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19화 (319/485)
  • 319화.  < 100화. BJ엑스트라 (1). >

    1.

    뗏목을 타고 2시간짜리 힘겨운 여정을 거쳐 하얀숲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감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드디어 왔구나.”

    첫 번째 감정은 300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사냥터에 진입했다는 것.

    “이 빌어먹을 사냥터에.”

    두 번째 감정은 300레벨이 되기 위한 아주 혹독한 신고식을 경험하게 됐다는 것.

    하얀숲은 그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어려운 무대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경험해본 적 없는 독특한 무대이기도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하얀숲의 풍경부터가 다른 사냥터와 달랐다.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하얀숲 나무,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하얀 돌탑이 하얀숲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였다.

    동시에 개미굴이란 별명이 붙여진 이유이기도 했다.

    “저 하얀탑이 개미굴이라, 이거지?”

    그 하얀 돌탑이 바로 개미집이었으니까.

    “끔찍한 탑이지.”

    그러한 개미집 안에는 최소 1천 마리가 넘는 자이언트 앤트들이 있었다.

    더불어 이런 자이언트 앤트는 개미들처컴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그나마 초입에는 일개미들밖에 없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투 개미랑 날개미가 나온다고.”

    몸길이 1미터에 외형 자체는 우리가 아는 개미와 다를 바 없는 일개미, 반대로 이족보행을 하며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 개미와 날아다니며 맹독성 침 공격을 하는 날개미.

    “드디어 비행 타입이랑 싸우는구나.”

    이중에서도 날아다니는 날개미와의 전투는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곤란함을 선사했다.

    “여왕 개미는?”

    “걱정하지 마,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왕 개미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왕, 보스 몬스터이기에 일반 플레이어들은 마주할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많네.”

    물론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러한 개미집들이 대충 봐도 샐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이었다.

    “진짜 짜증나는 건 안 보이는 것들이지만.”

    심지어 하얀숲에는 그저 땅속에만 존재하는 개미굴도 있었다.

    히트 앤 런 작전을 쓰되,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포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런 이유로 하얀숲에서 사망률은 오우거의 숲의 3배 이상으로 무척이나 높은 편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달랐다.

    “블리자드!”

    광역 마법, 블리자드를 펼친 미다스가 곧바로 다가오는 몸길이 1미터짜리 개미들, 일개미들을 상대하던 럭키와 골드, 실버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따라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등을 돌렸고, 곧바로 럭키와 골드 실버와 정령 기사가 그의 뒤를 따랐다.

    꾸우!

    그리고 잭팟은 그대로 미다스의 머리 위에 올라탄 채 자세를 잡았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저쪽은 위험.’

    하얀숲 곳곳에 지뢰처럼 숨겨진 개미굴들이.

    당연히 그것을 파악한 미다스가 선두에서 동료들을 이끌면서 가장 안전한 루트를 찾아 움직였다.

    ‘이렇게만 가면 문제 될 건 없다.’

    리스크는 없고 동시에 낭비는 없는 아주 훌륭한 사냥법이었다.

    ‘마력도 넉넉하고.’

    굳이 기동력이 부족한 골렘을 소환할 필요도 없으니, 마력에서도 여유가 넘쳤고 때문에 무리하게 포션을 쓸 필요도 없었다.

    ‘습득 경험치도 넉넉하고.’

    물론 전력으로 다해 사냥할 때와 비교하면 레벨업 속도가 느리긴 하겠지만 애초에 이곳, 하얀 숲은 30인에서 50인 사이의 파티가 사냥을 하는 곳이었다.

    혹은 아예 100명이 넘는 파티가 움직이거나.

    그런 곳에서 혼자 경험치를 독식하는데 경험치가 적다고 투정을 부릴 이유는 없었다.

    ‘이대로만 가면 꿀 빨 수 있는데.......'

    여러모로 달콤한 무대.

    문제는 미다스가 이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냥하는 걸 시청자들은 용납 안 하겠지.’

