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29화 (329/485)
  • 329화.  < 103화. 울며 경험치 먹기 (2). >

    3.

    콰광!

    쿠궁!

    마법이 하늘을 수놓고, 거대해진 플레이어들과 거대한 골렘들이 두 다리로 땅을 두드리는 광경.

    쿠쿠쿠!

    그 광경을 향해 끊임없이 몰려오는 개미 군단, 그 치열한 전투에 변화가 생긴 건 이벤트가 시작되고 정확하게 1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전투 개미가 등장합니다.]

    여섯 개의 다리로 땅을 기어다니는 자이언트 앤트 무리 사이로 두 다리로 선 채 남은 네 개의 손에는 창칼 같은 무기를 쥐고, 갑옷 같은 외골격을 가진 전투 개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투 개미 등장이다!”

    일반 일개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진 전투 개미의 등장에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진짜 개쓰레기 게임이네!”

    “럭키님 말이 맞았어! 이 겜, 쓰레기 게임이야!”

    “플레이어도 사람이야, 사람!”

    “진짜 이 게임 대체 왜 이딴 식으로 만든 거지?”

    1시간 내내 그 개고생을 하면서 간신히 전투에 익숙해질 무렵, 그 무렵에 휴식 시간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더 지랄 맞은 과제가 왔으니 나올 만한 소리였다.

    물론 메리트도 있었다.

    [습득하는 경험치가 45퍼센트 증가합니다.]

    “어? 경험치 더 준다!”

    “여기서 45퍼센트? 장난 아니네!”

    경험치 상승량 증가!

    “지금도 벌써 렙업했는데, 이 기세면 오늘 최소 3렙 이상 올리겠는데?”

    “그래, 까짓것 일주일 동안 올릴 레벨 1시간 만에 올리고 일주일 쉬어보자고.”

    그 달콤한 메리트에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강가 주변에 자리 잡은 천 단위의 팀들이 포메이션을 바꾸기 시작했다.

    “근접 딜러들, 이제부터 좀 더 빠르게, 적극적으로 움직여!”

    “힐러들은 탱커들 HP관리 타이트하게 해!”

    “무너지면 거기서 끝이야!”

    이제까지 전투가 몰려오는 물줄기를 막아내는 것이었다면, 전투 개미의 참전은 그 물줄기에 거대한 돌덩이나 나무기둥 따위들이 뒤섞인 것과 같았으니까.

    막아내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

    “온다!”

    캬아!

    이윽고 전투 개미 무리가 플레이어들과 부딪쳤다.

    카앙!

    그러자 이제까지와는 들을 수 없던 소리, 무기와 무기가, 방어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전장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잡아!"

    캬아아!

    “머리를 부숴! 머리! 뚝배기!”

    쿄오오!

    플레이어와 비슷한 덩치의 전투 개미가 서로 병장기를 부딪치는 소리들, 지금부터 시작될 전투가 앞선 전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는 증거였다.

    “젠장, 당했다!”

    “팔! 팔 떨어졌어!”

    “힐! 힐 좀 줘!”

    그리고 앞선 전투 때보다 피해자 숫자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늘어났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아, 쿨 찼다.”

    미다스, 그에게는 전투 개미의 등장은 영향은커녕 이렇다 할 감흥조차 주지 않았다.

    “그럼 블리자드 쓰겠습니다. 블리자드.”

    그저 평소대로 마법을 쓰면 될 뿐.

    “그럼 포션 마시겠습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포션을 먹으면 될 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건 할 게 없었다.

    크-왕!

    “주인님의 위대한 전설을 위하여!”

    “위하여!”

    미다스의 화력 지원 속에서 미쳐 날뛰는 럭키와 골드, 실버에게는 전투 개미들 역시 일개미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사냥 속도는 달라지는 게 없었다.

    “주인!”

    여기에 미다스를 대신해 이지스의 오브를 쥔 잭팟이 언제든 위험에 빠진 동료들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빨리 마시고 일해라, 다들 힘들게 싸우는 게 안 보이나?”

    “어, 미안…… 빨리 마실게.”

    “빨리 마셔라.”

    "응......."

    오히려 처음 전투를 할 때보다 여유가 넘칠 정도.

    중원 길드 덕분이었다.

    “다들 막아!”

    “바리케이드 확실하게 지켜라!”

    “단 한 마리도 BJ대마도사의 지척에 가지 못하도록 막아!"

    전투 개미의 등장에 다른 팀들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중원 길드는 그 어느 무리보다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으니까.

    미다스 입장에서 딱히 뭔가를 더 할 필요가 없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시간이 될 때마다 광역 마법을 전장에 던지면 될 뿐.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수확물을 독식하면 될 뿐이었다.

    - 분명 내가 듣기로는 중원 길드한테 BJ대마도사가 백기투항하고 노예가 됐다고 했는데?

