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27화 (327/485)

327화.  < 102화.. 디펜스 (3). >

7.

- 와튼 : 꼭 통하게 만들겠습니다. 꼭.

- 예, 잘 부탁합니다.

그 채팅을 끝으로 BJ대마도사의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 툭.......

평소와 다르게 깊게.

‘일은 풀렸다.’

작금의 상황 때문에 고민이 깊은 건 아니었다. 중원 길드와의 문제는 BJ대마도사 덕분에 말끔하게 해결된 상태였으니까.

고민을 깊게 만드는 건 BJ대마도사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다.

‘그 대가로 BJ대마도사가 분노했다.’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이 결정은 지독한 분노 끝에 나온 결정이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이번에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에 패배 선언을 했다.

너희들이 이겼다 그러니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주겠다.

‘이 제안을 중원 길드가 받아줄지도 확실치 않지만…….'

그마저도 이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는 중원 길드 마음이었다.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밑으로 들어오려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꺼지라고 말을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받아주겠지.’

물론 박영준이 보기에는 받아줄 가능성이 컸다.

‘손바닥 위에 있어야 요리하기 편하니까.’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그냥 내치면 1승으로 끝나는 거지만, BJ대마도사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를 마음대로 이용해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게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돕겠다는 것을 패배 조건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 메리트는 줘야 중원 길드가 이 항복을 받아주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굴욕이었다.

‘그때 그 제안을 그냥 거절했었어야 했어.’

만약 소원 3개, 그 지니의 램프를 받아드는 조건으로 중원 길드가 원할 때 싸워야 한다, 라는 거래가 없었으면 맞이하지 않았을 굴욕.

물론 당시 거래를 할 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그 누구도, 중원 길드도 알지 못했다.

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 수밖에.

허나, 도박판에서는 운도 실력 아닌가?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운이 나쁘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탓한다고 해서 그 운이라는 놈이 결과를 책임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 책임이다.’

결국 박영준, 그가 책임져야 했지.

툭툭!

그 사실 앞에서 박영준이 거듭 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자책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가 제안을 하면 중원 길드는 그에 따라 추가 요구를 하겠지.’

지금 해야 할 건 자책이 아니라 BJ대마도사의 각오가 통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각오 속에서 박영준이 바로 움직였다.

‘모든 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8.

- BJ대마도사 대 중원 길드 매치다!

- 여황 개미 레이드 레이스다!

다시 성사된 두 거물 간의 매치업, 그러나 그 매치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좋을 수가 없었다.

- 중원 길드가 또?

- 아니, 중원 길드는 만날 이긴 적도 없으면서 덤비네?

- 이쯤 되면 집착이 아니라 질척인데?

- 중원 길드 마스터가 BJ대마도사한테 고백했다가 차이기라도 했나? 왜 이렇게 질척거리지?

ㄴ 그건 아님.

이미 앞서 치러진 몇 번의 매치업을 통해서 BJ대마도사의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음이 증명된 상황.

솔직히 이제는 라이벌 관계라고 하기에도 무리인 상황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올렸죠?

- 중원 길드는 양심이 있으면 그냥 자중하자.

- 중원 길드 이제 렙도 딸리지 않음?

더욱이 여황 개미 이벤트는 BJ대마도사가 일으킨 이벤트였다.

그가 주역이 되는 무대, 그런 무대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중원 길드의 갑작스러운 난입이 곱게 보인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 솔직히 이건 별로 재미없을 듯.

- 어차피 BJ대마도사 압승 예상. 인랑 럭키 모드에 이제 이지스의 오브도 있잖아?

- 이지스의 방패 스킬도 있고.

- 텔레포트로 보스몹 앞에서 소환하면 끝이고.

- BJ대마도사 상대로 레이드 레이스 거는 것보다 그냥 PK 거는 게 나을 듯?

때문에 대부분은 그 매치업에 대해 관심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관심사는 이 디펜스 이벤트, 그 자체였다.

- 그보다 개미들 몰려온다는데, 이거 개꿀잼일 듯?

- 이미 몇몇 길드들 연합 구축했다는데?

