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06화 (306/485)
  • 306화.  < 96화. 솔로 복귀 (3). >

    9.

    등장한 인물의 외형적인 특징은 플레이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면으로 만든 듯한 옷에 검은색 털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조끼를 입은 모습은 몇몇 갓워즈의 궁수 계열 플레이어들이 갖추는 전형적인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를 플레이어로 보는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왼쪽 눈에 착용하고 있는 안대 때문이었다.

    ‘NPC다.’

    ‘NPC네.’

    두 눈을 제대로 뜨고도 제대로 게임하는 이들이 손에 꼽는 갓워즈에서 저렇게 안대로 제 눈 하나를 병신으로 만드는 플레이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허나, 그런 컨셉질을 하는 플레이어들 중에 지금 오우거의 숲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오우거 사냥꾼 피요로! 이곳에 오우거 3,333마리를 잡은 위대한 사냥꾼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인가?”

    “접니다.”

    때문에 그 NPC피요로가 제 소개 마저 끝내는 순간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그 인사를 받는 순간 탐험가 길드원들은 긴장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다.’

    지금부터 보게 될 건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귀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광경.

    ‘BJ대마도사의 다음 퀘스트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그토록 귀한 광경을 과연 BJ대마도사의 허락 없이 봐도 되는 것일까?

    하물며 탐험가 길드는 그러한 게임 내 정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쥔 곳 아닌가?

    그냥 말없이 본 다음에 ‘아,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변명을 감히 지껄일 수 없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니플이 무례를 무릅쓰고 대화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뭐 대단한 거 한다고.”

    그러자 나온 BJ대마도사의 즉답에 니플의 머릿속이 다시 한 번 더 복잡해졌다.

    이걸 보여준다고? 대체 왜?

    “사실상 퀘스트를 같이 깬 건데, 같이 들어야죠. 안 그래요?”

    그러나 이어진 그 말에 니플은 BJ대마도사의 의중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놔줄 생각이 없군.’

    BJ대마도사가 다음 퀘스트에서도 탐험가 길드를 제대로 부려먹을 생각임을.

    물론 미다스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도움을 받았는데 이런 걸 숨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의 의중은 내뱉은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까지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데 여기서 사적인 일이니까 꺼지세요, 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어차피 조만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공개될 테고.’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영상을 공개하는 순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치는 지금보다 덜 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여기서 탐험가 길드에 무례를 저지르면서까지 아낄 만한 가치는 없다는 의미.

    어쨌거나 미다스의 허락이 나오자 탐험가 길드원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사적인 순간 아닌가?

    돈을 떠나 한동안 술자리에서 안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경험.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피요로 님, 제가 당신이 찾는 사람이 맞습니다.”

    그 주목 속에서 미다스가 NPC피요로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 순간 NPC피요로가 쓰고 있던 가죽 털모자를 벗으며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절박하기 그지없는 모습.

    그 모습에 미다스가 본인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NPC피요로에게 다가가 말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으나, 무슨 일이든 간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되겠습니다.”

    마치 불구덩이에 아이를 구하러 가는 시민과 같은 모습에 좌중의 분위기 역시 무거워졌다.

    그 분위기 속에서 NPC피요로가 말을 했다.

    “사람을 찾아주게.”

    비장한 분위기를 만든 것치고는 퍽 쉬워 보이는 의뢰였다.

    하지만 미다스는 맥이 빠지기는커녕 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굳이 제게 부탁을 하시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아주 위험한 곳에 있는 모양이군요.”

    “이곳 오우거의 숲에는 우리 사냥꾼들만 알고 있는 곳이 있다네. 신비한 약초들이 넘치는 곳이지. 그리고 평소에는 오우거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곳이었네.”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NPC피요로의 모습에 미다스가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오우거가 몇 마리나 있습니까?”

    “그게……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네.”

    그리고 나온 대답에 가장 먼저 한숨을 삼킨 건 다름 아니라 이야기를 듣던 니플이었다.

