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화. < 104화. 왕의 치하 (3). >
7.
- 이번 개미 군단 디펜스 끝내줬지?
- 끝내준 정도가 아니라 역대급이었지.
여황 개미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도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이러한 광경은 대부분 빅 이벤트가 있는 다음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 속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떤 이벤트 이후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 솔직히 이제까지 나온 갓워즈 콘텐츠 중에서 최고인 듯.
ㄴ 이거 보고 1티어급 길드 레이드 바로 보러 갔는데 웃음만 나오더라.
이번 이벤트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기존에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격하시키는 흐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 웃음이 뭐야? 난 웃음도 안 나오더라. 유치해서.
ㄴ 맞아, 그냥 애들 장난 수준이지.
ㄴ 10대 길드 애들 것도 1군급만 볼만하지, 그 아래는 이제 딱히 볼 필요 없을 듯.
이제까지 언제나 최고의 콘텐츠였던 1티어급 그리고 10대 길드의 위상이 흔들리는 순간.
- 역시 대세는 BJ대마도사라니까.
ㄴ 인정. 난 요즘 노잼이던 1티어급 길드 채널들은 이미 다 구독 취소했음.
ㄴ 그렇지. BJ대마도사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만 구독하면 됨. 어차피 여기에 다 나옴!
ㄴ 다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라포 나오지, 구스타프 나오지, 검객 나오지, 아즈모도 나오잖아?
ㄴ 멀린도 가끔 오고.
ㄴ 멀린 소식을 요즘 어비스 길드 채널이 아니라 BJ대마도사 채널에서 알게 된다니까.
그리고 이제는 워즈튜브, 1티어급 길드들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영역에 실질적인 피해마저 미치는 순간이었다.
“지금 1티어급 워즈튜브 채널들 상황은?”
“4시간 동안 1티어급 길드들의 구독자 평균치가 0.11프로 감소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감소치가 컸던 건?”
“헤이즈 길드 구독자 숫자가 0.79프로 감소했습니다. 최근 티라노사우르스 레이드에서 세 번째 실패를 하는 바람에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것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헤이즈 길드 역사상 최대 감소폭입니다.”
1티어급 길드들과 스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상장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 주가 추의는?”
“여기 지금 막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평균치를 내면 하락했습니다.”
“애널리스트 분석은?”
“그쪽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조정 기간에 불과하고 다시 정상화되겠다고 판단하지만……."
그 사실을 보고 받으며 커피를 머금은 아즈모가 이내 비웃음을 마저 머금었다.
“이런 외부 요인이 거듭 터지면 그때부터는 눈사태가 일어나는 법이다, 그렇게 말했겠지.”
그 상태로 비서 대신 대화를 마무리 지은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커피를 머금었다.
그사이 비서가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의 다음 목적지는 당연히 신대륙일 테고…… 이제부터 1티어급 길드들하고 전쟁을 하겠네요.”
아즈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대답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바였으니까.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어떤 활약을 펼치든 간에 1티어급 길드들의 주력 플레이어들과는 무대가 달랐다.
그러나 신대륙은 1티어급 길드들의 메인 멤버들이 활약하는 무대, 그런 무대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온다?
심지어 오기도 전에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존은 없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뿐.
당연히 전쟁을 하게 될 터.
“이미 1티어급 길드들은 협약을 했다고 합니다. BJ대마도사를 돕는 자는 배신자로 낙인 찍겠다고. 비밀 협약서에 서명도 다 마쳤다는 군요.”
“어비스 길드가 나서서 판을 만들어줬는데, 당연히 협약서에 사인을 해야겠지.”
이미 그 사생결단을 위해 신대륙의 플레이어들은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BJ대마도사 쪽도 알고 있겠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자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만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몇 곳과 접촉한 모양입니다. 신대륙에 1티어 길드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
실제로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에 대비해 나름의 대비책을 세워둔 상황이었다.
“우리 쪽도 준비 중이고요.”
더불어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아즈모가 손가락 정도는 담그고 있는 상태.
당연히 아즈모 쪽도 나름 충분한 대비를 해둔 상태였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상황이 나올 가능성은 낮았다.
“이번 여황 개미 디펜스에서 BJ대마도사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만 빼면 문제될 건 없지.”
