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31화 (331/485)

331화.  < 104화. 왕의 치하 (1). >

1.

이제는 하늘 전체를 뒤덮을 만큼 자욱해진 먹구름.

꽈광!

그 먹구름 사이로 등장한 벼락으로 만들어진 주먹이 대지 위로 자비 없이 내리꽂혔다.

파바밧!

그렇게 내리꽂은 벼락에 근처에 있던 날개미들은 그대로 타버리고, 땅을 기던 일개미와 전투 개미들 역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 정도로 타버리며 재가 되었다.

파지직!

벼락으로 만들어진 주먹은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바닥에 내려앉는 순간 사슬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며 벼락에 닿지 않은 개미들마저 부들부들, 시체나 다름없는 꼴을 만들었다.

꽈광!

그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강렬한 번개비 앞에서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 사이로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어후.”

“아…… 이제 끝난 건가?”

안도의 한숨 소리들이.

이제야 비로소 모두가 이 기나긴 하루의 끝이 왔음을 느끼고, 인정하고 있는 증거들이었다.

동시에 더 이상 사냥을 위해 열심히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으랴차차!”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모두가 점차 여유를 되찾아가는 상황 속에서 여전히 전력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받아라, 천둥 주먹!”

그가 전력을 다해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꽈광!

그런 BJ대마도사의 행동에 맞추어 곧바로 벼락 하나가 대지 위를 내리쳤다.

그 모습을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중원 길드원들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쓰다니?’

‘BJ대마도사 당신은 도대체…….'

누가 보더라도 전장을 헤집는 마법의 시전자는 BJ대마도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꾸르르르르!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천둥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반으로 갈라졌고, 그 갈라짐 틈 사이로 벼락으로 만들어진 거인 전사 하나가 망치 하나를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

그리고는 이내 손에 든 번개 망치로 여황 개미의 머리를 단숨에 그대로 내리쳤다.

꽈광!

단 한 번.

[여황 개미를 처치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여황 개미를 단 일격으로 끝장을 내는 순간, 그 순간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만큼 지금 그들이 바라본 광경의 위력은 가공한 수준이었다.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등장한 그 어떤 마법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공한 수준!

‘헉!’

그중에는 미다스도 있었다.

‘저걸 한 방에?’

다른 누구보다 여황 개미의 강력함을 아는 그이기에 놀라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크흠."

그 순간 남들보다 일찍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이내 놀란 표정을 감추고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긴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것으로 뇌신의 심판이 끝났도다.”

근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로 마치 이 심판을 자신이 주도한 것마냥.

그 모습에 채팅창이 이내 폭발했다.

- 와, 미친! 이게 말이 돼?

- BJ대마도사님, 언제 뇌신으로 전직하셨나요?

- 설마 아직도 BJ대마도사 팬가입 안 한 바보 없제?

- BJ대마도사보고 삼류 엑스트라에 평생 여자 손 제대로 잡아본 적 없다고 솔로라고 한 애들은 전부 대가리 박고 반성문 쓰셈.

이 순간 모든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가 저 광경을 연출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런 마법을 쓴다고?’

‘분명 이번에만 한정된 마법이겠지만…… 끔찍하군.’

심지어 중원 길드 역시 이제는 BJ대마도사가 저 마법을 썼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스르르!

미다스의 머리 위로 바람 소리와 함께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곤이 말한 자가 자네로군.”

그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는 오히려 그의 등장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용케 버텼군.”

“아닙니다,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 이렇게 서있지 못했을 겁니다.”

이어진 그 둘의 대화에 시청자들과 중원 길드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움?’

-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구라였어?”

- 구라였네?

미다스가 앞서 보여준 건 그저 연기일 따름이며, 그들을 구원한 건 지금 등장한 NPC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은 채팅창이 조금 전보다 더 폭발했다.

- 날 속였어!

- BJ대마도사 그렇게 보긴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할 줄 몰랐다.

- 자, 이제 왜 BJ대마도사가 솔로인지 아시겠죠?

- BJ대마도사 팬분들 대가리 박으시고, 반성문 쓰십시오. 세 장 쓰십시오.

그 격한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전 여러분들을 속인 적이 없습니다. 안 그래요? 제가 직접 마법 쓴다고 말한 적 없잖아요? 전 그냥 보이는 마법이 너무 강력해서 그에 맞춰서 환호성을 내지른 것뿐입니다.”