    ‘미치겠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장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오우거가 우글거리는 숲에서 사람을 찾으라는 퀘스트 아닌가?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

    ‘같이 들어가면 정신이 나가겠군.’

    하물며 그런 그곳에 BJ대마도사와 함께 들어간다는 건 끔찍하다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필시 그곳에서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를 쥐어짤 테니까.

    그들의 입에서 ‘진짜 못해먹겠네, 때려치워!’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까지.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는 그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냥 많은데 사람을 찾아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이렇게 개꿀을 빨게 해줄 리가 없지.’

    그가 아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렇게 아주 쉬운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많다, 그게 전부입니까? 다른 건 없습니까?”

    ‘딱 봐도 견적 나오네.’

    때문에 미다스는 예상했다.

    “혹시 오우거들이 무리를 짓는다거나, 하는 경우.”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리고 그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 탐험가 길드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친, 그게 말이 돼?’

    ‘오우거가 넘치는데 무리를 짓는다고?’

    ‘거기서 사람을 찾아?’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서 생기는 사고를 처리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

    당연히 탐험가 길드원들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 갓워즈지.’

    반면 미다스는 그 사실에 딱히 놀라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위험에 빠지신 분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담담하게 퀘스트를 수락했다.

    “외 고맙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오우거 사냥꾼]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79레벨 이하

    - 퀘스트 조건 : 피요로의 부탁을 받아 비밀의 정원에서 쓰러진 자를 구출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진행 도중 NPC를 구할 때마다 보상 추가 지급

    !퀘스트 완료 시 ‘트윈 헤드 오우거’ 진행 가능

    그 내용을 본 미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추가 보상?’

    평소와 다른 퀘스트 추가 보상에 의문이 생긴 탓.

    그러나 미다스는 그 부분보다 다른 궁금증을 먼저 해결했다.

    “저기 하나만 묻겠습니다. 그곳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갈 수는 없겠습니까?”

    그 물음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니플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탐험가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어느 때보다 짙은 미소를 곁들인 채 나온 미다스의 시선에 니플과 탐험가 길드원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역시 우릴 지옥에 끌고 가서 굴리려고…….'

    미다스의 의도가 끔찍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미안하네. 그곳은 우리 사냥꾼들의 삶의 터, 많은 이들을 함부로 보여줄 수가 없네. 내가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은 기껏해야 다섯 명.”

    다섯 명!

    그 단어에 탐험가 길드에서 그나마 급이 떨어지는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마저도 확실한 능력이 필요하네. 자네와 같이 결과로 실력을 증명한 자들 말일세.”

    “저처럼 오우거 3,333마리를 잡은 사람이요?”

    “그렇지.”

    이어서 나온 말에 미다스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퀘스트 자체가 5인 퀘스트, 그마저도 외부인은 끼어들 수 없는 퀘스트네.’

    퀘스트를 억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씁."

    그 사실에 미다스가 아쉬움을 가득 참아 혀를 찼고, 그 소리에 탐험가 길드원들은 식겁했다.

    눈앞의 상대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못한 저승사자의 혀 차는 소리처럼 들렸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니플을 보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다음 퀘스트 장소는 탐험가 길드와 함께 들어갈 수 없을 듯합니다.”

    정말 아쉽다는 듯이.

    ‘다행이다.’

    물론 니플 입장에서는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만약 일반 플레이어도 참가 가능한 퀘스트였다면 남은 네 자리에는 필시 그가 포함됨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의무와 고생이 주어졌을 터였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쉼 없이 내뱉는 니플에게 미다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번에는 이렇게 됐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그때도 이번처럼 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예?”

    “에이, 다음에도 같이 해야죠. 안 그래요?”

    놀라는 니플에게 미다스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도는 별거 없었다.

    ‘일단 여지라도 남겨두자.’

    여기서 그냥 헤어집시다, 라는 말보단 낫다는 것.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달랐다.

    ‘……빌어먹을 그냥 못해먹겠다고 하고 때려치울까?’

    니플, 그가 들은 고객의 말 중 가장 섬뜩한 말이었으니까.

