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 105화. 새로운 대륙 (2). >
4.
“BJ대마도사답네, 신대륙 오자마자 허풍 한 번 제대로 떨고 시작하네.”
“허풍은 그렇다고 쳐도 아무도 대꾸하지 않은 건 좀 이상하네. 보통 이러면 시비라도 걸지 않나?”
“하긴, 반응이 하나도 없는 건 좀 그러네. 보통은 BJ대마도사 나오자마자 어중이떠중이 라이브 방송 켜고, 낚시 방송이라도 하는데.”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입성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캡슐방.
“어쨌거나 이대로 가면 BJ대마도사는 이번에도 솔로로 게임 플레이하려나?”
“에이, 설마 할 수 있는 건 둘째치고 혼자서 하는 건 너무 효율이 안 좋을 텐데?”
“무슨 소리예요? 다들 BJ대마도사 못 믿는 거예요?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로 살다 솔로로 죽을 거라고 우리 BJ대마도사 팬들과 약속했다고요! 우리 형은 무조건 솔로입니다!”
“혁주, 쟤 또 개소리하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혁주의 허무맹랑한 소리가 오고 가는 가운데 정현우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고민의 기색이 역력했다.
‘버스 서비스를 한다고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
‘뭐, 그건 사전에 담합한 거라고 치고.’
그들이 무시하는 것은 나름 이해하고자 하면 못할 것은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내가 필드로 이동한 후에도 감시책 한 명 제대로 붙지 않았단 말이야. 스파이 샷이라도 찍으려도 열댓 명 정도는 달라붙는 게 보통인데.’
그러나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행보에도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분명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골치 아프네.’
그리고 좋을 것 역시 없는 대목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하고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건 좀 그런데…….'
일단 신대륙은 사실상 1티어급 길드들의 울타리 안이었고, 견고한 관계를 맺은 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들과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물론 미다스가 1티어급 길드들과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아예 대화조차 단절되어서 좋을 건 없었다.
‘이렇게 사이가 안 좋으면 나중에 방송할 때 솔로 방송만 해야 해.’
더욱이 정현우 입장에서는 라이브 방송 역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도 그냥 하는 것보단 레이드 레이스를 해야 더 이슈가 되는 법.
이전 대륙에서 중원 길드가 거듭 라이벌 구도를 불태워준 덕분에 미다스가 얻은 이익이 증거였다.
그러나 이제 중원 길드는 없고, 그들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얼굴은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 정도는 되어야 했다.
아무것도 접점이 없는 사람하고 갑자기 라이벌이니, 이벤트 매치니, 그런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쯤 되면 이 서먹서먹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어차피 기사단의 흔적 찾으러 가야 하는데, 가는 도중에 쇼케이스 한 번 가져볼까?’
그중 하나는 BJ대마도사가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스펙업을 얼마나 했는지 쇼케이스를 통해 화끈하게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이 열광할 테고, 1티어급 길드들도 좀이 쑤실 테니까.
‘아니면 사장님하고 이야기해볼까? 사장님도 대충 상황 파악하고 움직이실 텐데?’
우웅!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어?’
이내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파트너 구해두셨구나! 역시 사장님이야!’
이제는 고민 대신 미소를 짓는 정현우.
‘그보다 파트너가 누구지?’
그 미소와 함께 이번에 신대륙에서 자신과 처음 호흡을 맞춘 파트너를 확인한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존자 길드? 레크?’
그 두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헤이즈 길드에서 퇴출 당한 후에 헤이즈 길드랑 전쟁했다던 그 레크?’
5.
신대륙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몬스터가 매우 강하다는 것.
공룡이라는 거대 존재들은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어떤 존재들보다 까다로웠다.
동시에 다채로웠다.
당장 하얀숲의 경우에도 등장하는 몬스터가 일개미, 전투개미, 날개미로 세 종류에 불과했지만 신대륙에서 등장하는 공룡의 종류는 10종이 넘었으며, 그마저도 새로운 종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는 사냥터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
신 대륙에는 탐험가 길드의 탐험가 라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탐험가 길드가 없는 건 아니었으며, 그들의 힘이 약한 것 역시 아니었다.