    - 이거 노예가 아니라 상전 아님?

    - 우리집 고양이도 이것보단 더 열심히 활동하는 듯.

    - 일해라, BJ대마도사!

    그 광경에 시청자들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모두가 앞다투어 혀를 내둘렀다.

    [라포 님이 10,2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나름 갓워즈 플레이어들 중에 꿀 좀 빨아봤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빤 꿀은 BJ대마도사가 빠는 꿀에 비하면 꿀이 아니라 설탕물이었네.]

    [구스타프 님이 10,22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갓워즈가 이렇게 레벨 올리기 쉬운 게임이었을 줄이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2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나도 새로 키우면 대마도사 키운다.]

    심지어 이 바닥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가장 달콤한 것들만 챙겨 먹은 랭커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미치겠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속앓이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거 진짜 너무 과할 정도로 꿀을 빨았어.’

    미다스가 정말 제대로 꿀을 빠는 작금의 상황을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258레벨.’

    이 1시간 동안 미다스는 이제 260레벨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

    더 놀라운 건 아직도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양심이 있으면 경험치 좀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 진짜 너무 해먹는데?

    - 막상 중원 길드는 경험치도 좀 못 먹은 듯?

    ㄴ 좀 못 먹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못 먹었지.

    비단 미다스만이 아니라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조차 BJ대마도사가 너무 혼자 해먹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적할 정도였다.

    ‘이제 그만 먹어야지.’

    솔직히 이쯤 되면 한 번 꿀단지를 넘길 때였고, 실제로 미다스는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었다.

    ‘내가 한 번 넌지시 계기를 만들어드려야 중원 길드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중원 길드는 체면 때문에 나서기 힘든 상황.

    미다스는 그런 중원 길드에 계기를 주고자 했다.

    그렇게 채팅창과 전방을 번갈아 바라보며 포션을 마시던 미다스가 이내 포션병을 내던진 후에 말했다.

    “앗, 포션이 떨어졌네요!”

    그 후에 이내 골렘 위에서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아무래도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포션도 채울 겸, 슬슬 자리 바꿔야겠습니다.”

    포션을 다 써먹었으니 이제 좀 쉬겠다.

    - 그래, 이제 그만 빨아야지.

    - 이제 나가서 탱킹 좀 하자.

    - 형, 물리 마법은 마력 소모량 없어요!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이제 휴식이 왔음을 인지했다.

    그때였다.

    “……오세요!”

    골렘 아래에서 예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려오세요!”

    그녀의 말에 미다스가 반색하면서 그대로 골렘의 머리 위에서 크게 점프를 했다.

    그리고는 바로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며 바닥에 착지했다.

    히어로 랜딩!

    그 멋진 랜딩을 마친 미다스가 눈앞에 대기 중인 예화를 향해 말했다.

    “이제 자리를 바꿔……."

    “받으세요.”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화가 무언가로 가득 찬 보따리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예?”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예화가 말했다.

    "포션이 떨어지셨다면서요? 쓰세요."

    그 사실에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아니, 이건 좀…….'

    반면 예화는 미다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이대로 계속 유지해주세요, BJ대마도사님의 활약 덕분에 현재 전력이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어디서 감히 물러나려고?’

    절대 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 그 의지를.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가 울상을 지었다.

    물론 연기였다.

    ‘미다스, 참아. 절대 티끌이라도 좋아하는 티 내면 안 돼. 슬픈 생각하자, 슬픈 생각. 2군에서 홈런 맞고 강판됐을 때, 구단에서 계약해지 당했을 때, 소개팅에서 사진만 보여줬는데 바로 까였던 때를 떠올리자. 슬픈 날을 떠올리자고.’

    터져 나오려는 기쁨을 참기 위한 연기.

    "후우, 어쩔 수 없죠.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는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예화가 건네주는 보따리를 받았다.

    그 순간이었다.

    [50분 후 날개미가 등장합니다.]

    이미 힘들어 죽어가는 와중에 더 힘든 일이 오리란 예고 알림이 모두의 고막을 세게, 아주 세게 두드렸다.

    “미친, 게임 왜 이래!”

    “이런 건 차라리 나중에 알려달라고!”

    “이 빌어먹을 게임! 게임을 마음 편히 하게 놔두질 않는다니까!”

    50분 후부터는 원거리 딜러들의 막강한 화력을 날개미를 떨어뜨리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소식.

    ‘여기서 정해두자.’

    그 소식에 골렘 위를 올라가려던 미다스가 잽싸게 말했다.

    “예화님, 날개미가 등장할……."

    날개미가 등장하면 자신이 격추를 할 테니, 그때는 이제 예화님도 경험치 좀 드십시오.

    물론 예화는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날개미가 등장하면 중원 길드가 격추할 테니, BJ대마도사님은 흔들림없이 메인 부대를 처리하는데 집중해주세요.”

