해서라도 아주 제대로 박살을 냈었어야 했어. 그 새끼 때문에 내가 본 손해가 얼만데!”

도리어 레크 때문에 잘 나가던 헤이즈 길드가 몰락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큰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뿐.

“얘들아 장비 챙겨.”

당연히 브람스는 지금 이 상황, 그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레크 놈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걸 놔둘 생각이 없었다.

“레크 새끼랑 떨거지 놈들 라이브 방송 중에 머리통 박살을 낸다.”

그러한 브람스의 말에 길드원들은 쉬이 예, 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생존자 길드 애들 PK에 도가 튼 애들인데.’

‘저번에도 한 번 치러 갔다가 열두 명 게임오버 당했어.’

생존자 길드가 신대륙에서 엄청난 핍박을 받고 제 역할을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PK싸움에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 그리고 적응을 한 상태였다.

‘레크가 탱킹하면 뚫을 수가 없다고.’

개중에서도 한때 헤이즈 길드의 핵심 탱커였던 레크의 존재는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런 레크와 동료들을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잡으러 간다는 건 최소 지금 있는 멤버 중 대여섯 명은 게임 오버로 한동안 현실 요양을 해야 한다는 의미.

“뭐해? 안 가?”

물론 그 리스크에서 브람스는 예외였다.

애초에 탱커 포지션인 그는 전투에서 적당히 몸만 사려도 게임오버를 당할 일이 없으며, 위험한 순간 힐러들이 앞다투어 그를 먼저 도와줄 테니까.

결국 고생은 부하 동료들 몫이라는 의미.

허나, 브람스에게 그러한 사실은 조금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저기......."

그때 한 명이 나름 브레이크를 걸었다.

“생존자 길드 애들이 움직일 때는 의뢰인이 있을 때뿐인데, 그 의뢰인이 누구인지는 확인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생존자 길드가 레벨업 사냥 따위를 할 리는 만무, 정황상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중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 그게 생존자 길드의 유일한 수입원이기도 했다.

가능성이 큰 게 아니라 그 가능성밖에 없다는 의미.

“그래서 뭐?”

“그야……."

그러나 그 브레이크는 브람스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생존자 길드 새끼들 고용한 순간 헤이즈 길드의 살생부에 오른 건데, 당연히 그 의뢰인 새끼도 같이 족쳐야지.”

오히려 가속페달 역할을 할 뿐.

“서포트 팀한테 레크 놈 라이브 방송 영상 보고 위치 추적해서 보내 달라고 해. 지금 이대로 가서 학살을 해버릴 테니까. 그 의뢰인이라는 새끼도 같이 묶어서.”

그렇게 브람스가 움직였다.

9.

꾸오오!

세 개의 뿔을 가진 트리케라톱스, 독특한 생김새로 어린이들이 한 번은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 공룡.

“하필 트리케라톱스라니, 오늘 운이 없군.”

그러나 신대륙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 무리 다음으로 만나기 싫은 공룡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뿔에 맞으면 그냥 날아가니까!”

그 세 개의 뿔을 앞세운 돌진 앞에서 탱커들은 그야말로 볼링공 앞의 볼링핀 꼴이 될 따름이었으니까.

때문에 이런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는 몸으로 부딪쳐 막는다는 전략을 써서는 안 됐다.

투우.

문자 그대로 성난 황소를 상대하듯 달려오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아슬아슬한 회피 싸움을 해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준급 수준을 넘어서 랭커급 탱커, 하는 것만으로도 박수갈채 섞인 후원금이 쏟아져야 하는 수준의 탱커 정도가 가능한 일.

최소한 1티어급 길드 1군 핵심 탱커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

“내가 시선 끈다!”

레크가 망설임 없이 트리케라톱스 앞에 선 건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투우를 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 짓도 반 년 넘게 하네.”

더 나아가 신대륙 초입에서 반 년 넘게 정체 중인 동안 경험치도 질릴 만큼 쌓인 상태였다.

더 이상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업조차 안 될 정도.

실력도 엄청난 주제에 고이기까지 한 수준, 속칭 석유 같은 존재였다.

꾸오오!

때문에 레크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너무나도 여유 있게, 마치 산책하듯이 투우를 시작했다.

- 와, 이거 뭐임?

- 미친, 이걸 이렇게 쉽게?

- 뭐지? 내가 지금 CG영화 보는 건가?

- 딱 봐도 주작이네.

그 광경에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 들어온 모든 시청자들이 앞다투어 감탄을 토해냈다.