    “자, 최대한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남긴 미다스가 NPC피요로와 함께 움직였다.

    10.

    탐험가 길드와 헤어진 이후 NPC피요로는 미다스를 데리고 오우거의 숲에 있는 어느 동굴 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 후 동굴을 지나 그 끝에 있는 또 다른 곳에 도착했을 때 미다스의 눈앞에는 새로운 숲이 펼쳐졌다.

    “이곳일세.”

    녹음이 우거졌던 오우거의 숲과 달리 이번에는 핏빛이 우거진 새로운 오우거의 숲을.

    “우리는 이곳을 비밀의 정원이라고 하네.”

    [비밀의 정원에 입장했습니다.]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그 알림과 함께 타이틀 보상창이 떴다.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

    - 타이틀 설명 : 오우거의 숲에 있는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20

    생각보다 화끈한 보상.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러한 보상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오우거가 진짜 토 나올 정도로 많네.’

    핏빛 숲 곳곳을 채우고 있는 오우거들의 정보들에 눈이 돌아갈 뿐.

    그만큼 많았다.

    “이곳의 오우거들은 무리를 짓고 있네. 마치 무언가의 명령을 따르는 듯이.”

    동시에 NPC피요로의 말처럼 오우거들 서너 마리가 한 무리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모로 섬뜩한 곳.

    “이곳 어딘가에 내 동료가 있네. 동료의 이름은 세바. 그를 찾아주면 내 기꺼이 사례하겠네.”

    그러한 섬뜩한 곳에서 단 한 명의 NPC를 찾는다는 것, 분명 힘든 퀘스트였다.

    때문에 미다스는 확신했다.

    ‘원래는 몬스터와 싸우지 말고, 도망치면서 대상을 구출하는 내용의 퀘스트다.’

    이 퀘스트를 제대로 깨기 위해서는 오우거와의 전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을.

    혹여 오우거 무리와 전투라도 치르다가 단말마라도 터지면 그야말로 핵폭탄이 터지는 격.

    더욱이 오우거 무리를 상대하는 만큼 단말마가 터질 가능성이 높았고, 터질 경우 대처하는 것 역시 단일 개체를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어려웠다.

    ‘어렵진 않겠네.’

    물론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일단 그의 눈에는 당장 그가 찾아야 하는 NPC의 위치가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하물며 어그로를 관리하는 능력은 갓워즈에서 미다스보다 나은 실력자가 없는 상황.

    심지어 미다스는 단말마가 발동할 오우거의 존재 역시도 사전에 파악이 가능했다.

    그게 이유였다.

    ‘그보다 이 사냥터에는 나밖에 없는데, 그냥 내가 꼴리는 대로 사냥해도 되겠지?’

    미다스가 상식 범주 밖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한 건.

    그렇게 말없이 비밀의 정원을 분석하던 미다스가 이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 하나 그리고 저기 하나…… NPC는 네 명. 추가 보상 준다고 했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그러자 보이는 든든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꿀 몰래 빨아먹는 게 좋아 아니면 대놓고 그냥 꿀을 빨아먹는 게 좋아?”

    그 물음에 곧바로 모두가 대답했다.

    왕!

    “주인님, 당연히 주인님의 명성에게 걸맞게 당당하게 빨아야지요!”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대답들에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천둥새 상태인 잭팟을 바라보았고, 잭팟이 이내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꾸우!

    “나쁜새가 말합니다.”

    그 대답을 곧바로 골드가 해석해줬다.

    “알아서 하라는군요.”

    그 말에 미다스가 피식 웃은 후에 정면을 바라봤다.

    ‘결국 솔로 복귀네. 그럼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솔로 복귀로 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내야겠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순간.

    ‘가만.’

    그때 미다스가 생각을 잠깐 틀었다.

    ‘기왕 솔로 복귀하는 거 서프라이즈로 가자. 처음에는 그냥 몰래 수색하는 척하다가 전투로 가는 거야.’

    그렇게 방송 시나리오 작성을 마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11.