- 그동안 잡는 거는 봤어도 막는 건 처음 보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형식의 이벤트,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 자체가 갓워즈에는 없었다.

- 경험치 30퍼센트 추가해주고.

ㄴ 템드랍률도 30퍼센트 추가해주지.

하물며 이번 이벤트로 경험치 획득량도 대폭 증가한 상황.

- 광역 스킬로 광렙하기 좋은 이벤트네!

- 진짜 광역기들이 미쳐 날뛰는 거 볼 수 있겠네.

전례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들떴다.

하얀숲에서 있는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들떴다.

“진짜 제대로 꿀 빨 수 있는 기회야.”

“아무렴,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일주일 할 거 4시간 만에 해버리자고!”

여러모로 이득만이 남는 이 기회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기회 아닌가?

특히 가뜩이나 레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렇게 파격적인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가치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자신감이 있었다.

몰려오는 개미 군단을 막아낼 자신이.

“어차피 몰려와봤자 몬스터잖아?”

“수천 명 넘는 딜러들이 화력 퍼부으면 많이 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이.”

“4시간 동안 죽어라 개미만 잡으면 돼.”

그것도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확실한 자신감이.

그 자신감 속에서 이벤트 날이 밝았다.

9.

하얀숲, 문자 그대로 새하얀 숲에 시커먼 무리가 등장했다.

“하얀숲에 있는 플레이어들 다 여기 모여 있네.”

그 시커먼 것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플레이어들.

“이 정도 숫자면 만 단위는 되겠는데?”

만 단위를 넘어가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하얀숲의 강줄기, 오우거의 숲에서 뗏목 이벤트를 마치면 도착하게 되는 하얀숲의 시작 지점 앞을 시커멓게 물들고 있었다.

꽤 놀라운 일이었다.

“하얀숲에서 만 단위면 거의 다 모인 거 아니야?”

하얀숲은 300레벨 졸업을 앞둔 플레이어들의 사냥터, 갓워즈를 즐기는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사실상 상위 0.1퍼센트, 그 보다 더 적은 숫자만이 있는 곳이었다.

수년간 갓워즈란 게임이 일상을 넘어 직업이 될 만큼 한 이들 중에서도 나름 재능과 재력 그리고 운을 가진 자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여기 말고 다른 곳도 꽤 모였다는데?”

“이런 무리가 더 있다고?”

그런 무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하얀숲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접속했다는 의미였다.

“그보다 다들 생각하는 건 똑같네. 딱히 말 안 해도 다 강 근처로 모이는 거 보니.”

“뭐, 디펜스잖아? 그럼 등은 안전해야지.”

더불어 강줄기를 등진 채 세력을 꾸민 이유는 보다 효율적인 디펜스를 위함이었다.

강줄기에서 개미들이 튀어나오진 않을 터, 그렇다면 앞에서 오는 것만 막으면 될 테니까.

그런 이유로 모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그 숫자보다 더 많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에 플레이어들 몇몇은 혀를 찼다.

“이거 뭐, 경험치 좀 빨아먹으려고 접속했는데 제대로 빨지도 못하겠네.”

“이 정도 숫자면 디펜스고 뭐고 의미가 없지 않나?”

이만큼 플레이어들이 모이면 이벤트고 자시고, 결국 제대로 활약할 기회는 나오지도 않을 테니까.

그게 이유였다.

“야, 차라리 이러지 말고 그냥 먼저 가서 마중하는 게 어때?”

“뭐?”

“그렇잖아? 괜히 여기서 같이 잡아봤자 경험치 제대로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럼 오는 거 먼저 잡는 게 낫지."

“위험하잖아?”

“그냥 광역기 쓰고 이쪽으로 튀면 되지.”

“아, 그러네.”

몇몇 파티들은 그 무리에서 이탈한 채 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광역 마법만 몇 개 쓰고 튀자.”

“오케이.”

그리고 미리 캐스팅을 해두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여황 개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4시간 동안 자이언트 앤트의 습격을 막으십시오.]

[1시간 후 전투 개미들이 습격합니다.]

그 순간 하얀숲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온다!”

“경험치 빨아보자!”

즐거운 환호성이.

“저기 온다!”

