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 104화. 왕의 치하 (2). >
4.
[미다스]
- 레벨 : 270
- 직업 : 대마도사
- 성좌 : 워드래곤
- 능력 : 근력(5+2381)/체력(5+2311)/지력(1252+3863)/마력(275+3331)
- 잔여 스탯 : 0
‘스탯 배분 완료.’
270레벨 달성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콧잔등 바람 한 자락이 지나갔다.
휘이잉!
그 후 들려온 바람 소리에 상태창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자욱한 구름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혀를 내둘렀다.
‘날아오르는 배라니…….'
배를 타고 구름바다를 항해한다, 현실에서 제아무리 돈많은 부자도 누릴 수 없는, 오로지 갓워즈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
왕!
“그래, 나쁜개, 네 말처럼 정말 멋진 풍경이다.”
럭키와 골드 역시 거듭 감상을 토해낼 정도로 멋진 호사였다.
“그래, 멋지네.”
그러나 막상 그 호사를 누리는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에휴.’
여러모로 머릿속에 고민이 많은 탓이었다.
이번에 수확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레벨업 카드 보상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무기마저 얻을 수 있는 상황,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이 빚을 갚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은 중원 길드의 희생 어린 배려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당연히 그 배려에 대해 마땅한 보답을 해줘야 했다.
‘이제 사냥터도 다른데.’
문제는 앞으로 미다스가 중원 길드와 마주칠 일이 사실상 없으리란 점이었다.
현재 미다스가 진행 중인 왕의 치하 다음 퀘스트의 타이틀은 새로운 대륙, 필시 300레벨 플레이어들의 사냥터인 신대륙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즉, 이번 퀘스트를 마치면 미다스는 신대륙으로 간다는 것.
반면 중원 길드가 신대륙에 오는 것은 최소한 열흘 정도 레벨업을 한 다음이었다.
그마저도 무리를 할 경우였다.
신대륙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300레벨까지 달성한 후에 넘어오는 게 좋았으니까.
사실상 미다스와 중원 길드가 한 무대를 쓰는 건 하얀숲이 마지막이었던 셈.
‘그렇다고 현실에서 밥 한 끼를 사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 외적으로 보답을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내 1년 식비보다 비싼 밥 드시는 분이니까.’
미다스가 이제까지 번 돈을 다 합쳐도 중원 길드의 마스터인 예화의 저택 화장실 하나 살 수 없었으니까.
‘사장님에게 말해서 다른 방법으로라도 중원 길드에 잘 보답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꾸우!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이내 한 곳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했다.
“뭔데? 아.”
그 잭팟의 반응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구름바다위에 외로이 떠다니는 성 하나를.
‘맙소사, 저런 게 있었어?’
날아다니는 배와는 차원이 다른 그 날아다니는 성의 등장에 놀라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곁으로 NPC호곤이 다가오며 말했다.
“왕의 대장간일세.”
그 말에 미다스가 놀랐다.
“대단하군요.”
물론 그뿐이었다.
‘이런 정성과 노력으로 몬스터는 좀 약하게 디자인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보다 NPC호곤하고 용의 알 이야기는 언제 하는 거지?’
성이 하늘에 떠다니는 것보다는 용의 알에 대한 퀘스트가 언제 나올지, 그게 더 궁금할 따름.
“왜 왕의 대장간이 하늘을 날아다니시는 줄 아나?”
그런 미다스에게 굳이 NPC호곤은 설명을 해주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대륙 곳곳에 있는 영웅들의 무구를 관리해주기 위함일세.”
“아."
“달리 말하면 자네가 이제 영웅이 되었다는 증거이지. 왕국이 인정하는 영웅.”
그렇게 NPC호곤의 설명 속에서 미다스가 왕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5.
까앙!
하늘 위에 있는 성, 왕의 대장간이란 이름을 가진 그곳에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그 이름에 걸맞게 거듭 나는 쇳소리들이었다.
“따라오시죠.”
그 쇳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 다음에는 등장한 건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었다.
‘다들 레벨이 300이 넘네.’
그것도 그냥 단순한 기사들이 아니라 미다스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아주 대단한 기사들.
그 기사들을 바라보는 미다스를 향해 NPC호곤이 설명을 해줬다.
“영웅들의 무구들이 관리되는 곳인 만큼, 그것을 노리는 존재들도 많지. 그러니 경비도 삼엄할 수밖에.”
그 설명에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기사의 안내를 받아 미다스가 이동한 곳에는 거대한 용광로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우, 스케일 장난 아니긴 하네.’