    “웃기지도 않는군.”

    말을 뱉은 멀린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 PC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 번 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말했다.

    “이쯤 되니까 오히려 궁금해지네. 벤처는 뭐래?”

    이어진 물음에 엠마는 대답했다.

    “이번에 얻은 이미지 손해가 크니, 보상해달라고 하면서 청구서를 보냈어요.”

    “그 인간은 언제나 돈으로 다 계산을 하는군.”

    “복잡하게 다른 걸 달라는 것보단 낫죠.”

    “그래서 이번 일 어떻게 봐?”

    이어진 물음에 엠마는 바로 대답했다.

    “나름 성공적이죠.”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끌려다니고, 처절할 정도로 농락당한 것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든 대답.

    하지만 엠마는 그 대답에 확신을 가졌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지.”

    그리고 멀린 역시 그 대답에 동의했다.

    이상한 건 아니었다.

    “결국 BJ대마도사가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레벨업을 했으니까.”

    애초에 엠마와 멀린이 의도한 건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음에도 빠르게 레벨업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제안에 BJ대마도사가 회피 대신 오히려 더 불을 지르면서 치킨 레이스 같은 경주가 됐고, 그로 인해 탐험가 길드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BJ대마도사는 매우 빠르게 레벨을 올린 상태였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레벨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분명 출혈이 생긴 셈.

    그저 일방적으로 소모만 하고 소득은 하나도 없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었다.

    “출혈 경쟁으로 가면 나쁠 건 없죠.”

    그렇기에 엠마는 이 경쟁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치킨 레이스를 원하면 기꺼이 같이 달려주면 되죠. 그래서 말인데, 멀린 당신이 한 가지 일을 해줘야겠어요.”

    “뭐지?”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다음 퀘스트 정보를 알려준 거 알고 있죠?”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지. 탐험가 길드를 엮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실수로 정보를 줘버렸으니까.”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에 퀘스트 과정을 보여줬고, 어비스 길드는 그 이유를 다음 퀘스트 공략 과정에서 탐험가 길드를 꿰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그다음 퀘스트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만이 진행할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만무.

    결과적으로 정보만 유출하게 됐다.

    적어도 어비스 길드가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5인 이하 파티로 오우거 무리가 우글거리는 숲에서 특정 NPC를 구하는 거지.”

    “퀘스트 공략법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생각하고 자시고, 누가 보더라도 전투를 최대한 지양한 채 탐색을 해야 하는 퀘스트이지. 모든 요소가 전투를 하지 말라고 배치된 거잖아?”

    그제야 멀린이 엠마의 의중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가 그러지 못하도록 이쪽에서 제대로 불을 지르라, 이거로군. 그런데 사전에 협상하는 건 어때?”

    “사전에 협상을 하면 BJ대마도사는 분명 받아들이겠죠. 그리고 대처법을 강구할 거예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럼?”

    “그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순간, 후원 채팅을 통해서 도발을 한 번 해봐야죠.”

    “도발을 하려면 그만한 장작이 필요하지. 장작은 뭐로 하지?”

    “잭팟이 새로운 인간 모드를 얻었다면서요?”

    “포지션은 힐러지.”

    “그럼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 물음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나이아의 오브가 좋겠군.”

    나이아의 오브.

    오우거의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 무기 아이템.

    당연히 G베이 경매장에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녀석이었다.

    “그걸로 되겠어요?”

    그러나 그 제안에 엠마는 반박했다.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거라면 BJ대마도사는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까짓것 내가 사면 된다고 혹은 아즈모가 이렇게 말하겠죠. 그거 백 개도 쓸 수 있다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

    “그럼?”

    “이지스의 오브, 그걸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죠.”

    그 순간 멀린은 짧게 한숨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정말 제대로 베팅하는군.”

    “네, 그렇죠.”

    말을 하던 엠마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가 강제로 화려한 솔로 복귀를 할 수밖에 없는 베팅이죠.”

    그리고 때마침 알림이 왔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내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일정을 발표했군요.”

    베팅을 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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