    고작 이거 보여주려고 그렇게 우리들의 기대감을 펌프질 한 것이냐? 하는 말이 나올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방식은 미다스가 쉽고, 편한 방식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

    “얘들아, 정지.”

    그러한 고민 속에서 안전하다 여겨지는 지역에서 이동을 멈춘 미다스가 주변을 재차 확인한 후 말했다.

    “숨하고 쿨 좀 채우자.”

    미다스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동시에 대답했다.

    왕!

    “주인님, 저는 아직 힘이 넘칩니다!”

    힘이 넘치는 대답.

    미다스의 눈이 자연스레 럭키를 향했다.

    [럭키]

    ![학살자]

    !동료와 함께 몬스터 100,000마리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10만 마리 사냥 퀘스트.

    ‘개미굴에서 어려울 건 없지.’

    오우거의 숲이었다면 아득한 과제였겠지만 개미굴에서는 오히려 꽤 쉬운 퀘스트였다.

    당장 조금 전 미다스가 처치한 개미 숫자만 해도 삼백 마리를 훌쩍 넘길 테니까.

    헥헥!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에 럭키가 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비볐다.

    주인님의 따스한 시선이 마음에 든 모양.

    “그래, 럭키야. 너만 믿는다.”

    왕!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던 미다스를 향해 옆에 있던 골드가 한마디 했다.

    “주인님, 그런 나쁜개보다 제가 3배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믿어주십시오.”

    “그래, 당연히 골드 너도 믿지.”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골드를 확인한 미다스는 떠올렸다.

    ‘가디언도 아직 2급이고.’

    가디언에게도 한 번 더 성장의 기회가 있음을.

    꾸우!

    그리고 믿을 건 하나 더 있었다.

    “그래, 잭팟 너도 믿……."

    “주인님, 나쁜새가 지금 놀지 말고 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이어진 골드의 통역에 미다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꾸우!

    “똑바로 하랍니다. 아주 나쁜새입니다. 제게 맡겨주시면 버릇을 톡톡히 고치겠습니다.”

    꾸우!

    “조용히 해라, 나쁜새!”

    이어진 골드의 통역에 미다스는 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돌렸다.

    그리고는 어수선한 정신을 환기시키려는 듯 퀘스트창 하나를 활성화했다.

    [하얀숲]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얀숲에서 왕실에서 파견한 조사원을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비밀 지도

    !퀘스트 완료 시 ‘비밀 지도’ 진행 가능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잭팟 말처럼 한눈팔 때가 아니지.’

    “움직이자.”

    그러자 보이는 붉은빛 기둥을 향해 미다스가 다시 움직였다.

    2.

    ‘어?’

    하얀숲 퀘스트에서 찾으라고 말한 조사원 NPC를 발견한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자네가 왕국에서 보낸 탐사대인가? 생각한 것보다 쉽게 날 찾았군.”

    ‘호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NPC가 용의 알 설정창에 등장한 NPC인 호곤이었다.

    ‘쉽게 가는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두 명의 NPC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당연히 미다스는 기뻐했다.

    “예, 제가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성함이?”

    물론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다.

    “호곤이라고 하네. 툰가 왕국의 왕실 소속 조사원이지.”

    이어진 설명과 함께 손을 내미는 호곤, 미다스가 그러한 호곤의 손을 잡았다.

    ‘응?’

    그 순간 미다스는 NPC호곤의 손바닥에 무언가가 있는 걸 느꼈다.

    “일단 먼저 받게.”

    그 후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자신의 손바닥에 쥐어진 것을 확인했다.

    정체는 곱게 곱게 접힌 종이.

    “조사원인 내게 내려진 명령은 이 하얀숲의 자이언트 앤트를 조사하는 것이었네.”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NPC호곤이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까?”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관심이 들지 않는 이야기였다.

    NPC호곤의 내력이 뭐든 미다스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어디로 가는 지도이려나? 아니, 그보다 이거 난이도 어느 정도일까? 일이 잘 풀리는 거 보니까 난이도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해왔을 뿐,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난이도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가뜩이나 신경 쓸 것도 많은데…….'