보통의 대장간들이 가진 화로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에 미다스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두두두!
그때 한 무리의 대장장이 집단이 큼지막한 발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쿵!
그중에서도 무리의 선두에 선 채 남다른 발소리를 자랑하던 3미터 신장의 거인이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이미 준비는 끝났네.”
그제야 고개를 돌려 거인을 확인한 미다스.
‘어?’
그리고 이내 거인의 이름을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했다.
‘에이트리잖아!’
NPC에이트리.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그 전설의 대장장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것처럼 갓워즈에서도 유명한 NPC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갓워즈에서 300레벨대 플레이어들에게 에이트리 시리즈는 꿈의 아이템이었으니까.
‘얘가 살아있는 NPC였어?’
더 놀라운 건 에이트리 시리즈를 플레이어들은 에이트리가 남긴 유산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유산이란 건 곧 에이트리를 죽은 인물 취급했다는 의미.
에이트리 시리즈를 얻는 과정에서 NPC에이트리와의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었다.
‘대박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이벤트를 마주하는 순간.
‘진짜 대박이야.’
동시에 미다스의 기대감도 드높아졌다.
그 대단한 에이트리가 직접 아이템을 만들어준다는데 그게 보통 아이템일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남은 건 작업 뿐, 그래서 새로운 영웅의 애병은 무엇인가?”
그 에이트리가 질문을 던졌을 때 당연히 미다스는 잽싸게 손에 든 지팡이를 내밀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겁니다, 라는 말도 없이 바로 지팡이를 바치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로부터 지팡이를 받은 에이트리가 지팡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는 물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예?”
“보다 강한 힘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유 넘치는 힘을 원하는 것인지, 특이한 힘을 원하는 것인지, 그걸 묻는 걸세.”
에이트리의 그 물음에 미다스는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추가 옵션 선택이구나.’
지금 자신에게 지팡이에 부여할 능력을 고를 기회가 왔음을.
그 선택지가 무엇인지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보다 강한 힘은 데미지 증가, 여유 넘치는 힘은 마력 소모량 감소, 특이한 힘은 상태 이상이나 스킬 사용 시 특수 효과가 추가되는 것을 말함일 터.
무엇이든 나쁠 건 없었다.
‘골 때리네.’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시급한 건 마력 소모량이긴 했다.
‘마력이 급하긴 하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서 데미지 증가 옵션이 두고두고 해먹기는 최고지.’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데미지 증가 옵션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특수 옵션으로 뭐가 붙을지도 모르고.’
그에 비해 특수 효과 추가는 복불복이 컸다.
만약 애드원 같은 스킬이 붙는다면 대박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저 평범한 상태 이상 효과 추가 정도라면?
길게 보냐, 눈앞을 보냐, 도박을 하냐…… 그 선택지 앞에서 미다스는 빠르게 고민을 끝냈다.
‘내 처지에 다음을 기약하는 호사 따윈 용납되지 않는다.’
언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에 무릎을 꿇을지 모르는 처지인데 훗날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것.
그 결정에 이른 미다스가 말했다.
“여유로운 힘을 원합니다.”
그 대답에 에이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단계는 여유로운 힘이라, 이거군.”
“예? 첫 번째요?”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단어의 등장에 미다스가 반문을 했고, 에이트리가 건네받은 지팡이를 부하 대장장이에게 주며 대답을 해주었다.
“영웅의 무구란 영웅처럼 거듭 성장하는 법이지. 그러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고.”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셋 중에 뭘 먼저 할 것인지 고르는 것이었다고.
“작업 시간은 하루, 내일 이 시각에 찾아오게. 영웅에 어울리는 무구를 만들어주지. 왕께서 직접 치하하는 것이지, 왕의 이름을 담아서. 그럼 작업을 할 테니 나가주게.”
그 설명을 끝으로 에이트리가 손을 젓자, 기사가 미다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쉴 곳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그 안내에 미다스가 반문했다.
“아, 그전에 공터 같은 곳 없습니까?”
“공터요?”
“할 게 있어서요.”
“그럼 성의 정원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진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인 후 뒤에 기다리고 있던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준비해라. 카드깡 들어갈 테니까.”
6.
하늘을 날아오르는 왕의 대장간.
아우우우!
언제나 쇳소리만 가득한 그곳에 때아닌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좋아.”
그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 앞에 선 미다스가 메트로놈처럼 박자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실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크르르! 크르르!
그러자 실버가 사자 특유의 울음 소리를 럭키의 하울링 사이사이에 덧붙였다.