그 말에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사이, 미다스의 앞에 착지한 마법사가 이내 뒤집어쓴 로브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드러난 건 다름 아니라 엘프였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외모를 가진 남자 엘프.

- 와, 엘프다!

- 외모 좀 봐.

- BJ대마도사보다 3천 배만큼 잘생긴 듯?

그 놀라운 외모에 시청자들 중 일부가 화내던 것도 잊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툰가 왕국의 왕궁법사 바하르라고 하네. 상황을 듣고 자네를 돕기 위해 급하게 왔네.”

그리고 이어진 NPC바하르의 소개에는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들은 모두가 놀랐다.

- 왕궁법사라고?

- 이 게임에 그런 게 있었어?

난생 처음 보는 NPC의 등장.

- 아니, 그보다 툰가 왕국 왕궁법사면 엄청난 거 아니야?

ㄴ 일단 쓴 마법 클래스만 보더라도 엄청난 정도가 아니라 킹갓제너럴엠페러 정도는 되지.

심지어 평범한 NPC가 아니라 그냥 듣기만 해도 갓워즈에서 매우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분명한 NPC였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

실제로 그 등장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큰손들이 움직였다.

[라포 님이 10,22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왕궁법사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퀘스트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

[구스타프 님이 10,22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왕궁법사가 나오는 수준까지 온 모양이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3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왕궁검사나 기사는 없나? 너무 마법사만 편애하는 거 같은데?]

이번 NPC바하르의 등장이 필시 앞으로 갓워즈의 정세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으니까.

“일단 대충 상황은 정리된 것 같으니 따라오게. 왕께서 배를 보내셨네.”

“배다!"

여러모로 NPC바하르의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순간, 그들이 위치한 강 위로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배는 강물 위에 떠 있는 게 아니었다.

- 와! 미친! 호화 유람선이잖아!

- 잠깐, 저거 강에 떠있는 게 아닌데?

- 난다! 날고 있어!

말 그대로 강 위, 하늘에 떠서 움직이는 배였다.

누가 보더라도 위용이 넘치는 거대한 배의 상식을 무시하는 등장에 모두가 감탄을 토해냈다.

[아즈모 님이 10,23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왜들 놀래? 다들 저 정도 배는 집에 한 척씩 있잖아?]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만 그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일 뿐.

“일단 저 배에서 왕, 그분을 대신해 자네를 치하하겠네.”

[아즈모 님이 10,23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뭐? 왕이 치하? 잠깐만.]

[아즈모 님이 10,23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저기 이번 건 진짜 보고 싶은데 보여주면 안 될까?]

그런 아즈모마저도 왕 그리고 치하라는 두 단어의 등장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여러모로 놀라운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왕께서 부르시는데 안 갈 수가 없군요, 그럼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왕의 치하를 받는 자리인데 카메라 들고 들어가면 그건 큰 실례잖아요?”

4시간짜리, 길디길었던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아! 그렇지!’

그 순간 미다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오늘 절 도와주신 중원 길드 여러분께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이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2.

- 오늘 이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그 멘트가 끝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엠마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가 무척 화난 모양이군요.”

그건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에 보여줬던 엠마의 평소 모습은 대개 침묵을 하거나, 표정이 가라앉거나 했었으니까.

평소 때와 달리 기분이 좋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당연히 화가 나겠지. 오늘 이 이벤트로 말도 안 되는 레벨업을 하게 됐을 테니까 말이야. 이야기 들어보니 대부분 3레벨 정도는 그냥 찍었다고 했으니, BJ대마도사 같은 경우는 최소 12레벨 이상 올랐다고 봐야지.”

멀린의 말처럼 오늘 이 4시간 동안 BJ대마도사는 강제로 10레벨이 넘는 레벨업을 한 상황.

"물론 그래도 여전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는데 여유는 있겠지만......."

물론 그로 인해 BJ대마도사가 당장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무의미하게 기름을 낭비하는 걸 좋아하는 이는 세상에 그 누구도 없지.”

그러나 그건 분명한 타격이었다.

벼랑 끝에서 열 발자국 떨어진 것과 다섯 발자국 떨어진 건 분명 전혀 다른 일인 것처럼.

BJ대마도사가 꼭 기억하겠다는 멘트를 가장 중요한 마지막에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늘 얻은 이 상처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치르도록 하겠다, 그 의지의 표현이었으니까.