단 하나, BJ대마도사에게 치명적인 점이 발견됐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예?”
아즈모의 그 말에 비서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계요?”
여황 개미 디펜스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한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모습 아니었던가?
하지만 아즈모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이제부터는 어떤 능력이 추가되더라도 마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쓸 수 없을 거야.”
BJ대마도사가 드러낸 치명적인 결점을.
“더 까다로운 건 신대륙은 앞선 곳과 다르게 많은 것이 불분명하고, 불투명한 곳이라는 거지. 적어도 현재 드러난 것 중에 당장 BJ대마도사의 마력 부족을 해결해줄 건 없어. 아이템이든, 스킬이든.
더욱이 신대륙에는 그런 BJ대마도사의 결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게 아즈모가 우려하는 바였다.
“그러니 이제 슬슬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
동시에 기대하는 바였다.
“그러니까 우리를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두자고.”
BJ대마도사가 아쉬울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될 테니까.
"지금 BJ대마도사에게 있는 카드라고는 있어봤자 마나 드레인 같은 스킬인데, 그런 쓰레기 스킬은 도움이 안 될 테니까."
8.
[ 마나 드레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사역마를 이용해 대신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 광채들, 그 속에서 마나 드레인의 스킬 효과를 확인한 미다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부르르!
그리고 이내 몸을 떠는 미다스를 향해 골드가 조심스레 말했다.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두려워서.”
“예?”
“너무 강해질 내 스스로가 두려워서.”
미다스의 그 말에 골드가 실버를 보고, 실버가 럭키를 보더니 이내 셋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든 미다스의 말이라면 맞장구를 치던 골드조차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터무니없는 개소리라는 의미.
허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됐다.’
레전더리 에픽 등급이 되면서 달라진 마나 드레인 스킬의 효과는 설명만으로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거면 충분해.’
이 스킬로 말미암아 마력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사역마를 대신해 마나 드레인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굉장한 것이었다.
사역마의 경우에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즉, 어떤 방해도 없이 마나 드레인이 가능하다는 의미.
‘사역마 두 마리.’
심지어 미다스의 경우에는 사역마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마리나 소환이 가능한 상태였다.
물론 이동 범위에는 제한이 있겠지만, 굳이 마나 드레인을 하기 위해 정신을 쏟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
‘뇌전의 정령 기사 두 마리 소환한 상태에서 이지스의 방패를 발동하면…… 이거 뭐, 게임 날로 먹겠네. 포션 값도 아낄 수 있고.’
“후후후.”
그렇게 생긴 여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떠올리던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때였다.
꽈광!
갑자기 왕의 대장간에 갑작스런 굉음이 들렸고, 그 굉음에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얘들아 대비해!”
왕!
“주인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혹시 이벤트가 발생할지도 모르니 전투를 준비하라고.
다행히도 전투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NPC호곤이 먼 곳에서 등장하더니 미다스를 향해 말해주었으니까.
“자네의 무기가 완성됐네!”
저 소리가 행복의 소리라는 것을.
9.
쿵!
덩치에 어울리는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등장한 에이트리가 이내 미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것이 완성됐네.”
그 말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대체 얼마나 좋은 무기일까?’
하나는 무려 툰가 왕의 지팡이, 그 왕의 이름을 붙인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된다는 것.
‘그런데 마나 드레인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데미지 증가 옵션 선택할 걸 그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옵션을 주문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어차피 다음번에는 다른 옵션 선택 가능하니까.’
그 두 가지 생각에 복잡해진 미다스를 향해 에이트리가 말했다.
“이것을 받기 전에 맹세할게 있네.”
‘맹세?’
갑자기 튀어나온 그 단어에 미다스가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잽싸게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내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이 무기의 자격 테스트 같은 거 받으라는 건가?’
어쩐지 무기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 빌어먹을 똥겜이라면…… 그러고도 남아.’
그리고 갓워즈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여하튼 이 게임은…… 어?’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에이트리의 등 너머에 있는 것이 들어왔다.
[툰가 왕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70레벨 이상
- 왕의 대장간의 대장장이 에이트리가 왕의 명을 받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지팡이다. 툰가 왕에 충성을 맹세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다.
