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22화 (322/485)
  • 322화.  < 101화. 이지스의 방패 (1). >

    1.

    이지스의 신전, 어비스 길드는 그곳을 맨해튼의 지하철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지스의 신전 통로가 맨해튼 지하철처럼 지하철이 지나갈 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탓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중 하나인 창뿔황소의 존재 때문이었다.

    음머!

    몸길이 3미터에 머리에는 1미터 길이의 창과 같은 뿔을 앞세우며 최소 열 마리가 넘는 숫자가 무리를 짓고 다니는 창뿔황소들의 돌진은 지하철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지하철보다 더 했다.

    최소한 지하철은 눈앞에 뭔가 있으면 멈추려고 하지만, 창뿔황소는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니까.

    음머어어!

    때문에 먼 곳에서 창뿔황소가 울려펴지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걸어가다 지하철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황급히 도망가듯이.

    - 또 창뿔황소다!

    - 진짜 미친 던전이네!

    이게 이지스의 신전이 기나긴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제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길을 지나왔어도 창뿔황소 무리의 소리를 듣는 마주하는 순간 도망칠 수밖에 없었으며, 그 후에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한편으로는 창뿔황소가 나올 때를 대비해 오는 길목에서 몬스터들을 깔끔하게 처리해야했다.

    만약 창뿔황소를 피해 도망치다가 다른 몬스터를 만나거나 혹은 또 다른 창뿔황소를 만나면 그다음에 만나는 건 전멸이란 두 글자뿐이었으니까.

    더 큰 문제는 이런 창뿔황소를 상대로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잡아야 한다는 의미.

    그게 가장 골치 아픈 점이었다.

    - 이런 막힌 통로에서 창뿔황소라니, 탱커들 입장에서는 정신이 나갈 일이네.

    ㄴ 탱커들이 버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딜할 구석이 안 보이는 게 골치 아프지.

    어지간한 탱커들도 창뿔황소와 몸싸움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통로라는 제한된 공간은 딜러들에게 최악의 딜링 환경이나 다름없었다.

    - 원거리 딜러들 딜하겠다고 틈 보여주면 뚫리고.

    - 근접 딜러들이 탱커 앞에 나갔다가 자칫 잘못하면 뒈지고.

    - 광역 마법은 아군이 휘말리고.

    - 맞아, 마법사들이 진짜 죽지.

    특히 딜러 중에서도 마법사들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 이건 멀린도 답 없음.

    - 아즈모가 와도 안 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 파티는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신전을 전진하고 있었다.

    - 뭐 , BJ대마도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비결은 간단했다.

    - 어차피 하는 것도 없잖아?

    굳이 BJ대마도사가 나설 필요도 없이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아니, 충분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 이상, 압도한다고 하는 게 맞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음머어어!

    울음으로 창뿔황소들이 자신들의 돌진을 예고하는 순간 실버가 통로를 막아세우며 말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자신이 막아서겠다고.

    음머어어!

    그리고는 이내 창뿔황소들이 폭주기관차처럼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가디언 블로킹!”

    “예, 주인님!”

    레전더리 등급 스킬인 가디언 블로킹!

    콰왕!

    블로킹 계열 최고의 스킬인 그 스킬은 창뿔황소들의 돌진을 가뿐히 받아냈다.

    음머!

    “이곳은 뚫지 못한다!”

    그리고 시작된 창뿔황소 12마리와 실버의 힘겨루기!

    “잘했다, 실버!”

    그때 천장에 붙어있던 골드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떨어지는 골드의 모습은 1미터 신장, 퍽 작은 모습이었다.

    “감히 주인님을 향한 무례, 죽음으로 갚아라!”

    소형화 모드!

    그 스킬을 통해 작아진 골드가 그 어떤 거슬리는 것 없이 창뿔황소들의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뿔황소들 사이를 자유롭게 헤집었다.

    푸홧!

    헤집으며 손에 든 파투의 단검으로 쉴 새 없이 창뿔황소에게 파투의 저주를 걸었다.

    “나쁜개! 처리해라!”