단지 이제까지 탐험가 라인이 탐험가 길드를 규칙을 따르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열려있었다면, 신대륙에서는 복종하는 이들만이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복종이란 요소가 신대륙에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세 번째 요소였다.
신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가 만든 모든 규칙에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것.
그들이 몬스터를 달라고 하면 줘야 했고, 고기방패가 되라면 되어야 했으며, 아이템이나 골드를 바치라는 협박도 있었다.
여러모로 부당한 일 그리고 그런 부당한 일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가 한두 명 정도는 있는 법이었다.
“다들 모였지?”
레크, 그가 그런 부류였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부류.
사실 그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부류는 아니었다.
“예, 그보다 레크 형님은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겠냐? 헤이즈 길드에서 쫓겨난 후부터 난 잘 지냈던 적이 없어.”
갓워즈 초창기에 10대 길드와 자웅을 겨루었던 대형 길드였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1티어급 길드로 평가받는 헤이즈 길드를 대표하는 탱커 중 한 명이었으니까.
손해 보고 싶어도 손해 보기 힘든 탄탄대로를 걷는 부류.
“쯧,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안 했을 텐데.”
그런 레크의 탄탄대로에 악운이 낀 건, 그가 동료의 부당함을 꼬집은 순간부터였다.
당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실패로 상황이 좋지 못했던 헤이즈 길드는 만회를 위해 무리한 행보를 보였고, 그 과정에서 헤이즈 길드와 동맹 관계였던 소규모 길드를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길드원 몇 명이 그 소규모 길드에 포션을 외상으로 빌려 가고는 했다.
말이 외상이지, 사실상 강탈이었고 그 사실에 레크가 한마디 했다.
게임 좀 신사답게 하라고.
사실 그 말을 뱉을 때 레크는 헤이즈 길드가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을 고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아는 헤이즈 길드는 주춤하기는 해도 한때는 10대 길드에 근접한 길드였고, 그렇기에 그 길드에 자긍심을 가지고 충성을 바쳤으니까.
하지만 헤이즈 길드의 선택은 레크에게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길드에서 내쫓는 것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때 잘못한 거 지적했다고 이렇게 응징당할 줄 알았으면……."
헤이즈 길드는 레크가 그 어떤 식으로는 복귀할 수 없도록 응징을 거듭했다.
그래도 나름 인덕이 있던 레크였기에 그 응징에 몇몇 이들이 레크 편에 서줘서 목소리를 높여줬으나, 헤이즈 길드는 1티어급 길드들과 함께 레크를 돕는 이들까지 응징했다.
파티 사냥에서 퇴출시키는 수준을 넘어, 레크를 비롯해 그를 돕는 이들이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몬스터를 스틸하고, 아이템을 강탈하고, 심지어 PK를 걸었다.
“……말로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PK걸고 뚝배기를 깼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 캐릭터 키우면서 가장 후회하는 게 딜러가 아니었다는 거야.”
그러나 그 응징에 레크는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을 돕기 위해 길드를 만들었다.
생존자 길드.
“이 이야기는 질리도록 했으니까 여기까지 하고, 그보다 용케 다 왔네. 막상 당일 되면 다들 몸 뺄 줄 알았는데.”
“에이, 어차피 버린 몸들인데 뭐하러 빼요?”
물론 그 전쟁의 결과물은 지금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맞습니다, 어차피 이 캐릭터는 버리고 세컨 키우고 있어요.”
“전 세컨도 버리고, 서드 캐릭터 키우는 중입니다. 요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콘텐츠가 쏠쏠하거든요.”
수년에 걸쳐 신대륙까지 이른 캐릭터를 버리고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할 지경.
참담한 일이었다.
“아니, 그래도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그냥 들어온다고?”
“의뢰인이 뭐가 중요합니까? 그냥 레크 형님 믿고 가는 거지.”
“맞아요, 그런 거 알면 뭐 달라집니까? 부르면 냉큼 접속하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크의 요청에 접속해봤자 속만 쓰린 캐릭터에 접속한 건 레크가 그동안 쌓은 신뢰가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대륙에서 손해 보면서까지 불합리함과 끝까지 맞서 싸우는 건 레크가 유일했다.
실제로 헤이즈 길드는 레크가 생존자 길드를 만든 이후로 그를 회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레크는 단 한 번도 그 회유에 흔들린 적이 없었다.