- 공격력 : 491
- 지력 +788
- 마력 +744
- 모든 마법 공격력 28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44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31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모든 마법 공격력 31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95퍼센트 증가
- 마법 사용 시 마력 소모량 30퍼센트 감소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새로운 지팡이.
꿀꺽!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생각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왕국에 충성하고, 세상에 가치를 지키겠노라, 그리 맹세를 하겠는가?”
그런 상태에서 나온 에이트리의 발언에 당연히 미다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합니다! 다 합니다! 무조건 합니다!”
‘그러니까 빨리 주세요!’
호들갑을 떨며 맹세를 하는 미다스의 모습을 에이트리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부하 장인들에게 턱짓을 하자, 이내 에이트리의 등 뒤에 숨어 있던 부하 장인들이 미다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5미터 길이의 길쭉한 갈색 지팡이.
"받게."
그 지팡이를 건네 받은 미다스가 이내 지팡이를 손에 잡는 순간, 지팡이가 부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핑!
이윽고 지팡이 끝에 있는 붉은색 보석 하나가 지팡이를 벗어나려는 듯 솟구쳤다.
그러나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달처럼, 지팡이 끝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도리어 붙잡혔다.
‘와.’
그 광경을 미다스가 말없이 바라봤다.
이 지팡이의 옵션을 하나하나 음미하지는 않았다.
공격력이 500에 가깝다는 사실이나, 마력 소모량이 30퍼센트나 감소한다는 사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끝내준다.’
이 짤막한 단어 하나면 이 지팡이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예."
“그럼 이제 내 역할은 끝났으니, 난 물러나겠네. 이제부터 자네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리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니까."
“예?”
그때 나온 에이트리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크흠! 헛기침 소리와 함께 NPC호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용의 알 차례이지.’
NPC호곤이 미다스에게 이제 세 번째 선물을 안겨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갓워즈, 이름부터 갓들어가는 갓겜답네.’
그 사실에 이제는 너무 웃어서 입이 찢어질 지경에 이른 미다스를 향해 다가온 NPC호곤이 말했다.
“왕명이 내려왔네. 이 시간부로 자네는 새로운 대륙으로 이동하게 되네.”
“아무렴요, 당연히 가야죠.”
미다스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새로운 사냥터에서 아주 박살을 내주마.’
가지 말라고 해도 억지로 갈만큼 지금 얻은 이 엄청난 능력들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지경이었으니까.
때문에 두려움도 없었다.
‘천 마리든, 만 마리든 사냥하라고 해도 그냥 해주마.’
어떤 퀘스트가 오든, 거침없이 뚫으리란 자신만 있을 뿐.
그 자신감 넘치는 미다스에게 NPC호곤이 말했다.
“그곳에서 이제부터 실종된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조사해야 하네.”
“아, 푸른 사자 기사단이요.”
그 단어에 미다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지?’
처음 들어보는 기사단 이름이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눈이 이곳, 왕의 대장간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배치된 기사 NPC 한 명을 향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레벨을 확인했다.
‘잠깐만.’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미다스가 NPC호곤에게 말했다.
“그런데 푸른 사자 기사단이라면 매우 강한 기사단 아닙니까?”
말을 하면서 미다스는 소망했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부디 자신의 말에 NPC호곤이 맞장구를 쳐주지 않기를.
당연했다.
정말 미다스의 말처럼 푸른 사자 기사단이 강한 집단이라면, 그런 집단을 사라지게 만든 존재는 더 강하다는 말 아닌가?
그런 걸 찾는 퀘스트가 보통 난이도일 리 만무.
그러한 미다스의 소망에 NPC호곤이 대답했다.
“잘 아는군. 자네 말처럼 푸른 사자 기사단은 매우 강한 기사단이지. 신대륙의 공룡들 쯤은 혼자서 가뿐히 잡을 만큼. 그래서 그들이 그곳에 파견된 것이고.”
예상대로 보통 일 따위가 아니라고.
“그래서 더더욱 골치 아픈 걸세. 그 강인한 푸른 사자 기사단의 기사들이 제대로 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실종됐다는 것이지. 무언가 엄청난 존재가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하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갓워즈는 분명하게 말해줬다.
[새로운 대륙]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새로운 대륙으로 이동해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
!퀘스트 완료 시 ‘돌아올 수 없는 땅’ 진행 가능
‘돌아올 수 없는 땅?’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걸 준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