    그렇게 절반 정도가 파투의 저주에 걸릴 무렵, 천장에 붙어있던 럭키가 등장했다.

    그 어떤 모델이나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비주얼을 가진 은빛 머리칼의 전사의 모습으로.

    - 아!

    그 등장만으로 채팅창에는 탄식이 터졌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푸욱!

    착지한 럭키가 손에 든 칼, 마치 어느 맹수의 길디긴 송곳니를 갈아 만든 듯한 칼이 두부를 찌르듯 창뿔황소의 몸뚱이를 찌르고 들어갔다.

    상식을 벗어나는 위력!

    음머!

    창뿔황소 역시 그 위력에 비명을 내질렀고, 그 비명을 향해 럭키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시간으로 따지면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그날의 일정을 한 번 가늠하는 정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창뿔황소 한 마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채 마네킹이 되었다.

    - 와, 데미지 봐!

    그게 인랑 모드인 럭키의 위력이었다.

    일단 럭키의 능력치부터가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높았고, 인랑 모드에서는 그 능력치가 그대로 적용됐다.

    - 템도 다 레전더리잖아?

    여기에 럭키 전용 아이템인 3개의 아이템 파츠를 포함해 모든 아이템을 레전더리 등급으로 착용한 상태였다.

    액세서리마저 착용한 상태였다.

    - 무기는 오우거의 이빨검이고.

    결정적으로 무기는 오우거의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아이템, 오우거의 이빨검이었다.

    그런 아이템으로 무장을 했는데 데미지가 적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욱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럭키, 전광석화!”

    미다스의 외침이 떨어지는 순간 럭키를 채우고 있던 은빛이 섬광과도 같은 은빛이 되었다.

    그 상태로 실버를 앞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창뿔황소의 몸통을 징검다리처럼 밟아 움직이며 손에 든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음머!

    음머어어!

    그 럭키의 눈부신 공세가 거듭됐고, 창뿔황소들의 폭주 기관차의 기적 소리 같던 울음이 구슬픈 단말마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채팅도 잦아들었다.

    강력함을 떠나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여준 적 없는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럭키의 전투가 창뿔황소는 물론 보는 이들의 숨조차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렀을 때 더 이상 제 머리 위에 달린 창을 앞세운 황소는 없었다.

    [창뿔황소를 처치했습니다.]

    모두가 바닥에 쓰러진 채 마네킹이 되어 아이템 루팅을 당하길 기다릴 뿐.

    그 광경에 모든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 아, 럭키님 진짜 끝내준다.

    그 감탄 속에서 럭키가 말없이 활짝 웃었고, 그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즈모 님이 10,21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 나도 모르게 너무 멋져서 후원했다.]

    모두가 후원을 안 하고는 못 버틸 정도.

    그때였다.

    “럭키야, 잘했어!”

    이제까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뒷짐만 지고 있던 미다스가 등장했고 자연스레 카메라가 그를 비추었다.

    동시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아우, 깜짝이야! BJ엑스트라님, 깜빡이는 좀 켜고 들어오시죠?

    - 아, 갑자기 눈 썩어 들어간다.

    - 지금 갑자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BJ엑스트라가 등장한 거 맞나요?

    - 카메라 돌려! 왜 이상한 똥덩어리를 찍어! 방송 사고잖아!

    그 격한 반응에 미다스가 개의치 않으며 럭키의 근처에 가서는 럭키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잘했어.”

    그 모습에 럭키는 아무런 말없이 배시시 웃음만 지었고, 그 미소에 다시 한 번 채팅창 분위기가 녹았다.

    - 아, 힐링된다.

    - 앗,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 화면이 안 보입니다.

    - 사람이 너무 감동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제가 증명해보겠습니다.

    그때 미다스가 갑자기 럭키와 어깨동무를 했고, 자연스레 럭키를 비추던 화면에 미다스의 얼굴이 나왔다.

    - 아 쫌!

    - 이제부터 BJ대마도사 안티팬한다.

    다시 채팅창 분위기가 타올랐다.