    ‘네놈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예화의 그 말에 미다스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저 압도적으로 중원 길드에 대한 감사함을 품은 채 보따리를 쥐고 골렘 위로 올라설 뿐이었다.

    “후우, 힘드네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표정을 지은 채.

    4.

    위잉!

    위잉!

    소름 끼치는 날갯소리와 함께 등장한 날개미들의 입안에서 투명한 액체들이 흩뿌려졌다.

    취이익!

    그렇게 뿌려진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하얀 연기를 내며 땅을 부식했다.

    강력한 산성 공격!

    “젠장!”

    대지를 녹이는 그 강력한 산성 공격 앞에서 플레이어들의 방어구와 HP라고 해서 무사할 리 없었다.

    “저거 좀 잡아!”

    “떨어뜨려 봐!”

    더 골치 아픈 건 그런 날개미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날아다니는 놈을 맞추기란 보통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

    산 공격을 할 때 허공에서 정지하는 순간을 노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빗나갔다!”

    “야, 잘 좀 맞춰!”

    “쉬워 보이면 네가 해보든가!”

    마법이 빗나가는 경우가 거듭됐고, 그렇게 딜러들이 화력을 낭비하는 사이 개미 군단들은 더 거센 무리가 되어 탱커 라인을 압박했다.

    그렇게 날개미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한계에 이르렀던 플레이어들의 전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젠장, 탱커 무너졌다!”

    “막아! 저쪽으로 막아!”

    “병력이 없어!”

    날개미의 등장으로 인해 몇 개 무리가 탱커 라인이 무너지며 전멸을 당했다.

    - 맙소사, 무너지네.

    - 난이도 진짜 말이 안 되네.

    그리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개미 군단에 수천 명이 되는 플레이어가 삽시간에 게임 오버 당하는 광경을 직접 봤을 때의 충격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렬했고 동시에 강력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플레이어들 이렇게 죽어 나가는 건 처음 보는 거 같네.

    - 어지간한 300레벨대 플레이어들 보스 레이드보다 더 처절하다.

    - 그게 아니라 어비스 길드 레이드 때보다 더 처절한 거 같은데?

    - 솔직히 이게 더 끝내주는 듯.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전멸을 당한다, 라는 개념은 대개 수백 명 단위로 이루어진 파티들의 경우뿐 이렇게 수천 단위가 한 번에 갈려나가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 이게 진짜 갓워즈였구나.

    - 갓워즈가 이런 게임이었구나.

    갓워즈의 진면목을 처음 목격하는 셈.

    - BJ대마도사 대단하다.

    자연스레 그 진면목을 보게 해준 BJ대마도사를 향해 모든 이들의 관심이 몰렸다.

    -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는 어때?

    - 뭔가 엄청난 걸 보여주는 중이겠지?

    - 아무렴! 이런 이벤트인데 멋진 모습 보여주겠지!

    과연 이 진면목 앞에서 BJ대마도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에 대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은 답했다.

    - 꿀 빨아.

    ㄴ 뭐라고?

    ㄴ 개꿀빠는 중이라고!

    BJ대마도사는 그 어느 때보다 배부른 사냥 중이라고.

    말 그대로였다.

    곳곳의 탱커 라인이 무너지며 딜러들과 힐러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소란 속에서 미다스의 주변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막아!”

    킬러독을 앞세운 근접 딜러들이 완벽하게 전투 개미와 일개미의 접근을 막아낸다는 것.

    “쏴!"

    그리고 이나즈마와 예화, 그 두 뛰어난 딜러들이 날개미들을 완벽하게 격추한다는 것.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혼란을 누릴 이유는 없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없었다.

    ‘266레벨 달성.’

    이 말도 안 되는 레벨업 페이스는 그저 단순히 배려나 선물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쿠쿠쿠!

    그 순간 대지가 찢어질 듯한 지진과 함께 땅 아래에서 시커먼 것이 솟구쳤다.

    캬아아아!

    그리고 그 찢어진 대지 사이로 몸길이 100미터, 그 거대하기 그지없는 개미가 등장했다.

    [여황개미가 등장했습니다.]

    여황 개미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자이언트 앤트의 능력치가 33퍼센트 상승합니다.]

    그 등장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의 정신을 일시 정지시키는 단체 알림이 전장을 휩쓸었다.

    - 뭐지?

    - 다 왜 굳었어?

    그 알림을 듣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의문을 표할 지경.

    그 뒤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습득하는 경험치가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그것을 듣는 순간 예화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BJ대마도사님, 우리가 여황 개미 사냥을 준비하는 동안 전방에 있는 개미들 처치에 집중해주세요!”

    ‘BJ대마도사, 오늘 절망을 보게 해주마.’

    그 외침에 미다스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예......."

    ‘아, 이제 좀 그만 먹고 싶다.’

    미다스가 진심으로 울며 경험치를 먹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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