    특히 지금처럼 여러 이유로 머릿속이 복잡한 순간에 더 큰 고민거리를 안는 건 피하고 싶었다.

    ‘제발, 갓워즈님 쉽게 가주세요. 그러면 욕 안 하고 게임 열심히 잘 할게요. 제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풀어서 캐릭터 생성 카드로 짭짤하게 돈 버셨잖아요? 제발.’

    허나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간절히 소망을 비는 것뿐.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NPC호곤은 제 설명을 이어갔다.

    “자이언트 앤트의 영역이 이 이상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께서 특명을 내리셨지. 그러던 와중에 이곳에 있는 어느 신의 힘이 자이언트 앤트의 확장을 막는다는 것을 알게 됐네.”

    ‘어?’

    그 대목이었다.

    “그 하얀숲 지하에 숨겨진 지하 신전을 비밀 리에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지.”

    ‘이거?’

    이어진 NPC호곤의 설명에 미다스의 관심이 NPC호곤에 꽂혔다.

    동시에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멀린으로부터 받은 보상이 떠올랐다.

    ‘지하 신전이라면 이지스의 오브가 나오는 그 이지스의 신전 말하는 건가?’

    하얀숲의 지하에 이지스의 신전이 있으며, 그곳을 공략하면 이지스의 오브를 얻을 수 있다고.

    “허나, 신전을 지키는 수호자들이 너무 강해 그 신전에 가지 못하는 중이었네.”

    ‘그렇지, 어비스 길드도 1박 2일로 깼다니까.’

    더불어 그 신전을 공략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고.

    “그래서 이제까지는 조심히, 천천히 길을 뚫었는데, 현재 하얀숲의 자이언트 앤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자이언트 앤트 여왕에 영향을 주는 듯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네. 해서 자네가 그 신전에 무엇이 있는지 가져다줬으면 하네. 분명 그 신전에 자이언트 앤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

    그 설명에 미다스는 후읍, 짧게 숨을 골랐다.

    ‘나쁘지 않아.’

    분명 쉬운 퀘스트는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퀘스트 공략 난이도는 그 어떤 던전보다 어려웠다고 했으니까.

    1박 2일, 플레이 타임으로 따지면 10시간 이상 공략에 심혈을 기울을 정도.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가 그 정도 시간을 투자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방송은 어렵지만…….'

    당연히 이런 이지스의 신전 공략은 라이브 방송이 쉽지 않았다.

    장시간 방송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같이 할 수 있어.’

    대신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두 번 나눠서 할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차피 중원 길드와의 빅 이벤트가 더 중요해.’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것들이 정렬되기 시작했다.

    ‘럭키 진화시키고,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한다.’

    그렇게 정리가 된 후에야 지도의 존재를 깨닫고는 말했다.

    “그럼 이 지도가 그 신전에 있는 위치인가요?”

    질문을 하면서도 미다스는 생각했다.

    ‘뭐, 이미 알고 있지만.’

    그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예의상 내지르는 질문일 뿐, 딱히 관심은 없다고.

    그러한 미다스의 시큰둥한 물음에 NPC호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네, 그 신전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 지도이네.”

    “예?”

    그 순간 놀라며 되물었다.

    “비밀 통로요?”

    “말했잖은가? 그냥 입구로는 도무지 공략할 수가 없어서 천천히, 조심히 길을 뚫었다고. 허나, 끝까지는 뚫지 못했네. 아마 내 예상으로는 수호자들과 마주쳐야 할 걸세. 힘들겠지만, 할 수 있겠나?”

    그 설명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왕명을 받았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웃음 뒤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비밀 지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비밀 통로 지도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가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지하 신전’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진해졌다.

    ‘역시 갓겜이네.’

    그 순간 미다스는 떠올렸다.

    ‘가만, 그럼 이거 라이브 방송 가능하겠는데?’

    계획을 좀 더 바꿔야겠다고.

    “얘들아 잠깐만, 나 밖에 나가서 사장님 좀 만나고 올게.”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줘야겠다고.