    BJ대마도사의 취급이 시궁창 속 쥐만도 못한 꼴이 되는 순간.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우리 럭키 대단하죠?”

    그럼에도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멘트를 이어갔다.

    - 이거 보고 결심했어.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내 적이다.

    - BJ대마도사, 차라리 여자 친구를 사귀어라! 럭키님 괴롭히지 말고!

    - 이거 보고도 BJ대마도사 빨면 그건 흑우가 아니라 누렁이다.

    ㄴ 님, 누렁이도 밥은 가려 먹거든요?

    그러자 채팅창 분위기가 더 폭발했다.

    ‘오케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바라던 분위기였다.

    ‘기대감 살살 녹는 게 보이네.’

    자신을 향했던 드높은 기대감이 이제는 럭키에게 몰려가는 상황, 그동안 그 기대감에 속앓이마저 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이대로 럭키로 끝내자.’

    당연히 미다스는 이 기세를 이어서 오늘 이곳, 이지스의 신전 보스 몬스터인 신전 수호자 역시 럭키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1시간 내에.’

    더불어 미다스는 오늘 이 모든 던전 공략을 1시간 내에 끝날 생각이었다.

    ‘럭키가 인랑 모드 인 채로 잡아야 하니까.’

    럭키의 인랑 스킬은 유지 시간이 1시간이었으며, 그에 따른 쿨타임은 24시간이었으니까.

    ‘보스 잡는데 15분 잡으면, 이제 딱 슬슬 10분 정도만 더 움직이면 되겠네.’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는 이 복잡한 길 속에서 수호자가 있는 보스룸까지 향하는 단 하나의 길이 분명하게 보였다.

    ‘적당히 막다른 길 좀 한 번 보면서.’

    그런 미다스보다 더 완벽한 연출을 하는 건 불가능할 터.

    당연히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보스 잡으러 가봅시다!”

    그리고 그런 미다스를 향해 시청자들은 말했다.

    - 엑스트라가 말이 너무 많네.

    - 럭키님, 저렁 못 생긴 펫은 좀 버리시는 게 어떨까요?

    미다스, 그가 그렇게 자신을 향했던 드높은 기대감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며 전진했다.

    2.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 잭팟의 활약.

    그들의 활약 속에 드디어 때가 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미다스, 그가 250레벨을 달성 할 때가.

    “오예! 레벨업이다!”

    그 사실에 이제까지 전투에 단 한 번의 마법도 던지지 않은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통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를 화면에 비춰야 하는 순간,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 엑스트라가 뭐라고 소리친 거 같은데?

    - 엑스트라 분 레벨업 한 듯.

    - 못 생긴 엑스트라가 레벨업을 하든 말든 알 게 뭐야? 우리는 럭키님만 보면 된다고.

    - 라이징 스타 채널은 저거 화면 비추면 진짜 구독 끊습니다.

    여전히 카메라는 럭키를 비추고 있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저기요, 저 레벨업했거든요? 카드 보상받았거든요?”

    그제야 비로소 카메라가 미다스를 찍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한숨을 내뱉었다.

    - 엑스트라 주제에 왜 이렇게 샷이 많은 거야?

    - 빨리 끝냅시다.

    - 1분 줍니다. 대충 찍고 갑시다.

    시청자들의 그 불만 앞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혹시 압니까? 여기서 카드 보상으로 선더스톰 스킬이 나올지?"

    그 말에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 레벨업 카드 보상으로 선더스톰 스킬 얻을 확률이 파워볼 당첨 확률하고 비슷하다던데?

    누가 봐도 턱없는 소리.

    그리고 딱히 의미 없는 소리이기도 했다.

    - 나오든 말든 상관없잖아? 어차피 있는데.

    - 이미 스킬 카드 공개해놓고 나오길 바란다? 뭐지? 자기과시?

    어차피 미다스는 이미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확보한 상태였으니까.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나올 리가 없지.’

    그렇게 쉽게 나올 물건이었다면 애초에 광고비로 받지도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멘트를 날리는 건 분위기를 좀 더 띄우기 위함이었다.