- 와, 이 분 누군데 이런 플레이를 함?

- 갑자기 워즈튜브 맞춤형 코너에 라이브 방송 왔는데, 시작부터 장난 아니네요. 이 분 누구죠?

- 뭐지? 왜 이런 채널을 내가 처음 안 거지?

동시에 대체 이런 실력자가 왜 이제야 드러났는지, 그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 갑자기 오랜만에 방송 떠서 놀랐네요. 레크님 하이.

- 레크님 간만에 보네요.

-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전 헤이즈 길드 최강 탱커, 레크님이다!

그저 과거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널을 구독 취소하지 않고 있던 이들만이 알아낼 뿐.

물론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시청자 숫자 4천 명이라…… 라이브 방송 처음 했을 때도 1만 명은 넘기고 시작했었는데.’

헤이즈 길드의 시작과 영광을 함께 했었던 레크 입장에서는 쓴웃음이 지어질 법한 일.

‘뭐, 방송 켠 게 5개월 만인데 4천 명이면 감사하지.’

그마저도 그동안 공백기를 생각하면 제법 많은 숫자였다.

아무래도 헤이즈 길드와 쉴 새 없이 싸워온 생존자 길드 입장에서 라이브 방송은 자기들을 잡아달라는 광고나 다름없었고, 때문에 방송을 켜는 일은 없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본래는 라이브 방송을 켤 상황이 아니었다.

‘그보다 헤이즈 길드 애들이 이 라이브 방송 보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레크가 아는 헤이즈 길드라면 필시 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자신과 생존자 길드를 잡으러 올 터.

그게 딱히 두려운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뭐지?’

단지 이런 상황을 명령한 BJ대마도사의 의중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할 뿐.

물론 그 광경을 기획한 BJ대마도사의 의중은 딱히 복잡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이야, 사냥 잘 하시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미다스는 레크의 화려한 플레이 그리고 생존자 길드의 파티 플레이를 보면서 때를 기다릴 따름이었다.

“럭키야, 어때?”

왕!

“골드랑 실버보다 나은 것 같다고?”

왕!

“오, 발언 강한데, 골드 네 생각은?”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당장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실버와 함께 저 괴상한 짐승의 뿔을 그 자리에서 뽑아드리겠습니다. 나쁜개는 절대 못할 겁니다.”

“그래, 그럼 대기해. 이제 좀 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게스트로 출연해야 하니까.”

자신이 생존자 길드의 사냥 라이브 방송에 난입할 때를.

이미 연출 기획도 마친 상태였다.

“일단 내가 먼저 로브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고, 그 뒤에 너희들이 텔레포트를 통해서 오는 거야.”

보다 임팩트 있는 등장을 위해서.

“그 후에 차례차례 소환하는 거지. 블레이즈 골렘부터 뇌전의 정령 기사까지. 아주 화끈하게.”

그 연출을 떠올리는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장님이 이미 내 의도를 깨닫고 적당히 광고 문구 올리셨을 거고, 그럼 내가 게스트로 나오는 순간 레크 님 라이브 방송은 폭발하는 거지. 시청자 최소 1백만 찍어드린다.’

폭발하는 레크의 라이브 방송.

그와 함께 치솟는 BJ대마도사의 주가.

‘이렇게 했는데도 나랑 같이 게임하기 싫을 리가 없지. 아무렴.’

당연히 미다스는 자신의 눈앞에 달콤한 선택지가 놓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10대 길드나 1티어급 길드들이 동시에 입찰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거 너무 경쟁 심화되면 그것도 좀 그런데...... 갑자기 러브콜이 걱정되네.’

도리어 이제는 뒤탈을 걱정할 정도.

그렇게 머릿속으로 김칫국을 마시다 못해 다 마시고 새로 김치를 담글 무렵.

‘응?’

그 무렵에 전장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런 미다스의 눈에 한 무리의 플레이어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왜 저쪽으로?’

다른 곳도 아닌 레크가 사냥 중인 곳으로.

멈춤 없이.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때문에 미다스는 그들의 의도를 착각 없이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습격이다.’

생존자 길드를 엿 먹이는 것.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잠시 고민했다.

‘당할 순 없지.’

여기서 순순히 몬스터를 빼앗길 순 없는 일.

‘역으로 엿 먹여야 해.’

도리어 확실한 응징이 필요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대기 중인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전투 준비.”

10.

몬스터 스틸, 아이템 스틸, PK 등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매너 행위.