    3.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이후 BJ대마도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들불처럼 커지자, 자연스레 그로 인해 비판적인 여론을 맞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난 여론이라……."

    어비스 길드가 대표적이었다.

    그들만의 세상, 그 정점에 있는 게 그들이었으니까.

    “오랜만이군.”

    물론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 어비스 길드가 먹었던 욕에 비하면 지금의 비난 여론은 간식거리조차 못 됐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어비스 길드는 그런 비난 여론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아니었다.

    목적은 이 게임의 끝을 보는 것.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하얀숲에 왔다면서?”

    때문에 멀린의 모든 관심은 그 끝에 가장 가까운 이에게 쏠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예, 제대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왔죠. 다른 누구도 아니고 롱토스 아시오의 지원을 받아서.”

    “노린 거겠지?”

    이어서 나온 멀린의 물음에 엠마를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오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러브콜을 몇 번을 보냈는데 모를 리가 없죠. 사전에 합의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야 BJ대마도사 광팬인 아시오에게 서프라이즈 파티가 될 테니까. 실제로 아시오가 제대로 홍보를 해줬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짜 홍보를.”

    “정말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군.”

    “도발이죠.”

    “도발?”

    “벼랑 끝 승부를 했는데,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웃긴 일이잖아요? 치킨 레이스를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이어진 설명에 이번에는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침묵의 의미는 간단했다.

    ‘과격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까지는 애들 장난이었군.’

    ‘BJ대마도사는 눈앞에 벽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엑셀을 밟아서 벽을 뚫고 나갈 인간이야.’

    설마 BJ대마도사가 이렇게 저돌적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

    그러한 BJ대마도사와 이제까지 같이 판에 앉아 있던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원 길드가 나설 수 있는 것도 이제는 한 번인가?”

    심지어 현재 그들이 BJ대마도사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패 역시 마지막 사용 기회를 앞두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다시 새로운 패를 찾아야 할 때.

    “그쪽은 어떻게 하고 있지?”

    “중원 길드에서 요청이 왔어요.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간?”

    “한 번 밖에 없는 기회,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힘을 모아보겠다고요.”

    “BJ대마도사가 그 시간을 줄까?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속도전으로 끝낼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은 그 패를 마지막으로 쓰는 것마저도 쉽진 않은 일.

    그러한 멀린의 의문에 엠마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BJ대마도사에게 준 이지스의 오브 획득 방법이 시간벌이를 해줄 거예요.”

    그제야 미소 한 점 없던 멀린의 입가에도 실소이지만 어쨌거나 미소가 걸렸다.

    “그렇지.”

    그리고 이내 그때의 기억,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할 당시 기억이 진해질수록, 멀린이 지은 미소 역시 진해졌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그 이지스의 신전을 당장 공략할 순 없겠지. 보름 이상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야. BJ대마도사가 대단하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혼자 공략이 불가능하니까. 솔직히 상식적으로 본다면 한 달은 잡아야겠지만.”

    그때 무언가 떠올린 멀린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뭔가 걸어서 BJ대마도사가 무리하게 만들 건가?”

    그 반문에 엠마가 고개를 저었다.

    “BJ대마도사는 질주를 하지만, 폭주는 하지 않아요.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를 걸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 따위로 매수도 불가능하고요. 돈으로는 더더욱.”

    “하긴, 결국 소원이란 카드마저 꺼냈으니까.”

    “한동안은 오히려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제가 현재 내린 판단이에요.”

    그러한 대화 속에서 엠마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고, 엠마의 입가에 지어진 쓴웃음이 사라졌다.

    그걸 본 멀린이 말했다.

    "BJ대마도사인가?”

    엠마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주일 안에 라이브 방송을 할 건데, 광고 걸 생각 없냐고 하네요.”

    “라이브 방송? 무슨 방송?”

    이어진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대답 대신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멀린이 놀라며 되물었다.

    “설마 이지스의 신전 공략?”

    그 놀란 되물음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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