    “뭐, 나오면 그 자리에서 지금 가진 스킬 카드는 경매장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허세를 부렸다.

    “그리고 그 금액은 바로 사회에 기부하겠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되면 기부하는 거랑 다를 바 없는 개소리지.’

    아주 강력한 허세를.

    - 기부한다고? 선더스톰을 팔아서?

    - 와, 역시 BJ대마도사네! 선더스톰은 거래도 안 되잖아? 그런데 그런 걸 기부한다고?

    어쨌거나 그 선언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선더스톰 스킬 카드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거래되기 힘들 정도로 높고, 상징적이었으니까.

    - 이렇게 된 거 나왔으면 좋겠다. 진짜 꼭!

    - 신이시여, 제발 선더스톰 카드 나오게 해주세요.

    - BJ대마도사가 제발 강제로 기부천사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기부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 좋은 일인데 바라지 않고, 응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법.

    “그럼 갑니다. 보상 수락!”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도 속에서 미다스가 250레벨 카드 보상을 수령했고, 이내 그만이 볼 수 있는 100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그 카드 앞에서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여기서 선더스톰이 나올 리 없다, 라는 확신에 찬 미소.

    ‘어? 황금빛?’

    그러한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헉.'

    굳은 채로 유일하게 빛나는 황금빛 카드를 바라봤다.

    [선더스톰]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번개 구름을 소환하여 무작위로 공격한다.

    선더스톰.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아!’

    그때 미다스가 그 모든 생각을 단숨에 접고는 스스로에게 소리쳤다.

    ‘병신아, 연기해, 연기! 라이브 중이야!’

    여기서 괜히 의심받을 짓 하지 말라고!

    “흠, 뭐가 좋으려나? 어느 것을 고를까요?”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지은 채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젠장, 왜 하필!’

    그런 미다스의 속에 번개폭풍이 몰아쳤다.

    설마 여기서 정말 선더스톰 카드가 등장할 줄이야?

    사실 이건 즐거운 일이었다.

    ‘기부 약속했는데! 대놓고 했는데!’

    기부한다, 라는 조건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 자리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춤을 춰도 될 만큼 즐거운 일.

    ‘차라리 딴 거 고르자, 딴 거. 다른 거 좋은 거 없나?’

    허나, 기부 약속을 한 이상 미다스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른 스킬 카드를 고르는 게 분명 그에게는 이득이었다.

    ‘젠장.’

    그러나 막상 다른 카드들 중에 딱히 좋은 것은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유니크는커녕 제대로 된 레어가 없냐?’

    있어봤자 당장 경매장에서 구매가능한 것들, 습득해봤자 사용할 일도 없는 것들뿐이었다.

    사실상 계산기를 더 두드릴 필요가 없었다.

    ‘기부라니, 젠장 이게 얼마짜린데 기부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기부라니?’

    그냥 기부라도 해서 이슈거리가 만드는 게 분명 여러모로 이익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아, 뭐 뚫어지게 본다고 카드 뒤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로 가겠습니다.”

    ‘모른 척.’

    정말 우연히.

    “이겁니다! 어?”

    ‘놀란척.’

    상상하지도 못한 우연이 겹친 것처럼.

    “선더스톰이네?”

    그런 척을 하면서 선더스톰 카드를 골랐다.

    - 뭐야? 진짜?

    - 리얼? 선더스톰이 레벨업 보상에서 나왔다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 아! 기부!

    - 캬, 역시 BJ대마도사님, 얼마나 기부가 하고 싶으시면 이렇게 나오시네!

    - 하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

    - 강제로 기부천사 전직이요!

    그리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미다스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이거 확실히 좋은 말을 하니까 운이 따르네요. 역시 하늘은 돕는 이를 돕는 모양입니다.”

    ‘씨발.’

    속으로는 부서질 듯 이를 꽉 문 채.

    “그럼 카드 보상도 받았으니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이 주제를 가지고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잊자, 그냥 카드 보상에서 꽝이 나왔을 뿐이야.’

    이어가봤자 결국 자기 속만 쓰릴 터.