도리어 자기 사비를 털어 길드 내 힘든 사람을 도와줄 정도.
“어차피 레크 형님 없으면 우리 다 어중이떠중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리고 실력이 뛰어났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다른 실력이 있으니까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법.
그나마 레크가 생존자 길드를 이끌기에 이렇게 배척받고, 핍박받는 이들의 우두머리이기에 일거리가 왔다.
“형님 없으면 우리는 고기 방패도 안 되죠.”
“맞아요, 오빠 없으면 그냥 길가다가 1티어급 길드 애들한테 사냥당하겠죠.”
그 일거리가 이 위험이 가득한 신대륙에서 의뢰인을 위해 고기 방패가 되어주는 참담한 일이긴 하지만, 어차피 1티어급 길드에 걸려서 척살 당해서 죽는 것보단 돈 받고 죽는 게 남는 장사였다.
“그보다 일거리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맞아, 저번에 헤이즈 길드가 한 번 깽판 친 이후로는 의뢰인들 싹 사라졌잖아요?”
물론 그 푼돈 벌이마저도 헤이즈 길드를 비롯한 1티어급 길드들의 방해 탓에 사라진 상태.
“대체 의뢰인이 누구이기에 헤이즈 길드한테 찍힌 거 알면서도 형님을 찾은 겁니까?”
때문에 의뢰인의 정체에 대해 질문하는 동료들에게 레크가 말했다.
“대단한 사람이지.”
그때였다.
“그게 누구입니까?”
“그러니까……."
레크가 의뢰인에 대해 소개를 할 무렵.
“아, 여기 있으셨네.”
그들을 발견한 의뢰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6.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 멋진 늑대는 럭키, 이쪽에 있는 수호자 모습을 한 건 골드. 그리고 저쪽 사자는 실버. 마지막으로 제 머리 위에서 콧방귀 뀌는 녀석은 잭팟입니다.”
그 소개를 끝으로 미다스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는 레크의 동료들, 생존자 길드의 길드원들의 표정은 굳었다.
‘맙소사.’
‘의뢰인이 BJ대마도사였어?’
헤이즈 길드를 포함해 1티어급 길드에 찍힌 자신들에게 의뢰를 한다는 게 보통 인간은 아니니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인물이 지금 갓워즈를 뒤흔드는 BJ대마도사일 줄이야?
물론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납득이 됐다.
‘하긴, BJ대마도사라면 헤이즈 길드 눈치 따위를 볼 리가 없지.’
이미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들과 몇 번의 충돌을 통해서 자신의 우위에 있음을 증명한 상황.
아니, 우위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건 1티어급 길드 소속 유망주들이 BJ대마도사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건 물론, 정령의 동굴에서는 시비를 건 1티어급 길드들의 체면이 산산조각이 났다.
작금에 이르러선 그의 행보에 1티어급 길드들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먹히는 상황.
‘돈도 많고.’
‘인맥도 쩔고.’
그와 별개로 이미 아즈모와 구스타프, 그 둘과 비교될 정도로 돈이 많은 대부호로 소문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으며, 그의 방송에는 10대 길드 마스터급들이 심심하면 출몰해서 후원 채팅 배틀을 뜰 정도로 인맥조차 엄청난 수준이었다.
아무리 신대륙이 1티어급 길드들 세상이라고 해도 BJ대마도사는 건드릴 수 없을 터.
'쯧."
물론 그것과 별개로 BJ대마도사에 대해 썩 좋은 감정을 가지는 생존자 길드원들은 없었다.
‘그래 봐야 결국 쓰다 버리겠지만.’
정리하면 BJ대마도사 역시 힘으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 자였으니까.
당장 생존자 길드를 고용한 것부터가 돈을 이용해서 게임을 더 편히 하기 위함 아닌가?
그 권력자들에게 핍박받으며 결국 애써 키운 자신의 첫 번째 캐릭터들을 버려야 했던 생존자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는 BJ대마도사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앞세우는 건 아니었다.
“레크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돈 한 푼 벌 수 없는 처지 속에서 적잖은 보수를 주는 보스 아닌가?
최선을 다해 할 만큼 해주는 게 도리.