“이야, 많이 오네!”

그리고 이내 그들의 환호성에 부응하듯 자이언트 앤트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

“뭐, 뭐지?”

“왜 갑자기 땅 울리는 거지?”

지진이 난 것처럼 대지를 크게 흔들면서.

“자, 잠깐만.”

하얀숲을 삽시간에 검은 숲으로 만들면서.

“미친, 저게 뭐야?”

“씨발, 이건 너무하잖아! ”

강줄기에서도 보이는 그 검은 파도에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나마 그들의 사정은 나았다.

“야, 튀어! 그냥 튀어!”

“나 캐스팅 중이야!”

“미안!”

“야이, 개새끼들아!”

좀 더 이득을 보기 위해 무리를 이탈했던 소규모 파티들은 준비한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그대로 도망쳤다.

그 정도였다.

“저거로부터 4시간을 버티라고?”

“갓워즈, 이 빌어먹을 개쓰레기 게임! 정도를 알아야지, 정도를!”

무리를 보는 순간, 그 순간 전의가 상실될 정도.

실제로 몇몇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야, 이거 괜히 했다가 뒈지겠는데?”

“그냥 로그아웃할까? 어?”

꿀 먹다가 목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게임 상에서 남아있을 이유가 있냐고.

“리글리 애들 어딨어?”

“호지스 파티 로그아웃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괜히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일찌감치 몸을 뺐다.

일주일 치 경험치를 얻고 죽을 바에는 그냥 안 죽는 게 이득인 법.

심지어 지금 상황을 보면 제대로 경험치를 얻지도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앞다투어 로그아웃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든든했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순간.

“맙소사.”

“아니, 이거 장난이지? 응? 왜 이래, 다들?”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빠진 자리에는 공포감이라는 놈이 차지했다.

그 공포에서는 중원 길드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거 진짜 리얼인가? 저걸 잡으라고?’

‘해도, 정도껏 해야지.’

쉽지 않으리란 건 예상했지만 눈앞에 몰려오는 개미 군단은 난이도의 유무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이걸 뚫는다고?’

하물며 중원 길드는 이 몰려오는 무리를 뚫고 여황 개미를 잡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

태풍이 불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속에 작살 하나 들고 낚시를 하러 몸을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그냥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고, 충분히 다져놓은 중원 길드원들의 각오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시나리오다.’

반면 예화는 이 상황을 반겼다.

‘여기서 여황 개미를 잡는 건 BJ대마도사라도 못 해.’

어차피 이길 생각이 없었던 예화 아닌가?

그런 그녀 입장에서 눈앞의 광경은 최고의 광경이었다.

“준비하세요.”

때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동료들에게 진행을 명령했다.

“예?”

당연히 동료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계획대로 갑니다. 일단 디펜스가 시작되고, 전선이 구축되면 여황 개미 탐색을 하세요. 도망치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지금 전 세계 수천만, 아니, 수억 명이 우릴 보고 있어요.”

그러나 이어진 예화의 그 말에 중원 길드원들은 그대로 이를 꽉 물었다.

반박할 순 없었다.

‘젠장.’

‘이건 미친 짓이야.’

물론 그렇다고 쉬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말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BJ대마도사도 이건 못 해! 아니, 안 해!’

과연 이 광경 앞에서 자신들과 달리 외로운 돛단배처럼 저 파도를 향해 몸을 던져야 하는 BJ대마도사는 어떻게 할까?

“BJ대마도사 라이브 시작했습니다. 어?”

그 의문이 퍼지는 순간 소식이 왔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본인이 직접 그 의문에 대답을 해주려고 한다고.

10.

- 방송 열렸다!

드디어 열린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 BJ대마도사님, 정말 저거 뚫으실 건가요?

- 개미군단 소식 듣고 왔습니다. 지옥이라면서요?

그 방송이 열리는 순간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이 사태에 대한 BJ대마도사의 대답이었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 이거 딱 봐도 못 깨는데.

- 솔직히 저걸 어떻게 뚫어?

- 하면 그냥 오래 버티기 싸움이지. 누가 늦게 죽나 싸움.