    “이지스의 수호자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그 쓰린 속을 달래줄 건 오직 하나, 이지스의 오브 뿐이었다.

    ‘조금 더 가면 나온다.’

    그런 이지스의 수호자가 있는 보스룸까지는 사실상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럭키가 활약을 하고, 미다스가 레벨업 보상을 하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켜준 후에 바로 보스전으로 들어가는 것!

    이것보다 확실한 빌드업은 없을 터.

    - 어? 저기 뭔가 있다?

    - 문 같은데?

    때문에 미다스의 기부 이벤트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들은 통로의 끝을, 거대한 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문 앞에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조금 전 기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딱 봐도 보스룸이네.

    - 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왔어?

    이제는 이곳에서 치를 최후의 전투를 준비할 때.

    그그그그!

    그때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거대한 문을 열었다.

    - 어? 뭐야?

    - 바로 들어감? 진짜?

    보스전이라면 보통은 포션 도핑부터 버프 정도는 하고 들어가는 게 정상.

    물론 미다스가 그 점을 몰라서 문을 연 건 아니었다.

    “참고로 보스룸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문 너머에는 제단이 있으며 그 제단에는 방패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패를 지키는 수호자가 있죠.”

    문을 열고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마치 야구 돔구장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공간 곳곳에 배치된 빛나는 구슬들이 공간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에서 공간 한가운데 솟아오른 제단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 미다스의 말처럼 방패 하나가 스스로 하얀 빛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투는 방패를 건드리는 순간 시작됩니다.”

    그때 이어진 설명에 더 이상 BJ대마도사가 거리낌 없이 문을 연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방패가 있는 동안 수호자의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은 딜이 거의 안 박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방패를 파괴하는 게 우선입니다. 물론 방패를 파괴하려고 하는 걸 수호자가 가만히 두지는 않습니다. 방패를 공격한 대상이 최우선 어그로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대신 미다스의 추가된 설명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웅성거렸다.

    - 이야기 들어보니까 보스도 장난 아닌데?

    - 럭키님 고생하시겠네.

    - 아니지, 골드님이 고생하시겠지.

    - 딱 봐도 실버님이 탱킹 힘들게 하시겠네.

    - 아, BJ대마도사만 고생 안 하겠네. 젠장.

    그 웅성거림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방패를 바라봤다.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고민은 없었다.

    ‘방패부터 부수고, 차근차근.’

    이미 확실한 공략이 있는데 다른 고민 따위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 없이 고개를 들어 제단을 바라봤다.

    [이지스의 방패]

    !파괴 시 ‘이지스의 가호’ 소멸

    !파괴 시 ‘이지스의 방패’ 스킬 카드 습득 불가

    그리고는 이내 이지스의 방패를 바라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이 일시 정지했다.

    '응?'

    그리고 다시 멈추었던 사고가 진행됐다.

    ‘잠깐, 스킬 카드? 그런 게 있었어?’

    예상에는 없던 새로운 게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에 준비해두었던 시나리오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이건 먹어야지.’

    그리고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고민했다.

    ‘방패 파괴하고 잡는 게 정석이라고 했는데 방패를 놔두고 잡으려면…….'

    어떻게 연출을 해야 방패를 파괴하지 않고 수호자를 상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까?

    ‘좋아.’

    그 고민 끝에 시나리오를 새로 짠 미다스가 그에 맞는 연기를 시작했다.

    “아, 저기 제단 아래 수호자가 보이네요. 앞서 말했다시피 수호자를 공략하려면 저기 위에 있는 방패를 먼저 파괴해야 합니다."

    - 알고 있어.

    - 어차피 럭키님이 할 건데 왜 이리 설명이 많아?

    - 또 설명하네. 럭키님, 저 엑스트라 마이크 좀 뺏어주세요.

    이미 한 번 들었던 설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렇게 잡으면 재미가 없죠.”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반전 발언을 했다.

    - 응?

    - 뭐?

    - 노잼이라고?

    놀라는 시청자들, 그런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전 방패 놔둔 채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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