“다음 사냥터부터는 전쟁이겠군.”

당연히 BJ대마도사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과격하게 나올 터.

“바라던 바죠.”

물론 어비스 길드는 그에 대한 대비책을 이미 그가 닿을 새로운 사냥터에 준비한 상태였다.

“하긴, 다음 사냥터에서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들, 그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못할 테니까."

“이제 원치 않아도 솔로가 되어야하죠.”

그렇게 BJ대마도사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을 떠올린 엠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에 멀린이 질문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을 상상했거든요. 분노로 구겨졌을 그의 표정을.”

3.

“으하하!”

왕의 배, 실버가 올라와도 남을 정도로 그 드넓은 갑판 위에 올라선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건 실성한 듯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대박, 대박이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확을 얻었으니까.

‘270레벨!’

당장 270레벨이란 말도 안 되는 레벨업을 한 상태.

‘카드 보상 2개!’

당연히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킬 카드 보상도 2개나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이틀도 끝내주고!’

퀘스트 진행 과정에서 얻은 여황 개미로부터 살아남은 자 타이틀 보상은 모든 능력치 +30!

이번 일로 말미암아 얻은 스탯 증가량은 미다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중원 길드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가 기회 되면 밥 한 끼 꼭 사드릴게요.’

이 아득한 선물을 준 중원 길드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을 터뜨릴 지경.

“으하하!”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실성한 듯 웃음 소리는 멈추지 않는 미다스를 멈추게 한 건 다름 아닌 NPC호곤이었다.

“자네! 살아있었군!”

갑판 위로 등장한 NPC호곤이 이내 미다스에 다가오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혹여 내가 늦지 않았나 걱정했었는데……."

그 진심 어린 모습에 미다스도 실성한 웃음 대신에 이제 표정을 관리하며 맞장구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호곤님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아닐세, 자네를 구해준 건 바하르 님이지. 정말 운 좋게도 그분께서 이 근처에 있으시지 않으셨다면…… 이곳에서 이렇게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은 없었을 걸세.”

“내 이야기를 하는군.”

그때 언급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NPC바하르가 모습을 드러내며 NPC호곤과 미다스를 향해 걸어왔다.

“일단 양해를 구하겠네.”

“양해요?”

“지금 난 곧바로 암흑대륙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네.”

“아."

암흑대륙, 그 단어에 미다스가 감탄을 토했다.

‘어비스 길드를 비롯해 10대 길드 중 단 4곳만 현재 상륙에 성공한 영역.’

그도 그럴 것이 현시점에서 암흑대륙은 40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만 닿을 수 있는 사냥터, 갓워즈에서 가장 앞선 이들만을 위한 최정점과 같은 곳이었으니까.

‘그 네 곳 중에서 제대로 사냥이란 걸 하는 곳은…… 어비스 길드가 유일하고.’

더욱이 그 대단한 최정점들마저도 쉽사리 게임 진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혹독한 무대였다.

‘대단한 NPC이구나.’

그런 그곳을 자기 집마냥 돌아다닌다는 NPC바하르의 강력함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그러니 바로 하겠네.”

“예?”

“말했듯이 왕명을 수행한 자네에게 치하를 내리고, 바로 떠나겠다는 걸세.”

“아니, 그게……."

너무나 갑작스러운 진행에 미다스가 당황했으나, NPC바하르는 그런 미다스의 사정을 보지 않았다.

“위대하고 지엄하신 툰가 왕국의 왕, 그분을 대신해 바하르가 왕명을 수행한 미다스에게 치하한다."

‘아니, 잠깐. 설명도 없이 바로 이렇게 해도 돼?’

바로 왕의 치하를 시작했다.

“미다스, 그대에게 왕의 대장간을 방문할 기회를 주겠노라.”

‘뭐?’

그리고 언급된 왕의 대장간이라는 단어에 미다스는 놀랐다.

‘왕의 대장간? 그런 게 있었어?’

갓워즈란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듣는 단어라는 것.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단어에 혼란스러운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그리고 그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왕의 치하]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께서 왕의 대장간을 방문할 기회를 주었다. 왕의 대장간에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툰가 왕의 지팡이

!퀘스트 완료 시 ‘새로운 대륙’ 진행 가능

‘맙소사.’

그리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사고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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