지금 등장한 개미 군단 앞에서 여황 개미를 잡겠다고 나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 그거 때문에 지금 중원 길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의 발언이 나왔을 때 모두는 예상했다.

- 어? 만난다고?

- 그럼 대충 합의할 듯?

- 아무렴, 여기서 그냥 여황 개미 잡으러 가는 건 동반 자살이지.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둘이 합의점을 찾으리라고.

- 저기 있다!

- 오, 세팅 다 해놨네!

- 이미 예화 님이 앞에 나와 있네.

그런 의견에 부응하듯 중원 길드 역시 BJ대마도사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윽고 미다스와 예화, 그 둘이 마주 봤다.

- 느낌이 싸한데?

- 무를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닌데?

- 이거 딱 봐도 진짜 끝장 보겠다는 거 같은데?

그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썩 좋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중원 길드 쪽의 각오가 남달랐다.

모두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누가 보더라도 게임 오버를 각오한 표정이었다.

그건 곧 여기서 적당히 무르지 않겠다는 의지.

예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간다.’

눈앞에 BJ대마도사가 만약 합의나 타협을 요구한다면, 단칼에 거절하고 강행하리라고.

‘계약은 끝났으니까.’

그리고 그 무리한 요구를 BJ대마도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예화는 긴 대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레이드 레이스다. 무조건.’

BJ대마도사가 말문을 여는 순간, 그런 그를 향해 짤막하게 의지만 표현하고자 할 뿐.

"저기......."

이윽고 BJ대마도사가 입을 열었다.

“항복합니다.”

“우리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 예?”

그 순간 예화가 내뱉던 멘트를 중간에 삼켰다.

“뭐라고요?”

이어서 나온 예화의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차피 합의할 생각은 없으시고 끝까지 가질 생각 같은데, 전 여황 개미 레이드 못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패배 선언을 합니다.”

내가 졌다!

그 선언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BJ대마도사가 항복했다!

- 와, 이건 예상 못했는데.

- 중원 길드 드디어 1승 추가!

그리고 중원 길드원들의 표정 역시 아수라처럼 분노로 가득 찼다.

당연했다.

게임 오버를, 저 개미 군단 사이에서 처참한 끝을 각오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BJ대마도사를 이기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고작 그 말 하나로 끝내려고?’

그런데 이 한마디로 그 각오를 바닥에 버리라고?

용납할 수 없는 일.

예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저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을 용인할 생각이 없었다.

“그 항복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

“패배를 선언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중원 길드가 하라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에 예화의 다시 뱉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이벤트에 한해서 중원 길드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딜링을 하라면 하고, 탱킹을 하라면 하겠습니다."

그 후 나온 발언에는 채팅창도 폭발했다.

- 어? 이건 좀 센데?

- 그러니까 노예가 되겠다는 거잖아?

그저 단순히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항복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다한 항복, 대가를 치르는 항복이었으니까.

예화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챘고 이내 기겁했다.

'......외통수다.’

이렇게 항복을 하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강행을 요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더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결정타는 미다스의 이 발언이었다.

이걸로도 부족하면 다른 대가를 더 치르겠다.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중원 길드는 사실상 강행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게 됐다.

이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강행이 아니라 그냥 파토, 판이 깨지는 것뿐이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어.’

그 결론에 이르렀을 때 예화는 게임의 방식을 바꾸었다.

‘우리 말을 들을 거라고 했어.’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부속품이 된 상황.

물론 그렇다고 당장 혼자서 여황 개미를 잡으라고, 지옥으로 떠미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임오버를 피한 거야.’

즉, 이 모든 건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다는 의미.

그럼 과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BJ대마도사에게 게임 오버 다음으로 치명적인 건 무엇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예화는 표정을 풀며 말했다.

“좋아요, 그 항복 선언을 받아들이죠.”

그리고는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여황 개미 레이드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예요.”

미다스가 그런 예화의 손을 잡았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이어진 물음에 예화가 웃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 바라는 건 하나죠, 저 몬스터를 아주 제대로 쓸어주는 것.”

‘레벨업, 그게 네 약점이었지.’

강제 레벨업.

예화가 생각한 BJ대마도사의 또 다른 약점을 공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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