그러한 레크의 인사에 미다스는 레크를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마치 상대를 분석하려는 듯.
그 태도에 레크는 긴장했다.
‘방송으로는 장난기 넘쳐 보이지만, 역시 방송을 껐을 때는 뱀이 따로 없군.’
일말의 틈도 주지 않겠다, 레크가 보기에 BJ대마도사의 표정은 그런 의미였다.
물론 미다스가 그런 이유로 레크를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전직 헤이즈 길드 1군 탱커답게 능력치가 좋네.’
미다스는 레크의 전적을 잘 알고 있었다.
레크가 헤이즈 길드에서 왜 나왔는지 그리고 현재 처지가 어떠한 상태인지.
그렇기에 고민이 됐다.
‘그보다 생존자 길드를 고용했다는 건…….'
미다스가 아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님은 언제나 세 수 앞을 내다볼 만큼 뛰어난 분이었다.
그런 분이 그저 게임 좀 편하게 하라고 생존자 길드를 파트너로 붙여줬을 리는 만무.
하물며 그냥 파트너가 아니라 신대륙 최초의 파트너였다.
상징적인 의미가 여러모로 클 수밖에 없을뿐더러, 생존자 길드가 어떤 결과물을 얻느냐에 따라서 BJ대마도사의 능력과 평가가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생존자 길드를 제대로 띄워주라는 건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생존자 길드가 한없이 많은 선물을 가져가는 게 BJ대마도사의 평판에 좋았다.
‘하긴,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 생존자 길드는 껄끄러운 존재이니까.’
더욱이 지금 현재 BJ대마도사가 직면한 문제점은 1티어급 길드들이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티어급 길드들에게 박해 받는 생존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아 라이징 스타가 된다면?
그렇다면 과연 그 후에 1티어급 길드들은 계속해서 BJ대마도사를 무시할 수 있을까?
‘하긴, 질투심 앞에 장사는 없지.’
질투심 때문에라도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터.
‘역시 사장님 머리는 정말 좋다니까.’
“사냥 계획은 전부 제가 기획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이윽고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린 미다스가 레크에게 말했고, 그 말에 생존자 길드원들은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제대로 뽕을 뽑을 생각이구나.’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이용해 이곳, 신대륙에서 제대로 사냥을 할 속셈이라고.
‘하긴, 우리 하나 미끼 삼아서 공룡들 몰이한 후에 화력 퍼부으면…… 그것보다 편한 것도 없지.’
‘여차하면 공룡들한테 우리를 미끼로 주고 튀어도 되고.’
비단 BJ대마도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돈 받았으니까 됐어.’
‘까짓것 키우지도 않는 캐릭터 목숨값으로 한 달 배부르게 먹으면 남는 장사이지.’
‘어차피 이런 짓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동안 생존자 길드원들을 고용한 이들 모두가 생존자 길드를 희생양으로 썼지, 동료나 파티원으로 써먹은 경우는 없었으니까.
때문에 새로이 각오를 다질 필요도 없었다.
“예, 명령만 내려주시면 따르겠습니다.”
레크 역시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애초에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과의 계약 조건이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라도 일단 무조건 그 요구를 수행하라고.
“레크 님, 워즈튜브하세요?”
“예? 그야…… 채널이 있긴 있습니다.”
“오케이, 그럼 레크 님이 라이브 방송 켜시고, 제가 게스트로 들어가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게스트요? BJ대마도사가 우리 방송에?”
그러자 생존자 길드원들 사이에서 연거푸 의문이 터졌다.
그러나 그 의문에 미다스는 당황하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라이브 방송하는 도중에 계시면 제가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는 겁니다. 그컴 시청자가 폭발하겠죠.”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방법이었다.
자신이 게스트로 출연해주는 것.
물론 이 방식으로 당장 미다스에게 남는 이익은 없었다.
‘이거 한 번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나랑 같이 사냥하고 싶어서 줄을 서겠지, 줄을.’
하지만 이 방송이 끝난 후에는 이익을 골라 먹게 될 터.
“자, 그럼 준비하시죠. 신호 주시면 제가 바로 등장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랑 같이 게임하면 얼마나 개이득인지 제대로 알려주마.’
미다스의 신대륙에서의 첫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