그러한 비매너 행위 중 가장 질이 나쁜 건 몬스터 사냥 도중인 파티를 습격하는 일이었다.

그걸 가장 질 나쁜 행위로 규정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피해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는 것.

막말로 아이템 스틸이나 몬스터 스틸은 몬스터만 빼앗으면 끝이지만, 사냥 도중의 습격은 상대방을 전멸에 이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좀 더 들어가면 세력이 약한 쪽이 세력이 강한 쪽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쟁 병기로 따지면 생화학 병기인 셈.

“죽여!”

지금 브람스가 이끄는 71명의 헤이즈 길드원들이 하는 짓은 그만큼 치졸한 짓이었다.

“마법사들, 포격!”

그러한 치졸한 공격의 시작은 마법 포격이었다.

“포격 개시!”

헤이즈 길드원들이 던진 불, 얼음, 뇌전 마법들이 원시림을 가로지르며 트리케라톱스를 사냥 중인 레크와 그를 지원하는 생존자 길드원 일곱 명을 향해 날아왔다.

콰앙!

“똑바로 안 던져?”

물론 그 마법 중 1/3 정도는 원시림의 나무들에 맞으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그 덕분이었다.

- 어! 뭐야?

- 마법소리 났어!

- 공격이다!

라이브 방송을 보던 4천 남짓한 시청자들이 마법 공격이 도달오기 전에 낌새를 느낀 건.

“피해!”

“예!"

레크와 생존자 길드원들의 경우에는 낌새를 느끼는 수준을 넘어 바로 방어 모드로 바뀌었다.

이게 생존자 길드에게는 일상인 탓이었다.

- 미친, 사냥 도중에 습격하는 게 어디 있어?

- 어떤 개새끼야?

- 와씨, 일단 이거 소문부터 퍼뜨리고 오겠음!

허나, 보통 이들에게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고, 때문에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어수선해졌다.

- 지금 개꿀잼 사건 발생했다고 해서 왔습니다.

- 신대륙에서 사냥 중 습격이라니, 조작 아니지?

- 이 방송 지금 가장 화끈한 맛집이라면서요?

그리고 곧바로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레크에게는 그런 채팅창을 바라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콰광!

당장은 쏟아지는 마법 포격 속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

“다들 전투 들어가! 각개 전투다!”

그 포격 속에서 생존자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생존자 길드원들은 곧바로 뿔뿔이 흩어지며 게릴라 전을 치를 준비를 했다.

그게 기껏해야 스무 명 남짓한 인원으로 세 배가 넘는 인원을 상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공룡 보면 무조건 물고 늘어져!”

나눠서 도망치다가 공룡 무리라도 만나게 되면 최소한 같이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 뭐지? 대처가 평범하지 않는데?

- 이거 아무래도 그냥 습격이 아닌 모양 같음.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재차 놀라는 사이, 마법 포격이 만든 어수선함 뒤로 무장한 근접 딜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

엄청난 속도로 원시림을 달려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물소떼 같았다.

“확실하게 끝내! 끝까지 잡아 족쳐!”

그리고 브람스는 먼 곳에서 그 광경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사이 그가 연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 지금 레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늘어나는 중입니다.

여론이 안 좋을 수 있으니 자중해라, 게임 밖 서포터 팀의 그 말에 브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배신자 새끼 족치는데 여론은 무슨 여론이야. 그리고 이미 이미지는 발바닥에 치이고 다니는데.’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쓰는 인물이었다면 레크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즉, 브람스는 오늘 이 사냥을 적당한 선에서 끝낼 생각 없었다.

“분명 의뢰인 새끼가 있을 거야. 그 새끼 잡아다 공개 처형해.”

발본색원, 끝장을 볼 생각만 있을 뿐.

그 순간이었다.

콰과광!

응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던 브람스의 귓속으로 강렬한 폭음 한 자락이 들렸다.

콰과광!

그리고 이어서 폭음이 한 번 더 들렸다.

‘응?’

그 두 번의 거대한 폭음에 브람스가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다.

‘소리는 대폭발인데?’

탱커인 그가 대폭발 마법 특유의 소리를 모를 리 만무.

‘두 번?’

의문을 느끼는 건 그 대폭발 소리가 연달아서 두 번 터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거기까지였다.

‘뭐지?’

브람스의 사고는 갓워즈에서 대폭발 소리를 한 번에 두 번 낼 수 있는 인물이 BJ대마도사라는 것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해 현실 서포트팀이 말해주었다.

- 저거 BJ대마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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