늑대와 사자, 두 짐승이 마치 화음을 맞추듯.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옆에 있는 잭팟을 향해 다시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이 화음에 참가하라는 제스처.
꾸우?
그러나 잭팟은 주인, 또 정신이 나간 거냐? 무슨 이상한 짓이냐면서 고개를 갸웃할 뿐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포기한 듯 골드로 시선을 돌리자, 골드는 신호 없이 바로 말했다.
“주인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렇게 시작된 합창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레벨업 보상.”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새로운 기회를 받으시겠습니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눈앞에는 바로 1백 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이 본다면 욕을 하기보다는 진지하게 119에 신고를 했을 광경.
미다스도 이게 생쇼인 걸 알고 있었다.
‘제발, 황금! 전설의 황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쇼를 하는 건 그만큼 미다스는 간절했다.
‘스킬 카드 살 돈 없다고.’
수중에 동원 가능한 현금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자산이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재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채우고 있는 아이템은 급매로 처분해도 억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허나, 그 아이템들은 전투에 써야 하는 것들, 판매 불가 아이템들이었다.
‘럭키 템 맞추고 나면 끝이야.’
더욱이 럭키가 인랑 모드를 가지게 되면서 사실상 럭키의 레벨에 맞춰 레전더리 등급 세트를 구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이번에도 에이트리 시리즈 중 무기 정도는 구해다 럭키에게 줘야 하는 상황.
하물며 미다스 본인의 아이템도 이제는 슬슬 바꿀 수 있는 파츠는 바꿔야 할 때였다.
‘제발.’
그게 아니더라도 아즈모처럼 대부호가 아닌 미다스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
‘이렇게까지 생쇼를 했으면 인간적으로 불쌍해서라도 하나 줘야지!’
그 간절한 기도 속에서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1백 장의 카드가 저마다 내뿜는 빛을 훑었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떴다 황금!’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다! 됐어!”
레전더리 등급의 상징인 황금빛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양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물론 여전히 어떤 스킬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레전더리 등급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이득인 상황이었다.
‘뭐가 나왔으려나?’
뭐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
그런 미다스의 눈에 감춰진 카드 앞면의 정보가 명확하게 떴다.
[뇌전의 정령 기사]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강력한 뇌전 공격을 사용하는 뇌전의 정령 기사를 소환한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환호를 멈추고 그대로 굳었다.
그 정도였다.
‘……이게 진짜 나왔다고?’
뇌전의 정령 기사 스킬은 이제까지 좋은 스킬 제법 받아본 미다스조차 놀랄 정도로 대단한 스킬이었다.
당연히 좋은 의미로 대단한 스킬이었다.
“맙소사.”
뇌전의 정령 기사는 여러 속성 정령 기사들 중에서 비교를 거부하는 최강이었다.
1티어가 아닌 탑 티어!
물론 그만큼 엄청난 마력 소모를 동반하지만, 그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까짓것 무기 옵션으로 커버하면 돼!’
이미 그에 대한 적당한 해결책이 있는 마련되어가는 상황.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의 입가에 즐거움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뇌전의 정령 기사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미소 속에서 스킬을 습득한 미다스가 여전히 응원을 해주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 기세를 이어서 하나 더 가자.’
“얘들아, 좀 더 크게 질러!”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럭키, 골드, 실버 트리오에게 음량을 높이라는 주문을 했고, 그 주문에 셋이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생쇼를 넘어 지랄발광이라 해야 마땅한 수준.
“레벨업 보상 획득!”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270레벨 카드 보상을 받고자 했고, 다시 한 번 1백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그리고 곧바로 황금빛 카드 한 장이 미다스를 반겼다.
‘어?’
그것을 본 미다스가 다시금 굳었다.
[마나 드레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직접 대상에 닿아야 한다.
마나 드레인.
일단 보기에는 매우 훌륭한 스킬이었다.
몬스터를 마력 회복 포션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하필이면…….'
그러나 막상 마나 드레인 스킬을 사용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냥한 몬스터와 접촉을 해야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마법 투척하기 바쁘고, 원거리 딜링을 해야 하는 마법사 입장에서는 전투 중에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스킬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마력 회복 포션을 하나 마시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쯧.'
그 사실에 미다스가 혓바닥을 차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가만.’
미다스의 머릿속에 아이템 하나가 떠올랐다.
‘레전더리 에픽 등급 효과로…….'
툰가 왕의 서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
‘……대상과 접촉해야 한다는 항목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